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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의 여왕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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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놀랍고 멋진 신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하는 스페인의 작가 아르투로 페레즈-레베르테.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을 필두로 <뒤마 클럽>, <항해지도> 그리고 근간(?)에 내놓은 <남부의 여왕>까지..

<남부의 여왕>은 멕시코의 시날로아라는 작은 도시의 촌뜨기였던 테레사 멘도사라는 여인이 스페인 남부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마약계의 신화적인 존재로 부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는 단지 수학적인 머리가 비상했던 전직 암달러상이었을 뿐이다.

다만 남미와 북미를 오가는 마약 수송기를 몰았던 남자 구에로 다빌라의 애인었다는 것이 그녀를 극적인 인생으로 뛰어들게 한 것이었을 뿐.

하루아침에 테레사를 단단히 감싸고 있던 구에로의 보호막은 그가 배신했다는 이유로 조직에서 암살당하면서 무너지게 된다. 소설은 구에로가 죽임당했다는 전화를 받는 그녀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이때부터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향해 달려가는 그녀에게 영화와도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멕시코를 떠나 스페인 남부의 해안으로 도피를 감행하면서 이름없는 여인으로 살아가려던 그녀에게 예기치않은 만남과 기회가 찾아오면서 그녀는 서서히 마약계의 전설적인 존재가 되어간다.

한 여자의 내면을 읽어내는 탁월한 심리묘사,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언제나 그렇듯이 놀라운 지식의 보고를 풀어놓는 레베르테의 방대한 서술은 이 책을 쥐고 있는 내내 다음 장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가지.

사람이 무슨 일을 하면서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라는 진지한 문제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왜 그런진 나도 모르겠다.

마약계의 전설이 되어버린 여인의 이야기. 영화같은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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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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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원한 윌리엄 다아시, 미스터 콜린 퍼스(Colin Firth)가 화가 베르미어로 출연한다는 영화때문에

알게 된 책이다.

'트레이시 슈발리에'라는 다소 낯선 이름의 작가는 많은 이들에게 역시 익숙치 않은 화가,

17세기 네덜란드 델프트 지방의 화가인 요하네스 베르미어(혹은 베르메르)를

살아숨쉬는 생생한 인물로 되살려냈고 그의 작품 <진주 귀고리 소녀>를 모티브로 삼아

 한편의 괜찮은 소설을 완성해냈다.

화가와 그림, 그리고 모델에 얽힌 에피소드들에 살을 붙여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크게 빛을 발하는 소설.

<우유 따르는 여인>, <피아노가 있는 실내> , <네덜란드풍의 실내> 등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베르미어는 워낙에 제작한 작품의 수도 많지 않고 젊은 나이에 요절했으며,

 생애 또한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진 미스테리한 화가였다.

 아직도 많은 미술사가들은 그의 작품과 생애에 대한 여러가지 논쟁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다.

그의 작품 가운데 <진주귀고리 소녀>는 그저 커다란 두건, 영롱한 진주 귀고리, 그리고 검은 배경 속에 처연한 표정으로 관람자들을 응시하는 한 소녀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이다.

슈발리에는 아마도 이 그림을 보면서 이 소녀는 누구일까? 왜 베르미어의 작품에 등장하게 되었던 것일까?

화가 베르미어와 이 소녀는 어떤 관계였을까? 단순한 화가와 모델의 관계를 뛰어넘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박완서의 <나목>에서처럼 화가의 주변 이야기들, 작품을 둘러싼 구구한 전설과 담화들, 혹은 미궁처럼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그림의 제작배경과 모델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분명 매혹적인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는 것 같다.

투명한 유리 그릇같고 청명한 가을하늘같은 델프트의 풍경과 잔잔하고 아름다운 실내를 그려낸 베르미어의 그림들이 책 사이사이에 등장하여 책을 읽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베르미어와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의 섬세하고 깊고 깊은 교감에 함께 동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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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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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시작으로, <호출>,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랑은 왜>에 이르기까지 김영하의 소설들은 그가 실로 우리 시대의 걸출한 입담꾼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김영하가 <검은 꽃>이라는 알듯 모를듯한 제목으로 새 작품을 냈다기에 얼른 읽어보았다.

김영하의 이 신작은 놀랍게도 지난세기 초를 배경으로 한, 멕시코의 에네켄, 즉 '애니깽' 농장의 한인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검은 꽃>를 읽으면서 내내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은 습하고 끈적거리는 정글의 어둠이었다. 조선을 떠나 멕시코로 향하는 선실 속의 아귀다툼과 멕시코의 에네켄 농장에서 벌어지는 등장인물들의 처참한 상황들, 그리고 중남미의 정글을 헤매다 사라져간 김이정의 일대기까지 이 소설에는 어둠의 심장 속에서 포복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이 소설은 장돌뱅이와 군인, 사제, 도둑과 박수무당, 내시와 황족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멕시코 이민의 험난한 정착 과정을 묘사하면서 역사와 개인의 만남을 진지하게 모색한다. 어둠의 한 가운데 피어나는 꽃이 <검은 꽃>일까? 자신에게 주어졌던 지독한 여정을 마치고 영면한 이들에게 헌정하는 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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