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with 이매지 님

Q.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추리소설 읽는 즐거움은?

A. 기본적으로 소설을 가장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이유는 소재의 독특함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소설은 허구적인 장르이지만 때로는 현실에 가까운 소설도 있고, 때로는 비현실적인 소설도 있는데, 추리소설은 그 경계에 묘하게 위치한 것 같아요. 그 때문에 현실에서 이런 일이 진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과 함께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경험하지 않는 편이 더 좋겠죠?) 일들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추리소설에 자꾸 손이 가는 것 같아요.

Q. '내 인생의 추리소설' 5권을 꼽는다면?

A. 
1)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현대 일본의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용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늘어가고 있는데, 이 책은 바로 그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예요. 화차란 생전에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워 지옥으로 옮기는 불수레인데, 주인공이 과연 무슨 악행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우리의 소비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네요.

2)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세계 3대 추리소설의 한 권으로 꼽히기도 하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입니다. 고립된 장소에서 연쇄적으로 살인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공포와 갈등은 배가되는 추리소설들이 많은 편인데 그런 소설들의 원조는 뭐니뭐니 해도 이 책이 아닐까 싶네요. 애거사 크리스티의 다른 작품들도 좋지만 특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네요. 


3) <셜록 홈즈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제가 읽은 첫 추리소설이기도 한 셜록 홈즈 시리즈. 그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책입니다. 빨간 머리 연맹, 얼룩 띠의 비밀, 입술 삐뚤어진 사나이와 같은 작품들을 추천하고 싶네요. 셜록홈즈 시리즈는 잔인하지는 않지만 허를 찌르는 소재와 셜록홈즈의 매력으로 가득차 있어서 나이가 어린 분들도, 처음 추리소설을 접하려는 분들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4) <Y의 비극>, 엘러리 퀸 지음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같이 세계 3대 추리소설에 꼽히는 작품입니다. 엘러리 퀸의 일명 비극 시리즈의 한 권으로 <X의 비극>, <Y의 비극>, <Z의 비극>, <최후의 비극>이 있는데 그 가운데 이 책이 가장 눈에 띈다고 할까. <X의 비극>을 읽고 읽으셔도 좋겠지만 <Y의 비극>만으로도 충분한 재미가 있을 듯 싶네요.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드루리 레인도 제법 매력적이니 한 번 만나보시길.

5) <안녕 내 사랑>, 레이몬드 챈들러 지음
하드보일드 소설로 대표적인 작가인 레이몬드 챈들러의 작품입니다. 간결한 문체와 냉소적 세계관이 특징인 소설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챈들러의 열렬한 팬이라고도 알려져있죠. 많은 하드보일드 작품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필립 말로가 가장 매력적인 것 같네요. 이왕이면 순서대로, <빅슬립> 부터 읽는 걸 권하고 싶지만 한 권만 읽어야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네요.

Q.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이 있다면?

A.
1) <본 컬렉터 1, 2>, 제프리 디버 지음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 첫 권입니다. 사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코핀 댄서>이지만 이 책을 즐기기 위해서는 본 콜렉터부터 읽으며 시리즈에 대한 감을 익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미 안젤리나 졸리와 덴젤 워싱턴 주연의 영화로도 나온 바 있는 작품입니다.



2) <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무더운 여름 서늘함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검은집을 추천합니다. 최근 영화로 개봉해 인기를 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공포가 더 기억에 남네요. 단순히 잔인한 장면을 통해서 공포감을 불러오는 것이 아닌 책을 읽으면서 오감이 자극되는 느낌을 얻을 수 있는 책이예요.



3) <핑거포스트, 1663>, 이언 피어스 지음
역사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일독을 권하는 책입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4명의 사람이 각기 다른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데 과연 진실은 어디에 숨어 있는지 궁금증을 더합니다. 상권까지는 다소 지루할 수 있으나 하권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속도가 붙는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4)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 조앤 플루크 지음
추리소설이라면 피가 난무하고 잔인한 장면이 나와서 싫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그런 분들을 위한 추리소설입니다. 일명 코지 미스터리물인 이 작품에는 잔인한 장면도, 피의 흔적도 없이 달콤한 쿠키를 굽는 평범한 여자가 탐정으로 등장합니다. 추리소설은 잔인하다는 막연한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추천하고 싶네요.


5)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다소 시같은 느낌을 주는 제목을 가진 이야기로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멍-함을 줬던 책입니다.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을지도 모르니 그냥 아무런 배경없이 보는 게 더 이야기의 재미를 배가시킬 것 같네요.




Q. 내 인생의 '첫' 추리소설은?

A. 제 인생의 첫 추리소설이라면 역시 셜록 홈즈 시리즈를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초등학교 때 셜록 홈즈에 대한 책을 접하면서 뒤이어 다른 추리소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구요. (사실 어릴 때는 추리소설이라는 개념보다는 이런 장르를 모험소설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은) 셜록 홈즈의 영향으로 현재 서재의 이름도 셜록 홈즈의 집 주소인 Baker Street 221B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셜록 홈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답니다.

