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함께 놀다 - 어린아이 같은 믿음으로 사는 인생
마이클 야코넬리 지음, 윤종석 옮김 / 복있는사람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일단, 놀자는 제안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우리 모두 학교나 직장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지 않았던가. 공부도 일도 그 끝이 어디인지 발견한 사람이 없다. 또한 선생님들과 직장 상사는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를 않는다. 그렇게 공부를 하고 일을 해도 성적과 연봉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학교 다닐 때는 대학이, 대학 다닐 때는 직장이, 직장 다닐 때는 연봉이 주요 관심사다. 그렇다면 결국 최종적인 목표는 돈인가? 글쎄... 돈 자체는 아닐 것이다. 돈을 충분히 가지고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물리적, 정신적인 상태를 원하는 것이 아닐까? 바로 안정과 여유... 그것이 아닐까 한다. 여튼 그러기 위해서는 피터지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 압박은 일단 뒤로 하고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잠깐 여유를 갖기로 했다.  이 책을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인생을 놀듯이 사는 법' 혹은 '어린 아이와 같은 믿음으로 인생을 즐기는 법', 이 정도가 알맞을 것 같다. 평범한 이야기는 아니다. 저자는 약간 극단적인 주장도 서슴치 않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무책임하게 살아라! 사리분별과 책임과 조심성일랑 잊어버리고..." 이런 큰일날 말을 하다니... 나는 자유의 여신상과 더불어 책임의 여신상을 세우자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상당히 파격적으로 들렸다.


그러나, 다소 위험스러운 발상은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더 명확하게 한다. 그는 일종의 법칙이나 제도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상위에 있는 어떤 삶의 원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제도나 법칙은 언제라도 상위 원리에 의해 깨어질 수있다. 그 삶의 원리란 '인생이란 위대한 경이에 찬 위험스럽고도 신비로운 모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삶 속으로 뛰어들라는 것이 저자의 권면이다.


저자는 인생이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이라고 비유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얘기하는 거라고.."정말 잘 탔다..." ㅋㅋ 이런 초성만을 쓰는 글자를 쓰는 것은 국어 학자들이 싫어하겠지만.. 그래도 저 초성 두 개가 이 부분을 읽을 때 내가 마음 속으로 했던 말이다. 그렇게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가능 여부를 떠나서 그렇게 산다는 것 자체가 재밌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인생은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존재하지 않던 존재들이 아닌가? 인생이란 보너스 같은 것이 아닐까? 조금 더 벌고 조금 더 여유있게 조금 더 오래 살려고 아등바등하는 사람들은 죽을 때가 되서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다.. " 잘 버텼다." 80년 동안 안 죽고 잘 버텼다고 말이다. 안정과 여유 속에서 잘 버티는 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인가?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노는 것이 우리가 사는 이유인가? 글쎄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놀듯이 기쁨과 열정을 갖고 사는 것이 더 흐뭇하게 사는 모습인 것 같다. 미래의 안정과 여유를 보장받기 위해서 사람들은 정말 많은 고민을 한다. 적성에 상관없이 의사, 교사, 공무원 같은 직업이 선호되는 이유는 이 불안정하고 위험한 세계에 조금이라도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그러나 인생을 즐기지 않고 단지 버티는 것은 별로 재미없는 일이다. 갑자기 TV 드라마에 나왔던 한 할아버지의 이런 대사가 생각난다.


"나는 말이지. 손자들과 즐겁게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가 죽고 싶단다."

마이클 야코넬리... 오래간만에 재밌는 사람을 만났다. 정말 예측불허라서 아주 믿음직스럽지는 않은 사람이지만(?) 나는 이토록 삶을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 쉽고 재미있게 잘 쓰여진 책이다. 맥스 루카도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도 꼭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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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ss 2005-09-1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다 한번 리뷰를 읽을 후로 자주 설박사님 글을 보러 옵니다. 80년 동안 잘버텼다에서 푸하하 웃었습니다. 맞는 말이지요. 근데 평생 버티면서 사는 사람들이 훨신 많을것 같군요...

