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났다. 자, 이제 시작해 볼까. 이 글은 하루 종일,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수정될 것이다. 내가 잠들기 전까지. 컴이 뻑 나기 전까지. 이 방식은 랩과도 비슷하리라.
내 컴은 요즘 블루 스크린이 자주 뜨고 있다. 지금도 벌써 5번째 도전이다.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꺼지고 난리 파티다. 걱정이다...돈도 돈이지만 컴에 있는 무수한 자료들을 어떻게 정리하란 말인가. 흑흑.
§
음악은 내가 죽을 때까지 들어도 다 못 들을 정도로 가지고 있다. 정확히 책을 능가한다. 음악의 이상한 존재 방식 때문인 것 같다. 심지어 내가 따라 불러 당신에게 전달하기도 쉽다. 몇 마디 리듬이나 멜로디만으로 우리는 깊은 유대를 느낄 수 있다. 나누기 좋은 존재 방식. 그러나 "대~! 한 ! 민! 국! 퉁당탕 퉁당타~"이런 건 싫다구. 음악이 구호가 되는 건 서글프다. 내 취향존중의 한계라면 한계다.
구호를 세련되게 음악화한 랩,을 잘 하고 싶다. 그 정서는 체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방식은 누구나 배울 수 있다. 처음엔 흉내지만 내 것이 되는 순간이 온다.
정제되지 않으려는 랩의 존재 방식이 좋다. 아무리 애를 써도 형식은 언제나 남기 마련이다. 우리가 인간으로 그렇듯.
French Montana - Moses
Der Plot - Charlie Chaplin
영어 랩이 아닌 이건 어때?
§§
생각을 왜 정제해야 하는가. 거의 항상 생각을 따라잡는 데 역부족이다. 나는 매번 실패감을 느낀다. 표현과 의미 사이에서 우리가 노예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자발적 호의는 어디까지 일까. 누군가에게 선택되기 위한, 호응받기 위한 글을 비판적으로 보기보다 비누를 선물해주자! 향기는 어떤 게 좋을까...뭐라고요? 저부터요? 꼭 그러시다면 샌달우드가 많이 포함된 걸로 부탁(*- -)/
시장에 나오는 모든 음악도 사실 선택과 호응을 바라는 거잖아! 편파야! 그래, 여기선 인정하자. 내 편애라고.
Hurts - Lights
Milk & Bone - Pressure
여성 보컬이 귀에 착착 감기는 날이 있는데, 이 곡은 그때 발견했다.
Beat Connection - Illusion
이건 영상을 크게 해서 볼 필요가 있다. 세상의 질감을 느낄 준비를 하자~
§§§
예전에 라디오방송 추석 특집으로 진행한 선곡 리스트가 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루 종일 뒤적뒤적. 내 뇌는 언제나 파산 직전의 은행 같아.
방송에 내보내지 못 했던 리스트에서 찾는 걸로 하자! 급선회~ 하지만 틀었던가, 안 틀었던가 뒤죽박죽이 된다. 아마추어 DJ를 마구 탓해도 할 말이 없다. 음악을 듣는 순간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Efterklang - Swarming (Antenne version) 편곡 스타일이 제일이지만 유투브에 없는 관계로....
Efterklang- Alike
아, 내한 공연 왔을 때 정말 좋았는데ㅜㅜ!
§§§§
여긴 서재야! 책 얘기가 없다니! 무엄하도다! 해서 이 얘기를 하는 건 아니고 오늘 만난 책이라 술술 수다로 나온다.
철야를 하고 집에 돌아오니 두 권의 책이 무뚝뚝한 강아지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안 주는 추석선물을 받은 기분ㅜㅜ. 다음달에 때려 칠테다. 흥!