Q. 재출간을 바라거나,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추리소설/작가가 있다면?

A. 얼마 전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 달리아>라는 책을 봤는데 꽤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있게 읽었어요. 알고보니 영화 <LA 컨피덴셜>의 원작 소설의 작가이기도 하더군요. 이전에 <LA 컨피덴셜>이 출간된 적이 있지만 현재는 절판된 걸로 알고 있는데 다시 출간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왕이면 LA 4부작 모두가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예요. (<블랙 달리아>도 LA 4부작 중 한 권이라고 하네요) 또, 로마의 탐정인 팔코를 주인공으로 한 팔코 시리즈도 계속 나왔으면 좋겠어요. 여기에 일본 추리소설인 관 시리즈도 계속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재는 <십각관의 살인>, <시계관의 살인>이 출간되어 있어요)

# 자기 소개

어린 시절엔 imagination이라는 별명이 싫었지만 이제는 나의 취향과 별명이 맞는다는 것에 만족하는 중.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친 소설을 좋아하며, 그 가운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추리소설을 가장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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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with 포와로 님

Q.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추리소설 읽는 즐거움은?

A. 제가 추리소설을 읽게 된 이유를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인가 케이블채널인 H채널에서 해준 제레미 브렛 주연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보고 나서, '정말 재미있다'라고 생각한 다음에 서점으로 달려가 총 아홉 권으로 구성된 홈즈 전집을 하나둘씩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셜록 홈즈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주홍색 연구>를 보고 그에게 매료되어 홈즈가 나오는 장,단편 60여편을 한 달여 동안 정신없이 신나게 읽기 시작하고, 또 다른 추리소설들이 읽고 싶어서 계속 읽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주로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나 아르센 뤼팽 전집을 읽었고, 만화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에도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추리소설은 아무래도 마약중독과도 같아서 계속 읽게되고, 또 계속 읽다보면 주머니 속이 궁해지고 신간은 속출하는데 자금이 없어서 진땀을 흘리고 안타까워 하는 경우가 개인적으로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추리소설 신간 구입을 보류(?) 중입니다. 한마디로 추리소설은 <마약>이랍니다. 
 
지적 쾌감과 순발력, 판단력의 증가도 추리소설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의 이유입니다. 추리소설은 여타의 소설들과는 다르게, 한 장 한 장, 심지어 단어나 제목 하나에까지 힌트나 복선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심지어는 문장과 단어로써 독자를 속이는 '서술트릭'이라는 장치도 있고요, 인간의 여타 상식을 초월하는 트릭이나 복선 등을 계속 읽어나가면 머릿속이 차가워지거나 공허해지는 느낌입니다. 그야말로 놀랍습니다. 그러니까 한 번 추리소설에 빠지면 우리나라에서 방영해주는 여타 멜로나 불륜, 사극 같은 것들을 어느정도 시시하고 따분해집니다. 그리고 소설 속의 탐정들을 따라하는 재미도 있고요. (거의 틀립니다만.) 또 추리소설들을 읽어나가면 따분한 일상을 벗어나 신비롭고 매력적인 세계로 들어간 것만 같습니다. 에쿠니 가오리가 '추리소설이 없으면 아내로서의 삶을 살아갈수 없다'라고 말한 것처럼, 추리소설에 한 번 매혹된다면 추리소설 없는 삶이란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Q. '내 인생의 추리소설' 5권을 꼽는다면.

A. 
1)  <셜록 홈즈 전집>,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제가 추리소설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된 시리즈입니다. 홈즈 탄생 100년이 지났지만 어느 누구도 홈즈의 명성이나 그의 추리소설사적인 위치를 뛰어넘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모든 추리소설의 근간과 골격이 그에게서 나왔고, 홈즈가 없는 추리소설의 세계란 속 빈 만두와 같다고 봅니다. 추리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독자가 되시려 마음먹으셨다면 홈즈부터 치고들어가는 것이 상책입니다. ^^ 
 
2) <혼징 살인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제가 가장 좋아하는 탐정이자 <소년탐정 김전일>의 친애하는 할아버지이기도 한 '긴다이치 코스케'의 데뷔작입니다. 작가인 요코미조 세이시는 제가 참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왜 이 작가와 작품 세계를 몰라줄까 하고 참 원망많이 했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일본에서 6000만여권이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포에게서 느낄 수 있는 섬뜩한 공포와 당대의 끈적끈적한 인습과 인간심리과 적절히 어우리지는 명작입니다. 
 
3)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 & <커튼>,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제 닉네임기도 한 애거서 크리스티 최고의 탐정, 포와로가 나오는 최초의 사건과 마지막 사건이 실린 책들입니다. 긴다이치와 더불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탐정이 바로 포와로이고, 최후의 작품 <커튼>에서 그가 죽었을 때 뉴욕 타임스에는 그를 기리는 부고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최고의 탐정 포와로의 탐정인생 60년을 시작하는 최초의 작품과, 최후의 작품인 이 두 작품도 빼놓을 수 없는 소설들이라고 생각합니다. 
 
