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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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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을 호출하는 대한민국 치킨 정은정, 따비, 2014. 7.

 

지난 봄, 아는 지인이 키우던 닭을 조류독감으로 모두 매장했을 때도, 우리 집 닭장 속의 암탉들은 살아남았다. 아는 분에게 분양받은 오골계 병아리 열 댓 마리 중 몇 마리는 마당에서 개에게 잡혀 먹었지만, 나머지는 부모님의 보살핌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서 유정 란을 매일매일 생산했다. 그중 몇 마리는 지난여름 복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리고 현재 다섯 마리가 닭장을 지키고 있다. 일 년 동안 우리 집 마당에 가축 냄새가 진동하고 있지만, 한울타리에 여러 생명체가 함께 지내면서, 농촌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서 알게 모르게 배우는 바가 컸다.

 

 

대한민국 치킨 을 읽는 시간은 유쾌했다. 수준 높은 지식이 주는 무게와 앎의 통찰 때문에 마음 살을 앓기 보다는 맞아, 맞아의 공감을 던지며 함께 수다 떠는 기분으로 책에 붙어 읽었다. (사실 나이를 먹으면, 무지에 대한 통찰, 다름에 대한 각성 보다는 맞장구치며 공감하고 싶은 때가 훨씬 더 많기는 하다.) 번역체도 아니고, 낯선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며, ‘별에서 온 그대의 연인 천송이가 사랑한 치킨의 미시사였으니 몰입은 기본이었고, 간간히 웃을 수 있는 포인트도 가득했다. (가령 저자가 다루고 있는 것은 프라이드 치킨이 아니라, ‘후라이드 치킨이라는 것 등등) 한동안 거리의 치킨집이 눈에 들어왔고, 엘리베이터의 치킨 냄새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나는 6학년이 될 때까지 면단위 시골에서 살았다. 이후 부모님의 교육열 덕분에 도청소재지인 전주로 전학을 갔다. 자녀 셋을 자취방(집이 아니라, 방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에 두고, 시골로 내려가시는 부모님은 가장 큰 서점인 홍지서림에서 책을 사주셨다. (‘이 귀한 물건이던 그 시절에는 서점 자체도 하나의 브랜드인지라, 서점 마크가 곳곳에 찍혀있는 포장지로 책표지를 싸주는 것이 서점의 기본적인 서비스였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낡아버린 포장지를 버릴 때, 책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될 수 있었다. 이런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면, 이제 당신은 중년이다.) 정신의 일용할 양식 옆 가게는 몸을 살찌우는 영양 식당, ‘영진 통닭꼬꾜 통닭이 있었다. 전기 그릴에서 회전하며 기름을 뚝뚝 떨어뜨리는 닭에서 풍기는 고소한 냄새는 촌년이 지금까지 맡아보지 못한 냄새였다. 미끄러운 촉감이 싫어 벗겨먹던 껍질조차 바삭거렸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부모님은 둘 중 더 유명한 꼬꾜 통닭에서 닭을 사주시려고 했으나, 나는 끝까지 영진 통닭을 고집했다. (촌년의 눈에는 꼬꾜도꾜로 읽혔던 게다. 일본인이 하거나, 일본을 좋아하는 가게라고 추측했으니, 민족주의의 강한 신념을 가진 열 세 살의 선택은 확고했다.) 이후에 서점을 드나들며 내가 상호를 잘못 읽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수년 동안 꼬꾜 통닭은 우리 가족의 만남의 장소였다. 엄마는 아빠가 어디에서 월 30만원만 벌어 와도 너희랑 살고 싶다고 했다. (지나고 보니, 그 당시 30만원은 제조업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이었다.^^) 한 달 동안 만나지 못한 엄마와 치킨과 칼국수를 먹고 난 후, 터미널에서 헤어지는 시간은, 지금 떠올려 봐도 명치끝이 저릿하다.

