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 펙 지음, 신승철 외 옮김 / 열음사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사실 나는 이 위대한 책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이 글을 읽고 리뷰를 쓰려고 며칠을 벼르고 별렀으나 어떤 말도 어떤 설명도 이 책의 가치를 알리기에 너무 부족했다. 이것은 마치 너무 멋진 광경을 보고 감탄사 외에는 할 말을 잃는 것과도 같고 너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들어서 가슴이 찌릿찌릿할 뿐 그 감동을 설명해 줄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이 책이 눈물나도록 나를 감동시킨 첫번째 이유는 저자인 스캇 펙 박사의 용기이다. 이 책은 정신적인 기행문과 같다. 여행은 사람을 성숙하게 한다고 한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도전과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여행이 어렵고 힘들수록 그 성장의 정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남극, 북극, 에베레스트 산과 같은 곳을 정복하는 사람을 우러러 보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물론, 그 극한 어려움을 견딘 사람들로서도 존경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도전했다는 자체, 그 용기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감동을 받는다. 이 책은 스캇 펙 박사의 정신적인 성장의 과정을 그린 자서전적인 기행문이다. 스캇 펙 자신의 이야기도 있고 그가 치료한 많은 환자들의 이야기도 있다. 그는 정신적인 성장을 위해서 모든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사람이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도 과감하게 발을 내딛었다. 그가 생각하지 않았던 결론을 얻을까 두려워하지도 않았고 그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될까봐 생각을 멈추는 일도 하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없었던 일을 변명하지도 않았고 그가 기적적으로 구출받은 사실이 있을 때 솔직하게 시인했고 그것이 기적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용기있게 나아갔고, 솔직했고, 그가 얻는 모든 경험을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 이해하고 분석했다. 자신의 주장을 위해서 뭔가를 숨기거나 도망가지 않았다.


그러한 스캇 펙 박사의 태도는 책의 처음부터 시작된다. "삶은 고해다" 인생에 대한 이와 같은 견해로 그는 글을 시작한다. 결코 아는 척하지도 않고 이미 많은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문제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토록 어려운 인생을 살기 위해선 '훈련'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훈련이라는 것은 문제 해결의 괴로움을 피하는 대신에 문제 해결의 괴로움을 건설적으로 취급하는 기술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생의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 - p.108 -


스캇 펙은 삶에 이와 같은 훈련이 끊임없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훈련에 사용될 힘으로서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가 정의하는 사랑은 다음과 같다.


"사랑은 자기 자신이나 혹은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이다"  - p.113  -


그는 성장의 과정 속에서 종교의 역할을 발견한다. 그래서 그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가 어떻게 생각하든 일종의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성장을 하면서 자신이 믿었던 종교에서 멀어지는 사람도 있었고, 멀리했던 종교를 가까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극적으로 그를 혹은 환자들을 도왔던 은총을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이와 같이 그는 훈련, 사랑, 종교와 성장, 은총에 대해 모든 가능성과 사건을 부정하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그 나름대로의 최선의 결론을 내렸다.


이 책의 두번째 가치는 이 책은 나를 착각과 환상 속에서 나올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사랑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었다.


"어떤 경우에 사랑에 빠지는 행동은 일종의 퇴행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는 경험은 우리가 아기였을 때 어머니와 하나가 되었던 기억과 같은 것이다. " - p.121  -


사랑에 빠지고 싶다고 빠지는 것도 아니고, 빠지고 싶지 않다고 해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만 사랑에 빠지는 것이 퇴행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없다. 이 부분이 충격적이었다. 적어도 불륜이 아닌 이상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정말 황홀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마치 세상 어떤 일이라도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고 마법의 양탄자가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앉으면 날 수 있을 것도 같은 그런 기분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서로의 자아의 영역이 무너지고 너와 나의 경계가 없이 하나가 되는 경험이 사실은 퇴행이고 유아기의 추억과도 같은 것이라니... 나는 스캇 펙이 사랑을 모욕한다고 생각했다.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고 '이심이체'라는 말. '당신은 활이 되어 살아 있는 화살인 당신의 아이들을 미래로 날려보내야 한다'는 칼릴 지브란의 시 인용. 성장함에 따라 부부간의 결합은 서로가 분리된 개체라는 점을 깨달음으로써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그의 주장. 사실 나는 약간 혼란스러웠다. 사랑을 통한 일치가 오히려 서로의 성장에는 해가 된다는 것인데... 수긍하기 힘들었다. 사랑은 모든 종교와 철학과 소설과 영화의 영원한 최고 가치가 아니던가? 사랑하는 사람의 일을 자신의 일과 같이 여기는 것이 사랑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사랑은 흡수를 하는 것도 흡수를 당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나 생각해보았다. 나는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가 있는가 아니면 나는 게걸스럽게 다른 사람을 흡수해버리려는 욕망이나 또는 정반대로 나 스스로를 희생하고자 했는가? 흡수도 희생도 진정한 사람이 아닌데, 나는 두 가지를 통해 사랑을 하려고 했었고 그 두가지가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고 있다는 환상에서 깨어났다. 내가 없어지는 것도 다른 이가 나를 의지하도록 만들어 그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도 사랑이 아니라는 것,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하며 스캇 펙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인생과 우주를 바라보는 태도로 인해 나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스캇 펙의 정신적 여행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그의 인생관과 세계관과 우주관이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고백한다.


