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에 덥석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44
키소 히데오 글 그림, 한수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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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 아이가 만 한 살이 될 즈음에 즐겨 읽던 책이 '사과가 쿵', '달님 안녕' 등이었다. '사과가 쿵'은 책이 정말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열심히 읽었다. 한 살도 안 된 아기가 무슨 내용인줄 알고 듣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사과가 쿵'은 아이들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사실 그 무언가가 너무 신기해서 책을 읽어주고는 했었다. 그리고 아기가 있는 집에는 모두 '사과가 쿵' 하나 정도는 필수적인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사과가 쿵'을 읽고 있는 사진을 페이퍼에 올렸다. 그 페이퍼를 보고 한 서재지인-조선인님-이 '한입에 덥석'이라는 책을 소개시켜 주었다.


'한입에 덥석'을 처음 봤을 때 그다지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림이 그다지 인상적이지도 않았고 내용이 참신하지도 않았다. 아이들 동화책을 보면 사실 어느 정도 스토리가 빤히 보인다. 그 빤한 스토리에서 벗어나는 책은 아주 드물다. 예를 들어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를 보자. 각종 동물들이 한 마리씩 등장하고 그 동물들이 검피 아저씨에 배에 타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다. '한입에 덥석'도 마찬가지이다. 수박이 나오고 그 수박을 각종 동물들이 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게 이야기의 거의 전부이다. 물론, 각종 동물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수박을 먹는다.


한 가지 특징적인 점이 있다면 우리 아이가 1년 전에 산 이 책을 아직도 가끔 찾아서 읽어달라고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가 요새 말을 좀 하면서 책을 읽는 방식이 조금 바뀜에 따라 나는 이 책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우리가 이 책을 읽는 방식은 이렇다.

나 : "호리호리 두루미는 한 입에"
아이 :  "쭉"
나 : "불룩불룩 하마는 한 입에"
아이 : "덥석"

나만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같이 책을 주거니 받거니 읽는 것이 참 재미있다.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아이는 책의 내용을 기억하고 대답을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글씨는 늦게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나는 글자를 읽고 있지만 아이는 머리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읽는다. 아이는 그림을 보고 내가 읽어주는 말에 듣고 다음말을 생각해서 말한다. 컨텍스트-주위 환경-를 통해 텍스트-내용-를 추론해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뇌는 일종의 근육이다. 즉, 쓰면 쓸수록 발달하게 마련인데 글자를 너무 일찍 알아버리면 오히려 두뇌 발달에 해를 끼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글자를 알고 싶어하고 알게 되겠지만 굳이 글자를 일찍 깨우치도록 할 필요도 없고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 입에 덥석은 거의 독보적인 책 중 하나이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아이의 뇌를 자극시켜줄 수 있고 아빠에게 깨우침을 주는 책은 흔치 않다. 이제 막 말하는데 재미가 들려 밤에 자기 전에도 혼자서 중얼거리거나 노래부르는 아이가 옆에서 뒹굴거리고 있다면 '한입에 덥석'을 같이 읽어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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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4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설박사 2006-01-04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는 감사할 뿐입니다요. ^^

진주 2006-01-17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박사님, 축하드려요^^

설박사 2006-01-17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진주님. ^^
 
구름빵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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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내와 아이와 함께 집에서 꽤 거리가 있는 서점에 같이 갔다. 자가용이 없어서 대중 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20개월 정도된 아이를 데리고 이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의 끊임없는 호기심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면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보통 지하철은 다섯 정거장 정도 가면 내렸다가 다시 타야 한다.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 먼 곳에 간 이유는 아이가 에릭 칼의 그림책에서 'Green Frog'과 'Purple Cat'을 구분해내는 데에 고무되었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책의 영향력에 감탄했다.


