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역사 4 - 육체의 고백』등장으로 미셸 푸코 컬렉션에 또 불이 붙었죠.

작년 여름에 요하나 옥살라 『HOW TO READ 푸코』(웅진지식하우스) 읽고 야심차게 출발해놓고 신간읽기 기차에 휩쓸려 벌써 1년이 지났더군요ㅜㅜ

 

 미셸 푸코 컬렉션

『문학의 고고학』(인간사랑)

『지식의 고고학』(민음사)

『감시와 처벌』(나남출판)

『광기의 역사』(나남출판)

『성의 역사 1 - 지식의 의지』(나남출판)

『성의 역사 2 - 쾌락의 활용』

『성의 역사 3 - 자기 배려』

『성의 역사 4 - 육체의 고백』

『말과 사물』(민음사, 종이책 & e book 소장)

요하나 옥살라 『HOW TO READ 푸코』(웅진지식하우스, e book 소장)

다케다 히로나리 『푸코의 미학』(현실문화)

노엄 촘스키, 미셸 푸코『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시대의창)

 

 

 

『성의 역사 4 - 육체의 쾌락』은 868쪽『광기의 역사』보다는 낫지만 『말과 사물』보다 더 두껍더군요😭 갈 길이 태산.

사은품 나남출판 위클리 캘린더도 샀는데요. 나남수목원의 계절 풍경과 함께 1주일 단위로 구성되어 있는 고급스러운 양장노트입니다. 책 한 권 구매로 다이어리 장만하실 분에겐 좋겠지만 2500원 주고 굳이 안 사도 될 것으로ㅎㅎ; 나남수목원 가보고 싶을 정도로 멋지긴 한데 사진 갬성이 아쉬워요!

아무튼 2020 달력 풍년.

 

 

질 들뢰즈 『푸코』도 역시 명문!

 

"문장들의 변증법은 설령 그것이 모순의 극복 또는 심화를 위한 경우라 할지라도 언제나 모순에 복종한다. 한편 명제들의 유형학은 추상화에 복종한다. 동시에 그것은 각각의 층위에서 자신의 요소들을 넘어서는 하나의 유형에 대응한다. 그러나 모순과 추상화란, 마치 하나의 문장이 다른 하나의 문장에 대립될 가능성 또는 하나의 명제에 대한 다른 명제가 형성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문장과 명제의 증식 방식들이다. 반면, 언표는 극도의 절약 원리 또는 심지어는 결핍 원리에 따라 분산되는 희소성의 공간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언표의 영역 안에는 가능적인 것도 잠재적인 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 영역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실재적인 것이고, 모든 실재성 역시 그 안에서 선포된다. 그곳에서 고려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오직 그 순간에 그런 틈새°여백과 함께 형성되는 어떤 무엇일 뿐이다."

 

 

 

 

 

 

 

 

 

 

 

 

 

 

 

 

 

 

 

 

 

 

 

 

워밍업으로 노엄 촘스키 & 미셸 푸코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를 읽었는데요. 두 사람의 사상 기반이 다르다보니 ‘생명’, ‘정의’, ‘창조성’, ‘진리’ 같은 개념 이해부터 차이가 나서 흥미롭더군요.  

두 사람은 철학에서 오랜 대결 구도인 관념론과 경험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데카르트의 본유관념(생득관념)에 호응하는 촘스키는 ‘타고난 인간성이 사회적·지적·개인적 행동을 인도’한다는 관념론의 입장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언어적 행동주의, 행동과학에 반대합니다. 라이프니츠, 니체의 사상에 호응하는 푸코는 ‘인간성을 과학적 개념으로 보기 어려’울뿐더러 인간이 세계의 법칙과 구조를 발견한 것도 인간성을 연구한 결과가 아니고, 인간성, 정의, 진리라는 개념은 인식론의 지표에 지나지 않으며 시대별로 다르게 이해되고 수단으로서 유통된 개념으로 본질적 실체는 없다는 경험론의 입장입니다. 언어학자인 촘스키의 중요 사상 중 하나인 ‘보편문법’은 인간의 언어 능력에서 타고난 능력을 보았다면, 푸코는 “특정한 시대와 장소에 따라 ‘말해지는 것’을 규제하는 원리 내지 ‘규칙성’”을 보고 외부적 ‘규제’에 더 집중했지요.

