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앤더 시티가 한반도, 아니 서울을 뜨겁게 달군 뒤

 '토요일 아침의 브런치'는 더이상 우리에게 낯선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캐리나 사만다, 샬럿처럼 우아하게 차려입고 고혹적인 자태로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곳들도

하나 둘 생겨났다,

청담동과 신사동을 중심으로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3시정도까지 비싼 가격에 세금까지 더해 브런치를 내놓는 식당들도 있고,

프랑스인 마을로 유명한 서래마을은 그보다는 합리적인 가격과 풍성한 메뉴들로 브런치족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물론 이태원에도 여러군데 있다.

미국식 브런치를 하는 수지스,. 프랑스식 브런치를 선보이는 르쌩떽스, 다채로운 홍합요리로 유명한 시갈 드 몽마르뜨에서도 브런치메뉴를 선보이다 사라졌다.

암튼, 서울은 지금 브런치가 대세다.

만도 위니아 딤채에서 운영하는 Bistro d 역시 브런치 식당을 찾다 발견한 곳이다.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3시까지 브런치 뷔페를 선보인다.

그런데 처음엔 가격대비 훌륭하다고 명성이 자자했다는데, 어느새 브런치에 대해 가격대비 성능이 떨어진다는 비난이 무수히 많아졌다. 안 먹어봐서 모르겠다. 그냥 호텔 브런치랑 비슷한가보다.

하지만 강남에서 그나마 괜찮은 가격으로 좋은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고자 한다면 이 곳, 나쁘지 않다(세금이 안붙는다).

맛도 깔끔하고 쾌적한 실내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기에 부담이 없다.

딤채에서 운영하는 곳이니만큼 구석구석 김치냉장고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다.

크게 분위기를 해치지는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고 할까? 암튼 분위기는 꽤 편안하다.

다만, 서버들이 조금 어설프다는 난점이 있다. 친절하긴 한데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건지

주문을 깜빡하거나 다소 세심하지 못하다.

압구정동 삼원가든 바로 옆에 있고,  주차는 전용주차장이 없는 걸로 봐서 그냥 걸어가서 먹는게 좋을 것 같다.




1층은 음식관련 도서들을 소장한 도서관을 겸한 카페다.


 


대형 모나리자 벽화로 장식한 실내




샤프란 리조또



조미쌀을 곁들인 농어구이


머쉬룸소스 안심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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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두는 여자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한달음에 읽어버린 <바둑 두는 여자>

1930년대를 배경으로 첸훵이라는 만주의 도시에서

16살 중국소녀와 24살 일본군 중위가

바둑을 통해 교감하고 사랑한다.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눈 앞에 그려지는 이 시각적인 소설을 쓴

산 샤라는 72년생 여류작가는 천재인 것 같다.

간결한 문체와 섬세한 감성, 예리한 통찰력을 갖춘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프로필은 독특하다.

중국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스무살 언저리에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불어로 소설을 쓴다.

하지만 그녀가 천재인 것은 단순히 바이링구얼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이미 국내에 소개된 작품도 여러편.

<천안문>과 <측천무후>를 읽어보고 싶다.

주말내내

차가운 바람이 부는 만주의 한 도시에서 돌바둑을 앞에 두고

두 남녀 사이에 오고갔을

설레는 사랑때문에 마음 속이 어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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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유키 - 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조두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 매체들에서 호평을 했길래,

무엇보다 조선땅에 고립된 일본장수의 이야기라는 기막힌 설정 때문에 이 소설을 집어들게 되었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한 힘있는 문장들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고,

악몽같은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가련한 사랑이야기가 가슴을 아릿하게 만든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출병한 하급왜장이 주인공.
잔인하고 끔찍한 묘사들에 기가 질리다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칼과 조총만 없을 뿐이지
그때랑 다를바 없는 전쟁같은 하루하루라는 걸 깨달았다.

사는 건 누구에게나 고단하고 녹록치 않다.
조선에 파병된 왜놈이 겪는 공포와 두려움, 그 속에 피어나는 사랑까지
사실 직장에서 또는 거리에서 또는 사람에게서
임진왜란이나 첨단의 21세기나 느끼는 것은 비슷할 거라 여겨진다.
결국 <도모유키>의 서슬퍼런 내러티브와 묘사들은 사는 것에 대한 은유.
다만 그것이 전쟁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상황이라는 것이 지금과 다를뿐이다.

3이라는 숫자를 안게되고서야
이제야
가파른 현실과 불투명한 앞날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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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차가운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삼청동으로 달려가 코에 바람을 넣고 오면 좋겠지...

따뜻하고 정겨운 커피를 마시며 말이야.

총리공관 맞은편에 새로 생긴 Beans Bins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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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드무비 > [퍼온글] 천경자와 어터몰렌

아침 출근길 전철에서 부대끼며 읽은 한국일보에 두 화가 얘기가 실렸다. 현재 미국에서 투병중이라는 화가 천경자씨의 '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라는 전시회 소개 기사와 미국의 알츠하이머 화가 어터몰렌에 관한 기사였다. 이런 기사를 큰 비중으로 싣고 있는 게 반갑고 '대견'했다. 덕분어 출근길 짜증을 좀 줄여볼 수 있었다.

 

 

 

 

투병중에도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는 두 화가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두 소개 기사를 부분적으로 옮겨온다.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해서.