설박사 2005-09-13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뵙습니다. 반갑고.. 감사합니다.
종종 들러 주세요.. ^^
 
이기적 유전자 - 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가치는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데에 있다. 도킨스가 지적한대로 새로운 관점은 새로운 지적 분위기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읽고 생각해 볼만한 책이다. 그 새로운 관점이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 진화의 원동력이 그룹 선택이나 개체 선택이 아닌 유전자적 선택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하는 것이다.


도킨스의 이론에 기본이 되는 것은 물론 다윈의 '자연 선택설'이다. 자연이 생물의 진화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도킨스의 유전자적 선택설에도 마찬가지이다. 유전자는 목적도 의식도 의도도 없다. 단지 계속 자기 복제를 할 뿐이고 자연에 더 적합한 놈이 살아남아서 그 형질을 보존한다. 더군다나 유전자는 미래를 예측할 능력이 없다.


유전자적 선택 관점이 타당한지 그렇지 않은지의 여부를 떠나서 실제로 그의 견해는 많은 발견과 연구가 가능하게 했다. 실제로 그의 이론을 충실하게 반영한 유전자 알고리즘(Genetic Algorithm)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방법이 있는데 나는 사실 이 책보다 먼저 그 알고리즘을 통해서 유전자적 진화 관점을 접했다. 유전자 알고리즘을 보면 도킨스 이론의 특성을 잘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섯 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생물이 있다고 가정하자. '55555', '33333', '77777'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자연 상태는 낮은 숫자일 수록 생존할 확률이 높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55555와 33333이 살아남아서 자식을 낳게 된다. 그런데 서로의 유전자를 교환하게 되므로 '33535'. '35353'. '53355' 와 같은 자식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33535와 35353이 살아남게 된다. 아마 최종적으로는 00000이라는 생물이 생존하게 될 것이다. 유전자 알고리즘은 아무 생각이나 의도없이 임의의 5개의 숫자를 발생시키게 되어 있고 그 중 더 적합한 일부만 살아남게 된다. 재밌는 것은 정말 이 알고리즘을 쓰면 최종적으로 00000의 생물이 남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유전자 알고리즘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신뢰성이 높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잠깐 옆길로 샜는데, 바로 이것이 지극히 진화론적인 관점을 적용한 방법이다. 선택권은 유전자에게 있지 않다. 바로 자연에게 있다. 이런 관점은 이 책의 기본적인 관점이자 자연 선택설의 기본 원리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 당혹스러웠던 점은 진화를 그룹이나 개체 혹은 유전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결정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말을 쓸 수 있냐는 것이다. 즉, 유전자는 자신의 형질을 복사해서 남기고자 하는 본능이 있을 뿐 계속 존재하려는 의도는 없는데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도킨스는 "목적이란 생각은 어떤 경우에서나 단순한 은유에 불과하다(p.315)"라고 말하며 목적이란 단어의 정의 자체를 바꾸어 버린다.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동시에 약간 아쉽기도 하다. 오히려 자연선택이라는 진화론적인 관점을 버린다면 도킨스의 이론은 더 명료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생물의 최소 생존 단위 혹은 기본 설계도에는 이기적인 생존 본능이 존재한다고 한다면 그의 이론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도킨스는 동물 행동학자이다. 이 책도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의미보다는 동물 행동을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해석한 것으로 의미를 축소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기적인 유전자의 관점에서 동물의 행동을 해석한 그의 논리가 아주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도킨스가 예외로 두었던 동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이다. 그는 스스로 인간에게는 진화를 생각할 때 유전자만을 그 유일한 기초로 보는 입장을 버려한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제시한 개념이 인간의 문화를 고려한 '밈'이라는 것이다. 그게 맞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을 특별하게 하는 것 중에 하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인 혹은 유전자적인 관점에서만 다시 말해서 과학적인 관점에서만 인간의 행동을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진화론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진화라는 말만을 가지고 마음대로 생각한다. 즉, 무생물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생물이 되었고 그 생물은 어떤 방향을 향해 계속 자신을 발전시켜왔다고 믿는다. 즉, 환경을 정복하고 자연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을 진화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다윈의 진화론은 그 주도권이 자연에게 있음을 주장한다. 생물이 자신의 발전방향과 자식의 형질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선택한 것이라는 관점이 진화론이다.