두 사람의 사상적 기반을 이해하게 되면 그들의 현실 참여, 정치적 의미가 더 또렷이 보입니다.

촘스키의 언어학 연구와 동시대 문제 혹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분석을 연결한 일환으로 볼 수 있는 ‘아나키즘적 조합주의anarcho-syndicalism’ 또는 ‘자유론적 사회주의libertarian socialism’는 인간성의 근본 요소인 자유로운 창조에 대한 욕구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정의로운 사회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각종 억압, 탄압, 파괴, 강제 요소를 극복하길 원하지요. 푸코는 “인간의 본성, 정의, 인간 본질의 실현 같은 관념은 우리 문명, 우리의 지식 유형, 우리의 철학 형태 등이 빚어낸 관념과 개념이고, 그 결과 우리 계급 제도의 한 부분을 형성”했다고 보고, 이런 관념을 앞세운 사회의 정당화를 용인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이 세계가 부르주아 사회가 만들어낸 문명이자 권력 투쟁의 場으로 봅니다.

그들의 1971년 TV 대담과 이후 그들의 인터뷰와 강연 등을 보조 자료로 종합해놓은 책이라 그들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합니다.  

 

 

• 도서관일지

2018 노벨문학상 받은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읽고 그런 건 아니고 누가 간다길래 나도 갈까 해서 보고 있는 『프렌즈 동유럽』, 『셀프트래블 동유럽』

내년에 진짜 폴란드 가는 거냐. 나도 어리둥절.

동유럽 여행책은 정말 별로 없어요.

책쟁이는 뭘 하든 책부터 보고 결정ㅋ

도서관 간 김에 궁금했던 위화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도 빌렸어요.

위화가 "포크너는 자신의 서술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알았다. 그건 정확성과 힘이었다. 전투 때 탄알이 노리는 것이 모자의 흔들리는 깃털 장식이 아니라 심장인 것처럼 말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문학적 스승으로 포크너를 높이 산 반면 『나보코프 문학강의』를 읽어보면 나보코프는 포크너의 작품을 높이 사지 않았죠. 우리 취향의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지요.

눈도 하나, 날개도 하나라 다른 짝과 함께여야 비행이 가능한 전설의 새 '만만 or 비익조'에 빗대어 '텍스트와 독서행위'도 둘의 의기투합이 필요하다는 서문의 비유부터 좋네요^^

 

 

 

 

 

 

 

 

 

 

• 북플 [독보적] 이벤트에 당첨되었어요 - 샤오미 미밴드 4

매일 읽는 김에 좀 더 노력한 성과지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늘어나는 샤오미. 샤오미 보조배터리와 샤오미 볼펜도 다 받은 것인데요;

책 사게 적립금 3만 원을 바랐는데 이게 더 좋은 건지😶?

책 보느라 운동 게을리하지 말라는?

새 기계 보니 또 골치가ㅎㅎ; '오래앉음' 경고도 있어요ㅋㅜ 하루 3번 이상 받고 있어요ㅜㅁㅜ

제가 굿즈는 좋아하지만 다른 물건 늘리는 건 매우 기피하는 이상한 사람이라... 특히 기계 장난감은 시간을 많이 뺏겨서💦

지금도 배경 화면 바꿔보고 UI 살펴보느라ㅜㅜ 이거 밴드도 따로 사서 바꿀 수도 있더군요. 굿즈쟁이에게 매우 위험ㅎㄷㄷ

샤오미 미밴드와 독보적 시스템이 연동되면 무거운 휴대폰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될 텐데 지금은 구글 피트니스 앱과만 연계되니 차후 개선되면 좋겠어요.

글자로만 올리는 밑줄 긋기는 다섯 개 한정이라 좀 긴 문장으로 올리면 오류가 나서 책 정보가 사라지는 것도 개선되어야겠고요.