유아 동화책 코너에 주로 진열되어 있는 책들은 거의 눈에 익은 책들이었다. 그런데, 베스트셀러라고 진열되어 있는 책 중에 처음 보는 책이 한 권 있었다. 무슨 상을 받은 책이라고 책 껍데기에 적혀 있었다. 처음 책장을 넘기며 본 것은 역시 그림. 아이들은 주로 그림을 보기 때문에 나 역시 그림이 예술적인 것을 선호한다. 예술을 잘 모르기는 하지만 느낌상 작가의 특별한 의도가 그림 안에 있는지를 살펴보는 편이다. 그리고, 독특한 그림을 좋아한다. 물론, 주인공들은 아이에게 친숙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모두 맘에 들었다. 그림도 특이했고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것도 좋았다.


다음은 이야기 구성. 나는 그림이 맘에 들어서 아내를 불렀고 같이 책장을 넘겼다. 아내는 거의 매주 아이랑 같이 어린이 도서관도 가고 유치원 교사로 5년 정도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동화책을 꽤 많이 읽어 봤다. 아내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재미있어서 가슴이 떨려."라고 평했다. 나도 참 즐겁게 읽었다. 구름으로 빵을 만든다는 것도 재미있었고 그 빵을 먹었을 때 일어나는 사건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아이들이 아빠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아내에게 했던 질문 한 가지.
"아니 아빠도 구름빵을 먹고 출근하면 되었을텐데 왜 그냥 간 거야?"
내가 지금 생각해도 참 나다운 질문이었다. 아내의 대답은.
"구름빵을 먹고 하늘을 날게 될 줄 몰랐던 거지."
"아..."


삶의 의외성. 그것은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지만 즐겁게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가 내게 즐겁게 느껴졌던 이유는 바로 그 의외성이라는 요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이가 읽을 책을 엄마, 아빠가 이렇게 좋아해도 될지 모르겠다. 아내와 같이 이 책을 읽을 동안 아이는 자고 있어서 이 책을 보여주지 못했다. 집에 와서는 바로 알라딘에서 주문을 했다. 이 책을 보며 즐거워할 아이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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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책 2005-07-1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어서 가슴이 떨려"
책에 대한 진정한 찬사를 하실 줄 아는 분이시군요..의겸이 어머님이..^^

설리 2005-07-12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책 고르는데 나은이 아빠도 이만큼 신경 좀 써주면 좋으련만!
그런데, 의겸엄마의 표현이 너무 시적이십니다.
아이들과 보낸 시간이 오래되어 그런가, 보통 사람과 다르신거 같아요.

나은이 책을 늘 고민하는 나(를 비롯한 다른 부모들)에게 이 정도 후기면 보지 않고도 시도할 만한 찬사 아닌가요?

나은이도 그 책으로 색깔과 동물 이름을 모두 영어로 하길래 놀란 적 있답니다.
의겸이 수준에 시시할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저는 '나의 크레용' 추천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의겸이가 좋아하는 책 종종 소개해주세요.


설박사 2005-07-12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aydremer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의겸엄마는 자신이 그런 말을 한 것을 기억못하더군요.. ^^
나은엄마님... 의겸이 수준이 그다지 높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저 엄마 아빠가 보기에 신기할 따름이겠지요... 나의 크레용... 꼭 사서 보도록 하지요.. 또 좋은 책 있으면 소개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어린이와 그림책 - 그림책을 선택하는 바른 지혜 행복한 육아 15
마쯔이 다다시 / 샘터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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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 아이는 이제 18개월이지만 엄마, 아빠 무릎위에 앉아서 동화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생각해보면 아이가 텔레토비나 뽀로로, 베이비 아인슈타인, 도라도라 영어나라 등을 보면서 배운 것보다 동화책을 보면서 배운 것이 더 많다. 손을 흔들면서 안녕하는 것, 고개 숙여 인사하는 법, 꽃에게서 좋은 향기가 난다는 것, 노크하는 법,  누군가를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표현하는 법, 청소하는 법 등등 많은 것을 엄마 아빠와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아이가 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나의 고민 중 하나는 '과연 어떤 책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들려주어야 하는가'였다.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주로 베스트셀러를 사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답은 아니었다. 베스트셀러가 꼭 좋은 책은 아니며 많이 팔리지 않은 책이라도 정말 좋은 책이 있기 마련이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동화책 가운데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기준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아내가 '마쯔이 다다시'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 주었다.