-미국에서 투병 중인 화가 천경자(82)씨의 ‘내 생애 아름다운 82 페이지’ 전에 관객이 몰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와 두가헌 갤러리에서 8일 시작된 이 전시는 꽃과 여인의 화가로 알려진 그의 예술세계를 두루 보여주고 있다. 1998년 미국의 큰 딸 집으로 건너간 그는 2003년 봄 뇌일혈로 쓰러져 의식은 있지만 거동은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그의 생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전시를 보려는 사람들이 평일에도 줄을 잇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70~90년대 대표작 30여 점 뿐 아니라 초기 화풍을 보여주는 50~60년대 미공개작 4점, 평생 작업한 수채화와 드로잉 180점, 미완성작 42점을 망라하고 있다. 미완성작 중에는 거의 완성해 놓고도 서명하지 않은 작품이 많아 그의 완벽주의를 짐작케 한다. 화가가 즐겨 입던 옷과 쓰던 물건, 여행지의 엽서와 사진, 인형과 장신구 등 각종 수집품도 전시장 군데군데 놓여 그의 체취를 전한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드로잉이다. 세계를 여행하면서 스케치한 이국의 풍물, 예리한 필치로 단숨에 포착한 동물과 인체, 치밀한 관찰의 흔적이 역력한 꽃과 나무 등 펜이나 연필로 그린 이 그림들은 그가 얼마나 기초 작업과 자기 훈련에 철저했는가를 보여준다. 꽃잎 하나하나, 나비와 새의 날개마다 각 부분의 색깔까지 꼼꼼히 적어놓았다. 그를 인기작가로 만든 강렬하고 환상적인 채색화들과 나란히 걸린 이 소박한 밑그림 혹은 습작들은 지독한 연마의 흔적이란 점에서 감동적이다. 그의 드로잉이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선보인 적도 없다.

-사람들은 그를 ‘정한과 고독의 작가’라고 부른다. 곱고 화려해서 오히려 더 슬프고 쓸쓸한 그의 그림들은 매우 자전적이다. 언젠가 그는 “내 온몸 구석구석에 숙명적인 여인의 한이 서려 있는지 아무리 발버둥쳐도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는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 슬픈 전설의 내력에는 아끼던 여동생의 죽음, 유부남과의 사랑 등 개인사도 있지만, 스스로 예술의 황홀경을 찾아 고독의 끝까지 치달았던 모진 여정이 깔려 있다. 46세부터 74세까지 28년 간 열두 차례나 해외 스케치 여행을 떠나 지구를 한 바퀴 돌다시피 한 것도 예술가로서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


-“내 그림은 분명 어딘가 이상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바로 잡을 수가 없다. 내 작품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10년 전부터 알츠하이머에 시달려 온 미국 화가 윌리엄 어터몰렌(73)은 자화상만 그린다. 뇌를 갉아 먹는 병마가 화필을 가로막으려 하지만 그의 창작 욕구까지 꺾지는 못했다. 어터몰렌이 2000년까지 그려 온 자화상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그러진 얼굴 뿐이다. 그러나 화가가 병마와 싸우면서 느꼈을 분노와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예술적 가치를 지닌다.



-발병 초기 자화상은 공포와 고립감을 담고 있다. 이후 저항과 분노에서 부끄러움과 혼란, 고통으로 바뀌었고 마지막에는 혼란스러운 붓 자국만 남아 있는 완전한 자아 상실로 끝을 맺고 있다. 어터몰렌의 자화상은 알츠하이머의 진행과 그에 따른 창작능력 손상 과정을 자세히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학적으로도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필라델피아 의대 안얀 채터지 박사는 “단순한 좌뇌, 우뇌론이 아니라 사람이 그림을 그릴 때에는 뇌의 매우 다른 부분들을 이용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인간의 뇌가 손상돼 가는 과정이 그대로 표현돼 있는 그림을 보는 것은 그것 자체로 숨막히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면역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어떻게 사람이 창작 활동을 계속하는지를 그는 보여주고 있다”며 감탄했다.

-뉴욕과 유럽의 갤러리에서 호평 속에 판매됐던 어터몰렌의 자화상은 필라델피아 의과대학에서 다음달 30일까지 전시에 들어갔다. 주최측은 알츠하이머를 처음 발견한 독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와 어터몰렌의 삶을 기념할 목적으로 기획했다. 론다 소리첼리 박사는 “알츠하이머를 두려워 하는 상황에서 이런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환자와 가족, 의사, 대중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어터몰렌은 병을 앓기 전까지 30년 가까이 런던을 중심으로 신화와 일상 생활을 소재로 삼은 표현주의 작품을 그려 큰 명성을 얻었다(위의 그림 참조). 런던 북부 유대교 예배당과 병원 벽면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현재는 의사소통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채 런던의 요양소에서 부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래 그림들은 알츠하이머 병의 진행과정을 보여주는 일련의 자화상들. 각각 1994년("머리 위의 강력한 빛에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는 듯 탁자를 꽉 붙잡고 있다"), 1996년(알츠하이머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이며 "노랑과 주황색을 주로 사용했고 두 눈에는 공포감이 역력하다"), 1997년("공간감각을 잃고 있음을 알게 한다"), 2000년작(병세가 최악에 이른 해이며 "창작 능력이 완전히 사라졌다. 작은 캔버스 위에 머리 흔적과 붓자국만 남아 있다).


06. 0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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