4) <백모 살인사건>, 리처드 헐 지음
도서추리소설(도서 : 도치서술의 약자로서, 범인이 먼저 공개되어 그 범행과정이 먼저 공개되는 형태 : 대표적인 예로 콜롬보가 있습니다.)의 3대 명작으로서, 정말 코믹한 추리소설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웃음을 멈출 수 없는, 최고의 명작입니다. 섬뜩한 복선 역시 마지막에 깔려있고요. 한 마디로 대박인 작품입니다. 
 

5) <명탐정 코난 1~57>, 아오야마 쇼고 지음
추리소설이 아닌 추리만화입니다만, 여타 추리소설 못지 않은 트릭의 긴장감과 탄탄한 구성 및 인간관계과 수많은 복선과 음모 등은 이 만화를 여타의 추리소설 못지 않은 '추리만화의 금자탑'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추리소설에 단 한 권도 손을 대시지 않은 분이라도 만화방이나 티비 만화채널에서 익히 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대단한 만화이자, 양과 질에서도 최고수준의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애거서 크리스티 할머니도 하늘에서 이 만화를 보시며 즐거워하실지도 모릅니다. ^^

Q.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이 있다면?

A.
1) <외딴 섬 악마>, 에도가와 란포 지음
정말 무시무시한 공포 추리소설. 배경과 트릭, 하나둘씩 사라지는 등장인물과 괴기스런 인물들은 열대야를 잊게 해줄만 합니다. 마침 이 작품에 해변가에서 벌어지는 살인장면도 있으니 바닷가같은 곳에서 이 책을 읽으셔도 시원한 재미(?)가..?? 
 



2)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한 여름에 겨울에 벌어진 사건을 추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최고 걸작 중의 한 작품으로, 놀라운 범인 설정과 고립된 열차라는 기묘한 무대와 과거의 복수와 음모가 참으로 잘 어우러진 걸작 중의 걸작입니다. 이스탄불에서 출발해서 몇날 며칠을 목적지로 향하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도 느껴 보시고요. 
 

3) <나일강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여름이라 그런지, 무대가 특히 시원시원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작품을 또 한번 추천해봅니다. 밀실트릭의 대가인 존 딕슨 카도 추천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고, 피터 유스티노프(크리스마스때 방영해주는 영화 '쿼바디스'의 네로황제를 생각해 보세요.) 주연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크리스티의 수작입니다. 무대가 시원해서 좋고, 여행물이라고 더 좋아요. 
 

4) <13계단>,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국내에 번역된 최고의 일본 추리소설 중 하나입니다. 더운 여름에 쏜살같이 읽을 수 있고, 법이라는 권력이 가진 정체성에 대해 어느정도 성찰의 기회를 가져다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좀 별로였던 것 같습니다. 결말의 반전도 대박.



5) <팔묘촌>,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일본식 공포의 원점이라고 불리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막상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단역(?)에 가까운 역할이라서 좀 아쉽지만, 더운 여름에 정신없이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걸작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공포소설 독자와 추리소설 독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긴다이치 시리즈 최고의 인기작.



Q.내 인생의 '첫' 추리소설은?

A. 셜록 홈즈보다 더 빨리 읽게 된 추리소설은 바로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입니다. 추리소설이나 작가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소설을 오페라로 만들어 상영하여 벌어들인 돈이 1조원(?)이 넘는다는 소리에 놀라 읽게 되었지요. 1조원(?)의 무게만큼이나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인생의 첫 추리소설로서 대단히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르센 뤼팽 전집의 번역자이신 성귀수님이 번역하신 것도 기억에 남네요.

Q. 재출간을 바라거나,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추리소설/작가가 있다면?

A. 추리소설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 짧아 어떤 것이 절판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2년가량 출판되지 않는 '동서미스터리북스'와 시공사에서 옛날에 번역되었었던 엘러리 퀸의 작품들이나 렉스 스타우트의 <챔피언 시저의 죽음>, 그리고 헌책방에서 운 좋게 구입한 <완전범죄연구>라는 작품도 꼭 재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추리소설작가는 요코미조 세이시입니다. 이 작가는 일본 최고의 본격 추리소설작가입니다만, 국내에는 혼징살인사건, 팔묘촌, 옥문도 등 밖에는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는 6000만권이 넘게 팔리고, 주인공인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를 주연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도 부지기수이고 작년에도 또 영화가 개봉(30여년전 요코미조 열풍을 불러일으킨 이누가미가의 일족이라는 작품.)되었는데, 국내에서는 알아주는 분들도 없고 전집이 번역될 가능성도 제로에 가까우니 그저 안구에 습기만 찰 뿐입니다. 그나마 올해는 <악마의 공놀이 노래>라는 작품이 출간예정이니, 그것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 자기 소개

서울 모 대학에 재학중인 평범한 남자 대학생. 추리소설외에도 역사나 문학, 범죄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존경하는 인물은 삼국지의 <제갈량>, 그리고 추리소설작가분들. 좋아하는 배우는 <콜롬보>의 피터 포크 옹과 역시 일본의 콜롬보라 할 수 있는 <후루하타 닌자부로>의 타무라 마사카즈. 각종 드라마에도 관심이 너무 많고, 취미는 독서 & 잠 & 산책. 프로이트를 읽으려고 시도중이나 현재 보류중. 그리고 군대와 취업, 나라걱정에 몸둘바 모르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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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with 하이드 님

Q.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추리소설 읽는 즐거움은?