스탬프 10개 모으면 적립금 500원으로 환전할 수 있어서 벌써 여러 번 받아 책 살 때 유용하게 썼어요^--^

운동이 늘 부족했는데 [독보적] 덕분에 일부러라도 열심히 걷게 된 것도 매우 감사합니다. 걷기 싫은 겨울이 다가오나 다시 난관^^;

 

 

 블랙블랙 감성, 오래앉음 경고 3번-,.- 그리고 2번 더 받음;;;

 

 

 

 

• 프랑시스 퐁주 컬렉션

『일요일 또는 예술가』(솔출판사, 절판)

- 1995년 1판 1쇄 소장.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청하출판사, 절판)

-1986년 1쇄. 내가 가진 건 1997년 7쇄. 2003년 코엑스몰 서울문고에서 산 영수증도 있어요ㅎ

오프라인에서 사면 책에 늘 영수증을 끼워두는데 이것도 은근 추억☺️

두 책 다 절판, 희귀도서라 매우 고가에 거래되지만 전 안 팔았어요.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그의 시집을 읽었다면 한 권만 읽고 끝낼 수 없는 시인 프랑시스 퐁주 시집이 모두 절판이라 안타까웠는데 이런 와중에 퐁주의 새 시집! 바로 구매했지요!

『사물의 편』(2019, 읻다출판사)

- 퐁주가 42년 낸 첫 시집! 읻다출판사 칭찬합니다! 휘트먼, 페터 한트케 시집도 조만간 살게요😊

 

 

 

 

 

 

 

 

 

 

 

 

 

 

 

 

 

 

• 중고도서

데이비드 그레이버 『가치이론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그린비)

- 이 책 좋아서 중고도서 기다린 게 몇 년째 됩니다ㅎ

페이지는 거의 신품인데 전체가 약간 휘어져서 두꺼운 책으로 좀 눌러놔야겠😭

크리스토프 도미노 『베이컨 : 회화의 괴물』(시공디스커버리)

마틴 게이퍼드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보다 보니 인터넷 사진으로만 보는 건 성에 안 차 프랜시스 베이컨 회화가 더 많이 보고 싶어서 구매했지요.

질 들뢰즈 『스피노자의 철학』(민음사)

키에르케고르 『불안의 개념/죽음에 이르는 병』(동서문화사)

W.G. 제발트 『이민자들』(창비)

- 제발트 책도 거의 다 모아갑니다. 『자연을 따라. 기초시』만 사면 모두 구매.

 

 

 

 

 

 

 

 

 

 

 

 

 

 

 

 

 

 

 

 

 

 

☆ 알라딘굿즈 컬렉션

- 제가 알라딘굿즈 덕후잖아요ㅎ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마스킹테이프도 갖고 싶어서 샀죠. 😂😂 종이에 붙이면 예쁨 배가~

알라딘 굿즈 장터에도 할인 판매 중인 게 있어서 살까 싶어요ㅎ;;

 

 

 

 

 

 

 

 

 

『성의 역사 4 - 육체의 쾌락』 완결편 구매로 2020년 알라딘 일력 획득하고^0^

『말과 사물』e book 구매로 2020 말괄량이 삐삐 위클리 다이어리도 획득ㅎㅎ;

2020 일력(벽걸이/탁상 겸용(피너츠))은 생각보다 안 컸어요. 알라딘 빅 다이어리 정도 크기. 작은 일력보다 커서 보기 더 편합니다. 노...노안 때문일까. 문제는 이걸 찢을 수 있는가입니다😱 왜 내게 이런 시련을...😭

 

피너츠 살짝 질렸었는데 심슨 나왔을 때처럼 말괄량이 삐삐가 깜짝 나타나 얼마나 반가웠는지☺️ 초록초록~

작년, 올해 알라딘 달력과 다이어리도 잘 썼는데 내년에도 알라딘 달력 & 다이어리와 함께^^

머리는 지성으로 마음은 어린이처럼!

 

 

이 달은 전자책 구매도 10권 남짓 되는데ㅎ 종이책 구매까지 하면 또 20권 넘어갑니다😭😭😭

남은 일주일 동안 더 안 살까요? 글쎄요...

27일 민음북클럽 온라인 패밀리데이가...

