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기독교 사도행전 강해설교 6
마틴 로이드 존스 지음, 이길상 옮김 / 복있는사람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도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깼다. 나는 일부러 자명종 시계를 높은 곳에 올려두는데 그래야만 울고 있는 시계를 재우기 위해 벌떡 일어나게 된다. 내게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은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다음 날에 대한 생각 없이 시계를 맞춰놓지 않는다면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지각을 할 것이다. 잠의 세계를 거닐고 있는 내게 자명종 소리의 침입은 일종의 놀라운 사건이다.


마틴 로이드 존스의 '영광의 기독교'는 사도행전 7:1~29의 최초의 순교자 스데반의 설교를 강해한 책이다. 스데반의 설교 내용은 단지 이스라엘의 역사 이야기이다. 아마 주일 학교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아브라함, 요셉, 모세로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역사적 인물에 대해 친숙할 것이고 스데반의 설교에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로이드 존스는 이스라엘의 역사에 주목했다.


역사는 결코 반복되지 않는다. 당연히 역사가 미래를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카아의 견해대로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면 역사는 이미 끝난 사건들의 회고가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을 좀 더 정확하게 보여주고 알려주는 진행형의 이야기이다. 인류나 국가의 거시적인 측면뿐만이 아니라 미시적 측면에서 한 개인의 역사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로이드 존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스데반의 설교를 그냥 읽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나 로이드 존스는 이스라엘 역사를 통해 복음이 하나님의 침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복음은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아침에 잠을 깨우는 자명종 소리와 같은 갑작스러운 침입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역사의 특이점은 바로 하나님의 침입이었다. 그리고 로이드 존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개인과 세상의 유일한 소망은 하나님께서 친히 개입하시는데 있습니다. "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친히 개입하셨던 하나님께서 나의 삶에 개입하시는데 나의 소망이 있다는 것, 그것은 나에게 정말 사실이다.


나는 리처드 도킨스의 말대로 이기적 유전자가 인간을 소유하고 진화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 안에 이기적 유전자가 가득함을 느낀다. 내 존재의 가장 밑바닥에 거부할 수 없는 이기적 본성이 나를 끌어당기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이기적 본성은 게으름으로, 남을 무시함으로, 내 눈과 내 배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행동으로, 내 기분을 풀기 위해 다른 이에게 상처주는 말을 내뱉음으로 등등 수시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이기적 본성으로부터 혹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연적 법칙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느낀다.


그러나 나는 결코 이 상태로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진화란 열역학 제 2법칙이라는 흐름 속에 역류하는 하나의 소용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 진화가 필요하다. 나에게는 이 자연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를 빨아들일 수 있는 더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나는 로이드 존스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바로 그 소용돌이가 '하나님의 침입'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람들은 우연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소용돌이의 근원에 한 인격이 존재함을 믿는다. 하나님의 침입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은 어리석고 아둔한 현재의 나의 모습에 끊임없이 실망하면서도 끝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하나의 확실한 근거가 되었다.


로이드 존스의 책을 몇 권째 읽는지 모르겠다. 아마 30권 이상 그의 책을 읽었을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로이드 존스의 책은 나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불도장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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