A. life is mystery, romance and fairy tale...
인생은 미스테리, 로맨스, 그리고 동화.. 추리소설에는 내가 살면서 취하고 싶은 잿빛 우수와 빅시니컬, 유머와 술이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탐정이 있습니다. 사건이 있고, 해결이 있습니다. 그 분명한 고리가 좋습니다.

Q. '내 인생의 추리소설' 5권을 꼽는다면.

A. 
1) <기나긴 이별>, 레이몬드 챈들러 지음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한 것은 남들처럼 코난 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였겠지만, 추리소설에 빠지게 된 것은 레이몬드 챈들러를 접하면서부터입니다. 하드보일드 탐정 말로우가 나오는 다섯편의 시리즈중 마지막인 <롱 굿바이>. 내게 있어 <롱 굿바이>는 기나긴 이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시리즈의 처음인 빅슬립으로 돌아가 인사하는 과정의 작품입니다. 다섯 작품중 가장 길고, 복합적인 이 책은 말로 시리즈의 거의 마지막이지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앞의 네편에서부터 알아온 말로가 더 가까이 느껴집니다.

2) <픽션들>에 나오는 단편들, 보르헤스 지음
번역과 표지의 악명에도 불구하고, 단편집 '픽션들'에 나오는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이라던가 ‘칼의 형상’ 그리고 ‘배신자와 영웅에 관한 논고’ 등은 추리소설 이전에 가장 아름다운 단편소설들입니다.  



3) <심야 플러스 원>, 개빈 라이얼 지음
덜 알려져있는 작가와 작품이고, 우리나라에 번역된 개빈 라이얼의 작품도 이 작품 달랑 하나이긴 하지만,스파이 소설을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전직 스파이와 하드보일드 킬러가 나오는 이 책은 나를 몽롱하게 합니다.



4)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일본 추리소설에 반하는 계기가 된 작가가 미야베 미유키입니다. 심정적으로는 하드보일드나 경찰소설에 빠져있지만, 더이상 거의 번역되지 않은 외면 받는 장르인 관계로, 최근에는 그 어떤 장르나 국가의 책보다 활발하게 번역되고 있는 일본추리소설을 주로 읽습니다. <화차>는 추리소설이고, 나온지 10년도 더 된 (사회파 소설은 시의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책이 나온 시대가 중요하다) 책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의 단면을 꽤뚫고 있는데, 그것은 소재로 쓰인 신용카드, 대출 문제때문은 아니고, 작가가 방황하고, 사라지는 '인간'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5) <환상의 여자>, 코넬 울리치 지음
코넬 울리치는 추리소설 작가가 되지 않았더라면, 시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미 '그림자의 시인'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지만서도. 그와 같은 스타일의 소설은 타고 나야지만 쓸 수 있습니다. 나는 그의 서스펜스와 멜랑코리의 콤보에 홀딱 빠져있습니다.

Q.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이 있다면?

A.
1)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지음
1600페이지의 대작. 추리소설에서 탐정과 범인, 사건이 주인공이라면, 미미여사의 모방범에서는 탐정, 범인, 피해자, 매스컴, 피해자 이웃, 가족, 가해자 가족, 등등 모든 생각할 수 있는 관련자들이 모두 주인공입니다.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지루할틈 없고, 수 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을 놓지 않으며,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인간에 대한 시선을 유지한다. 더위쯤은 잊을 것입니다.
 
2) <샤바케 1, 2>,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일본 에도시대 미스테리.  귀하게 자라온 몸이 아주 약한 도련님이 있습니다. 도련님 옆에는 도련님을 신처럼 받들고 챙기는 두 대요괴가 있구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아기자기한 이야기들. 




3)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가장 신간.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거의 상관없는 단편들 사이에서 단편들을 꿰뚫는 미스테리가 하나 생겨납니다. 일상의 미스테리들. 사소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작가와 작품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4) <우부메의 여름>,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이 책으로 추리소설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아주 두껍고 장광설도 많은 책. 아주 더운, 바람 한 점 없고,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흐르는 여름날이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이 책을 단숨에 읽어버린 것은.

 


5) <바람의 그림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책에서 무엇을 구하던 얻을 것이다'. 라는 것이 이 책을 선전하고 다니는 열광독자의 카피입니다.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권의 책에 얽힌 미스테리. 사람 이야기와 역사 이야기. 이 책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코끝이 찡합니다.




6) <점성술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지음
신간인 <마신유희>도 재미있지만, 작품의 완성도나 매력적인 등장인물, 특히 미타하리 탐정의 매력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7) <흑과 다의 환상>, 온다 리쿠 지음
온다 리쿠의 책을 저는 '미스테리의 탈을 쓴 순정만화'라고 부릅니다. 매력적이고 (순정) 만화적인 등장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국내에 많이 번역되어 소개된 작가인데, 그 중에서도 <흑과 다의 환상>을 권하는 것은 미지의 섬에 가서 트래킹을 하면서 수수께끼를 내는 것이 여름에 어울리기 때문.



