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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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

 

둘 모두 심장에 파동을 만들지만, 원인과 성질은 다르다.

 

두려움은 대상을 모르는데서 시작한다.

막연한 미래가 주는 공포 같은 것.

 

떨림은 대상을 알아가려는 욕망에서 기인한다.

대상에게 좀 더 나은 나를 알리거나 혹은 들키고 싶은 것.

 

두려움은 수동태라면, 떨림은 능동태.

오늘 두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두려움이 지금의 나의 상태를 부정하는 것이라면,

떨림은 현재에서 비약하고자 하는 자신을 긍정하는 상태

 

천박한 낮이 갔다.

이제 밤이 오겠지.

어제처럼 끔찍한 밤은 아니기를……

 

십년도 더 전에 읽었던 아멜리 노통의 두려움과 떨림을 다시 찾아 읽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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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10월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추천입니다.

 

         

 

 

 

 

 

 

 

 

 

 

 

 

 

 

  

 

 

 

 

 

 

 

 

 

 

 

 

 

책 읽기, 특히 사유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미뤄두었던 철학 책을 읽기에 맞침한 습도와 온도!!! 

 

공자가어, 이민수 옮김, 공자, 을유문화사, 2015. 9.

 

공자가 사대부, 제자와 주고받은 문답을 기록했습니다.

논리적인 해석 보다는 감정과 느낌으로 철학을 이해하게 되겠지요?

논어에서 볼 수 없는 재미와 즐거움, 더불어 인간 공자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왜 우리는 행복을 일에서 찾고, 일을 하며 병들어갈까요아힘 바우어 지음, 전진만 옮김, 책세상. 15. 9.

 

일은 재미있니?”

일이 재미있기까지 바래?”

 

얼마 전 지인과 주고받았던 대화입니다.

직장과 가정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직장 밖에 있어도, (언제 어디에서든) 호출이 가능한 정보화 시대.

일과 쉼의 경계 또한 모호합니다.

번 아웃 상태에서도 자신의 상태를 성찰하지 못하는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사 방법론과 이론, 앤 댈리바 지음, 안영진 옮김, 비즈앤비즈, 15. 9.

 

미술은 읽기 힘든 기호로 가득합니다.

각자의 관점에서 이해해도 무방하다고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겠지요.

동시대를 대표하는 사조는 있을 수 있지만, 동시대를 아우르는 사조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미술사의 대표적인 이론적 관점을 알고 있다면 이후의 그림 보기는 달라지겠지요.

미술사의 실천에 영향을 미친 이론에 대하여 알 수 있는 책입니다.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 - 환자 중심의 미래 의료 보고서, 에릭 토폴 지음, 김성훈 옮김, 이은 감수, 청년의사, 15. 9.

 

'의료민주화'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환자의 권리 강화를 위해 집필된 책이라고 합니다.

신자유주의 한국사회에서는 상상도 쉽지 않은 이야기이긴 하지요.

과연 환자 스스로 자신의 의료 서비스를 통제할 수 있는 환자 중심의 시대가 열리 수 있을까요?

 

『우주에서 떨어진 주소록』, 팀 라드퍼드 지음, 김학영 옮김, 샘터사, 15. 9.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장소(주소)를 과학을 넘어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책입니다.

다양한 학문을 경계 없이 넘나드는 기대됩니다.

번지, 거리, 마을, , 지역, 국가, 대륙, 반구, 행성, 태양계, 은하, 우주,

공간을 확장시켜 가면, 우리는 모두 우주 안에서 만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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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스트리트
산드라 시스네로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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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추석 연휴는 길었다.

종일 책을 읽고, 어깨 빠지게 일을 했다.

동물원과 박물관에 갔고, 바다를 보았다.

몸살을 앓기도 했다.

 

무엇보다 시골집에서 책 무덤 같은 서재에서 추억과 조우했다.

바라고 바랐던, 정규직의 삶이 허락 되었을 때,

집을 살 적금도, 미래를 위한 저축도 하지 않았다.

돈이 모이면 여행을 가거나, 여행을 못가면 몇 십 만원어치 책을 샀다.

잘 빠진 책들은 일용할 양식이었다.

때론 명품 백처럼 끼고 살면서 영혼의 허영을 누렸다.

오랜 시간 책갈피에 끼워져 있었던 쪽지와 메모들.

정성스럽게 그어져 있는 밑줄들로 인해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책이 되었다.

 

서가에 선 채로 책을 읽다가, 딱 한권 배낭에 넣어 왔다.

산드라 시스네로스의 망고 스트리트

한 시절, 눈물겨운 우정으로 환대해주셨던 정은정 선생님이 권하셨던 책.