또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무생물에서 생물로의 진화,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로의 진화, 원숭이에서 인간으로의 진화 등은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왜냐면 과학이라는 학문은 실험과 관찰이 기본인데 아무도 그 진화 과정을 본 사람도 없고 기록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직접 관찰할 수 없는 것이라면 당연히 유추와 가설을 사용해서 설명할 수 밖에 없다. 도킨스도 그 부분은 소설을 쓰고 있다. 즉, 그럴 듯한 상상만 있을 뿐이다. 또한 논리적인 비약과 우연이라는 소설의 특징도 그대로 나타난다.  도킨스는 그의 논리적 비약을 위해 '살아 있다'는 말의 정의를 흔들어 쓰러뜨려 버린다.(p.46) 다시 말해서 진화는 증명될 수 없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타당하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다. "Only two things are infinite, the universe and human stupidity, and I'm not sure about the former. " 과학자들은 우주의 모든 것을 알아야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주의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자신의 방법과 이론이 인간의 어리석음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가 올 것이다. 도킨스가 그런 부담감을 버렸다면 이 책의 논리가 좀 더 명확해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도킨스의 이 책의 예상 독자를 세 부류로 정의하고 있다. 생물학에 문외한인 일반 독자, 전문가, 문외한에서 전문가로 이동하고 있는 학생 이렇게 세 부류이다. 도킨스가 나같은 기독교적 창조론자가 이 책을 유쾌하게 읽었다고 한다면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도킨스의 이론에서 새로운 관점의 유익을 배웠고, 생물학적으로 윤리의 기반을 찾을 수 없다는 주장으로 이전 과학자들의 다소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이론에서 발전되고 있는 과학의 모습을 보았고 인간이 정말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생물학적으로도 알게 되었다. 인간이 유전자의 보존을 위해 존재하는 '생존 기계'라는 그의 진화론적 신념을 반영하기 위한 일종의 추론만 뺐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진화론 이야기가 나왔으니 창조에 대한 한 마디만 하고 마치려고 한다. 나는 웃찾사의 "잉글리쉬는 마음 속에 있는 거니까요."라는 대사를 좋아한다. 영어 해석이 그 때그때 다른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그것은 잉글리쉬가 해석자의 마음 속에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자연 속에 수없이 많은 종류의 살아있는 존재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가장 최적의 생물로 귀결이 안 되고 다양한 종이 분화하게 되었는가? 인간은 왜 인간으로서 다른 모든 생물보다 우위를 점하게 되었고 자연의 선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고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우주는 신의 마음 속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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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계절 2007-10-09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평을 찾아보다가 들어오게 되었네요. 서평들이 인상적입니다. 저의 독서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실 듯.. ^^ 혹시 리처드 도킨스의 최신작 '만들어진 신'에 대해서는 서평을 쓰실 계획이 없으신가요? ^^;;

