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은 한국엔 노인 만화가 없다고 개탄하셨다. 인구와 시장성에서 이미 대결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고 무엇보다 노인 만화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었기에 그런가 보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들 자기가 그리고 싶은 걸 그렸다. 대체로 청춘의 좌절과 몽상이었다. 우리가 아는 게 그것뿐이었을 수도 있고, 알고 싶은 게 그것뿐이었을 수도 있었다. 윤리와 사회에 대해 그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의 문제점은 대체로 고루하다는 것이었다. 국회 전시 그림으로 논란이 된 <더러운 잠>에서 내가 느낀 것은 그런 고루함이었다. 패러디는 고루하면 그 즉시 반감을 낳는다. 사람들이 이해 못 해 준다고 화낼 일이 아니었다. 기술과 방법만 생각하고 예술의 섬세한 지평을 간과한 결과였다. 생각으로 그림을 끌고 나가서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그림이 생각을 압도할 정도가 되어야 상대도 압도할 수 있다. 나는 안타까워할 뿐 그 일에 대해 뭐라 하기 애매했다. 표현의 한계를 나 또한 너무도 잘 알기에.
《WE3》는 애완동물을 미래의 전쟁병기로 개발하고 그들에게 붙인 코드네임이다. 프랭크 콰이틀리가 디자인한 장갑형 슈트는 동물들 체형에 맞춰서 겉돌지 않는다. 책 뒷면에 콘티와 디자인 스케치들을 수록해 놓아 참고될 만한 게 많았다. 수많은 폭력성의 욕망을 분출하고 있음에도 이 그래픽 노블이 인간의 양심을 지키고 싶어하는 게 전해졌다. 거친 선언이 아니라 이야기로.
잔인성, 선정성, 종말론적 분위기, 로봇, 히어로류, 특유의 데생 등은 1977년 탄생한 미국 성인만화 잡지 《헤비메탈》 때부터 미국 그래픽 노블의 독특한 특징이었다. 일본은 일본 식으로 발전되었고. 그렇다면 한국은? <더러운 잠> 은 아직도 한국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라젠카》는 음악이라도 건졌지. 해철 형ㅜㅜ! 나는 여전히 게으르게 그림이나 그리고 있고.... 휴.
(소요시간 :1시간, 재료: 색연필, 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