8) <백야행>,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불멸의 로맨스를 한 편쯤 넣고 싶었어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책은 사서 읽게 되는' 작가 입니다. 90년대 나온책이라 당시의 첨단기술들이 아마도 지금의 독자들에게는 그것이 없었던 시절들도 있었단 말이야? 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지만, 그 잔인하고 애달픈 로맨스만은 정말 일품인 소설.



Q.내 인생의 '첫' 추리소설은?

A. 셜록 홈즈와 루팡!

Q. 재출간을 바라거나,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추리소설/작가가 있다면?

A. 린지 데이비스의 <로마 명탐정 팔코>, 그리고 모..모.....모스 경감 시리즈!!!

# 자기 소개

블루 로즈의 꽃말은 미스테리, 8년간 설렁설렁 일하다가 본격적으로 놀아보기 위해 회사를 박차고나와 백수가를 부르는 중. 직딩시절, 입버릇처럼 말하던, 퇴직하고 집에 쌓인 책 다 읽어버릴테다.실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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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wave 2007-07-13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팔코 시리즈는 황금가지에서 나왔습니다. 전체 시리즈 중 일부만 나오긴 했지만...
 

- Interview with decca 님

Q.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추리소설 읽는 즐거움은?

A. 재미있기 때문이죠. 추리소설은 인간의  두 가지 욕망(범죄와 지적 탐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장르와도 비교할 수 없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서, 다양한 취향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죠. 요즘같이 책이 활발하게 출판되는 시기라면 뭐 고르는 족족 신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내 인생의 추리소설' 5권을 꼽는다면.

A. 
1) <셜록 홈즈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지음
운 좋게도 시리즈 전작을(심지어 주석본까지) 국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는 너무나도 유명하고 엄청나게 재생산됐으며 한 세기 전의 작품들이라 ‘굳이 읽지 않아도’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르의 원형을 접하고 당대의 풍속을 읽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단순한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문학의 고전 반열에 오른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2)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비공식적이지만, 우리나라에 소개된 번역 추리소설 중 최초의 밀리언셀러일 겁니다. 고립된 섬에서 한 명, 한 명 노래에 맞춰 죽어 나가는 플롯은 추리소설 사상 최고의 발명품이 돼 수천 번 변주됐습니다. 네 명쯤 죽었던가? 섬 안의 투숙객들이 두려움에 떨며 밤에 각자 문을 잠그는 장면에 몹시 감동을 받았던... 어린 시절,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봤던(?) 잊지 못할 추리소설입니다.

3) <십각관 살인사건>,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 번 절판된 후 재출간됐습니다. 추리소설의 여러 쾌감 중 독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요소라면 역시 ‘경이감’을 들 수 있겠죠. 이 작품은 제게 경이감을 안겨 준 최초의 작품입니다. 세계가 혼란에 빠지고 읽던 페이지가 사라진 듯한 놀라움. 추리소설 마니아 출신이었던 작가는 독자를 멋지게 농락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을 테마로 삼은 멋진 변주곡으로, 신본격의 시작이며 고전으로 남아 있습니다. 

4) <우부메의 여름>,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역사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라이트 노벨의 시조 격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으로 인해 추리소설(적어도 일본 추리소설)은 고리타분한 인습을 벗어 던지고 각 편마다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부메의 여름>은 토론하기 좋은 작품입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분명하게 갈릴 요소를 가지고 있지요. 화려한 스타일에 현혹되고 머릿속에 공동을 만드는 한 방을 지닌 작품입니다.

5) <열흘간의 불가사의>, 엘러리 퀸 지음
절판된 시그마북스 리스트에 포함돼 있어 구하기 다소 어려운 작품입니다. 다 읽고 “엘러리 퀸!”을 연호했던 즐거운 추억이 있는 작품입니다. 엘러리 퀸 3기에 해당하는 라이츠빌 시리즈 중 최고 아니 엘러리 퀸 전작 중에서도 최고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거장의 힘을 보여 준 작품으로 모든 요소가 질서 있게 배열되는 마지막 부분은 추리소설의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또 잘난 척 탐정 엘러리 퀸이 허물어지는 특별한 작품이기도 하지요.

Q.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 5권은?

A.
1) <아웃>, 기리노 나쓰오 지음
심연을 들여다보는 어두운 여류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1998년 작품입니다. 동양인 최초로 MWA 후보(2004년)에 오르기도 했던 작품이죠. 네 명의 주부가 시체 처리를 하게 된다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책장을 넘길수록 잘 이해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독특한 구성, 흡인력 있는 글 솜씨, 살아 움직이는 듯한 캐릭터 그리고 사회를 관조하는 힘까지. 매력적인 범죄소설의 모든 면을 지니고 있는 작품입니다.

2) <레이븐 블랙>, 앤 클리브스 지음
2006년 CWA 던컨 로리 대거 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영국 서북단의 작은 섬, 이웃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한정된 용의자 그리고 숨겨진 관계가 드러나면서 떠오르는 범죄. 겨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의 선명한 이미지는 잠시 여름의 더위를 잊게 할지도 모릅니다. 세계 제1차 대전을 전후한 영국 황금기의 전통이 어떤 식으로 현대에 변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작품입니다.