설박사 2007-10-13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 '만들어진 신' 기회를 만들어 꼭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끝나지 않은 여행 - 스콧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
M. 스콧 펙 지음, 김영범 옮김 / 열음사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 눈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감각할 수 있는 한 가지 기관일 뿐 세상의 모든 존재하는 것을 감지해낼 수 있는 능력은 없다. 과학이라고 하는 것은 다분히 경험론적인 방법을 취하기 때문에 인간이 감각 기관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것이나 감각 기관의 능력을 확장한 장치를 통해 얻어낸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당연히 인간이 감지하고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과학이라고 부르기에는 약간 어색한 면이 없을 수 없다. 심리학이라는 분야도 마찬가지인데 사람의 마음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불가능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방법이 아니라 간접적인 방법을 취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다소 관념론적이고 추상적이고 확실하지 않아 보일 때가 많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마음을 무시해버릴 수는 없다. 인간의 마음이 심장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심장처럼 마음이 생명 현상과 밀접하고 중요한 연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한 심장을 갖기 위해서는 운동도 하고 몸에 좋은 음식도 먹어야 한다. 그래야 좀 더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음에 대해 개인의 심리적인 상태에 대해 아는 것은 더 나은 삶, 더 활기찬 생명을 위해 필수적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계기가 되게 한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스캇 펙이다. '끝나지 않은 여행'은 그의 책 '아직도 가야할 길'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가야할 길'도 훌륭한 저서였지만 이 책도 전작에 못지 않은 의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성장, 너 자신을 알라, 신을 찾아가는 여러 갈래 길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물론 최종적인 결론은 후반부에 있지만 부분 부분이 심리학적 지혜로 가득하다. 심리학적 지혜란 다시 말해서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의 문제, 서로를 비난하는 것을 멈추고 용서하는 방법, 죽음의 의미, 인생의 신비로움에 대한 태도, 성공하는 사람의 특징, 신화의 역설적인 진실, 인간 영성의 발전 단계, 알코올 중독과 영적인 질환의 연관성, 삶에 있어서 종교의 의미, 과학과 종교의 분리로 인한 폐단, 뉴에이지, 성(性)과 신의 관계성 등 보통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 그리고 별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의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를 보여 주고 있다.


자신의 생각에 편견이나 환경적 영향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스캇 펙처럼 고정 관념 없이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보는 이는 드물 것이다. 스캇 펙이 이 책에서 자신이 기독교적 근본주의자에게는 이단으로 뉴에이지 종파에게는 보수적이라고 비난을 받는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그 말은 지금도 이 책을 읽는 이에게 적용될 것이다. 어떤 이는 이 책이 너무 기독교적이라고 여길 것이고 어떤 이는 교묘한 이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의도는 '사람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살게 해 주려는 것'이다. 이 책의 기독교적인 경향은 그의 의도에 기독교라는 종교가 부합하고 있기 때문일 뿐이고 일부 기독교의 교리에 의문에 다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성장에 저해될 것 같다는 그의 개인적인 견해이다.


이 책을 읽고 느끼고 새롭게 알게 된 바가 많이 있었지만 그 중에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다. 이 책 안의 설문 조사 결과에 의하면 성공한 사람들이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반면 실패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앞에 내용을 '자기애'라고 하고 뒤의 내용을 '자만심'이라고 구분한다. 당연히 연구 결과에 의해 스캇 펙은 '자기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론짓고 이야기를 이어 간다. 이유는 자만심은 어려움이나 고통을 당했을 때 자신의 단점이나 극복해야할 상황에서 현실을 도피하게 하는 '마취제' 역할을 하고 '자기애'는 현실을 인정하고 괴로움을 견디고 도약하게 하는 힘의 근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정신적으로 계속 성장해야 하는데 세상과 현실이라는 험난한 곳에서 그 과정을 이어가기 위해선 '자기애'라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자신을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유는 그러면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자신에게 책임이 지워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 탓을 하고 싶은 경향으로 인해서이다. 나는 '자기애'라는 것을 '이기심'과 결부시켜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캇 펙으로 인해 내가 날마다 스스로에게 되뇌야 할 말 중 한 가지-나는 소중하다-를 알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온 내용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진 문제와 답변에 대한 내용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던 이유는 그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를 누군가가 고민해서 친절하게 작성해준 것도 있겠지만 답안을 보면서 이 문제의 출제자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시험이라는 것은 괴롭게 마련이지만 그러면서도 정말 인생에 도움을 주는 시험도 있고, 단지 학생들을 괴롭히거나 출제자의 지적 수준을 자랑하거나 성적을 차등화시키려는 목적의 시험도 있다. 인생이라는 복잡다단하고 절대로 설명이 끝나지 않을 이 문제는 결국은 학생들로 하여금 출제자의 수준과 같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출제자의 수준이란 인간이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는 최고로 행복한 삶...   그 이상의 삶을 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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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3-25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자신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치에 들긴 한데...그다지 성공한 것 같진 않지만요 ㅎㅎ 아무튼 인생에 도움을 주고싶어 하는 출제자가 낸 설문에 저도 동참하고 싶어 지는군요.

