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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평점 :
§ 당신이 최고로 꼽는 책 세 권이 지금의 당신을 말합니다
유시민은 책 목록을 제안하기에 앞서 다음 세 권을 추천했다.
박경리 《토지》,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칼 세이건 《코스모스》
책 전체에서 격찬하고 있는 한 권을 더 첨부해야 할 거 같은데,
이오덕 선생 《우리글 바로쓰기》다.
이 책들은 글쓰기 도움 전에 먼저 인성에 도움이 된다.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p136)을 배우고,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p136)하며, “지적 긴장과 흥미”(p137)를 잃지 않는 독자이자 성숙한 인간으로.
그런데, 지식인들이 아무리 추천한다 해도 이런 책을 찾아 읽으려는 독자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최근 통계를 보면 10년 내내 한국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10권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독서의 내실은 더 실망스러울 거 같다. 독해력을 갖추려고 노력하기보다 독서를 여가생활 아니면 생존전략 쯤으로 여기는 독자가 이렇게나 많은 풍토에서 ‘쉽게 쓰기’, ‘단문 쓰기’가 글쓰기나 독서에 과연 긍정적일까.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사진=일반도서(만화,잡지 제외)독서율 변화 추이(성인·학생), 단위(%)]
'말하는 것처럼 글을 써야 한다'. '단순해야 한다'는, 글쓰기를 논하는 모든 책에서 나오는 말이다. 유시민이 진은영 <문학의 아토포스>를 가져와 쉽게 쓰기를 강조하는 것의 전후 맥락은 이해하겠다. 난해하게 쓴 글이라는 걸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 책은 미학과 철학을 논하는 문학비평서였다. 랑시에르, 블랑쇼, 니체 등을 읽지 않은 독자가 이해하겠다고 덤비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었다. 철학자들의 논의 자체가 이미 어렵고, 주석과 해석을 가미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읽기 어렵게 썼다고 저자를 공격하기 전에, 독자 자신이 지금까지 어떤 책을 읽고 있었는지 점검하길 바란다. 독서는 양과 질 모두에서 쉽게 얻는 과실이 아니다.
§§ 당신의 대화는 안녕하십니까
요즘 나는 아주 듣기 싫은 말이 하나 생겼다. 어느 개그 프로 때문에 유행이 된 “(아이고), 의미없다”란 말이다.
인터넷에서 재미로 쓰는 것을 보며 그러려니 웃기도 했다. 그런데 실생활에서 문제가 생겼다. 무슨 화제에서든 그 말로 마무리 짓는 사람과 대화를 자주 해야 하는 터라 나는 울상이다. 그 상황을 겪을 때마다 맥락을 짚어보게 된다.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푸념, 모르는 주제나 사안에 대해 긴 토론을 하고 싶지 않을 때의 회피,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그때까지의 모든 대화를 덮어버리려는 충동과 상대에 대한 부정. 물론 내가 틀린 논점일 때도 있겠지만 최소한 나는 이런 식으로 대화를 끝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유시민은 토박이말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많이 쓰면 의사소통을 하고 정서적인 교감을 이루는 데 장애가 생긴"(p185)다고 말했다. 유행어나 용어에 재미를 넘어 자신의 생각을 맞춰버리는 걸 우린 경계해야 한다. 흔히 유머를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그 속에도 책임이 있다. 언어는 사람을 향하기 때문이다.
“의미 없다”만큼이나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쓰고 있는 “너와 나는 다르다”라는 말에도 이의를 제기한다. 우리는 과연 존중과 조화의 의미에서 쓰고 있는 것일까? 자신을 옹호하고 상대에 대한 반발과 부정을 넌지시 돌려 말하는 게 아니고? '너 잘났다'의 고급표현이 아니고? 내가 고민하던 철학적 함의의 “의미 없다”, “다르다”는 가볍게 마시다 버리는 10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 딱 그만큼의 의미처럼 널리 쓰이고 있다.
대수롭지 않게 쓰더라도 사람은 말을 그저 하는 게 아니다. 거기 자신의 심리와 저의가 다 담겨 있다.
§§§ 私有가 아닌 思惟하는 글을 기다리며
유시민이 추천하는 논리 글쓰기의 단계 “1.텍스트 독해, 2.텍스트 요약, 3.사유와 토론”(p77) 중 가장 어려운 지점이 “사유와 토론” 단계다. 실생활의 대화나 논의, 블로그, SNS 에서 오가는 설왕설래를 보며 나는 자주 참담해진다. 말/글과 인격은 다르다고 유시민도 말하고 있지만, 현실의 통념은 그렇지가 않다. 글쓴이는 인격모독으로 받아들이고 맞대응을 하고, 글쓴이에게 말을 하는 이도 공격성을 감추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식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논쟁들은 어디서든 쉽게 발생한다. 알다시피 이곳 서재에서도 자주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유시민이 말하는 세 가지 규칙 “1.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2.주장을 반드시 논증한다 3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p19)를 타인에게 적용하기 전에, 자기의 앎과 내면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욕심내기 전에, 우선되어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의 내면과 주위를 충분히 사유할 것. 그렇게 최선을 다한 글은 반드시 좋은 글이었다.
ㅡAgalma
[유시민이 추천하는 글쓰기 전략적 독서 목록]
(p257) 왜 글을 쓰는가?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는 사람한테 왜 쓰냐고 묻다니, 필요없는 질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그렇지가 않다. 잘 쓰려면 왜 쓰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왜 쓰는지 모르면 잘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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