"우리는 의식을 지닌 개인으로서 새로운 방식의 삶을 살아가는 신이 되고자 태어난 것이다." -p.413 -


"우리는 더 이상 우주의 길잃은 미아가 아니다." -p.452-


"오히려 은총의 실재는 인간이 우주의 중심에 있음을 가르쳐 준다. 오늘의 시간과 공간은 우리가 가야할 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 - p .452


"우주라고 하는 이 도약대는 우리의 길을 예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뛰어넘어야 한다. " - p.452


그는 정신분석을 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과학자로서의 차가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다. 그는 처음에는 지구라는 곳을 우주라는 곳을 차갑게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우리가 더 이상 우주의 미아가 아니라고 하지만, 아마 이 정신적인 여행을 하기 전에는 우주의 미아처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마 그랬을 것 같다. 그는 갈 곳을 모르는 어린 아이처럼, 엄마, 아빠가 누군지 몰라 헤매는 어린 아이처럼 세상에 떨어뜨려졌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용기있는 방황을 통해 그는 길을 발견했고, 존재의 가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나도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내용이다. 나는 아직 스캇 펙 박사와 같은 정신적인 여행을 하지 못했다. 그에 정신 연령에 비하면 나는 이제 걸음마를 뗀 아기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정신적인 아기로서의 두려움이 있다. 세상이 어떤 곳인지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무너질 것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내가 가는 여행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절벽에 떨어지게나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뭔가 더 알면 거짓임이 밝혀질까봐 모르는 것이 약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곤 했다. 그러나, 그의 여정은 내게 희망을 주었다. 나로 하여금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아직도 여행은 남았다고 이야기하며 동참하라고 내게 손짓한다. 그가 보았던 세계, 그가 내린 결론이라면 이 여행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나는 용기있게 그를 따라나서려고 한다. 거짓과 착각 속에서 깨어나는 일이 힘들 수도 있고 문제를 직면해야 한다는 것이 내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나와 다른 사람의 성장을 위해서 나 자신을 확대하고 그것을 위해 결정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때로는 내가 알 수 없는 은총이 나를 도울 것이다. 그는 아직도 가야한다고 이야기한다. 계속 가야한다고... 그렇다. 나는 나의 여정이 끝나는 날이 내가 마지막 숨을 쉬는 날이 되도록 성장의 길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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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 Wind 2010-07-22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북 리뷰를 상당히 좋아하는 학생입니다. 시간적, 공간적, 경제적 제약때문에 북리뷰를 통해서라도 책을 접하고 싶은 마음에서죠. 제가 아마 이 블로그의 리뷰들을 가장 꼼꼼히 읽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 될 것 같아요. ㅋㅋ 책에 대한 내용도 재밌었지만, 책에 대한 관점과 생각의 표현들이 참신했어요. 읽고 조용히 사라질까 했지만, 그러면 설박사님의 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위의 책에 큰 영향을 받으신것 같아 이곳에 글을 답니다.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신나는 모험 계속 하시길... 신선한 바람 드림

설박사 2010-07-22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쿨윈드님^^ 진짜 오래간만에 북리뷰에 댓글이 달려서 깜짝 놀랐습니다. 북리뷰 쓴지 몇 년 된 것 같습니다. 요새는 통 못 쓰고 있네요.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이 책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 중에 한 권이고요... 에릭 프롬의 글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다는 것을 알고 나서 약간 실망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