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이게 끝이길 바랐다. 그리고 다음을 향해 갔다.

<스위트 맘보>를 보며 어둠 속에서 많은 스케치를 했다. 잊지 않으려고 매 순간 집중했다. 나를 위해 도착한 듯한 움직이는 아름다움, 움직이는 메시지.

하지만 사무실로 돌아와 내 그림이 아닌 다른 그림을 그렸다. <스위트 맘보>에서 가장 많이 나온 대사는 ˝잊지 마세요˝였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있지만 그 얇은 옷 속에서도 휘청이는 여인들. 드레스를 입고 위풍당당 소리를 지르는 그녀들은 아름다웠지 절망스러웠지. Pina는 그녀들이 그렇게 사라지지 않길 바랐을 것이다. Pina 공연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커튼, 의자, 샴페인 잔, 물, 돌, 꽃 그런 것들도. 나는 Pina가 남기고 간 이미지들을 내 그림으로 잊지 않고 남길 것이다. 예술뿐만 아니라 사실 우리의 모든 기록은 ˝잊지 마세요˝ 아니었나.

10년 안에 같은 공연으로 다시 올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시간이 된다면 이 공연을 꼭 보셨으면 한다. 27일 내일까지다.
http://m.lgart.com/Home/Azine/AzineView.aspx?Id=55742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만드느냐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
Pina Bausch(1940~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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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6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3-27 01:16   좋아요 2 | URL
어디서 보셨는데요ㅎ? 저는 주로 lgart에서 봐서ㅎ
독일 비롯 유럽 가면 다 저래서 식상하려나요ㅎ

2017-03-27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3-27 21:35   좋아요 2 | URL
강남권에 저런 큰 규모의 건축양식으로 교회, 성당 많은 듯요.
꽃은 봄이라 목련을 그렸고요. 일찍 폈다는 목련을 저는 못 봤는데...올해는 이렇게 지나가나 합니다...

연쇄살인마와 게이ㅋ 패셔니스타들은 보통 남자들이 잘 안 입는 디자인과 색상의 옷을 입죠^^
어제 공연에서 검은 망사원피스 입은 남성무용수가 나와서 (한글로) ˝내가 이상해?˝ 화내던 게 스쳐가네요. 몸매 좋아서 근사해 보이던데^^ 여성보다 각선미 좋은 남성들도 많아서 굳이 남성복, 여성복 가릴 필요 있나 싶을 때도 많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디자인과 색감의 옷, 신발이 남성용일 때 속상해요!

2017-03-27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26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3-27 15:30   좋아요 2 | URL
올초에 예매하면서 알렸죠. http://blog.aladin.co.kr/durepos/9062026
오늘 올린 글 본문에 첨부한 링크 따라 가면 국내에서 피나 바우쉬 부퍼탈 무용단이 국내 공연한 프로그램들이 있어요. 세종문화회관에서 79년 <봄의 제전> 초연한 후 lgart에서 또 한 거 외엔 40년 가까이 겹친 공연이 없어요. 피나 바우쉬 사망 후 부퍼탈 무용단이 더 바빠져서 국내에 자주 오지도 못 하고요. 한 4~5년마다 한 번씩 오는 거 같은데 신경 쓰지 않음 그나마 못 보고요.
마스크 안하고 다녔더니 그새 코가 간질간질 하더군요. S님도 건강 잘 챙기시길.

겨울호랑이 2017-03-27 16: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Agalma님은 공연과 전시도 많이 보시는군요.. 본업을 하시면서 사이사이에 이처럼 감성과 이성을 자극하는 활동을 하시는 모습 부럽습니다.^^: 물론, 이처럼 하시려면 많은 노력을 하셔야겠지요..대단하세요.

AgalmA 2017-03-27 17:09   좋아요 2 | URL
노는 거에 너무 열정을 쏟아 일 관련 성과나 재물을 쌓지 못해서 노후가 불안정한 단점도 있죠. 허허; 능력있는 사람은 두 가지 다 잡기도 하지만;

왜 아이들 보면 열심히 놀고 나면 쌔근쌔근 자잖아요. 인간은 늘 이런 매커니즘인 듯. 속에 쌓이는 것들을 계속 풀어줘야 하는.... 역사에서도 전쟁이나 혁명으로 푸닥거리하듯이;;
제 놀이에 대한 탐독은 제 속에 쌓인 게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죠^^;
이젠 놀이와 공부의 경계도 모호합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삶에 만족하는 상태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3-27 16:57   좋아요 2 | URL
^^: 우리의 삶이 결국은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잘 싸면서 하루를 지내는 거 아닐까요..Agalma님의 놀이에 대한 탐독은 결국 행복해지려는 노력이라 생각됩니다. 추가적인 질문.. Agalma님의 그림의 꽃 등 배치된 사물은 각각의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꽃말같은..

보슬비 2017-03-27 2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당 혹은 교회로 보이는 저 건물과 공연 그리고 아릿한 풍경탓에 아갈마님이 공연보시러 유럽에 가신줄 알았어요. ㅎㅎ lgart도 대문자로 안쓰니 다른나라 지명같고요. ㅎㅎ

AgalmA 2017-03-27 22:59   좋아요 1 | URL
^^ 엘지아트 가면 공연을 기다리며 저 풍경을 보니까 공연의 기대가 더 커지긴 합니다. 갈 때마다 제게 많은 인상을 주는 장소죠. 멋진 공연 보고 나올 땐 어찌나 신나고 설레는지 발걸음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모르겠을 때가 있어요ㅎ 대기업 욕해도 lgart 때문에 lg에게 그나마 조금 고마워 합니다;

[그장소] 2017-03-28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은 목련이 만개한 건가요? 아님 벚꽃? 자유로워보여요 .

AgalmA 2017-03-28 00:20   좋아요 1 | URL
목련^^ 목련 보셨음요? 저는 올해 목련을 한 번도 제대로 못 봤어요. 요즘 좀 안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이 동넨 목련나무가 많이 없어요. 췟.

공연 중에 멋진 장면이 하나 있는데요. 중앙 무대에 커튼을 드리우고 여러가지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거든요. 그 중에 꽃나무 화면이 나오는 게 있는데, 화면은 흑백처리하고 바닥에 같은 장면을 녹색으로 처리했죠. 그 위에서 무용수들이 움직이는데 요정들 같았죠^^

[그장소] 2017-03-28 12:08   좋아요 1 | URL
저도 못봐서 콱 ~ 물어 본건뎅~^^ 우리 둘다 목련은 아직인걸로?

얼마나 흠뻑 빠져 장면을 봤는지 제가 다 옆에서 본 기분~ 환상적이었겠다는~~

희선 2017-03-28 0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떤 감동을 받으면, 그때는 잊지 않아야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잊고 맙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면서도 잊지 않아야지 하기도 하는데... 학교 다닐 때 교생 선생님이 떠날 때 그랬습니다 교생 선생님 이름은 잊었지만 그런 일도 있었지 하는군요 잊지 않으려면 자꾸 되새기는 것밖에 없겠습니다 그런 것도 가끔 있겠죠


희선

AgalmA 2017-03-28 00:21   좋아요 2 | URL
그래서 우리는 잊는다-기억한다 두 단어를 다 가지고 있는 거죠~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