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시간이 임박해서야 도착지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걸로 예매했다는 걸 눈치챈 이 바보😱는 그래서 1시간 반 뒤의 새 표를 울상으로 끊고 이 텀을 이용해 북플을 열었다. 북플 이웃 마실을 2시간째 하고 있는데 이러다 도착할 때까지 하고 있을 거 같다; 책 4권이나 가져왔는데 이게 뭐야;;; 장시간 이곳에 있다가 사이버지만 내 집에 아무것도 안 남기고 가는 것도 머쓱해 이 글을 쓴다. 


○ 리뷰 쓰기의 어려움이 아니라 리뷰 올리기의 어려움


리뷰를 올리려는데 자꾸 페이퍼로 올라간다. 몇 년째 북플을 이용해도 북플 리뷰 쓰기는 당최 모르겠다. 되면 어, 됐다!고 안 되면 힝...이다. 모바일 웹으로 리뷰 쓰면 이미지 첨부가 안 되어서 그냥 포기한다. 애초에 모바일과 웹 병행을 고려하지 않은 게 불만이다.
중구난방 이미지 배열과 레이아웃 조정이 어려워 북플 페이퍼 쓰기 좋아하지 않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이.






○ 포스트-잇 플래그 vs 알라딘 born to read 스티키 북마크


​포스트-잇 플래그는 44x6mm 9색 180매
본투리드 스티키 북마크는 30x8mm 3색 72매 : 양이 적어 금방 쓰기 때문에 클립을 빼고 양을 늘려주면 좋겠다. 색상 혼합용도 최근에 샀는데 내 취향엔 무채색이 더 좋다.
둘 다 폭이 두꺼워서 반 잘라 쓴다. 표시용이기 때문에 얇은 게 좋고 아껴 쓰기 위해서도. 좀 귀찮아도 이거 살림에 보탬이 됩니다ㅎ 자원을 아낍시다. 자원을ㅎ

분량으로는 포스트-잇이 훨씬 좋지만 깔끔함과 아름다움에서는 본투리드 쪽이... 포스트-잇보다 좀 더 두꺼워 구겨짐이 덜하고 컬러 부분을 작게 줄여 정확하게 붙일 수 있도록 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실제로 써 보면 느낌이 정말 좋음! 결론은 둘 다 쓴다. 이게 뭐야ㅋㅋ

 


 

 

 

 

 

 

 

 

 

 

 

 


○ 의미없이 마시고 읽기 어려운 때


졸음과 한숨을 잠깐이라도 몰아내기 위해 바깥에 나와 숨을 쉬면서 독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기분을 느낀다.
추워 죽겠는데 나는 왜 굳이 찬 탄산 음료를 마시고 있는가를 탓한다ㅡ물론 이 원인을 알고 있다. 제프 다이어가 캄보디아에서 지뢰에 한 다리를 잃은 소년에게서 산, 몰락한 디트로이트 시티에서 외로움을 주체하지 못해 하며 마시는, 콜라들 때문이지. 눈 둘 풍경을 찾는 내게 ‘現代‘라는 기호가 밀려온다. ‘현대‘라는 단어는 ‘지금의 시대‘를 뜻하기도 하지만 참신함이나 혁명적인 혹은 멋지다는 뜻에서 ‘현대적‘이라 표현하는데도 쓴다. 지금 내 눈앞의 저 現代는 어느 기업의 기호이자 그와 같은 부를 얻고자 하는 자들의 열망을 부추기는 욕망의 기호이자 더 현대적으로 바뀌길 바라는 舊 現代다. 요즘 흔한 영어가 아닌 한자라 더 기묘한 인상을 준다. 저 現代에는 화장실이 급할 때 찾는 즉각성, 절박함이 없다.
무엇을 내보이고 무엇을 삼켜야 할까. 여기서는 거의 문학적 기술이 필요하다. 데이비드 실즈와 제프 다이어 책을 읽으며 더욱 그러한 생각을 했다.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와중에 두 사람은 각각 다음 책들을 냈다. 실즈의 책은 기대보다 더 좋았고 다이어의 책은 호평이 좀 과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두 책 다 지금의 내겐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오늘날 지적으로 엄격한 작가가 대처해야 할 핵심적인 과제는, 기술적으로 좀 더 세련되고 따라서 좀 더 본능에 가깝게 느껴지는 형식들 때문에 문학이 주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그런 형식들로 글을 써도 좋고, 그런 형식들에 대해서 써도 좋고, 그런 형식들을 통해서 써도 좋고, 그런 형식들의 전략을 전유해서 써도 좋다. 하지만 진공 상태에서 계속 써 나가는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소설은 내면에 접근하기 위해서 발명된 형식이었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소통한다. 내가 아는 서른 살 미만의 사람들은 다들 놀라울 정도로 프라이버시 개념이 없다. 소설은 공예품이다. 골동품 애호가들이 그토록 맹렬하게 소설에 집착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예술은, 과학처럼, 전진한다. 형식은 진화한다. 형식은 문화를 위해서 존재하고, 형식이 죽을 때는 다 이유가 있다. 아니면 내가 그렇게 믿어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게는 소설이 음울한 것이 된 지 오래이므로……˝
ㅡ5장 <상처와 활>

