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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평점 :
"좋은 책이란? "이라는 애매하고 추상적이고 난해한 질문에 대해
서양미술사 분야의 가치있는 저작들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노성두 선생님은 이렇게 답했다.
"좋은 책은 바람이 잘 통하고 물기가 있는 책이다.
책은 쓰는 사람의 역할만큼이나 읽는 사람의 역할도 크다. 바람이 잘 통하고 물기가 있다는 말은
독자가 혼자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바람이 잘 통하고 물기가 있는 책...
최근에 읽었던 책들 중에 바람이 잘 통하고 물기가 있었던 책은
서경식의 <소년의 눈물>과 산샤의 <바둑두는 여자>다.
산샤의 책에선 간결하고 압축적인 문체 속에 숨겨진 함의들과
시공간을 넘나들며 전해오는 뜨거운 사랑의 호흡을 되새기면서 그랬던 것 같고,
서경식의 책을 읽으면서는
재일조선인 소년 서경식의 성장기 독서편력들 속에 촘촘히 교직된 한 사람의 치열한 내면을 만날 수 있어서였던 것 같다.
서경식의 글에서 부단히 시도되는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의 접점 찾기는
그가 재일조선인, 다수가 아닌 소수자, 태생적 디아스포라라는 부조리한 현실 인식에서 기인한다.
간단히 정리해버릴 수 없는 역사와 민족, 개인에 대한 의미심장한 성찰과 사유 또한.
<나의 서양미술 순례기>, <청춘의 사신> 그리고 최근작인 <디아스포라 기행>에 이르기까지 그의 글들을 읽다보면 슬픔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조용하지만 강한 열기를 내뿜는 듯하다.
그래서 그 열기로 인해, 바람과 물기를 떠올리며 천천히 나를 뒤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 생각을 가다듬고 그 열기들을 식히느라 리뷰를 오랜시간 뒤에야 쓸 수 있다는 것.
다만, 일본에서 발간된 책들을 주로 이야기해서 그의 독서편력을 따라가고 싶어하는 독자가 있다면
조금은 녹록치않은 여정이 될것이라는 점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