3) <살육에 이르는 병>,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신본격 추리소설의 1세대 작가 아비코 다케마루의 대표작입니다. 강렬한 장면 묘사와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이 너무나도 충격적입니다. 범인, 추적자 그리고 범행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 여인. 세 사람의 시선이 교차해서 서술되고 마지막에 이르면 독자는 서둘러 첫 장을 다시 읽어야만 하지요. 여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무조건 선택하시길. 단, 19세 미만 구독불가입니다.

4) <필립 말로 시리즈>, 레이몬드 챈들러, 북하우스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역사적 전개에 호기심이 생기고, 하드보일드라는 서브 장르를 만나게 됩니다. 뭐 잡다한 설명은 그만두고 하드보일드는 하나의 스타일입니다. 그것도 폼 나는 멋진 스타일이지요. 레이몬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 6권은 이 스타일의 완성을 보여 줍니다. ‘고전 필독’이라는 흔한 말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시리즈입니다. 필립 말로를 만나면 추리소설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5)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현대문학
3권 분량의 <모방범>은 사실 원고지 6000매, 문고본 5권 정도의 분량입니다. 서점에 가서 살펴보면 어마어마한 분량이라 기가 질리시겠지만 막상 손에 쥐면 술술 읽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 최고의 대중작가라고 할 수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역작으로, 그녀 특유의 범죄,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독자를 쥐락펴락하는 글을 맛보면 과연 미야베 미유키, 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Q.내 인생의 '첫' 추리소설은?

A. 운 좋게도 시조격인 작품이 첫 추리소설이었습니다. 아동판이기는 했지만 에밀 가보리오의 <르콕 탐정>이었죠. 후에 국일미디어에서 출간됐습니다. 


Q. 재출간을 바라거나,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추리소설/작가가 있다면?

A. 도로시 세이어스, 마저리 루이스 엘링엄, 나이오 마시로 이어지는 황금기 고전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싶습니다. 또 엘러리 퀸과 존 딕슨 카 등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됐으면 좋겠습니다.

# 자기 소개

중학교 시절부터 추리소설을 읽어 온 이래, 사람이 죽지 않는 책은 잘 읽지 못하는 황폐한 인간으로, 1999년부터 나우누리 추리문학동호회 시삽을 5년간 역임했다. 이후 지나친 독재로 시삽에서 축출된 후 howmystery.com이라는 사이트를 운영중이다. 독자로서 기획한 도서로는 <셜록 홈스 걸작선> <브라운 신부 시리즈> <레이몬드 챈들러 전집> 등이 있으며 다양한 매체에 추리소설 관련 글을 기고했다. 현재는 시공사에서 장르 쪽 소설을 담당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추리소설 시장에 번역된 ‘고전’을 채워넣으려고 고심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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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with jedai2000 님

Q.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추리소설 읽는 즐거움은?

A.
강군: 야, 내가 어저께 기묘한 일을 겪었어.
공군: 뭔데?
강군: 점심 때 일어나보니까 엄마도 없고, 집에 아무도 없다라구. 배고파서 컵라면이라도 사다 먹으려고 나갔는데, 1층 현관 앞에 웬 아줌마가 서 있더라구. 그 아줌마가 막 허공에 대고 삿대질을 하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주절거리는 거야, 거기 아무도 없었는데 말야.
공군: 그래서?
강군: 그런가 보다 했는데 엄마가 저녁에도 안 들어와. 라면은 질려서 저녁에는 빵을 먹자 싶어 또 나갔지. 그런데 다섯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아줌마가 계속 서서 점심 때랑 똑같이 그러고 있는 거야. 너무 궁금하잖아. 그래서 물어봤지, 왜 그러시느냐구?
공군: 뭔데? 왜 그러는 거였는데? 빨리 말해봐!

미스터리 소설을 보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호기심의 노예인 법, 궁금한 것은 참고 지나칠 수 없습니다. 쉬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의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고, 지성과 논리, 추리력을 이용해 마침내 해답을 찾는 미스터리 소설의 원초적인 즐거움이야말로, 궁금한 것은 반드시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의 본질적인 마음을 건드리는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제가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이유는, 궁금증이 풀리는 짜릿한 쾌감이 좋아서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내 인생의 추리소설' 5권을 꼽는다면?

A. 질문이 너무 광범위하네요. 같은 질문으로 50편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나 윌리엄 아이리시같이 누구나 읽어봤을 고전은 빼고 비교적 최신작으로 그냥 머리에 떠오르는 작품들만 몇 개 언급합니다.

1) <가라 아이야 가라>, 데니스 루헤인 지음
보스턴의 사립탐정 콤비이자 애인 사이인 켄지와 제나로는 한 여자아이의 유괴 사건에 말려듭니다. 얼기설기 얽히고설킨 미로를 통과하고 마침내 진실에 닿게 된 켄지와 제나로는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어느 것이 아이에게 더 행복한 일일까를. 미스터리 소설이 유치하고 남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작가 데니스 루헤인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인 유괴에 대한 본능적인 적개심을 바탕으로 마음을 송두리째 부숴버릴 가슴 아픈 도덕극을 만들어냈습니다. 책장을 다 덮어도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정도의 정서적 충격에 사로잡히게 되는 작품입니다.

