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시작을 멋진 공연과 함께 했으니 이건 행운일거야, 이렇게 주문을 외워본다.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의 두 번째 레퍼토리 <차이코프스키>.
<돈 주앙과 몰리에르>가 경쾌하고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면,
<차이코프스키>는 절제된 미학과 묵직한 철학적 주제들을 던져주었다.
삶과 예술의 치열한 부대낌을 겪지 않은 예술가가 과연 존재할까?
드라마틱한 선율들과 겨울의 심장같은 강렬하면서도 고혹적인 2인무(차이코프스키와 그의 페르소나)에 흠뻑 빠져들었다.
마그리트의 그림같은 초현실적 분위기를 풍기는 무대에선 샴페인 색깔의 섹시한 새틴 수트와 드레스를 입은 선남선녀들의 우아한 군무가 눈을 한 가득 채웠고...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가 그대로 튀어나와 살아움직이는 것 같다.
그저 아름답다, 아름답다 라는 단어만 머릿 속을 맴돌았다.
두 시간의 황홀한 환상.
보리스 에이프만은 나를 현실과 환상 사이 그 어딘가로 데려다놓았다.
아름답고 아름다운 기시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