(선생님은 여전히 안녕할까?)

책을 읽던 당시, 내겐 집다운 나만의 집이 필요했다.

남자보다는 집이었다.

수북이 먼지가 쌓일 때까지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달팽이집이 필요했다.

숨어있기 좋은 집, 말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시스네로스는 여성, 이민자, 하층민이라는 3중의 마이너리티다.

으로 인해 상처 받았던 나의 십대, 이십대, 삼십대를 떠올린다.

그녀의 글에서 위로 받는다.

내게 은 조금 편안한 호흡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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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집

 

허름한 집은 안 된다. 뒷골목에 있는 공통주택도 안 된다.

남자들을 위한 집도 안 되고, 아빠의 집도 안 된다.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한 집.

나를 위한 현관과 나만을 위한 베개와 예쁜 진홍색 페튜니아가 있는……

내 책들과 내 삶의 이야기들이 있는…….

침대 밑에는 늘 내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그 누구도 내 평화를 흔들어대지 않는…….

언제나 눈처럼 조용한 집.

나만을 위한 공간.

시를 쓰기 전의 깨끗한 종이 같은…….

 

(망고 스트리트19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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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을 넘어 - 정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앤서니 앳킨슨 지음, 장경덕 옮김 / 글항아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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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유토피아, 평등을 구현하기 위한 제안

불평등을 넘어-정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앤서니 B. 앳킨슨 지음, 장경덕 옮김, 글항아리, 2015. 5.

    

불평등을 넘어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읽은 후에 접했다. 소득불평등은 전 지구적 화두다. 피케티 이후,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아주) 조금은 높아지지 않았을까 기대하지만, 견고한 자본주의에 스크래치를 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케티 열풍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임금 격차뿐 아니라,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관계에 집중하게 되었다. 나 또한 자본 소득이 노동 소득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객관적 사례로 이해한 직후라서 문제의식을 충분히 공유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 앤서니 B. 앳킨슨는 우리가 통제 밖의 힘에 무력하지 않고,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고 확신한다.

  

책은 1부 진단, 2부 실행, 3부 반대 논리 검토와 실행 가능성 평가, 3부로 구성된다.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저자는 유머를 잃지 않는다. “방정식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독자 수는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스티븐 호킹의 금언을 인용하며, 방정식이 하나도 없으므로 끝까지 읽어줄 것을 당부한다. 이 글에서 눈치 챘겠지만, 읽기 녹녹한 책은 아니다. 진보 경제학자의 반세기에 걸친 경제학 성과를 쉽게 이해하고자 한다면 염치없는 과욕일 것이다.

  

1부에서는 불평등에 대해 염려해야 하는 까닭, 불평등의 정도를 보여주는 증거, 불평등의 경제학을 검토함으로써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알아본다. 저자는 자본소득의 역할과 소유권의 균형에 대해 끊임없이 재고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전쟁, 전후 몇 십 년 동안의 유럽, 최근 10년 동안의 중남미에서는 불평등이 줄어들었다. 이는 시장소득 불평등의 감소와 효과적인 재분배의 결과물이다. 시장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가능함을 잘 보여준다. 정부는 어떤 방법으로든 시장 소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부에서는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다섯 가지 방안을 다룬다. 첫째 기술 변화와 대항력이다. 기술 혁신에 따르는 이득의 분배 문제, 사라지는 일자리, 오늘의 결정이 미래에 미칠 파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정책 결정자들이 기술변화의 방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근로자의 고용을 높이고, 서비스 제공의 인적 측면을 강조하는 형태의 혁신을 장려해야 한다(171). 공공정책은 이해관계자 간의 적절한 힘의 균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188~189).

    

둘째 미래의 고용과 임금이다. 저자는 정부가 바뀌더라도 유지될 수 있는 자발적 임금 규칙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임금에 대한 윤리적인 접근을 구체화하고, 소득 분배에 관하여 국민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론의 장을 마련하여 광범위하게 논의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출발이다. 정부는 실업 예방을 위한 명시적 목표를 채택하고, 원하는 이들에게 최저 임금을 주는 공공부문 고용을 보장해줌으로써 이 목표를 뒷받침해야 한다(202). 법령에 따라 생활임금으로 정해진 최저임금과 최저임금 이상의 보수에 대한 실행규칙이 있어야 한다(211).

