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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도 라고 『지도 도둑』에는 러시아, 아프리카, 스페인, 베네치아, 압살람, 베이루트 등 세계 곳곳과 그곳의 작가와 예술가들(발자크, 조이스, 카프카, 월트 휘트먼, 브루노 슐츠, 호메이니, 펠리페 알파우…… ) 이야기가 미로처럼 얽혀있다. 소설에 대한 소설로 읽으면 난해하지만 삶의 수많은 중첩들을 생각하면 이해되지 않는 바 아니다. 실재와 환상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자 누구인가.
러디어드 키플링이 알라하바드에서 상상의 강물과 현실의 강물이 만나는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소설의 강물과 현실의 강물을 섞는 건 본능이리라.
그리고 기억의 강물과 소설의 강물이 또 섞인다.
강물만큼 많은 우리가 만든 이야기들.
▒ Allahabad ▒
인도에서 매 순간 접하는 릭샤와 트럭의 꾸밈은 그 문화의 독특함을 그대로 전해 준다.
운전대 가까이 신의 사진, 꽃과 향을 채운 제단이 마련되어 있지만 그 외 사방은 키치적이며 에로틱한 장식들로 가득하다.
어디든 신을 위한 자리를 안배하면서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공간도 놓치지 않는 비상한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다.
고장 난 버스에서 서로 마주 보며 백치의 웃음을 나누기도 하면서.
악바르 요새 망루 중 하나
사공은 이곳을 잘 찍어두라 했다.
역사 속 전투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떨어져 죽었는지 모른다고.
오래전 우리나라 낙화암의 비화처럼 그랬을 거라 짐작했다.
요즘은 자살에 많이 이용된다고 한다.
성스러운 삼강을 향한 행렬과 일상적 죽음의 이끌림이 끝없이 진행되는 강.
모래밭 끝이 알라하바드의 삼강(sangam)이다.
갠지스 강과 야무나 강이 만나 깨달음의 강 사라스와티가 되는 성스러운 지점.
영혼을 정화시킨다 하여 힌두교인들이 일생에 한 번이라도 목욕을 꿈꾸며 온다는데 나는 손에 물도 안 묻혀 봤다;
가까이 가서 보면 흙탕 물(갠지스 강)과 녹색 물(야무나 강)이 섞이는 걸 볼 수 있다.
12년마다 대규모로 열리는 쿰부멜라(Kumph Meia)축제가 벌어지는 곳이다.
축제 때마다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니 생과 사가 극적으로 만나는 곳임은 분명하다.
그건 신과 인간이 모여 전쟁을 치르던 일리아스의 은유일까, 재현일까
까마귀와 강이 이리도 잘 어울리는지 몰랐다.
일몰과 일출이 장관이라는데 일정상 그걸 못 본 게 아쉬웠다.
몸무게를 재는 것까지 돈을 받는 인도의 이 상술을 낙후라고 해야 하나, 차별화라고 해야 하나 난감했다.
10년이 지났으니 지금은 전자저울로 바뀌었을라나.
소위 선진국이라는 곳에서는 체중조절이나 외모가꾸기로 몰래 재보는 체중계가
여기서는 생계가 된다는 게 신기했다.
과연 돈벌이가 되는지 의심스러웠는데 몸무게를 재는 사람이 있었다.
다같이 체중계를 보고 있는 모습에 왜 그렇게 웃음이 났는지.
그것이 관심거리가 될 수 있다니.
인도의 가장 멋쟁이는 "사두"
포즈까지 예사롭지 않게 취해 주셔서 안 찍기도 뭐 한 상황;
우리 집 멋지지 않니.
흙더미 뿐인 집에서 하루종일 그 흙더미로 의식을 치르며 저 당당한 표정.
인도에서 저런 표정 참 많이 봤는데
온갖 걱정과 비굴에 찌든 도시인들의 표정보다 보기 좋았더라~
목마와 아이와 할머니와 황홀한 불을 뿜는 염료들과 조악한 액세서리들이 한편의 동화처럼 모여 있었다
나는 그때 정말 그들의 가족이고 싶었다.
사진을 바라보며 지금도 여전히.
아이는 지금쯤 소녀가 되어 있겠지.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ㅡAgalma
이 장소가 왜 그렇게 흥미로운 건가요? 이야기가 이 안에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이야기를 찾을 거라고 확신하나요? 정확히 그렇지는 않아요. 하지만 설사 단 한순간 스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요. (p270)
우리의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 왜 이야기들이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공식화할 수 있겠다. 즉 상상력의 자원이 바닥나면 현실이 이를 복구하기 위해 반드시 달려온다.(p349)
"현실은 수많은 형태를 취할 수 있다. 허구도 그 중의 하나다." ㅡ존 호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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