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 책 <빛의 용>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윤지영(국제구호개발옹호 NGO 월드비전 커뮤니케이션팀)
무지갯빛을 내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2012년, 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던 현장을 찾았습니다. 엄청난 쓰나미가 온 마을을 뒤집어 놓은 2011년에서 꼭 1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가장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마을 건물에 걸린, 일년 전 그 날, 멈춰져 버린 시계 바늘이었습니다. 일년이 지났고, 그 대단하다던 일본이었지만 대지진의 현장은 처참했습니다. 무서운 자연과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사람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구나, 착잡할 즈음 반짝이는 생기가 보였습니다. 바로, 무너진 학교 옆에 마련된 아동 쉼터에서 전문 교사와 함께 옹기종기 앉아 즐거워 보이는 아이들이었지요.
당장 달려가 손이라도 한 번 잡아 주고 싶었지만 대지진 직후, 전 세계 언론이 몰려들며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했던 아이들의 인권 보호와 심리적 안정을 위해 창문 너머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 허용됐습니다. 아이들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선생님 이야기에 마음은 놓이지만 저만치서 보이는 얼굴 속에 가뭇가뭇 보이는 불안한 눈동자에 못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오후를 기억합니다.
당시, 여러 전문가들은 이들이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기까지는 10년이 훌쩍 넘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우리를 더 큰 공포로 몰아넣은 건,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이어지며 과거와 현재가 먼지처럼 사라진 것은 물론, 내일까지 송두리째 검은 재앙이 닥쳐오리란 두려움이었지요.
출장에서 돌아오던 길, 이 끔찍한 일이 도무지 누구의 책임인지 답답했습니다. 자연이 몰고 온 재난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인간이 쌓아 올린 욕심이 더 손 쓸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온 것만 같아, 그리고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들이 그 벌을 감당하고 있는 것만 같아 미안함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풀리지 않은 채 묻어 둔 그 고민이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원망스럽던 원전이 참 짠하고 안쓰러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일곱 색깔 빛을 낼 수 있는 멋진 용이 검은 독을 내뿜게 되기까지 사람들은 무슨 짓을 했던 것일까요?
우리 아이들이 빛의 용을 만나며 과학 기술을 바라보는 마음을 훌쩍 키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큰 장점과 무서운 피해를 좋은 것과 나쁜 것, 너의 책임과 나의 책임으로 단순히 나누는 것이 아닌 넓고 깊은 안목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균형 잡힌 사고의 길을 열어 주는 그림과 이야기가 새삼 놀랍습니다. 한국 역시 원자력 발전소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지 오래인 만큼, 빛의 용은 결코 그림책 속 이야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무지갯빛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은 지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있으니 이 책, 《빛의 용》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뜨거운 울림을 남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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