   

셋째, ‘자본 공유.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자본수익률(r)과 경제성장률(g)의 차이에서 부의 분배를 결정하는 핵심 원리를 찾았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 보다 높아지면 불평등이 확대된다. 개인이 일생동안 부를 유지하는 것은 전반적인 소득증가율에 달려 있지만, 여러 세대를 생각하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또한 각각의 세대에서 수많은 사람 사이에 부가 얼마나 고르게 나눠지는지에 달려 있다(226). 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상속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기초 자본의 지급, 국부 펀드를 방안으로 제시한다. 정부는 일인당 보유 한도를 둔 국민저축채권을 통해 저축에 대한 플러스 실질금리를 보장해야 한다(239).

 

넷째, ‘누진 과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최고세율의 효과를 살펴보고, 상속과 부동산에 대한 과세, 자가 거주자 주택에 대한 과세와 주민세를 개혁하고, 연간 부유세를 부과한다. 상속받은 재산과 생존자 간 증여 재산에는 누진적인 평생자본취득세 체계에 따라 과세해야 한다(275). 피케티가 주장한 글로벌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개인과 기업이 어떤 조세 감면을 받을 수 있는 세제상의 혜택을 제한하는 최저한세(minimum tax) 세법을 실시한다. 기업들은 정상적인 세금과 대안적인 최저한세 가운데 더 큰 금액을 내야 한다. 또는 세금을 관할하는 지역 안에서 이루어진 매출액을 바탕으로 정할 수 있다(288).

 

다섯째, ‘모두를 위한 사회보장. 자녀 수당을 지급하고 아동 빈곤을 해결해야 한다. 저자는 모든 어린이에게 상당한 금액의 자녀수당을 지급해야 하며 이를 소득으로 보아 세금을 물려야 한다(306). 기존의 사회적 보호 제도를 보완하고 유럽 연합 전역의 어린이 기본소득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나라별로 참여소득을 도입해야 한다(314). 사회 보험을 새롭게 해 급여 수준을 늘리고 적용 대상을 넓혀야 한다(323).

 

 

푸딩인지 아닌지는 먹어봐야 안다.

    

3부에서는 이 제안들에 대한 반론을 숙고한다. 상호보완적인 공평성과 효율성, 국제협력의 가능성, 우리에게 그 많은 불평등 요소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제안들이 파이의 크기를 줄이지 않을 수 있음을 검토한다. 불평등을 해결하는 방안들이 효율성을 저해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즉 공평성을 늘리면 효율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가설은 증명되지 않았다. 둘 사이의 상관관계는 절대적이지 않다. 불평등이 효율성을 정말 떨어뜨릴 것인지는 해보지 않고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복지국가가 경제적 성과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가능성(364)과 같은 이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가 존재한다. 국제사회는 위기 상황에서는 서로 힘을 모았던 많은 역사적 사례를 가지고 있다. 국제 협력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은 가능성의 유무가 아닌 당위의 문제다.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담론이 형성된다면, 불평등은 극복할 수 없다. 역으로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정책이 실행될 수 있다는 믿음이 다수의 신념이 된다면, 불평등은 얼마든지 극복해나갈 수 없다. 평등은 완전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수렴의 과정에 놓이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평등을 없애고 평등을 확보에는 무수한 당위가 존재한다. 당위가 설정된 다음에야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저자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한 확신이 가지는 힘은 치밀한 논리와 자료에 있다. 불평등을 넘어는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실행해야 할 구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는 막연한 희망이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가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책도 인간에게 있는 것이다. 사회문제에는 해결책이 있다. 이 책의 목적은 -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확고히 하는데 있어 보인다.

  

앞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불평등을 넘어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맥을 같이한다. 이 책의 전후에 피케티를 읽는다면 생각을 확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피케티의 책이 보수, 진보 양 진영이 함께 읽을 수 있었던 것은 Marx의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불평등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가 분배되는 역사적 동학을 잘 분석했다. 저성장 시대에서는 세습자본주의가 고착화된다. 피케티가 제시하는 대안은 조세 체제의 개혁이다. 또한 교육 개혁을 통해서 지식과 기술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불평등을 넘어서는 방안은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 국경을 넘어 전지구적인 차원의 정책을 필요로 한다.

 

진보적인 세금에는 때로는 폭력적인 쇼크도, 때로는 큰 투쟁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두려워 국제적인 차원에서 불평등을 넘어서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지 않고, 세습 자본주의를 강화한다면, 국제적인 차원에서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영국 보수당 의원 퀸틴 호크의 언급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만일 우리가 국민에게 개혁을 선사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혁명을 선사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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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 - 동아시아 속 우리 건축 이야기
김동욱 지음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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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적이면서 독자적인 동북아 3국의 건축 이야기

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 김동욱 지음, 2015. 5. 김영사.