이 책의 주장은 간단하다. 아이에게 어떤 교육의 목적을 위해서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순전한 즐거움을 위해서 책을 보게 하라는 것이다. 단지 그 책 속에 빠져들어서 그 안에서 그 세계를 즐기고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라는 것이다. 그렇게 즐길 수 있는 책이 아이에게 영원토록 좋은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저자가 좋은 예로 든 몇 권의 책을 사 보았다.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 읽어 주었다. 책의 대상 연령이 우리 아이 수준이 아니어서 생각보다 반응은 별로였다. 그러나, 그 책들을 보며 또 저자의 주장을 곱씹으며 나는 몇 가지 유익을 누렸다.

먼저, 텍스트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좀 더 그림에 집중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동화책의 글을 읽어주고 있으면 우리 아이는 그림 한 구석에 숨겨져 있는 '꽃'을 찾는다. 어찌나 꽃을 잘 찾는지 주위 사람들이 감탄할 정도였다. 나도 이제는 그림 속에서 작은 꽃과 개와 고양이, 나비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그림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감추고 있는지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글로 표현되어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그림을 통해서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아마 좀 더 연습하면 동화책의 그림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예술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식견도 생길 것 같다.

또한, 어린 아이들이 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은 단지 그림의 찬란한 색이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그림 자체를 정지되어 있는 것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마찬가지로 로보트, 공룡, 인형 등을 가지고 노는 것도 장난감을 죽어있는 존재가 아닌 살아있는 존재로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아이들이 모두 천재로 태어난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그런 타고난 상상력 때문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는 사람이 다섯 살 이전 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가늠해볼 수 있었다. 유아기의 기억은 의식이 아닌 잠재 의식 속에서 사람에게 평생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 기억이 없는 것은 참 아쉬운 일이다. 나는 요새 아이와 함께 동화를 읽는다. 우리 아이는 바닷속의 고래를 보고 감탄하고 새를 보고 소리를 지르며 쫓아오는 곰을 피해 달아나는 가족을 보며 즐거워한다. 아마 우리 아이는 얼마나 자신이 기쁘고 즐겁고 행복했는지 기억을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순간들을, 이 기억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나를 닮은 한 작은 생명이 즐겁게 까르르 웃었던 그 웃음 소리를, 그 모습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5세 이전의 나의 모습을 지금 이 순간 우리 아이의 모습을 통해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심리학자들은 유아기의 암울한 경험이 평생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지만 나는 누구라도 아이와 함께하는 이 순간들을 통해서 자신의 유아기를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로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유아기를 기억할 수 없는 이유가 아닐지 짐작해본다.

나는 개인적인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약간 부담스럽게 느낄 정도로 별로 좋은 아빠가 아니다.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지만 아이를 위해서 내 자신을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은 그다지 없다. 그러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약간은 억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나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같이 그림을 즐기고 상상하며 기억의 저편에 있는 나의 유아기 기억을 재구성할 수 있는 행복한 순간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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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책 2005-05-08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5세 이전의 나의 모습을 지금 이 순간 우리 아이의 모습을 통해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이 말씀 참 좋은데요..^^


설박사 2005-05-08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에 추천까지... ㅡ.ㅜ 감동의 눈물...^^
Daydreamer님 감사합니다.