 

 

이 책은 이렇게 나의 치킨에 얽힌 무수한 추억을 끝없이 호명한다. 또한 먹기가 함축하는 의미와 문화에 대해서도 성찰하게 한다. “음식을 먹는 것은 문화를 소비하는 일이다.-45) 살아서 무엇을 입에 넣어야 하는 것이 치욕이라고 느꼈던 경험도 떠올리게 한다. (대구 지하철 폭발로 고등학교 아들을 잃었던 어느 엄마가 인터뷰한 기사를 읽었던 적이 있다. 아들이 죽은 것도 슬펐지만, 자식이 죽었는데도 밥을 먹는 자신이 더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시장에서 반찬거리를 사면, 뒤에서 누군가 수군거리는 것만 같았다고 한다. 그래도 살겠다고 밥을 먹는 자신이 벌레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니 김영오씨를 비롯한 세월 호 가족의 단식은 (단식이 정치인들 때문에 많이 퇴색되었긴 하지만) 억울함을 호소하는 최후의 순수한 수단일 것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자영업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나라, 미국 자영업자 한 사람이 버는 영역에서 네 명이 치열하게 돈을 벌어야 하는 나라, 군인 수만큼의 미용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적은 퇴직금으로 몸뚱이 하나로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의 생존 장이 치킨가게다. 대한민국 치킨 은 치킨의 성분, 역사, 한국인의 취향, 산업 구조까지 전방위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리뷰에서 그것을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치킨과 연관한 콩기름, 콘기름, 맥주까지 분석의 대상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왜 소비를 이념으로 해야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이 책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기 연구와 연구자를 위한 참조로써 훌륭한 자료집이라는 생각과 함께, 조금 더 일관된 문제의식이 필요했다고 본다.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동어 반복의 느낌이 읽기의 맥을 떨어뜨린다. 치맥이 떡볶이와 튀김, 라면과 단무지처럼 환상적인 음식 궁합 속에 숨겨져 있는 자본의 논리에 집중했어도 기막한 이야기가 구성되었을 것이다. 완전 독점의 맥주와 완전 경쟁의 치킨이 만난 절묘한 결합 속에서 드러나는 자본주의의 생리를 부록으로 처리하기엔 할 이야기가 많은 듯하다.

  

사족 하나. 김수영의 시와 비평서를 읽었음에도, 그가 양계를 통해 생계를 꾸렸다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다. 글밭 일구어 글로 밥 만드는 삶을 꿈꾸는 대부분의 예비 문학가들에게 글쓰기의 권력에서 자유롭기 위해서 다른 생계수단을 찾았다는 사실에서 여러 생각들이 오간다. 어쩌면 서평과 영화평을 쓰는 우리의 유희가 그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읽고, 쓰고, 그것이 삶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호모쿵푸스가 되는 것, 이 책은 덤으로 그것까지 재고(再考)하게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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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4일 만에 컴퓨터를 마주하고, 늦어도 한참 늦게 신간을 추천합니다.

휴가 전에 모든 일을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서랍 안의 잊혀진 원고처럼,

신간추천 파일이 컴퓨터에서 잠자고 있었습니다.

절기를 잊지 않고, 도처에 ‘가을’이 가득합니다.

17층 창문에 비친 올해 두 번째 super moon을 바라보며,

소박한 꿈 몇 개를 걸어 두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좋은 짧은 인생.

오늘도 부디 아프지만은 않은 추억으로 기록되길 기대합니다.

‘가을 방학’ 같은 5일간의 휴식이 연말까지 살아갈 자양분이 되었기를...

 

 

 

 

 

 

 

 

 

 

 

 

 

 

『욕망 자본론』신승철 지음, 알렙, 2014. 8.

 

‘글쓰기’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고 설득하는 ‘어른’들 덕분에 나는 사회과학을 전공 삼아 아이에서 어른이 되었다. 나의 독서는 그야말로 편협하다. 나의 취향과 가치관을 벗어나서 ‘두루두루’ 섭렵해도 좋을 것을. 스무 살의 독서가 이후의 삶을 지배한다. 필요욕구 이외에 인정하지 않았던 Marx의 ‘자본론’과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소수자의 ‘욕망’의 결합은 우리에게 어떤 깨달음을 줄 수 있을까? 혹시 이 책에서 언급하는 욕망은 Foucault의 ‘자기배려’에 가까이 가 있는 지점은 아닐까? 몹시 궁금하다.