“성공적인 작품은 객관적인 모순을 그럴싸한 조화로 풀어내는 작품이 아니라, 다듬지 않은 순수한 형태 그대로의 모순을 가장 내밀한 구조에서 체현함으로써 오히려 부정적으로 조화의 발상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_아도르노
ㅡ6장 <모든 훌륭한 책은 결국 작가의 이가 깨지는 것으로 끝난다>
: 데이비드 실즈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호사스럽고 아늑한 곳에서 그 친구와 함께 있다는 것이 무지 행복해서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다. 사실은, 정말 울었던 것 같다. 나는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었다. 누가 어떤 삶을 사는가 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거라고 마음먹었다. 당신에게 이런 저녁이 있는 한, 누가(나는 계속 “누구”와 “당신”과 “나”를 섞어가며 쓰고 있다) 무엇을 이루었다는 사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사십 대가 불꽃과 야망, 그리고 희망으로 가득 찼던 이십 대보다 낫다. 심지어 한때 당신을 움직이게 했던 그 희망들이 고통의 원인이 되어버렸던 삼십 대보다도 낫다.
“마흔이 지나면 온 세상이 오리가 지나간 자리의 물결처럼 되는 거야. 마흔이 지나면 인생은 원래 낭비하기 위해 있는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 내가 말했다. 스스로 한 말에, 그 성숙함과 통찰, 그리고 거기에 담긴 지혜에 너무 도취한 나머지 나는 그 비슷한 말들을 계속 지껄여댔다.˝
ㅡ<호텔 오블리비언 - 암스테르담의 기억나지 않는 행복>
: 제프 다이어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계속 컴 화면을 노려보며 주변을 배회하기도 하면서 1월엔 그 날 이후 결국 아무 리뷰도 쓰지 못했다. 각종 허망함 속에서.

두 개째의 캔을 딴다. 외양은 탄산 음료를 따고 마시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내 맘은 전혀 다른 의미다.



던바의 수 150명도 내겐 벅찬 듯;; 미처 방문 못한 이웃에게 죄송;;; 다음에 들를게요.
그럼 모두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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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2-04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님, 어머님 기다리고 계신 집으로 가는 길에 쓰신 거군요. 잘 다녀오세요.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편안한 시간 잘 보내고 오세요.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AgalmA 2019-02-04 14:41   좋아요 1 | URL
앗, 그러고보니 서니데이님 서재 들르는 걸 깜빡했군요;;

서니데이님도 설 연휴 잘 쇠시길^^

2019-02-04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09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2-04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남은 제프 다이어의 책이 있었네요...

메리 설날되세요 !!!

AgalmA 2019-02-09 15:04   좋아요 0 | URL
제프 다이어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는데 마침내 첫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명절에도 책과 함께 이셨겠지요? ㅎㅎ

moonnight 2019-02-04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절 잘 쉬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요.^^

AgalmA 2019-02-09 15:05   좋아요 0 | URL
명절 연휴 잘 보내셨나요^^ 2월도 평안히 즐거운 나날 되시길. 책의 압박은 좀 덜 받으시길 바라고요ㅎ;;

단발머리 2019-02-04 2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북마크 스티키 이웃님에게 선물받아 한 번 써보고 나서 양이 적고 비싸걸 알지만 계속 사게 되는 ㅠㅠ
그런 면에서 클립 빼고 양을 늘려달라는 아갈마님 지적에 물개박수를 짝짝 칩니다.
반으로 잘라쓰는 신공을 배웠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갈마님, 메리 설날이요^^

AgalmA 2019-02-09 15:07   좋아요 0 | URL
저도 알라딘 스티키 북마크 깜찍해서 선물하곤 했는데요. 클립은 당최 쓸데가 없어요ㅎㅎ;
반 잘라 쓰는 걸 활용 안 하시는 분들이 꽤 되는 것에 좀 놀랐습니다. 이게 붙여놓는 거 외엔 크게 쓸 일이 없는데 너무 크잖아요!
명절 잘 보내셨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