 

한번쯤 내 손으로 집을 짓고 싶은 생각을 한다. “울도 담도 쌓지 않은 그림 같은 집”. 내가 막연하게 꿈꾸는 소망이다. 미학적인 건축물을 보면 시선을 거두기가 어렵다. 언젠가 짓게 될 내 집에 대한 로망도 있고, 살림집을 닮은 카페에 가면, 스케치북에 엉성한 도면을 그려보기도 한다. () 자형으로 지어진 집의 마당에서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면, 우울증이 깊어지지 않을 것도 같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고층아파트의 17층이다. 창 밖 세상과 분리된 느낌 탓인지, 여러 이유가 더 있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는 삶을 관망하듯 살게 된다. 김훈 선생께서 자전거 여행에서 그 민짜 평면은 인간의 꿈이나 생활의 두께와 깊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 생애의 수고를 다 바치지 않으면 이런 공간에서조차 살 수가 없다.” 하셨듯이, 공간은 생활 방식을 일정 정도 강제한다. 뿐만 아니라 평생의 수고를 집 한 채에 쏟아 붓는 강도 센 노동을 요구한다.

 

올 여름이 시작될 즈음, 지인께서 내 손으로 내 집 짓기’ 60차시 연수를 함께하자 하셨다. 산책 길 마주치는 주택이 예사롭지 않던 차에 마음이 동했지만, 개인 사정상 함께하지는 못했다. 안부 차 연수 잘 받으시고 계신지 여쭈었더니, 연수를 받으면 받을수록 집 짓는 일을 포기하게 된다고 하신다. 집짓기가 낭만적인 일은 아닐 것이다. 오랜 시간 고민을 키우지 않는다면 십에 팔 할은 불만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한국 건축에 대한 신화를 극복하고자 이 책을 지필 하였음을 서두에 밝히고 있다. 세 국가의 건축을 비교함으로써 좀 더 객관적으로 한국 건축을 바라보려는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자문화 중심주의와 사대주의를 벗어나 자국의 문화를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자랑할 가치가 있는 한국 건축의 장점, 그 이면에 가려져 있는 한계를 메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비교론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모두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나무로 짓는 집의 이점

2. 부드러운 곡선의 미학, 지붕

3. 천변만화하는 목조건축의 백미, 공포와 화반

4. 고인돌에서 천상의 세계까지, 석조물

5. 구들과 확산과 좌식 생활

6. 바람이 불어오는 문, 창호

7. 휘황찬란한 아름다움, 채색과 조각의 세계

8. 엄정성과 역동성 사이, 공간 배치와 누각

 

건물의 재료, 지붕, 난방, , 누각, 공간 배치와 색채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하여 세심하게 다루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책에서 언급된 건축에 대한 전문 지식을 통해서 건축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전통 건축에 대한 무지를 통감하며 책을 읽었다. 석조 건물이 표현하지 못하는 나무의 부드럽고 섬세한 속성, 집의 대들보를 올리는 의식인 상량식, 넓은 공간을 만들지 못하지만, 기둥과 보에 의존한 동아시아 건축, 조망권을 확보한 중국 탑과 달리 상징으로 존재한 한국과 일본 탑, 3차원 곡선 지붕, 부드러운 처마를 고집하느라 변화에 뒤처진 조선, 임금 침전 위의 용마루 없는 지붕 등 건축의 변화 과정을 세세하게 다룬다.

 

세 나라의 건축이 시대에 따라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의 건축은 단독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호교류를 통해 이루어낸 동아시아 건축의 성취. 모든 문화가 그러하듯 건축도 돌고 돌아서 한국 환경에 맞게 발전하였다. 의자는 불교와 간다라 지역 문화를 혼합한 인도 불교가 중국에 들어오면 시작된 생활 문화다. 3세기경 의자에 앉은 부처 모습이 전파되면서 의자는 고구려, 백제, 신라를 거쳐 일본까지 전해졌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성어처럼, 전파된 문화는 토속 문화와 접촉하면서 취사선택되고,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중국문화를 그대로 반복하지 않고, 한반도의 지리적 조건을 살리는 배치와 형태를 고집했다. 일본 역시 편백나무 일종인 히노키를 가지고 지붕을 덮었다.

