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리뷰- 혁명이 아닌 민주주의 사회적 국가 공동체를 말하는 피케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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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양장)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 이강국 감수 / 글항아리 / 201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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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반 시민이다. 어떤 전문적 권위도 없다. 같은 나라 같은 시대를 사는 이웃으로서, 그저 이 글, 이 책 『21세기 자본』을 진지하게 읽어주길 부탁드린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21세기 자본』의 700페이지 분량과 그래프 이미지들 때문에 부담스럽다면, 3부~4부 360페이지 분량만 읽어도 좋을 것이다. 피케티의 글은 간결한 뉴스체에 가까워 이해하기 어렵기가 더 어렵다. 360페이지 분량이면 소설 한 권 분량이다. 하지만 소설 10권보다 더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나는 장담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최소한 요즘 경제전문가들의 헛소리를 잘 몰라서 아무 소리 못하고 듣고 있거나, 관상과 심증과 말투와 진영논리로 논의를 해석하는 무식한 판단도 막을 수는 없겠지만 피할 수 있다.
이 책을 사라는 권유가 아니다. 빨리 알수록 당신에게 도움이 될 테지만, 기억해뒀다가 언제가 되더라도, 빌려서라도 꼭 읽어보라는 당부다. 더 좋은 책이 있다는 조언도 환영이다!
나는 경제문외한이라 『21세기 자본』을 제대로 읽어 많은 사람에게 유익한 점을 알려보고자 아래 책들 또한 읽고 리뷰를 썼다.
1.『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http://blog.aladin.co.kr/durepos/7337428
2. 김수행 『자본론의 현대적 해석』 http://blog.aladin.co.kr/durepos/7343057
3. 신승철 『욕망자본론』 http://blog.aladin.co.kr/durepos/7346706
4. 1차 리뷰 - 혁명이 아닌 민주주의 사회적 국가 공동체를 말하는 피케티 http://blog.aladin.co.kr/durepos/7345084
※ 마르크스 『자본』을 국내에 번역한 두 저자, 김수행 『자본론 공부』와 강신준 『오늘 자본을 읽다』도 조만간 볼 생각이고, 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 협동조합에 대한 활동들(신승철 교수의 『욕망자본론』이 많은 참고자료를 주었다. 그 자료는 피케티 1차 리뷰에 올렸다)도 차근차근 살펴볼 계획이다. 이미 많은 분들이 그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21세기 자본』의 유용성을 전달하기 위해 아무리 요약한 들, 입맛에 맞지 않아하는 사람들 밥 떠먹이는 일이나 새로운 문물을 본 촌사람의 호들갑처럼 보일까봐 계속 고민이었다.
나 스스로도 강요와 간섭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데도 내가 이 경제 종교전도에 가까운 『21세기 자본』 읽기를 재차 권하게 된 결심은, 근래 친구와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게 계기다. 나름 책 좀 읽고 생각 좀 한다고 하는 이들인데도, 나처럼 경제에 대해서는 현실만큼 가난했다. 수메르와 단군신화에 대해선 줄줄 이야기 할 줄 알면서, 마르크스 자본론(1867)이 프랑스혁명(1789년)에 기인한 것 아니냐는 식이다. 역사적 함의나 같은 유럽권을 생각할 때 터무니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영국의 산업혁명이니 식민 제국주의 얘기로 더 깊이 들어가면, 대충 알고는 있지만 피곤한 남의 나라 오래 전 일로 얘기는 시들해진다. 더 오래 전 신화는 신나게 얘기하면서도!
지금 생각해볼 때, 내가 1차 리뷰에서 『21세기 자본』 연구바탕에 마르크스와 쿠즈네츠가 있다고 언급해나갔던 게 누구에게 도움이 됐겠나 싶다. 그렇구나, 그래서 뭐? 정도 되겠지. 지식나눔? 그 정도는 모 사이트 지식인 가서 물어보거나 리뷰 몇 개 보면 끝날 문제였다. 현재만으로도 힘겨운데 그 이론 바탕을 안다고 뭐가 달라지나 싶을 거다. 솔직히 오늘 저녁 메뉴보다 중요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보통 사람들인 우리 이런 자세는 이 나라 기초교육 문제가 8할 이상이라고 생각된다. 그 놈의 수능! 내신! 사교육! 그 놈의 성공 욕망들!