 

 

 

 

 

 

 

 

 

 

 

 

 

 

 

『국가 없는 사회- 카페에서 만난 어느 아나키스트와의 대화』, 에리코 말라테스타 지음, 하승우 옮김, 포도밭출판사, 2014. 8.

 

21세기 초, 우리 교과서는 국가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확언했다. 왜? 국가는 힘과 권력을 가진 강한 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안전망 없이 살아가는 사회소수자들이 존재하는 한 국가는 존재해야 한다. 국가의 필요는 하나의 당위였다. 그리고 10여년 세월이 흐르고, 우리의 무의식은 ‘국가 없는 사회’를 체감하며 살아간다. 국가는 분명 존재한다. 단 국가에 대한 절대적 신념은 붕괴하고 있다. 국가 없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지에 대하 고민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책이다.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강의』, 리처드 뮬러 지음, 장종훈 옮김, 허은녕 감수, 살림, 2014. 8.

 

‘기후변화법’을 제정해야한다는 캠페인을 겸한 환경콘서트에 다녀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세계는 전쟁보다 ‘핵’ 발전이 가장 큰 재앙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중국서해에 밀집해 있는 핵발전소와 일본이 한반도를 핵으로 둘러싸고 있다. 거기에 한국은 국토면적에 비례하여 핵발전소 밀집도가 세계 1위다. 과연 내가 알고 있는 에너지에 대한 상식은 어느 정도일까? 책 제목의 ‘대통령’을 에너지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갖지 못한 시민으로 받아들여서, 무지를 깨치기 위해 일독해보고 싶다.

 

 

 

 

 

 

 

 

 

 

 

 

 

 

『문학의 아토포스』진은영 지음, 그린비 지음, 2014. 8.

 

진은영의 시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에는 그 시대를 함께 앓았던 사람들의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위선과 위악으로 범벅이 되어 - 악의 없이도 나쁠 수 있는 - 우리를 뜨겁게 다리미질 한다. 진은영 시인은 시인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철학자 ‘진은영’ 또한 시인 진은영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사회참여와 미학적 완성이 함께 완성 점을 향해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이질적인 것의 접합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게 될 듯하다. 무엇보다도 진은영의 시에서 깨침과 위안을 찾는 독자인 나는 그녀의 문학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귀중한 자료와 만나게 될 기대를 갖게 된다.

 

 

 

 

 

 

 

 

 

 

 

 

 

 

『일일공부- 하루 한 편 삶을 바꾸는 고전 수업』장유승 지음, 민음사, 2014. 8.

 

오래된 지인. 띄엄띄엄 만나도 늘 애틋한 마음이 전해지는 그녀의 글은 시가 아니어도 시를 읽는 듯하다. 십수년 고전 공부를 꾸준히 해온 덕분이리라. 상황과 상관없이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지혜 또한 고전 읽기와 무관하지 않았으리라 감히 짐작해본다. 영화든 책이든 시간을 먼저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지적 허영’ 가득한 나는 감히 따라갈 수 없는 내공이다. 고전과 현재 사이에 다리를 놓는 젊은 학자 장유승의 글이 우리의 가을을 깊게 할 것이다. 읽고 새기다 보면 내 인격도 조금은 선한 방향으로 각을 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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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 마피아
토마스 키스트너 지음, 김희상 옮김 / 돌베개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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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블라터의 철권 통치, 『피파 마피아』,

토마스 키스트너 지음, 김희상 옮김, 돌베개, 2014.7.

 

EBS 지식채널e '축구공 경제‘를 보면 축구공의 경제 속에 감추어져 있는 불법 아동 노동에 대하여 알 수 있다. 최첨단 과학으로 진화하고 있는 축구공은 100% 수공업 결정체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축구공의 70% 이상을 인도와 파키스탄의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FIFA는 축구공 생산 노동이 강요적이거나 구속적이지 않을 것을 표명하지만, 거대스포츠 기업 아디다스의 천문학적 수익, 황금발의 스타들 뒤에는 10만원 넘는 공을 만들기 위해서 하루 150원을 받는 아동 노동이 존재한다. 축구공을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하루 8시간씩 축구공을 바느질한다. 이 정도가 내가 『피파 마피아』를 읽기 전에 축구에 대하여 알고 있는 일면이다.