 

저자는 한국 건축은 명의 건국과 함께 시작된 3국의 쇄국 정책이 19세기 까지 이어지면서 답습만 하게 되었다고 본다. 외부 자극 없이, 유교의 기술 천시 문화는 창의성을 사라지게 했다.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유교 이념은 왕실 외의 화려한 건축을 기피했고, 정교함과 기술적 완성도는 떨어졌다. 그럼에도 조선 건축의 미덕은 건물을 독자적으로 짓지 않고,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건축은 외부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우리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장인의 노력이 깃 든 누각

    

특히 누각에 대한 설명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컵의 용도는 컵에 달려 있지 않다. 무엇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침실, 식당, 거실, 화장실이 분리된 서양 건축과 달리, 우리는 한 공간을 변형시켜 가며 침실로, 식당으로, 거실로, (때로는 화장실로까지) 사용한다. “소리를 통하여 듣는 것은 소리 없음에서 듣는 것만 같지 못하며, 형체를 통하여 즐기는 것은 형체 없음에서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하다(서경덕, 줄 없는 거문고에 새긴 글 ). 누각은 용법이 한정된 건축물이 아니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무한의 용도를 만들어냈다. 마당이라고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축제의 장소이고, 모임의 장소이고, 사색의 장소이고, 자연과 조우로 이끄는 공간이다. 계절이 스치고 지나가며 방랑객의 발길을 이끌었을 것이다.

 

왜소해진 조선 건축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곳이 누각이다.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마을의 가장 전망 좋은 곳에 누각이 자리 잡았다. 창덕궁의 주합루, 부석사의 안양루, 창녕 관룡사의 원음각 등은 우리의 심신을 맑게 하는 절경을 자랑한다. 규격화되고 정확하게 계산된 아폴론의 시선으로 잡히지 않는 공간, 누각에서는 넘치는 생명력을 품고 있는 디오니소스가 느껴진다. 천명의 사람에게 천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온돌은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넘어갔으나, 온화한 기후 조건 때문에 곧 사라졌다. 습기를 잡는 것만으로 온돌을 구들을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는 돌을 얹는 견고한 건축은 어려웠을 법도 하다. 한국에서는 12세기가 되면 전면 온돌로 발전한다. 아궁이까지 온돌은 한국 일반 주택의 중요한 특징이 되었다. 온돌은 좌식 생활 중심의 생활 패턴을 만든다. 의자와 침대가 사라지고 좌선을 하게 된다. 겨울밤 한 장의 이불에 발을 넣고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한국만의 문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온돌 덕분이었다. 온돌에는 상하 신분 구분이 없는 한국의 보편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한국 건축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문살과 창호다. 전북 부안 개암사를 특별히 사랑하는 것은 주변의 산세와 가까운 바다도 좋지만, 창살 때문이었다. 얼마 전 가보았더니 십년 전의 아름다운 길과 문창이 모두 바뀌어 있었다. 새로운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과거의 그곳 문창살은 어떤 예술 작품보다 아름답고 소박했다. 절을 미학적으로 장식하는 방점이었다. 그 아름다운 문살을 덮고 있는 창호는 바깥 세계와 적절한 경계를 이루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빛과 소리를 흡수했다. 건축학적 관점에서 보면 덜 실용적일지 몰라도, 나 어릴 적 가을이면 겨울을 위해 두텁게 붙이는 창호에 마른 꽃잎 끼워 넣던 운치가 생각난다.

 

건설신화를 써내려갔던 개발 부흥의 시대가 종착역에 다다른 지금, 우리는 다시 (폐쇄적인 유교 문화 속에서 건축이 쇠퇴했던) 조선 건축에서 영감을 얻어야 할지도 모른다. 저성장(또는 마이너스 성장) 시대에는 욕망의 사이즈를 줄이고, 공간의 경계를 없애 함께 살아가는 방법만큼 경제적인 것도 없다. 집도, 건물도 소유가 아니라, 공유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건축가 정기용선생님의 집에 대한 사유가 내 집에도 담기면 좋겠다. 공공건축물은 아닐지라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눈에 띄지 않고 모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에 남긴 아쉬움 하나.

 

평생 우리 건축을 연구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우리 건축을 바로 보기 위한 노력에 존경을 표한다. 단 한. . . 건축의 비교를 통해서 상보적이고 독자적인 각 국가의 건축을 알 수 있었으나, 건축물과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 없다. 각 나라마다 처한 역사적 상황과 지리적 여건에 따라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면, 그 과정 속에서 살아가는 다수의 삶은 어떠했는지를 역동적으로 엮어졌으면 좋았을 것이다. 삶이 배제된 건축 이야기가 건조하게 다가온다. 건축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희미하다. 또한 건축을 매개한 저자의 역사관, 동북아의 지정학적 관계, 또는 현재와 과거를 연결 지어 보려는 노력이 더해졌으면 좋았을 것이다. 과하게 객관적인 사실에 치중하다 보니, 건축을 바라보는 저자의 사유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건축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되, 그 건축에 대한 가치는 저자의 세계관에서 나올 것이다. 거시와 미시를 함께 엮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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