이 달도 전 망했😭😭😭😭😭

그래도 책과 굿즈 컬렉션은 포기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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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없음의 과학 - 세계적 사상가 4인의 신의 존재에 대한 탐구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김명주 옮김, 장대익 해제 / 김영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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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본 적 있을 것이다. 교회 분들이 거리에서 티슈나 사탕, 팝콘 등을 나눠 주며 확신에 찬 표정으로 “예수 믿으세요” 하는 것을. 그 행위의 심리를 따져 볼까. 로버트 치알디니가 『설득의 심리학』에서 소개하는 ‘상호성의 원칙’에 해당하는데, 제품 홍보인 척 공짜 샘플을 나눠주면서 자연스러운 부채의식을 심어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판촉 행위와 같다. 받을 건 받고 안 믿으면 그만이라고? 이 고도의 부채 시스템은 인류 문명의 독특한 특징이다. 종교가 이 세계에 뿌리내리는데 그런 심리 공략들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나는 호의 뒤에 숨어 전도가 목적인 그분들을 향해 “용기를 갖고 무신론을 공부해 보세요”라고 늘 말하고 싶었다. 전도는 당당할 수 있는데 무신론은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무조건적인 신념을 방패로 삼고 모순적인 순환논리 속에서 종교를 모든 것에 적용하는 이와 대화는 제대로 되지도 않는다.

 

 

「종교인과 말할 때 이기는 것은 어렵지 않아도 논쟁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은 대체로 그들이 이렇게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항상 믿음을 시험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런 기도가 있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주여, 저의 불신을 도와주소서.” 그레이엄 그린은 가톨릭교도가 되는 것의 가장 멋진 점은 깊은 신앙으로 내면의 불신에 도전하는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이 이중장부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살아갑니다.」(크리스토퍼 히친스)

 

「우리가 신에 대한 직관력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미묘한 형태의 증거라는 거죠. 그리고 이것은 일종의 ‘점화 현상’입니다. 즉, 증거 없이 시작해도 된다고 일단 말해놓고 나면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미묘한 형태의 증거가 되고, 그러면 추가 증거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경계해야 할 지적 능력의 타락, 또는 유혹이 됩니다. 이런 논리를 작동하면 자기기만의 영구운동기관을 얻게 됩니다.」(샘 해리스)

                                       

「일전에 학식이 높은 생물학자와 논쟁을 했어요. 그는 뛰어난 진화 해설자이지만 신을 믿는 사람이죠. 제가 말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비결이 뭡니까?” 그는 이렇게 답하더군요. “저는 당신의 합리적인 논증 전부를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신앙입니다.” 그런 다음에 매우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했어요. “그것을 신앙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주 단호하게 말했어요. 공격적으로 들릴 정도였죠. “그것을 신앙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에게 상대를 쓰러뜨리는 결정적 한 방이었죠. 그런 말은 반박할 수가 없습니다. 신앙이니까요. 게다가 그는 그 말을 일종의 변명투가 아니라 단호하고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리처드 도킨스)

 

 

비종교인조차 무신론도 하나의 종교라고 양비론으로 치부하고 공격하는데, 종교를 비판받아서는 안 되는 성역으로 만듦으로써 우리는 세계를 더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곤경에 처한 우리를 각성하게 하는 ‘네 기사’가 도착한 걸 환영한다. 원래는 삼총사였는데 마지막에 합류했던 히친스가 2011년 사망해 무신론의 훌륭한 기사를 잃은 게 안타깝다.  

이 책의 원제 『네 기사Four Horsemen』는 《성경》의 〈요한묵시록〉에 등장하는 네 기사에 빗댄 말로, 기존의 무신론과 구별되는 그들을 ‘신무신론’으로 평가한 언론의 논평에서 나왔다. 2001년 911 테러 공격 이후 2004년에서 2007년 사이 나온 그들의 저서(샘 해리스 『종교의 종말』(2004)와 『기독교 국가에게 보내는 편지』(2006), 대니얼 데닛 『주문을 깨다』(2006)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2006),  크리스토퍼 히친스 『신은 위대하지 않다』(2007))는 금기시되는 종교를 과학적 관점으로 비판 분석함으로써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열기 속에 2007년 이들이 모여 자유토론을 한 것을 담은 게 이 책이다. 이들 네 기사의 과학적 회의주의 분석들로 인해 무신론자들이 주장을 펴기 훨씬 수월해졌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소수 종교인 몰몬교보다 무신론자가 대통령이 될 확률이 낮다. 종교적 이유 때문에 진화의 사실을 믿지 않는다는 사람이 40%나 되는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선 때마다 대선 주자가 표를 얻기 위해 각 종교계를 찾아가는 게 관행인데 내겐 늘 씁쓸한 풍경이었다.