진주 2005-05-08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설박사님이라는 한 남자가 서서히 아버지가 되어가고 계신가 봐요^^
오늘 교회에서 제가 설박사님을 생각한 것 꿈에도 모르셨겠지요? ^^; 우리 교회에도 젊은 아빠들이 많은데요.......에...뒷 이야기는 제가 페이퍼로 올리려고 해요.^^
아무튼,설박사님은 이미 좋은 아빠이시고 앞으로 더 좋은 아빠가 되실 것 같아요^O^의겸아 네가 부럽다~~~~~(은총알님도 제가 무지 부러워한다고 전해 주세요)

설박사 2005-05-09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감사합니다. 교회에서 제 생각을 하셨다니 영광입니다...^^
저는 요새 주일날 교회가면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이

'유아실은 볼륨을 훨씬 높여야 한다..'입니다. ^^;
 
나는 엄마가 좋아 벨 이마주 24
사카이 고마코 글 그림, 이선아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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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엄마가 확실히 잘못했다.

일요일 아침에는 잠만 자고, 만화는 못 보게 하면서 연속극만 보고, 화도 잘 내고, 유치원에는 맨날 늦고 빨래도 제대로 안하고.... 그러니까 아기 토끼가 화낼만하다. 제목과는 다르게 아기 토끼는 화난 표정으로 과자 따위는 관심도 없는 듯 팔짱을 낀 채, 잔뜩 삐져 있다. 아기 토끼의 말을 듣건대 확실히 엄마가 잘못했다.

그러니까, 엄마는 벌을 받아야된다. 엄마도 나름대로 변명할 거리가 있겠지만, 아기 토끼는 참을만큼 참았다. 그래서 아기 토끼는 엄마에게 복수를 한다. 어떤 복수를 하는지 궁금하신 분은 책을 읽어보기시를... ^^

이 책은 심리학 책(?)이다. 동화의 포장을 한, 그래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려고 집어들었다가 아이들을 이해하게 하는 어른들이 읽어야하는 아동 심리 서적이다. 나는 어렸을 때에 부모님의 사랑이란 완전한 사랑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부모가 되어 느끼는 내 아이에 대한 나의 사랑은 한 마디로 '부족함'이다. 완전이나 최선이랑은 거리가 멀다. 그리고, 끝없이 스스로의 이기심과 타협하는 순수하지 못한 사랑이다. 부모만 되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이들은 자기가 사랑받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 때 말썽을 피운다. 그래서 말썽을 피워 혼나는 아이의 입가에 미소가 보이곤 한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모나리자의 미소'라고 부른다. 말썽을 위한 말썽이 아니라 사랑받기 위한 일종의 '쇼'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아기 토끼가 화를 내는 이유는 엄마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미, 아기 토끼는 엄마의 부족한 모습을 이해하고 있다. 왜냐하면 엄마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족함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있다. 성경에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어 준다'는 말이 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행동할 수 없고, 어떤 사람을 늘 행복하게 해 줄 수도 없다. 서로에게 잘못하고 부족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특별히 부모는 아이에게 함부로 대하기 쉬운 것 같다. 자신이 편한 대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 서로 비난하던가 아니면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던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렇다. 아이는 당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이가 그것을 비난하고 화를 내는 것은 당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분명히 그것은 잘못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미 아이는 마음으로 당신을 용서하고 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사랑과 관심이다.

이런 아이의 심리를 예쁜 그림과 몇 줄 안 되는 글로 엮어낸 작가의 솜씨가 경이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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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26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따뜻하게 이해했네..첨 책을 볼땐 "나는 아빠가 좋아"는 없어?하더니 ㅋㅋ

설박사 2004-03-26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나는 아빠가 좋아'라는 책은 없나? 아빠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아기가 아주 어릴 때는 엄마의 역할이 더 큰 것 같아. 지금 상황으로 느끼기는 그러네. ^^

깡총이네 2004-04-0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나두 읽고 싶네....
궁금한게 있어...설박사는 책을 고를때 기준이 뭔가?
정보는 어디서 보고 구하나?
빌려달라면 빌려줄라나?
ㅋㅋㅋ 난 책사기 돈이 아까워서리..(설박사하고는 체질이 달라서리)

비로그인 2004-04-0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대왕소금~~책은 이알라딘에서 다른사람들의 평을 보고 산단다 특히 별다섯개 짜리로 ...글구 겸이 책은 내가 고른다네.....
 