 

나는 운동에 유난히 관심 없는 십대를 보냈다. 선생님이 공을 가져오라고 하셨는데, 배구공과 농구공도 구분을 못해서 한참 망설였던 부끄러운 기억도 새삼 떠오른다. 양궁을 한번 해보겠느냐는 체육 선생님 말씀에 정중히 거절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공부’를 잘하는 것이 최고라는 세상의 기준을 내 가치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운동은 다른 세계 이야기였을 뿐, 나의 운동에 대한 무지함은 장애가 되지도 않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대한 방송과 사람들의 흥분에도 축구에 관심이 없었다. 한국과 폴란드전, 미국전은 보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직장에서 포르투갈 전을 볼 수 있도록 일찍 퇴근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TV로 포르투갈전을 보면서 완전히 축구에 빠져들었다. 축구는 그냥 경기가 아니라, 일상의 따분함을 한 순간 사라지게 만들었다. “축구공 하나로 세계가 하나가 된다.”는 말을 실감했다. 이전 경기를 다시 찾아보았고, 실시간으로 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스페인전은 길거리 응원까지 나갔다. 그때는 4강전을 보러 일본에 가겠다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되기도 했다. 축구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말처럼 한동안 경기를 보면서 해석하기 위한 노력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현욱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익힌 유럽 축구의 구도가 여전히 내가 아는 축구 상식의 전부다.

 

『피파 마피아』는 이전과 전혀 다른 의미에서 월드컵과 축구를 바라볼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을 담고 있다. 스포츠 정치 분야의 탐사 전문 기자인 토마스 키스트너가 20년 동안 파고들었던 피파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겨 있다. 피파의 역사라기 보다는 범죄의 역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구는 오락이 아니라 거대 산업으로, 제프 블라터를 중심으로 하는 피파 수뇌부는 개최국이 마지막 4강에 들어갈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스포츠의 자율성은 국가의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는 방패막이가 되어 준다(48쪽). 토마스 키스트너가 파헤치는 국제스포츠계의 행태는 완전히 범죄 그 자체다. 피파는 “모든 것을 지배하지만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는 단 한명의 보스가 지배하는” 마피아 조직이다. 저자는 이 험난한 탐사 취재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축구가 스포츠의 본질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 때문이다. 수조 원이 공익이라는 미명아래 제프 블라터 패밀리의 주머니에 들어가고 있다.

   

수많은 경기 중에서 왜 유독 축구가 전 세계를 하나로 응집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느낄때가 많다. 축구를 보도하는 기자조차도 객관적인 스탠스를 유지하지 못하고, 축구 팬으로서 경기를 바라보고, 촬영 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하여 그들이 흘리는 땀방울 하나하나까지도 슬로우 모션으로 담아내면서 시청자의 심장을 딱딱하게 만들었다가 뜨겁게 달구기를 반복한다. 그 과정에 축구가 생산하는 경제적 이익이 유통되는 방식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드물다. 사실 월드컵 대진표를 보다 보면 축구는 실력이 아니라 ‘대진 운’이라는 생각이 들때도 많다. 개최국은 대진에서도 항상 유리한 입장을 취해 왔고, 심판 역시 홈그라운드에 노골적으로 유리한 판단을 할 때가 많이 있었다.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는 2014브라질 월드컵을 보면서 나 역시 공감하는 바다. 축구가 브라질 경기(經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으나, 실제의 삶이 더 소중하다고 이야기한다.

 

“가난한 브라질 대중은 그 어마어마한 세금이 다른 곳에 쓰이기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학교, 병원, 대중교통에! 축구가 끝나고 진짜 인생이 펼쳐지는 곳이면 어디나 그 돈이 필요했습니다. 진짜 인생, 정작 소중히 지켜야 할 가치, 이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 마피아가 움직이고, 영상을 연출하는 탁월한 전문가들이 작정하고 덤빈다면 축구뿐 아니라 어떤 경기도 정치적으로 움직일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어디 FIFA만이 마피아들의 온상이겠는가. 돈과 권력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라도 가능한 일이라는 점이 두려운 것이다. 마피아를 연상하게 하는 조직범죄의 진행과정을 우리도 현재 목도하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세계의 허약함’(433쪽)은 늘 사건이 터진 이후에야 우리 시야 안으로 들어온다. 우리가 실제 봐야할 세계는 프레임에 갇힌 사각의 경기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공 하나에 얽혀있는 무수한 권력 비리를 눈감는다면 축구는 우리의 도덕과 가치를 잠재우는 아편이 될 것이다.

