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 파워라이터 24인의 글쓰기 + 책쓰기
경향신문 문화부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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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강신주 외, 메디치, 2015. 4.

 

독자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작가가 되어도 좋고, 되지 못해도 좋다. 글을 쓰는 것은 많은 사람의 존재 방식이다. 소멸하는 시간에 묻혀 사라지는 것을 붙잡아 두려는 수고로움이기도 하다. 내 안에 맺혀 있는 보이지 않는 실타래를 푸는 작업이기도 하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읽고 쓴다. 읽고 쓰는 시간은 온전히 혼자이므로 고독하다. 반면 함께하는 충만함으로 심장이 딱딱했던 심장이 부드러워진다. 시공을 함께할 수 없는 저자들이 온전히 나와 함께 한다. 저자들은 독자에게 최선의 자세로, 정중하게 말을 건다. 빤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솔깃해진다. 내 이해와 해석의 대상이 된다.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나의 피드백은 포스트잇에 기록되어 답 글로 남는다.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는 알라딘 보관함에 담아두고, 도서관에 즉각 신청하며 애인처럼 기다렸던 책이다. 경향신문이 2011, 2013년 연재했던 논픽션 저자들의 글을 한곳에 묶었다. 이 대화에 참여한 24인의 파워라이트 중 13명이 내 선호 순위 안에 드는 라이터들이다. 그러니 꼭 읽어야하지 않겠는가? 도서관에 두 권이 도착했는데, 몇 달이 지나서도 책이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았다. 괜찮은 책이니, 나라도 서평을 써서 힘들 보태기로 했다.

 

철학자 고병권의 사유의 저장소일기를 통하여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사건보다 일어난 감정이나 정서(33)”임을 생각한다. 한번 쓴 글은 묵혀야 한다. 하얗게 밤을 밝힌 글은 낮의 온도로 다시 살펴야 한다. 감정이 잉여를 조절해야 한다.

 

통합(사실은 국정) 역사교과서 논쟁에 맞추어 정치학자 김원의 글도 새롭게 읽힌다. 통합이라는 미명 아래 김원식의 독한 글이 자리 할 공간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통합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같은 자료도 사관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해석이 권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어불성설이다. 통합은 강력한 프레임에 역사를 가두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의미의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에도 한번 인용한 적이 있는 디자인연구자 박해천의 주거공간으로서 아파트를 성찰한다. “그 민자 평면은 인간의 꿈이나 생활의 두께와 깊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 생애의 수고를 다 바치지 않으면 이런 공간에서조차 살수가 없다.”는 김훈의 자전거 도둑의 한 부분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 한국인이 공감할 표현이다.

 

문학 평론가 신형철의 좋은 문장또한 인상 깊다. 정확한 문장이 좋은 문장이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정확한 문장이란, 문법적으로 정확한 문장이 아니라 사태의 본질에 대해 정확한 인식에 도달함으로써 다른 그 어떤 문장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문장(129)을 말한다.

 

문화학자 엄기호 역시 문장 보다 중요한 것은 글의 분위기(140)이라고 말한다. “책이란 내가 뭘 공부했는지 정리하고 자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들려줄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결과물”(144)이라는 그의 (미래의 저자들에 대한) 조언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불과 얼마 전에 읽은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저자 임승수의 글도 반갑다. 좋은 글은 삶의 지향점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만의 글쓰기가 나를 잘 드러내는 수단이면 좋겠다. 봉우리 맺힌 누군가를 터뜨리는 손짓이면 더욱 좋겠다. 역사저술가 박천홍처럼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이 글 안에 나만의 지문이 느껴지도록 표현(92)”하고 싶다. 미술사학자 이주은처럼 일상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일상의 경험과 예술적 체험을 연결하면 나만의 글이 써질 것이다. 경계를 넘나드는 글감들이 만나 제대로 된 화음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현우식 단정한 글쓰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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