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옮기려 해도 잘 되지 않는 것 중에서 죽음이 제일이지 않을까. 글로도 그림으로도. 그래서 그토록 많은 표현이 있는지도 모른다.
ㅡ <운하> 中 ㅡ
˝그런데 저들은 행복한 표정이야.˝
˝그들의 얼굴은 영원히 공손한 표정으로 굳어져 있어서 그래. 하지만 그들의 기분이 어떤지를 누가 알겠어?˝
˝넌 알겠지.˝
˝나도 겉모습밖에 볼 수 없어. 인정해˝
˝뭘 인정한다는 거야?˝
˝또 하나의 포장으로 둘러싸인 겉모습은 곧 내면이 되고, 그것은 하나의 내면을 인정한 또 다른 내면이 겉모습으로 바뀌는 것만큼이나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거.˝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이건 중요하지 않아. 너도 죽을 것이고, 그러면 운하로 떨어질 것이고 이 도시 주변을 떠돌게 될거야.˝
˝아니, 난 난 말이야 죽으면 별들을 향해 날아갈거야.˝
˝새들도 죽으면 땅으로 떨어지는 법이야. 더구나 넌 날개조차도 없잖아.˝
˝내 아들은?˝
˝저기 있어, 네 뒤에. 저 애가 널 도와 줄거야.˝
아이는 가냘픈 손으로 그 남자의 등을 만졌고, 남자는 비명 한 마디 없이 쓰러졌다. 그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별들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 채 운하의 물결에 몸을 맡겼다.
아이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가버린다.
퓨마가 한숨짓는다.
˝대대손손 이런 식이야.˝
퓨마가 커다란 머리를 앞 발 위에 기대자, 그 거대한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린다.
ㅡ <어느 노동자의 죽음> 中 ㅡ
네가 다니던 공장에서는 시계만 만든 게 아니야. 시체도 만들었지.
공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병원에서도, 너희들은 서로 할 말이 없었어.
넌 말이야, 다른 사람들이 자고 있거나 아니면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어.
다른 사람들 역시 네가 자고 있거나 아니면 죽었다고 생각했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어. 너 역시도 그랬고.
ㅡ<나는 더 이상 먹지 않는다> 中 ㅡ
나는 고향마을의 끝없이 펼쳐진 밭으로 감자를 훔치러 갈 때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온갖 요리들을 상상했다. 지금 나는 흰색 냅킨, 크리스털잔, 은식기를 가지고 있지만, …
ㅡ<선생님들> 中 ㅡ
… 선생님들과 분필에 대한 나의 애정이 두터웠으므로, 당시에 나는 칼슘이 부족해서 분필을 엄청 많이 먹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열이 나곤 했지만, …
그래서, 그의 어떤 시가 학생들에게 야유를 받은 이후, 이 가엾은 선생에 대한 동정심에 사로잡힌 나는, 정확히 낮 12시 30분에, 학교 옆 공원에서, 여자 아이들이 잊어버리고 두고 간 줄넘기를 가지고 그의 고통을 끝내 주었다.
나의 이런 인간적인 행동은 7년의 감옥살이로 보상받았다.
ㅡ <집> ㅡ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다. Agalma)
ㅡ <잘못 걸려온 전화> 中 ㅡ
재미있을 거라고! 그런 말을 쉽게 하는 부류들이 있다. 나는 절대로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쓸 수 없는 말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재미있다˝, ˝흥분된다˝, ˝시적이다˝, ˝영혼˝, ˝고통˝, ˝고독˝ 등등. 요컨대, 나는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럽다. 마치 ˝빌어먹을˝, ˝개자식˝, ˝창녀˝, ˝구역질 나는˝ 따위와 같이 조잡하고 천박한 말들을 할때와 마찬가지로, …
ㅡ<거리들> 中 ㅡ
아이들에게는 그가 살아 있는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상관이 없었다.
신기했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이 책 표지를 보니 내 그림의 손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색상 배치까지도! 역시 사람은 새보다 사람을 더 닮기 마련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