서평단으로 참여하는 스콧 스토셀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는 앤드류 솔로몬이 “과학, 역사, 자서전을 엮어 써낸 불안에 관한 종합판”이라고 할 만하다. 레나타 살레츨 『불안들』에서 충족되지 못한 만족을 이 책이 해결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대충 훑어봐도 방대한 의학자료를 바탕으로 인문과 철학적 고찰로 풀어가는 게 예사롭지 않다.
다만 표지가! 무지, 아주, 참 아쉽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생각한다는 생각이 대체 왜 혈액 순환에 영향을 미칠까?”
ㅡ찰스 다윈,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1872)
추석 때 읽을 책이 의도치 않게 1권 정해진 셈. 450페이지 분량보다 내용 분석과 종합이 만만치 않을 거 같다. 고속버스에 앉아 독서실 모드로 읽기 아주 적당하다. 피곤하면 환자 모드로 드르렁;;;
대니엘 스미스가 "스토셀은 엉망이지만, 아주 매력적으로 엉망이다." 라고 말한 것처럼 나도 그러고 싶다. 진지하고 고루하게 엉망이고 싶지 않다. '삶'은 끝없이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엉망이라는 집'이라고 내 멋대로 생각해 봤다. 누군가는 아주 정교하고 치밀하다고 말한다만.
The Roots - Redford (For Yia Yia & Pappou)
[그장소]님이 기프트북으로 보내주신 책.
꼭 보내야만 하겠다고 하신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울컥 아득해졌다.
내 그림들은 죽었다고 묻어버리고서는 묘지를 거듭 찾아가는 심정을 알겠다는 듯, 보이지 않는 엽서가 이 책에 서표처럼 끼워져 있는 것 같아서.
드라마 《밀회》에서 선재에게 혜원이 브뤼노 몽생종 《리흐테르》를 보냈던 상황 같았습니다.
"여행이란 게 원래 그런 식으로 서로 만날 일 없던 것들이 만나가는 이야기의 축적이다. 길고양이 한 마리에게도 여행의 놀라움이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좋을 그림』 中
[그장소]님이 어느 여행자에게서 이 책을 받으셨듯이 우리는 어떤 여행자이기에 서로 이런 심정을 나누는 것입니까.
님이 리뷰에서도 말씀하셨듯, 이 책은 페이지 표시가 없습니다. 그저 느끼고 다음에 다시 처음처럼 만나길...그 의미겠죠. 제목 하나에 그림 하나가 존재하듯, 그림의 존재 방식이 페이지가 아니었듯.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기에 연결되고 전달함으로써 그 존재하는 방식들을 알아갑니다.
여러 모로 오늘은 이상한 충격에 휩싸인 날이었습니다.
나는 예술이 재현이 아니라 부활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묘지를 배회한다.
Piano Magic - Saint Marie
Thierry Luhg Trio - A Star To My Father
저녁이니 분위기 전환을 해 볼까.
Balanco-Metti Una Sera A Cena (Jazzanova Mix)
집안이 꿀꿀한 분위기라면 이 곡을 플레이해보라~
금방 럭셔리 카페 분위기가 될 것임! 이때 커피가 있다면 콩다방, 별다방이 부럽지 않을 겁니다.
생각난 김에 나도 커피를 한 잔 내려야겠음~ 주섬주섬...달그락...달그락....드르르르르륵(분쇄기 돌리는 소리)..... 온갖 소란.
Funkstorung - I Want Some Fun(Feat. Jay Jay Johanson)
어때요? 좀 흥겨워졌나요?
이제는 밤,
이걸 들어 봅시다.
Toots Thielemans, Joe Pass & NHØP - Autumn Leaves (live)
Pat Metheny - Into The Dream
밤도 깊었고, 팻 메스니의 꿈결같은 피카소 기타 소리를 들으며 오늘의 [불가피한 슬랩스틱 추석맞이 특집]은 여기서 이만^^/
읽으라는 책은 안 읽고 맨날 딴짓;;;))))
§§§§§ 특별 선곡
구남과 여라이딩스텔라 - 뽀뽀
책읽는 나무님과 추석 커플들을 위한 선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