[노부영] Love You Forever (Paperback + CD) - 노래부르는 영어동화 [노부영] 노래부르는 영어동화 134
Sheila McGraw 그림, 로버트 먼치 글 / Firefly Books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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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Good night kiss'를 하는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장면을 나는 기다려왔다. 보기만 해도 따뜻함과 사랑이 느껴지는 이 장면을 말이다. 아직 우리 아기가 어려서 동화책을 이해할 수준이 아니지만, 그래도 미리 동화책을 읽어보며 예습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동화책은 겉에 사탕 코팅을 한 약과 같다. 분명 재미있는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인생에 두고두고 유익을 주는 약이 있기도 하고 죽을 때까지 쓴 뿌리로 남는 독이 있을 수도 있다. 겉에 있는 사탕의 단 맛 때문에 알아차리기는 어렵지만, 그 영향력은 오래오래 남는다. 어른이 보면 대강 그 약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다. 사실, 내가 어른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고 싶다.

이 책은 동화책이지만, 아이를 위한 책이 아닌 것 같다. 아이를 키우고 달래는 데 지친 많은 부모님들을 위해 지어진 책인 듯 하다. 아기의 미소는 온갖 시름을 한 순간에 없애주지만, 그 미소는 오래 가지 않는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아기는 모든 사물을 찔러본다. 그리고, 가능한 모든 행동을 한다. 친구들을 사귀고 사춘기가 되면서 책에 나온 내용처럼 정말 동물원에 자식을 맡기고 싶은 때가 올 지도 모른다. 책을 보면서, '그래 우리 애도 이럴 때가 오겠지.'하고 마음의 준비를 다시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독립을 하고, 부모곁을 떠나는 순간도 올 것이다. 평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사람사는 것이 다 그렇다.

이 책은 아이를 낳고, 키우고, 독립시키고, 스스로는 노인이 되는 그 과정을 한 눈에 보도록 해준다. 정말 평이한 이야기이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을 높은 곳에서 한꺼번에 조망하게 해 준다. 그리고 현재의 순간을 전체의 일부분으로써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때로는 힘들고, 지긋지긋한 순간도 있겠지만, 나도 언젠가 내가 베푸는 사랑의 대상인 내 아기에게 똑같이 사랑의 대상이 될 때가 올 것이다. 그 때는 나도 어린 아이처럼 내 아이의 품에서 안식과 평안함을 누리게 될 것 같다.

'사람은 그렇게 사랑하고 사랑받게 되어 있지... '

사랑은 소진되지 않는 것 같다. 한참을 있다가 되돌아오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에게 흘러서 전달되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부모로서 자식에게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이 될 수 있을까?

한 마디 덧붙이고 싶은 장면이 있다. 동화책의 그림을 보면 엄마가 아들의 집에 사다리를 타고 창문으로 넘어가서 다 큰 아들을 안고 노래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동화책이기에 가능한 과장된 그림이었지만, 보기 좋았다. 엄마의 마음은 아들이 어른이 되었을지라도 그의 방 창문을 매일 넘어 들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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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3-22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방의 창문을 날마다 넘어 들어가는 엄마 아빠...
머릿속 그림을 그리며 흠, 하고 미소짓고 갑니다. 잔잔하게 스미는 님의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설박사 2004-03-22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서재에 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리뷰수가 330개가 넘으시더군요. 감히 제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네요. 어설픈 리뷰에 격려를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도 님의 서재에 가서 많이 배우려고... 즐겨찾는 서재에 추가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