설박사 2005-03-28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찬미님... 저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영광의 기독교 사도행전 강해설교 6
마틴 로이드 존스 지음, 이길상 옮김 / 복있는사람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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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늘도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깼다. 나는 일부러 자명종 시계를 높은 곳에 올려두는데 그래야만 울고 있는 시계를 재우기 위해 벌떡 일어나게 된다. 내게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은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다음 날에 대한 생각 없이 시계를 맞춰놓지 않는다면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지각을 할 것이다. 잠의 세계를 거닐고 있는 내게 자명종 소리의 침입은 일종의 놀라운 사건이다.


마틴 로이드 존스의 '영광의 기독교'는 사도행전 7:1~29의 최초의 순교자 스데반의 설교를 강해한 책이다. 스데반의 설교 내용은 단지 이스라엘의 역사 이야기이다. 아마 주일 학교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아브라함, 요셉, 모세로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역사적 인물에 대해 친숙할 것이고 스데반의 설교에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로이드 존스는 이스라엘의 역사에 주목했다.


역사는 결코 반복되지 않는다. 당연히 역사가 미래를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카아의 견해대로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면 역사는 이미 끝난 사건들의 회고가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을 좀 더 정확하게 보여주고 알려주는 진행형의 이야기이다. 인류나 국가의 거시적인 측면뿐만이 아니라 미시적 측면에서 한 개인의 역사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로이드 존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스데반의 설교를 그냥 읽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나 로이드 존스는 이스라엘 역사를 통해 복음이 하나님의 침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복음은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아침에 잠을 깨우는 자명종 소리와 같은 갑작스러운 침입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역사의 특이점은 바로 하나님의 침입이었다. 그리고 로이드 존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개인과 세상의 유일한 소망은 하나님께서 친히 개입하시는데 있습니다. "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친히 개입하셨던 하나님께서 나의 삶에 개입하시는데 나의 소망이 있다는 것, 그것은 나에게 정말 사실이다.


나는 리처드 도킨스의 말대로 이기적 유전자가 인간을 소유하고 진화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 안에 이기적 유전자가 가득함을 느낀다. 내 존재의 가장 밑바닥에 거부할 수 없는 이기적 본성이 나를 끌어당기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이기적 본성은 게으름으로, 남을 무시함으로, 내 눈과 내 배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행동으로, 내 기분을 풀기 위해 다른 이에게 상처주는 말을 내뱉음으로 등등 수시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이기적 본성으로부터 혹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연적 법칙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느낀다.


그러나 나는 결코 이 상태로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진화란 열역학 제 2법칙이라는 흐름 속에 역류하는 하나의 소용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 진화가 필요하다. 나에게는 이 자연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를 빨아들일 수 있는 더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나는 로이드 존스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바로 그 소용돌이가 '하나님의 침입'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람들은 우연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소용돌이의 근원에 한 인격이 존재함을 믿는다. 하나님의 침입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은 어리석고 아둔한 현재의 나의 모습에 끊임없이 실망하면서도 끝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하나의 확실한 근거가 되었다.


