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여행 - 스콧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
M. 스콧 펙 지음, 김영범 옮김 / 열음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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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 눈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감각할 수 있는 한 가지 기관일 뿐 세상의 모든 존재하는 것을 감지해낼 수 있는 능력은 없다. 과학이라고 하는 것은 다분히 경험론적인 방법을 취하기 때문에 인간이 감각 기관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것이나 감각 기관의 능력을 확장한 장치를 통해 얻어낸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당연히 인간이 감지하고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과학이라고 부르기에는 약간 어색한 면이 없을 수 없다. 심리학이라는 분야도 마찬가지인데 사람의 마음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불가능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방법이 아니라 간접적인 방법을 취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다소 관념론적이고 추상적이고 확실하지 않아 보일 때가 많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마음을 무시해버릴 수는 없다. 인간의 마음이 심장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심장처럼 마음이 생명 현상과 밀접하고 중요한 연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한 심장을 갖기 위해서는 운동도 하고 몸에 좋은 음식도 먹어야 한다. 그래야 좀 더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음에 대해 개인의 심리적인 상태에 대해 아는 것은 더 나은 삶, 더 활기찬 생명을 위해 필수적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계기가 되게 한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스캇 펙이다. '끝나지 않은 여행'은 그의 책 '아직도 가야할 길'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가야할 길'도 훌륭한 저서였지만 이 책도 전작에 못지 않은 의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성장, 너 자신을 알라, 신을 찾아가는 여러 갈래 길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물론 최종적인 결론은 후반부에 있지만 부분 부분이 심리학적 지혜로 가득하다. 심리학적 지혜란 다시 말해서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의 문제, 서로를 비난하는 것을 멈추고 용서하는 방법, 죽음의 의미, 인생의 신비로움에 대한 태도, 성공하는 사람의 특징, 신화의 역설적인 진실, 인간 영성의 발전 단계, 알코올 중독과 영적인 질환의 연관성, 삶에 있어서 종교의 의미, 과학과 종교의 분리로 인한 폐단, 뉴에이지, 성(性)과 신의 관계성 등 보통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 그리고 별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의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를 보여 주고 있다.


자신의 생각에 편견이나 환경적 영향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스캇 펙처럼 고정 관념 없이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보는 이는 드물 것이다. 스캇 펙이 이 책에서 자신이 기독교적 근본주의자에게는 이단으로 뉴에이지 종파에게는 보수적이라고 비난을 받는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그 말은 지금도 이 책을 읽는 이에게 적용될 것이다. 어떤 이는 이 책이 너무 기독교적이라고 여길 것이고 어떤 이는 교묘한 이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의도는 '사람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살게 해 주려는 것'이다. 이 책의 기독교적인 경향은 그의 의도에 기독교라는 종교가 부합하고 있기 때문일 뿐이고 일부 기독교의 교리에 의문에 다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성장에 저해될 것 같다는 그의 개인적인 견해이다.


이 책을 읽고 느끼고 새롭게 알게 된 바가 많이 있었지만 그 중에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다. 이 책 안의 설문 조사 결과에 의하면 성공한 사람들이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반면 실패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앞에 내용을 '자기애'라고 하고 뒤의 내용을 '자만심'이라고 구분한다. 당연히 연구 결과에 의해 스캇 펙은 '자기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론짓고 이야기를 이어 간다. 이유는 자만심은 어려움이나 고통을 당했을 때 자신의 단점이나 극복해야할 상황에서 현실을 도피하게 하는 '마취제' 역할을 하고 '자기애'는 현실을 인정하고 괴로움을 견디고 도약하게 하는 힘의 근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정신적으로 계속 성장해야 하는데 세상과 현실이라는 험난한 곳에서 그 과정을 이어가기 위해선 '자기애'라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자신을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유는 그러면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자신에게 책임이 지워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 탓을 하고 싶은 경향으로 인해서이다. 나는 '자기애'라는 것을 '이기심'과 결부시켜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캇 펙으로 인해 내가 날마다 스스로에게 되뇌야 할 말 중 한 가지-나는 소중하다-를 알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온 내용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진 문제와 답변에 대한 내용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던 이유는 그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를 누군가가 고민해서 친절하게 작성해준 것도 있겠지만 답안을 보면서 이 문제의 출제자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시험이라는 것은 괴롭게 마련이지만 그러면서도 정말 인생에 도움을 주는 시험도 있고, 단지 학생들을 괴롭히거나 출제자의 지적 수준을 자랑하거나 성적을 차등화시키려는 목적의 시험도 있다. 인생이라는 복잡다단하고 절대로 설명이 끝나지 않을 이 문제는 결국은 학생들로 하여금 출제자의 수준과 같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출제자의 수준이란 인간이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는 최고로 행복한 삶...   그 이상의 삶을 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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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3-25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자신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치에 들긴 한데...그다지 성공한 것 같진 않지만요 ㅎㅎ 아무튼 인생에 도움을 주고싶어 하는 출제자가 낸 설문에 저도 동참하고 싶어 지는군요.

설박사 2005-03-28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찬미님... 저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