 

종교 논쟁의 핵심인 ‘신은 존재하는가’의 문제는 신자든 무신론자든 물러설 수 없는 주제이므로, 네 기사는 연결되는 차선의 문제부터 신중히 격파해나간다. “절대적이고 도전할 수 없고 영원한 권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전체주의가 모든 종교에 내재되어 있다”(히친스)는 데에 네 사람은 모두 동의한다. 이들 네 기사는 논리와 입증할 수 있는 사실에 입각해 주장을 검증하고 합리적·경험적으로 이치에 맞는 것을 수용하자고 권유한다. 도킨스는 “존재의 수수께끼에 대한 자연주의적 설명이 아무리 불가능하게 들린다 해도, 신학적 대안은 더더욱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이성의 도약을 위해 무신론적 세계관의 지적·도덕적 용기를 갖출 것을 제안한다. “과학은 우리가 어느 정도로 모르는지에 대한 가장 솔직한 담론 형태”(해리스)이다. 자신의 어려움과 구원의 버팀목으로 갖는 종교, 은유로 가득한 종교 이야기, 명백한 난센스 속에서 비합리적이고 진실하지 않은 종교적 충성을 현실의 틀로 갖는 태도야말로 정당한 이유 없는 오만이자 자만이다. 종교 전도자들과 달리 합리적 무신론자들은 “옹호하는 입장이 타당한 증거를 대야 하는 ‘입증책임’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결코 《성경》이나 권위 있는 선언으로 도망치지 않는다.”(데닛) “종교도 제약 산업이나 석유 산업을 다루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다루기를”(데닛) 바란다. 신의 말씀을 따랐다며 온갖 불합리한 행위를 하는 이들이 인간의 이성적 사고와 자유의지를 내세울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에 따른 악과 불행의 결과도 신의 뜻과 책임으로 떠넘기면서? “신이 없을 때 우리는 희망과 위안의 진정한 원천을 발견한다. 예술, 문학, 스포츠, 철학은ㅡ다른 형태의 창의성과 묵상과 더불어ㅡ즐기는 데 무지나 거짓말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과학도 있다. 과학은 내적 보상 외에도, 방금 소개한 사례에서 진정한 자비를 제공할 것이다. 지카 바이러스를 물리칠 백신 또는 치료법이 마침내 발견되어 무수한 비극과 죽음을 막을 때, 신자들은 그 일에 대해 신에게 감사할까?”(해리스) 우리는 신비한 것과 초자연적인 것을 혼동하지 않는 이성의 의지를 잃지 말아야 한다.

 

노엄 촘스키는 이 세상에는 ‘문제와 ’신비‘라는 두 종류의 질문이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질문이고 신비는 그렇지 않은 질문이죠. 우선 저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구분은 인정하는데, 과학에는 신비라고 할 것이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문제, 난해한 문제가 존재할 뿐입니다.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이 존재해요. 어떤 것은 결코 알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것은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개념을 미화하는 것은 과학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데닛)

 

 

믿음을 옹호하는 어떤 논증이나 반론으로 생각되는 게 있느냐는 해리스의 질문에 대한 도킨스의 답변에서 우리가 모르는 많은 것들을 신의 설계론으로 설명하게 되는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저는 우주 상수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상적이라는 개념이 그런 상황에 가장 흡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어떤 설명이 필요한 것처럼 보입니다. 빅터 스텐저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물리학자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창조적 지능을 암시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 창조적 지능이 어디서 왔는지 설명하는 문제가 남기 때문이죠. 우리를 탄생시키기 위해 우주 상수를 미세 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창조적이고 지적인 지능이라면, 그 자신은 훨씬 더 미세 조정되어 있어야 하고…….」(리처드 도킨스)

 