 

내가 자주 가는 미술관 앞에는 푸른 잔디가 깔린 축구장이 있다. 토요일 오후 유소년 축구단의 연습이 한창이다. 축구 꿈나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축구 연습 하는 것을 보니, 피파 마피아의 얼굴들이 오버랩되어 마음이 복잡해진다. 부디 이 아이들이 축구 선수가 되든, 축구 팬으로 남든 - 스포츠 본질인 경기 과정을 즐길 수 있을 만큼 - 조금이라도 정직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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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오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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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밀착형 사회학 보고서 『독신의 오후』, 부제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우리는 누구나 독신으로 세상에 왔고, 단독자로 세상을 떠나야 한다. 한때 누구나 독신이었고, 원하든 부정하든 언젠가는 누구나 독신이 될 수 있는 운명에 처해있다. 과정이 무엇으로 채워지든 본질적인 인간 존재 조건의 평등함을 생각하면 인생을 메타적으로 바라볼 힘이 생긴다. 외국 영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싱글 라이프가 흔한 삶이 되었다. 90년대 초반 방송국 PD들이 대가족으로 드라마를 만들면 배우 출연료가 너무 많이 나가서, 주인공 혼자 사는 드라마를 만든다고 농담처럼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이미 1인 가구의 증가는 하나의 사회 현상의 전조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신 이야기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어떻게 관계 맺고 정리하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것인지가 독신의 오후를 결정한다. 신간『독신의 오후』를 읽으면서 무수한 영화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 또한 살아온 세월만큼, 많은 탄생과 죽음을 목도한다. 생각하지 못한 이유로 많은 지인들이 세상을 등졌고, 그들은 내게 인생교과서로 남아 있다. 종교, 성격, (정치적, 경제적) 조건에 따라서 불가피한 독신을 견뎌내는 힘과 방법에서 현격한 개인차가 존재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초기 작인 영화 ‘환상의 빛’(1995)은 남편이 자살한 원인을 모르는 채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감독은 소소한 일상에 포커스를 맞추고, 사사로운 개인적 경험이 차원 높은 세계와 마주할 수 있도록 여백을 만들어 간다. 혼자되었으나 또 다른 삶과 관계가 기다리고 있다. 단 과거 남편에 대한 기억과 상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 한켠에 평생 머무르면서 환상의 빛이 된다.

 

허안화의 ‘심플 라이프’(2012)는 4대에 걸쳐 남의 집 일을 해주다가 요양원으로 옮겨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심플하게 다루고 있다. 정결한 한 여성이 요양원이라는 낯선 공간과 그곳 사람들에게 적응해가는 과정 또한 하나의 삶으로 자리한다. 가족은 ‘피’가 아니라, ‘추억의 공유’라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독신의 오후』는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나 저자의 사적 경험을 주관적으로 늘어놓은 책이 아니다. 적어도 ‘생활밀착형 사회학 보고서’라는 것이 내 개인적인 평가다. 양적 자료와 데이터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지만, 독신 남성이 증가하는 원인, 세태, 향후 진행 방향과 대안 제시에 대한 저자의 혜안에서 평생 사회학자로 살아온 내공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초고령화가 진행 중인 동아시아”라는 공통점을 가졌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결코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경제의 호황이 끝났다는 점에서, 국가에 기대할 것이 별로 없는 신자유주의에서 개인의 ‘노후’는 각자의 책임으로 남는다.