2)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부상을 당해 휴직하고 있던 혼마 형사에게 처조카가 찾아옵니다. 결혼식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사라진 약혼녀를 찾아달라는 처조카의 부탁을 받고 조사에 착수하지만 그녀에게는 어떠한 신분증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사건에 깊이 파고들수록 드러나는 그녀의 애절한 비밀... 단언컨대 이 작품은 90년대 일본 소설의 최고봉 중 한 편입니다. 단서를 모아 실종된 여자를 찾는 미스터리적 재미는 물론이고, 신용카드 사업과 카드 빛에 매몰된 사람들을 통해 현대의 자본주의가 낳은 비극을 날카로운 눈으로 뒤쫓는 사회파적인 시선도 간직한 걸작입니다.

3)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지음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가진 한 명예로운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바로 그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탐정의 이름은 음마 라모츠웨. 남편의 폭력에 눈물짓기도 하고, 단 5일간 엄마가 될 수 있어서 행복했던 라모츠웨는 아픈 과거를 묻고 늘 새로운 태양이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프리카의 대지를 밟으며 씩씩하게 살아갑니다. 의뢰인들이 가져오는 소소한 사건을 차근차근 해결하는 재미와 더불어 눈부신 아프리카의 풍경들, 시원한 바람과 한 잔의 차가 가져오는 여유, 항상 곁에 있어주는 좋은 친구들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예감, 이 모든 것이 행복한 독서를 보장합니다.

4) <독약 한 방울>, 샬롯 암스트롱 지음
연구 외에는 세상일에 도무지 관심이 없어 장가도 안 갔던 교수가 스무 살 넘게 차이지는 여자에게 애정과 연민을 느껴 결혼합니다. 하지만 심한 나이차와 자신의 매력에 자신이 없는 교수는 내가 아내에게 못할 짓을 한 거 아닌가라는 번민을 하게 되고, 결국 자살을 결심합니다. 교수는 올리브유 병에 담아둔 독약을 들고 버스에 탔다가 그것을 잃어버리고 이제 대모험이 시작됩니다. 다른 사람이 우연히 주워서 먹어버리면 큰일이지 않은가. 교수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는 선뜻 ‘독약 회수행’에 참여하게 되고, 애먼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수는 사람 사이의 선의와 온기를 깨닫고 자신의 절망을 걷어치우게 됩니다. 너무도 흐뭇하고 따뜻한 작품!

5) <내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기리노 나쓰오 지음
남편의 친구 이시야마와 불륜에 빠진 카스미. 두 사람은 각자의 가족과 함께 이시야마의 별장으로 가족여행을 떠납니다. 그곳에서도 애욕을 참지 못해, 각각의 배우자와 자식들의 눈을 피해 관계를 갖는 두 사람. 카스미는 생각합니다. 이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가족을 모두 잃어도 좋아, 아이를 잃어도 좋아. 하늘의 단죄였을까, 다음날 아침 카스미의 딸 유카는 정말 사라져버립니다. 카스미는 미친 사람처럼 후회하고 절망하고 슬퍼합니다. 아이를 찾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태세인 그녀는 전직 형사 우츠미와 함께 조사를 벌이지만 아이의 흔적은 쉽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카스미가 바라보던 바닷가 풍경처럼 쓸쓸함과 황량함이 내내 작품을 지배하는 문학성 짙은 미스터리 소설.
 
Q.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 5권은?

A.
1) <도시 탐험가들>. 데이비드 모렐 지음
빈 건물을 탐험하며 예전에 거기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재구성하며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시 탐험가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는 역사학 교수 로버트와 그의 제자들. 기자 프랭크 발렌저는 잡지에 쓸 기사 취재를 위해 그들의 모험에 동참하는데, 이번 목적지는 오래 전에 문을 닫은 패러곤 호텔입니다. 어렵게 호텔에 잠입하자 수십 년간 폐쇄된 장소에서 근친교배를 해 돌연변이를 일으킨 쥐와 고양이가 그들을 반깁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존재는 아직 만나지 못했으니, 각종 특수무기와 영리한 두뇌를 가지고 호텔에 숨어 사는 사이코. 액션과 서스펜스, 공포가 잘 버무려진 일급의 스릴러로 무더운 여름밤에 보면 딱 좋을 듯.

2) <시티즌 빈스>, 제스 월터 지음 
마피아와 손잡고 카드 사기를 벌이던 마티 하겐은 일이 꼬이고 꼬여 결국 마피아를 배신하는 증언을 하게 됩니다. 그는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의해 빈스 캠든이라는 새 이름을 받고 시골 마을에 숨어 살아야 합니다. 이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 날 마피아의 암살자 레이가 마을에 나타나고 빈스는 살기 위해 주특기인 잔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립니다. 한편 당시는 레이건과 카터가 붙은 선거전이 한창이고 빈스는 쫓기는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선거에 참여하고 싶어합니다. 전과자 마티는 선거권이 없지만 새로 태어난 빈스는 선거권이 있으므로. 이 선거를 계기로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하는 빈스의 분투가 눈물겹습니다. 곧 대선이 다가오는데 선거를 이렇게 크고 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대권후보들은 항상 명심하고 올바른 정치하시길.