로이드 존스의 책을 몇 권째 읽는지 모르겠다. 아마 30권 이상 그의 책을 읽었을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로이드 존스의 책은 나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불도장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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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모략 - 50쇄 기념 달라스 윌라드 하나님의 모략 시리즈 1
달라스 윌라드 지음, 윤종석 옮김 / 복있는사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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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베스의 기도'는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도에 관한 베스트셀러이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책의 내용이 기복신앙적인 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야베스의 기도'의 중심 내용은 '기도란 축복을 구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의 반대급부로 등장한 것이 바로 영성을 강조하는 일부 책들이다. 그곳에서는 기도란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교제'이며 기도는 눈에 보이는 축복보다는 내면적인 평화나 내적인 자아 각성 등의 요소가 강하다고 한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거의 기도란 명상이나 참선과 별 다를 바 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 '하나님의 모략'에서 달라스 윌라드는 '기도의 본질은 요청이다'라고 단언한다. 이 말은 이제껏 내가 들었던 기도에 대한 정의 중 가장 탁월한 것이다. 기도는 복을 비는 주문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명상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차라리 전자의 개념이 낫다고 보는데 이유는 후자는 기도의 대상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후자는 내가 나를 구원할 수 있다는 뉴에이지의 기본 사상으로 흘러들어갈 위험이 있다. 기도의 본질이 요청이라는 것은 그 두 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정의이다. 그리고, 아주 실질적이고 손에 잡힐만한 정의이다. 이 정의는 기도를 듣는 대상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고, 하나님과 크리스천의 아버지와 자녀로서의 인격적 관계도 잘 드러난다. 그리고, 내적인 변화 뿐만이 아니라 우주의 주인으로서의 하나님의 물리적 응답도 내포한다. 기도란 모든 크리스천들이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일상적인 일이라는 측면에서도 이 정의는 매우 효과적이다. 쉽게 느껴지고 누구라도 당장 기도를 시작할 수 있다.


기도가 중요한 이유는 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모략'에는 이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훈련되기 위한 본질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가르침으로 구성되어 있다. 달라스 윌라드는 '하나님의 모략'이 바로 '제자 훈련'임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이미 2000년 전에 검증된 방법이기도 하다. 시골뜨기 어부 몇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훈련받았고 대로마제국이 그들로 인해 위협받았고 결국 그들에게 지고 말았다. 현재 교회의 문제는 바로 그런 훈련받은 제자들의 부족임을 윌라드는 지적한다. 그 문제가 바로 교회 안의 코끼리이다. 결코 간과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책이다. 


나는 처음 이 책의 목차를 잠깐 살펴보고 읽기를 꺼려했다. 왜냐하면 크리스천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주제로 차례가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 자신도 서문에 이 책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책은 내가 읽은 그 어떤 책보다도 새로웠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더 넓은 곳으로 나갈 수 있었고, 더 깊은 곳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분명 단지 잊고 있었던 내용을 상기시켜주는 것 이상이었다. 교회가 제자 훈련의 중요성을 잊고 있었던 이유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이 책이 악의 세력을 그 근본부터 흔들게 할 수 있는 하나님의 비밀 전략의 충실한 해설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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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2-2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기도의 대상이 하나님이며, 그 본질은 요청이며, 우린 그 기도를 영혼의 호흡으로 순간마다 해야함을 새삼 느낍니다. 숨쉬기처럼 자주해야 하고 필수적인 것이 기도이고 보면 우린 한 순간도 하나님을 떠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임란 것도 다시금 깨닫고 갑니다.^^

설박사 2005-02-23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인간은 가장 위대하면서도 가장 연약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까불다가 자주 그 사실을 잊고는 하지요...
부족한 리뷰에 관심갖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설박사 2005-02-24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맞습니다. 너무 스스로에게 가혹하게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모습에 대해 실망하고 좌절할 때가 많지만 그 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오래 참으시는 것처럼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참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