 

 “남자의 ‘불편’과 여자의 ‘불안’의 결합” - 결혼의 변화

 

나의 전공은 ‘사회학’이고, 현재 독신이다. 다행히 경제적인 ‘불안’을 해결하는 수준의 업(業)이 있고, 결혼을 통해서 인간 존재의 근원적 외로움이 해결될 수 있다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미래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적어도 향후 수십년의 삶이 ‘인간적’일 것이라는 희망도 없다. 삶을 최소화하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준에서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산다. 페미니스트 작가 산드라 시스네로스의 『망고 스트리트』(2008.7)를 읽으면서 내가 왜 독신을 선택했는지 공감했다. 망고 스트리트의 나의 집은 한 여성이 오직 자신만을 위한 (심적, 물리적 공간으로서) ‘나의 집’을 꿈꾸게 한 유년의 공간이다. 우리에게 나만을 위한 실내화와 내가 어질러 놓은 상태 그대로 나를 기다리는 집이 필요하다. 엄마의 자궁과 같은 집이 필요했던 작가의 어린 시절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노력과 수양을 감히 짐작해보지만, 혼자 산다는 것 역시 끝없는 자기 수양과 성장을 요구한다. 독신은 “자기만의 시간”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않으면 타인들의 일을 대신해주고 고민을 처리해주는 쓰레기통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직장, 가족의 시간이 아닌 나의 시간으로 부자라는 저자의 이야기에 동의한다. 싱글은 적절하게 시간 활용을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신’에 대한 편견은 내 주변 곳곳에서 나타난다. 같은 학문을 공부해도, 살아온 이력은 학문의 영역에 그대로 반영된다.

 

사례 1.회식

 

모두 무난한 결혼으로 중산층에 진입한 대학원생들(모두 여성이었음), 나만 독신.

 

그녀들 중 한 분이 말씀하셨다.

   그녀 : “나는 노처녀들이 영양제 챙겨 먹는 걸 보면,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심이 느껴진다.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노처녀는

             좋은 선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

그 이야기를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독신녀 (나)

    나 :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는 독립변인이 어디 ‘결혼’ 하나인가요? 신념, 성격, 교육제도, 교육과정, 사회적 조건 등등

           많은 것들이 영향을 미치죠. 저는 가족주의가 이타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시 그분들의 공격

  그녀 : “저거 봐. 별거 아닌 걸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 노처녀는 어쩔 수 없어.”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독신녀들에게 정 떨어졌던 각자의 경험을 일반화했을 뿐, 그녀들에게 악의는 없었다.

 

사례2. 신입생 환영회

 

겸양지덕을 겸비한 듯한 외양을 갖춘 중년의 대학원 신입생. 서로 알아가자는 의미의 Q&A 시간, 내 차례가 되었다.

    나 : “결혼 안하셨죠?”

    신입 : “어머. 제가 그렇게 능력 없어 보이세요? 저 꽤 괜찮은 남자랑 살아요.”

    나 : “네에. 저는 능력 있어 보이셔서 결혼 안하셨냐고 물었어요. 제가 결혼 안했거든요.”

 

이렇게 적고 보니 나도 만만찮게 따지기 좋아하고, 지기주장 굽히지 않는 ‘독신’임에 틀림없다.

 

사례3. 나의 지인(知人)들

 

    지인 : “뭐하나 부족한 게 없는데, 왜 결혼을 못하냐? 결혼만 하면 딱 좋을텐데.”

    나 : 나의 삶은 결혼하는 순간 180도 달라져. 이건 결혼을 안했기 때문에 가능한 삶이야.

   

이 사례들을 나열한 까닭은 결혼 유무 보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자기 배려의 윤리를 실현하는 삶을 사는 것, 조건을 해석하고 대응하는 ‘태도’가 중요함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조건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지는 ‘어떻게 반응’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남성 독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고,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최선의 매뉴얼을 제공한다. 다소 저자의 주관이 개입되어 있으나, 저자의 진정성은 후기에 적힌 다음 이야기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은 결코 냉담하지도 매몰차지도 않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아내에게서는 “자, 당신 홀로 남겨두고 가지만 안심하고 떠나요.”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고, 이혼한 전처에게서도 “당신 낯짝 따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도 않아.” 같은 미움 대신에 “아이들 아버지로서 좋은 관계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으면 싶다. ‘노처녀들’ 앞에도 매력 있는 남성들이 많이 나타나주었으면 좋겠다,“(295쪽)

