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먹다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어제 봐둔 제니스 카페테리아 2호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멤버는 나, 팀장님 디자이너.

제니스 2호점은 생긴지 얼마 안되어 점심 시간인데도 두어 테이블 정도만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밝게 인사하는 서버들, 주방의 경쾌한 소리와 빵굽는 냄새로 가득해 기분좋은 점심시간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이야기를 하면서 메뉴를 고르고,

언제나 그렇듯 카메라를 꺼내 테이블 세팅 사진이며, 초록색 산뜻한 내부의 모습이 좋아서 이런저런 실내 사진과 서로의 모습을 찍었다.

그런데, 음식이 나올 무렵,

우리가 앉은 자리의 맞은편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남자가 갑자기 자기네 방향으론 사진을 찍지 말아 달라고 소리친다.

우리는 죄송하다고, 알았노라고 이야기하고 곧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음식이 차례대로 나왔고 막 먹으려고 포크를 집어드는 순간,

그 남자가 우리 테이블로 오더니

다짜고짜 우리 카메라에 자기가 찍혀있는지 확인해봐야겠다고 카메라를 달란다.

그리고 자기모습이 찍혀있으면 삭제해야겠다고 한다.

우리는 그 거침없는 태도에 먼저 놀랐고 그 사람의 공포분위기 조성에 당황스러워졌다. 일단 그쪽 방향으로 사진을 찍은 것은 맞지만 그 남자나 동행의 모습이 찍힌 건 없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서로 이야기하는 자연스런 모습을 포착하려고 몇번씩 셔터를 눌렀는데, 그 남자에게는 카메라가 자기를 향했고 그래서 자기들의 모습이 우리 카메라에 담겨져서 너무 불쾌하고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었다.

디자이너의 카메라를 빼앗듯이 집어들더니 사진을 하나하나 확인한다.

결국 찾아낸 것이 그 사람들이 앉은 의자 등받이가 나온 사진이다.

이 아자씨, 당장 삭제하라고 으러렁댄다. 서버들이 달려와 중재를 하려고 했는데,  다른 손님들은 안중에도 없고 계속 삭제하라고만 외치면서 도무지 누구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식당에서 밥이나 먹지 왜 사진을 찍냐, 너희들 정말 상식도 없다, 라면서 마구 논리의 비약을 늘어놓는다.

우리도 그 사람의 무례한 태도와 터무니없는 말꼬리잡고 늘어지기에 화가나서 따졌다.

하지만 이 사람, 했던말만 계속 반복하고 너희 카메라에 내가 찍혀서 기분이 나쁜걸 너희도 똑같이 겪어봐라면서 우리를 자기 핸드폰으로 찍겠단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말이 통하지 않고 사이코처럼 말꼬리만 잡고 늘어진다.

본질은 벌써 저멀리 달아났고, 무슨 끝맡잇기 싸움처럼............젠장!

결국 우리는 나온 음식들을 포장해서 회사로 돌아왔다. 

물론 나오기 전에 그 사람이 보는 앞에서 문제의 의자 사진도 지웠다.

큰 소리로 옆 사람과 식당에서 싸워본 일도 없지만,

식당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이렇게 불쾌하게, 히스테릭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처음봤다.

일단 식당이 밥을 먹는 곳이지 사진찍는 곳이냐는 그 사람의 논리는 맞다.

자신의 일상을 디카로 찍는 일이 보편적으로 여겨지는 요즘,

새로운 식당에 가면 으레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 당연할만큼 많은 이들이 식당에서 사진을 찍는다.

식당이 운동장처럼 넓지 않은 이상 불가피하게 타인의 모습이 찍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사진을 찍지 말아달라고 조금만 정중히 말했더라도 이렇게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의 식사시간까지 방해하면서까지 사진을 찍을 정도로 상식이 없진 않으니까.

찍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 뒤엔 분명히 사과를 했고 카메라를 들지 않았는데 너무 황당한 논리를 들이대고, 듣달같이 달려와 화를내니 우리로서도 언짢아져서 식당 안에서 큰 소리들이 오갔다.

점심으로 시킨 음식들을 싸갖고와서 회사 마당에서 먹긴했는데,

팀장님은 결국 체하시고, 디자이너는 울어서 얼굴이 빨개졌다.

기분좋은 점심을 먹으러 가서 이게 무슨 봉변이람.

앞으론 식당에서 사진찍는 일은 극구 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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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4-28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지명수배자가 아닐까요? ㅋㅋㅋ

플로라 2006-04-29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그럴까요? ㅋㅋ 암튼 님 덕분에 좀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