삼삼오오 모여서 담뱃값 인상과 전자 담배, 전기세 등 온갖 세금, 전 금융권 세금우대/비과세/예금자보호법 2015년 부로 전면 폐지(65세 이상 3000만원 예외 적용 있음) 등을 얘기하면서도,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꿀 생각과 의욕은 어째서 허기가 되지 못하는가. 여유가 있는 이들은 부모님 돌아가시면 유산으로 시골 가서 살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어디서 무얼 하든 달려들 납세자의 형벌은 잊고 있다. 귀농을 포기하고 도심 속 해체들을 걱정해 협동조합을 꾸려나가려는 훌륭한 이들도 있지만, 관공서만 가도 억울한 표정으로 웅얼거리는 사람들, 북한이 전쟁을 일으켜줘야 돼! 어깃장을 놓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내 순서에 내 일이 어떻게든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얼굴들로 사방 가득하다.
세금이 소득세/자본세/소비세로 구분된다는 말은, 모두에게 학교 시험문제 악몽만 연상시킨다(기억이라도 나면 다행이고). 『21세기 자본』은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 논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또 다른 교과서다. 피케티는, 왜 자본세(부동산세, 부유세, 법인 소득세)는 이리저리 빠져나가는데,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소비세(간접세)는 빠져나갈 수도 없이 적용되고 재편되는지(p604~) 당신의 현재를 말하고, 부과식 연금 시스템과 적립식 연금 시스템(p581~)의 차이점을 살피며 개인 계좌를 바탕으로 한 통합된 퇴직연금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당신의 미래 또한 동시에 말하고 있다. 기금고갈을 두려워하면서도 당신은 연금을 꼬박꼬박 내면서 정작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지. 정부와 국회위원 욕하면서 정작 당면한 삶에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 돈 벌기? 그 돈 벌기에만 눈멀어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건 아니고? 로또처럼 투표 1표로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진짜 고민도, 해결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생각의 자유? 생각할 노력도 안 하면서 자유는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살아갈 길이 까마득한 삶인데, 무너진 집 지은 놈 탓만 하잔 소린가. 과거를 빨리 털고 일어나자 소리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주권이라고 말하면서 종이호랑이로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나이브한 판단과 시각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정치권 욕만 싸지르며 내일 출근 생각하는 걸로 끝나는 하루가 아니라 어찌 살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방도를 알아봐야 하지 않는가. 이 모든 게 바로 당신, 우리 삶이다!
“예수가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예수 그리스도가 이 말을 하기 전에 오백 년 전 공자가 이미 말했다(커트 보네거트 『나라없는 사람』)고 멋진 말을 한들, 그런 생각이 있었구나 정도지 그게 지금을 견디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위로가 될 수 있는지 나로선 짐작하기 어렵다. 부시 깔 권리 있던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커트 보네거트씨, 미안ㅡ.ㅜ
마르크스가 그 당시 이랬단 말이지 해봐야 그 사람 참 난 사람이네, 학계 연구자가 아니고서야 현실에선 그 정도로 끝날 말이다. 자본론 운운해봐야 현실에선 내 학자금, 전세자금 마련에는 아무 도움도 안 된다. SKY대 나오고 정치자문 정도 돼야 자본론 운운도 들어줄 정도지 마르크스 어쩌고 해봐야 제 앞가림 소리 들으며 왕따나 안 당하면 다행인 거다. 종북좌빨 소리 들으며 신상 안 털리면 더 다행인 거다. 도대체 몇 명을 더 잃어야 우리는 행동 할 수 있는가. 내가 지금 혁명하잔 소린가?
나야말로 열렬한 예술옹호주의자며, 소설을 위한 소설을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말하는 현실에 혀를 깨물고 싶지만, 매일 오가는 대화, 블로그, 각종 인터넷 네트워크 속에서 ‘나는 이상한 걸까요’, ‘죽고 싶어요’, ‘이렇게 살다가 죽는 걸까요’ ‘도대체 어쩌면 좋을까요’ ‘케바케죠’ 욕지거리와 실의와 주눅으로 얼룩진 이야기들을 바라보며, 마르크스든 공자든 공허한 공차기로만 오가는 것 같아 이 세상을 염려한다.