 

‘독신 삶’의 질에는 철저히 남녀 차이가 존재한다. 결혼 이주여성의 증가가 그 예가 될 것이다. 여성 중에는 선택적 독신이 제법 존재하지만, 남성중에는 불가피한 독신이 훨씬 많다. 불가피한 독신이라 할지라도 행복을 유보할 수는 없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한 노력과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독신의 오후』는 그러한 고민을 풀어가기에 적절한 교재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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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는 늘 '책'과 '영화'가 한 자리를 차지하였으나, 이번 여름은 책의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더위 탓은 절대 아닙니다.

때로는 '무엇'이 마음에 담장을 쌓고, 먼지아이로 머물게 하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시간 안에 거하고 있으나,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 믿습니다.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 추천을 위해서 신간을 살펴보니... 눈에 밟히는 책이 여럿 있습니다.

책은 여름에 읽고, 여행은 가을에 떠나야 하는 듯합니다.

우리 모두, 마음도 몸도 잘 익어가는 8월 되었으면 합니다.

 

인문학은 자유다, 얼 쇼리스 지음, 박우정 옮김, 현암사, 2014. 7.

 

얼 쇼리스의 유작이라니... 당연히 읽어야 할 책이 출판되었다. 그의 희망의 인문학에 위로 받고 살아가던 때가 있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고, 현실에도 답이 없던 시절, 내가 시작할 수 있는 일은 니체를 읽는 일이었고, 푸코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 배움은 오롯이 내 안에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로 존재한다. “삶의 가장자리에서 만난 희망의 인문학 수업이라는 부제는 희망의 인문학의 다른 표현이다. 인문학은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추상적이 아니라) 가장 구체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유혹하는 책 읽기앨런 제이콥스 지음, 고기탁 옮김, 교보문고, 2014. 7.

 

이사 오면서 많은 책을 정리(처분)했으나, 다시 또 책이 쌓여간다. 벗들은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함께 읽자고 설득하지만, 여전히 책의 물성(物性)에 매혹되어 있는 내가 전자책을 읽게 될 날이 언제쯤일지 모르겠다. 사물, 특히 책은 나에게 물질의 속성 자체가 매력적이다. 사각거리는 연필이 흔적을 남기고, 원하는 페이지를 접기도 하고, 포스트 잇을 붙이는 것, 그것은 마치 동일한 아파트 구조를 변형하지 않고도 나다운 집을 만드는 것과 흡사하다. 나만의 독법이 없어서 이 책을 추천하는 바가 아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기대한다.

    

  

 

 

 

 

 

 

 

 

 

 

 

 

 

 

 

내릴 수 없는 배우석훈 지음,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2014. 7.

 

세월호에는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현재 시점으로 우리 삶의 일부로 존재하는 세월호는 의사자 대우, 세월호 대입 특별전형 등으로 의제가 설정되면서, 본질적인 논점에서 자꾸 멀어지는 듯 보인다. 국가의 문제 상황을 총체적으로 직면하였지만, 우리는 이번 7. 30 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에게 완승을 안겨주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천에서부터 선거까지 보여주었던 무수한 문제 때문에 선택지는 새누리당뿐이었다고 위안할 수 없는 선택이다. 객관적 사실을 무시한 채 우리 국민을 지배하고 있는 에피스테메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게 된다. 우석훈 교수는 이 지점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지혜로운 해답을 함께 고민할 동력으로 이 책을 쓰신 듯하다. 경제학자의 현실적인 대안을 들어보고 싶다.

 

 

 

 

 

 

 

 

 

 

 

 

 

 

 

뉴스의 시대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문학동네, 2014. 7.

 

알랭 드 보통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런던 시내 어느 카페에서 한번쯤 마주칠 것 같은 친근함이 그에게서 느껴진다. 우리 삶에 사소한 것은 없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알랭 드 보통의 스타일리쉬한 글을 읽으면서 낄낄거리고 싶다. 올바르고 공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한다는 가장 상식적인 본분을 망각한 기레기들이 쏟아내는 기사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취사선택하며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까? 언론의 공정보도를 위해서 편집·편성의 독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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