히친스는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인간의 인지부조화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필수적인 시스템인 것에 기인하며, 소멸에 대한 두려움을 처리하기 위한 무의식의 작용 때문일 것이라 추측한다. 그래서 그는 “신에 대한 믿음을 인식론, 철학, 생물학 등에 관한 모든 논증의 토대로 간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몇 가지 문제에서는 종교인을 설득할 수 있지만 비판을 공평하게 사방으로 펼칠 때 무신론은 난처해진다. 비이성은 언제든 돌아서기 쉽기 때문이다. 이 네 무신론자들은 종교적인 모든 것이 사라지는 걸 바라는 파괴론자가 아니다. 신전과 신상과 신자들을 무참히 없애는 행위은 오히려 신자들끼리 자행해왔다. 도킨스는 문학과 예술을 향유하기 위해서라도 《성경》 은 필독서라고 말한다. 크리스마스 문화나 예술, 결혼이나 장례의례에서도 종교는 유의미한 역할을 해왔다. 물질적인 것, 하찮은 것, 늘 딴 데 정신이 팔린 채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는 인간의 삶을 지적하고 문제를 보게 만든 것이 종교의 큰 힘이었다는 데 네 기사는 동의한다. 도킨스는 종교의 사실 문제에 집중한다면, 히친스는 달라이라마는 세습 군주이고, 헬레니즘 유대교가 메시아닉 유대교에 패배한 순간이 패악의 순간이었으며, 종교는 밈과 감염의 문제라고 생각해 종교의 해악에 더 집중한다. 종교가 인류의 살육 사건에 가장 큰 요인이었던 건 역사적으로 근거가 있다. 최근까지도 가톨릭교회가 파시즘과 동맹하는 등 패착이 있었지만, 교황 제도처럼 하향식 통제가 불가능한 이슬람교는 지금 현실에서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 되고 있다. 종교의 자유가 비이성을 허용하는 자유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경시돼온 무신론 논쟁에서 무신론자들은 “정치적으로는 지고 있고, 지적으로는 이기고 있다”(히친스). 그러나 네 사람 다 미래를 크게 낙관하고 있지는 않다. 도킨스와 해리스는 사상의 유의미한 변화로도 무신론자들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긍정적 입장이라면, 히친스는 “그들은 결국 문명을 파괴하고 말 겁니다”, 데닛은 “그것은 현존하는 단 하나의 재앙”이라고 탄식하며 이 논의는 끝난다.

인간의 역사에서 신앙이 힘을 가진 이념이자 권력이 된지 꽤 오래다. 네 기사가 신무신론을 논한 때보다 지금은 더 상황이 안 좋다. 각종 미디어로 인해 더 파편화된 현실 속에서 합리적 의심과 이성적 판단은 더 힘을 모으기 어려운 상황 같다. 내가 무신론을 지지하는 것은 내 합리적 판단에서 나왔다. 누군가 종교적 믿음을 갖는다면 그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소통은 그러할 때 가능할 것이다.

 

「가장 강경한 노선을 걷는 도킨스는 교회가 텅 비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 그는 웅대하고 아름답고 경이로운 우주에서 초자연적인 창조자를 믿는 것은 “좀스럽고 편협하고 시시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신비주의 노선을 취하는 해리스는 이 세상에는 영성과 신비를 위한 영역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신중한 노선을 취하는 데닛은 교회가 사회에서 맡을 수 있는 몇 가지 역할을 인정하지만 교회의 관행과 믿음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단한 입담으로 카리스마를 뽐내는 히친스는 논쟁 상대로서의 종교가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으며 이 대화가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란다.」

(옮긴이의 종합 요약) 

 

 

 

이 책의 대화는 리처드 도킨스 이성과 과학 재단에서 녹화한 영상으로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http://www.youtube.com/watch?v=n7IHU28aR2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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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11-23 0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종교를 갖는다는 것은 죽음과 같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태도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신이 종교의 필요조건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개인적으로는 제 자신이 신을 믿고 있지만, 종교에 대한 여러 사람의 다양성은 있는 그대로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신앙인은 말이 아닌 자신의 행동으로 자신의 믿음을 증명해야겠지요. ^^:)

AgalmA 2019-11-24 21:31   좋아요 1 | URL
우리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한 신비감과 경외감 기타 등등 종교적인 걸 받아들이는 게 심리적 요인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신을 인격체로서 보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종교를 가지게 되는 연유와 계기가 교조적 과정이 끼어 있기 때문에 더 문제적이죠. 종교를 자유와 선택의 문제처럼 얘기하지만 어떤 종교든 복종과 억압의 교리와 시스템을 강요합니다. 그것이 현실 시스템까지 조종하려는 것도 문제적이죠. 종교끼리의 파워 게임도 웃기는 일이고요.
인간이 합리적 이성체라고 할 수 없기에 합리적인 사고로 종교와 대항하자는 것도 사실 불가능한 역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종교의 좋은 기능 때문에 허용하자고 하기엔 핵폭탄으로 핵폭탄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소리로밖에 안 들립니다. 종교는 신의 범주가 아니라 끝없이 사람의 문제로만 남게 되겠죠.

