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는 숙취고 독서는 독서지. 헌해를 떼내는데 알코올의 힘을 빌리고 새해를 이리 맞아도 되나 하면서 이 하루를 보내며 다짐대로 새해 첫 책을 펼쳤다.

 

📎

"그는 자신이 [결국] 무엇에 도달하게 될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즉 자신의 아침, 자신의 구원, 자신의 아침놀에 도달하게 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긴 암흑과 이해하기 어렵고 은폐되어 있으며 수수께끼 같은 일을 감수하는 것이 아닐까?......"

니체 『아침놀』(니체 전집 10 )

이거 참 흥미롭군.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지하로부터의 수기』와 왜 때문에 닮은 거지??

도스또예프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1863년에 쓰기 시작했고, 니체는 1880년에 『아침놀』 작업에 들어갔다. 지하생활자는 '이성과 합리주의ㅡ공리주의적 윤리학과 공상적 사회주의ㅡ에 강한 비판'의식으로 수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단적으로 "19세기의 영리한 인간은 도덕적으로 절대 어떤 성격을 가져서는 안 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도스또예프스키의 작품은 <우리들 중 누가 솔직하게 무엇이 악이고 무엇이 선인지 알고 있는가>라는 주제의식을 늘 깔고 있었기에 니체의 도덕 비판론인 『아침놀』과 맥이 닿을 수밖에 없다. 작년에 도스또예프스끼 5대 장편 다 읽고 한동안 도스또예프스키 안 볼 줄 알았더니 딴 책 읽다 또 걸리네ㅜㅋㅜ);;;

책을 꾸준히 읽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격려와 힘을 얻게 되는 작가와 책이 있을 것이다. 내겐 니체와 도스또예프스끼가 그런 것 같다. 니체가 칸트 『순수이성 비판』이 도덕의 유혹에 사로잡혀 지성과 철학을 '존엄한 도덕적 건축물'로 세운 것을 열렬히 비판하는 걸 보니 시원 안절부절 그렇다ㅋ; 올해 『순수이성 비판』읽으려 했는데 비판서부터 먼저 보고 있으니 이래도 되나ㅋㅜ);;;

 

 

뒹구르르~ 새해 첫날은 좋아하는 선인장 베개에서 책 파티닷~~~ 첫날부터 부지런한 사람이 되지 않을 테닷~ 이제까지 계속 그랬잖아-_- 안 부지런 씨.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19-01-01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의지의 격률이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될 것만 같은 어마어마한 에코백이네요..... 근데 탐나지는 않는 희한한....

아갈마님 취중댓글로 제 2018 마무리와 2019 시작이 맛깔나게 이루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복받으세요ㅎㅎㅎㅎ

AgalmA 2019-01-01 23:19   좋아요 0 | URL
아하하; 술 취해서 자기가 한 말, 행동 잘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 딱 질색인데요. 저는 지난밤 제가 뭘 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다 좋은 소리만 한 거 같다고 자평하며ㅋㅋ syo님도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용~

저 칸트에코백 가져서 좋은데 탐나지 않다니 너무해용. 힝

syo 2019-01-01 23:16   좋아요 1 | URL
저 ‘한길사‘라는 글자만 없었어도 조금은 탐났을 것 같아요....

AgalmA 2019-01-01 23:18   좋아요 1 | URL
한길사가 그거 하자고 에코백 만든 거잖아요ㅋㅋ 시간나면 제가 그 부분 리폼해 보도록 할게요ㅋ

syo 2019-01-01 23:35   좋아요 1 | URL
정말 큰 딜레마네요. 빼자니 만든 의미가 없고, 넣자니 손이 안 가고 ㅎㅎㅎㅎㅎ 한길사의 고뇌가 느껴진다. 정말 여러가지로 사색적인 에코백이네요 ㅋㅋㅋㅋ

겨울호랑이 2019-01-01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게으름으로 한 해를 시작해서, 작심삼일을 하면 나머지 362일을 부지런하게 보낼 수 있겠군요. 흠.... 2019년을 잘 보내는 꽤 괜찮은 거래인데요?^^:)

AgalmA 2019-01-01 23:19   좋아요 1 | URL
저에 대한 무서운 예언입니꽈-ㅁ-)˝ 앙돼~~~~~

얄라알라 2019-01-02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취기는 취기, 독서는 독서.....에 우선 존경심이 확! 올라왔어요. 도스토예프스키 5대 장편이 취기에도 머릿 속에서 마구 시냅스를 만들어내나봅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AgalmA 2019-01-02 16:09   좋아요 0 | URL
저는 밥배, 간식배가 따로 있는데, 취한 머리, 책을 읽는 머리도 따로 있나봐요ㅋㅋ;;; 딴생각이 너무 많이 끼어들어서 진득하게 책 읽는 게 어렵다는 단점도 있죠ㅜㅜ;
얄라알라북사랑님도 복 많이 성취하는 한해 되시길 빕니다^^

레삭매냐 2019-01-02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옷 도끼 선생의 책이네요 -

전 그리고 보니 도끼 선생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 <죄와 벌> 하나
읽었군요.

작년에 새로 나온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낼름 샀으나 첫 페이지 가계도만 읽고는 집어
치웠더라는 ㅋㅋ

새해에는 도끼 선생의 책을 좀 읽어야지 싶습니다.

그나저나 새해부터 달리시다니요 반칙이십니다 !

AgalmA 2019-01-02 16:09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많은 책을 특히나 전작 읽기도 거뜬히 하시는 레삭매냐님이 도 선생과 왜이리 인연이 안 닿는지 저는 참 신기합니다ㅎㅎ;
제가 톨스토이 책 들었다 놨다 하는 거랑 비슷하려나요ㅎ;; 아아, 저는 올해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든 <안나 카레리나> 든 하나는 결단내고 싶습니다~~
이 책 저 책 회전목마 타느라 진도는 많이 안 뺐으니 걱정 하덜덜 마세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