3) <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평범한 보험회사 직원 신지는 보험금을 타내려고 아들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부부를 조사하게 됩니다. 부부가 사는 검은 집을 방문한 순간, 신지는 심장이 얼어붙는 공포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제4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받을만큼 압도적인 공포와 음산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작품으로 다른 사람들 같은 감정이 존재하지 않아 끔찍한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라는 정신병리현상을 거의 최초로 소개한 선구자적인 작품입니다. 최근 영화화되어 많은 화제를 부르고 있는데 영화와 소설을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할 듯.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고 혼자 엘리베이터도 못 탔을 정도니 여름에 보면 무더위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4) <살육에 이르는 병>,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여성만 골라 잔인하게 난자하는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사건의 관련자 3명의 시점을 오가며 충격적인 결말로 매조지하는 이 작품은 최강의 반전과 엽기적인 살인 행각의 가감없는 묘사가 시선을 잡아끕니다. 하지만 단순히 눈길을 끌기 위해 처절한 살육 장면을 그렇게 길고 자세하게 그렸다고 보기는 힘들어요. 사실 이 작품은 현대 일본 사회와 가정이 한 사람의 정상적이고 온전한 성인 남성을 길러내기 힘든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는 주제의식을 그것과 호응하는 훌륭한 반전을 통해 공감가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미스터리 소설을 보았지만 주제를 이렇게 잘 살려주는 트릭, 트릭을 이렇게 훌륭하게 뒷받침해주는 주제를 가진 작품은 흔치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결코 딱딱한 작품은 아니며 반전의 '깜짝쇼'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만한 작품입니다.

5) <종신검시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종신검시관' 구라이시는 L현경 수사과에서 매우 특이한 존재입니다. 경찰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보직 변경을 피할 수 없지만 그만은 예외인데, 경찰 생활의 시작부터 끝까지 검시관으로만 활약해 명예로운 종신검시관으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워낙 검시 능력이 뛰어나서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그동안 맡은 사건을 퍼펙트하게 처리해낸 게 종신검시관이 된 가장 큰 이유지만, 거칠고 퉁명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세심하고 은근하게 부하 직원들을 돌봐주는 특유의 인간적인 면모가 선후배 경관들의 존경을 사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구라이시의 날카로운 추리력과 카리스마, 은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8편의 단편이 수록된 뛰어난 미스터리 단편집으로, 여름이 아니라 사계절 언제 읽어도 좋습니다.

Q.내 인생의 '첫' 추리소설은?

A.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초등학교 때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로 시작했습니다. 거기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까지 나아갔지만 중학교 이후 입시난에 미스터리 소설을 거의 읽지 못했죠. 대학교를 졸업하고 백수 생활을 하면서 뭐 재미난 거 없나, 고르다 다시 잡은 게 존 딕슨 카의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제게는 미스터리 소설의 진정한 즐거움을 다시 찾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랍니다. 

Q. 재출간을 바라거나,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추리소설/작가가 있다면?

A. 역시 너무 많습니다. 일본 쪽에서 하세 세이슈의 <불야성> <진혼가> <장한가>, 다카무라 가오루의 <레이디 조커>, 가사이 기요시, 심포 유이치, 노리츠키 린타로,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이 보고 싶고, 미국 쪽에선 제임스 엘로이의 ‘LA 4부작’,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 영국에선 도로시 세이어즈, 조세핀 테이, 마저리 앨링햄, 에드먼드 크리스핀 등이 보고 싶습니다.

# 자기 소개

출판사 편집자. 어려서부터 책 없으면 죽고 못 살다 뜻하지 않은 백수생활로 시간이 엄청 많아져 우연히 읽게 된 미스터리 소설에 인생이 바뀌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느낀 감상을 공유하고 싶어 독후감을 많이 썼는데, 그걸 좋게 봐준 분에 의해 출판사 편집자로 스카우트되었다. 좋아하는 책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됐지만, 일을 잘 못하는 바람에 자주 깨져 역시 독자가 가장 행복한 법이야, 를 하루에도 몇 번씩 외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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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7-07-1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시탐험가랑 살육은 물만두님이랑 두분이 짜신겁니까? =3=3=3

물만두 2007-07-10 21:38   좋아요 0 | URL
안짰다니까요. 다만 통하였을뿐입니다=3=3=3

jedai2000 2007-07-10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 짠 건 아닌데, 역시 재미있는 작품은 누가 봐도 비슷한 건가 봅니다 ㅋㅋ

걷는구름 2007-07-10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둘 다 여름휴가철에 읽기 딱인책들이죠. 제다이님 반갑습니다~

jedai2000 2007-07-10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걷는구름님..여기서도 뵙게 되네요 ^^ 올 여름 휴가철에 걷는구름님은 어떤 책을 보실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