유발 하라리가 명상을 선택한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죠.

2019-11-23 0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24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9-11-23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교의 자유가 비이성을 허용하는 자유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공감합니다. 솔직히 종교가 추구하는 이념(사랑,자비와 같은 선)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좋겠지만 사람들은 그러지 않으니까요.

부채의식이 싫어서인지 사탕이나 물티슈 주면서 믿으라고 하는 거 절대 안 받아요. 모르고 받았으면 쫓아가서 돌려줍니다.

AgalmA 2019-11-24 21:12   좋아요 1 | URL
합리적 이성도 인간이 만든 허상적 관념이고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이성이든 종교든 허점투성이로 우리 곁에 있게 되네요.
강압적인 전도가 아닌 봉사정신으로 믿음을 실천하시는 분도 많겠지만 한국의 기독교는 한숨나는 모습이 너무나 많습니다. 종교에 대한 불신은 다른 무엇이 아닌 종교가 만들고 있다는 걸 반성해야 할 겁니다.

21세기컴맹 2019-11-24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좀 더 확신이 필요할 때 전쟁과 우리나라의 전광 머시기 목사를 보고 존재유무를 선택했지요.
이 책 만지작거리기 전여 더 한방이 필요했는데 ...

AgalmA 2019-11-24 21:17   좋아요 1 | URL
목사들이나 스님들 혐오스러운 일도 속세 뉴스로 좀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도킨스 <만들어진 신>보다 소프트해서 무신론 관심있는 분이 가볍게 읽으시긴 좋을 거라 생각해요. 저는 이 책 읽고 크리스토퍼 히친스 책이 가장 관심이 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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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 지음, 최민 옮김 / 열화당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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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의 철학을 지금 시대에 잘 접목해서 존 버거 책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이 책이 나온지도 50년이 가까워오는데 여전히 유효하고 신선한 해석으로 가득하다. 장 보드리야르의 저서와도 상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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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11-23 0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AgalmA님께서는 존 버거의 책을 읽고 계신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존 버거와 데이빗 호크니에게서 비슷한 느낌을 받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 ㅋ ^^:) 즐거운 독서 되세요!

AgalmA 2019-11-24 21:33   좋아요 1 | URL
네, 호크니 책은 진지하게 보지 못했고 다큐로 그의 철학을 좀 엿봤는데 존 버거만큼 분석적인 시선을 갖고 있더군요^^ 아아, 읽을 책이 왜이리 많죠ㅜㅜ 가끔 책과 담쌓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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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 지음, 최민 옮김 / 열화당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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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미술사의 문제를 단순하게 형식주의적인 입장에서 양식상의 변화 또는 작가와 유파 사이의 영향 관계의 문제로 축소시켜 생각한다든가, 예술 또는 미학적 영역이 다른 실제적인 영역과 아무 상관없는 특수한 영역이라는 칸트의 미학적 사고에서 벗어나, 미술의 영역과 그 여타의 다른 삶의 영역과의 복잡한 관계를 보다 자세하게 검토˝(옮긴이)하는 신미술사학(新美術史, New Art History)을 보여주는 존 버거.