그래서 나는 재차『21세기 자본』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1990년 마거릿 대처 총리를 실각시킨 ‘인두세’(p592)라는 나쁜 역진적인 예도 있었지만,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20년도 더 전에 누진적 소득세를 시행한 독일(p598), 1932~1980년대까지 소득세 최고연방세율 평균 81퍼센트까지 부과한 미국(p606), 누진적 상속세를 겨냥해 불로소득에 최고세율을 가하던 1970년대의 미국과 영국의 꾸준한 제재(p607, p633) 등 좋은 예도 세상엔 분명 실행되었다. 그게 다 과거지사고, 한국은 안 돼... 문제로 봐야 하는가.
갑·을논쟁 속에서 불매운동, 재벌가에 대한 여론몰이에 대한 쾌감에만 일희일비 말자. 사실 이 사건들을 누가 얼마나 끝까지 집중하고 결과를 끌어내려 노력하는지 의문이다. 인권과 횡포에 저항하는 것 중요하다. 하지만 뉴스거리로 소비하고 있진 않은지 자신을 되돌아보자. 더불어 나라 전체에 대해 더 넓고 자세히 좀 보자. 지금 경제역학에서 가장 필요한 기술 혁신을 표방한 창조경제 사업들이 사실은 부동산 투자와 청년 착취가 아닌지, 날이면 날마다 오르는 조세제도가 가장 정치‧경제적으로 악용되고 있지 않은지,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등 관련한 MB정부의 경제적‧사법적 책임이 어떤 식으로 따져 지는지, 그야말로 전국민의 목숨줄이 걸린 일들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세월호도 결국 그 모든 것이 모여서 만들어진 참화였잖은가. 국가가 부자들에게 과세를 하는 대신 자금을 빌려 부채를 키우는 방식 또한 우리는 계속 지켜 봐왔다. 골목 상권, 대형 마트의 시장 점유화, 비정규직에 대해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커넥션을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 누구, 아는 사람?
피케티는 현재 재산(부동산) 등 소득에만 부과하는 과세 대신 현재 최고 100분의 1정도만 세금을 내고 있는 최상위층의 모든 금융자산(주식, 투자신탁, 합자회사 투자 등)을 표면으로 끌어내 세금 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자본세). 그가 말하는 글로벌 자본세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조세 대피처에 금융자산을 숨기고 있는 최상위층을 모조리 색출할 수 있다. 이는 곧 범죄현황이 되므로 최소한 그들이 표면적으로 정치권으로 스며들지 못하게 하는 방어적인 수단도 된다. 부자라서 일을 잘 할 거 같다고 표를 주는 서민들이 엄청나게 많지 않다면 말이다. 뭔가 떠오르나요. 이 시민들 요즘 무슨 생각하시나요. 언제까지 잘못된 언론 핑계댈 겁니까. 거스름돈 잘못 받으면 불같이 항의하면서 자신의 알 권리는 왜 직접 찾지 않습니까. 아시다시피 이 나라는 인구감소, 노동인구의 빈민화로 앞으로 조세 불길이 더 타오를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반말/존댓말 오락가락인 점 양해를).
나쁘게 생각하면 피케티가 말하는 시스템(사회적 국가, 글로벌 자본세, 누진적 소득세, 누진적 상속세, 다른 대안으로 보호 무역주의와 자본 통제, 공공 부채 감축안-공공자산 민영화는 우리나라 경제 불투명성 실정상 우려스러운 점)을 동물농장식 전체주의로 오도할 수 있다. 국제적 종교 테러 시대, 자원 쟁탈전, 자국 중심주의로 흐르는 우익 흐름들 속에 말도 안 되는 꿈같은 소리라고 할 줄 알고, 피케티도 대안이라 말하며 이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여성 참정권이나 노예제 폐지도 그런 취급받았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피케티의 급진성과 실효성을 비판하기 전에, 누가 그랬다더라 떠도는 말만 듣지 말고 이 책을 보고 직접 생각하길 바란다. 지금 내 말도 싹 잊어야 한다. 이후 당신의 생각을 기대한다.
베갯잇을 적시며 창밖을 바라보며 ‘인간은 무엇인가’ 울기보다 다 알다시피 이 빌어먹을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가 필요한 시대다.
나는 앎이란, 그 진리 자체에 있지 않고 그 진리를 찾아 노력하는 고행 속에서 태어나는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인지는, 우리가 인간으로 부단히 살아가는 그 속에 있을 것이다.
ㅡAgal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