1.
이미지는 재창조되었거나 재생산된 시각이다. 그것은 특정한 장소, 특정한 순간의 사물의 어떤 모습 또는 모습들을 본래의 장소 및 시간에서 따로 분리해내 일정 기간 또는 몇 세기 후까지 보존하기 위한 것이다. 모든 이미지는 하나의 보는 방식을 구현하고 있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2.
유럽의 유화에서 누드는 보통 유럽 휴머니즘 정신을 탁월하게 표현하는 어떤 것으로 제시된다. 이 정신은 개인주의와 분리시킬 수 없다. 그리고 고도로 발달한 개인주의 의식이 없었다면 이렇게 누드 전통에서 대담하게 벗어난 작품(벌거벗은 몸을 그린 지극히 개인적인 이미지)은 절대 그려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누드의 전통은 그 자체로는 해결할 수 없는 하나의 모순을 지니고 있었다. 몇몇의 예술가가 이 점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 자신 나름의 방식으로 그 모순을 해결하려 했지만, 그들의 해결책이 이 전통의 일반적인 요소로 인정될 수는 없었다.
이 모순은 간단하게 말해 다음과 같다. 한쪽에는 예술가, 사상가, 후원자, 소유주라는 구체적인 개인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그들의 활동의 대상이 되는 사물 혹은 하나의 추상적인 존재처럼 취급되는 사람, 즉 여성이 있는 것이다.
(중략)
오늘날 이 누드가 포함하고 있는 태도나 가치들은 광고, 저널리즘, 텔레비전과 같은 좀 더 다양한 미디어 속에 표현되고 있다.
하지만 여자를 보는 방식, 즉 여자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방식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여자들은 남자들과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여성성이 남성성과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이상적인’ 관객이 항상 남자로 가정되고 여자의 이미지는 그 남자를 기분 좋게 해 주기 위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말에 의심이 든다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해 보면 된다. 이 책에서 전통적인 누드화를 아무 작품이나 하나 고른 다음, 그림 속 여자를 남자로 바꾸어 보자. 머릿속에서 생각만 해도 좋고 직접 그려 봐도 좋다. 그리고 그런 전환이 얼마나 폭력적인 것인지를 살펴보기 바란다. 이미지 자체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 관념에 대한 폭력 말이다.

3.
어떤 시기든 예술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적 이해관계에 봉사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만약 1500년부터 1900년 사이의 유럽 미술이 자본이라는 새로운 힘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의존하고 있는 지배계급들의 이해관계에 봉사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에 대해 나는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려 한다. 재산과 교환 방식에 대한 새로운 태도에 의해서 궁극적으로 결정되는 세상을 보는 방식은, 다른 시각예술이 아니라 바로 유화에서 시각적으로 표현될 수 있었다.

4.
유화는 그 자체의 고유한 특성 때문에 가시적인 세계를 재현하는 일정한 관습의 특별한 체계에 의존했다. 이렇게 한데 모인 관습들을 바탕으로 화가들은 세상을 보는 하나의 방식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액자 안에 든 유화가 세상을 향한 상상의 창이라는 말을 종종 한다. 지난 사 세기 동안 생겨났던 매너리즘, 바로크, 신고전주의, 사실주의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양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유화의 전통 자체가 하나의 유산으로 남긴 것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장은 다르다. 유럽의 유화로 대표되는 문화를 하나의 전체로 본다면, 그리고 그 문화가 스스로에 대해 주장하는 것을 제쳐 버리고 다시 생각해 보면, 그것의 모델은 세상을 향해 난 창이라기보다는 벽 안에 소중하게 박아 놓은 금고에 더 가깝다. 즉 가시적인 사물들을 한데 모아 저장해 둔 금고.

5.
광고는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매우 중요한 정치적 현상이다. 그러나 광고가 참조하고 인용하는 것들은 넓은 영역에 걸쳐 있는 반면, 광고가 제공하는 것은 좁은 범위 안에 한정되어 있다. 그것은 획득할 수 있는 능력 이외에는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다른 모든 인간의 기능이나 필요성은 이 능력에 비해 부차적인 것이 되어 버린다. 모든 희망이 한데 모이고, 동질화되고, 단순화된다. 그렇게 모인 희망들은 정체불명이긴 하지만 강력하고, 물건을 살 때마다 반복되면서 마력적인 약속이 된다. 자본주의 문화 안에서 그와는 다른 종류의 희망이나 만족감 또는 쾌락은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더 이상 기대될 수 없다.
광고는 이 문화의 생명이고 —광고 없이는 자본주의 사회가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동시에 광고는 이 문화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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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벤투의 스케치북 [할인]
존 버거 글.그림, 김현우.진태원 옮김 / 열화당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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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째 미루고 있던 책이어서 빨리 읽고 싶고 재독하기 편해서 e book으로 샀는데요. 존 버거의 드로잉을 음미하자면 종이책 구매를 추천합니다. 그래서 e book은 별점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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