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 책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송선미(동시인, 격월간지 「동시마중」 발행인)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가 제게 왔습니다. 달빛처럼 아득하고, 노랑처럼 슬프고, 병아리처럼 사랑스러운 상자 하나가요. 상자 안에는 동네가 있고 학교가 있고 개구리처럼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지구보다 더 큰 달팽이 왕국과 여러 켤레의 신발도 들어 있네요. 두근두근 나가고 싶어 하는 발도 담겨 있습니다.

 

시인 김륭의 말투와 포즈는 일상적인 어법이 자기를 벗어나는 방식을 통해 스스로를 열어 보이게 합니다. 독특한 발성은 견고한 인식에 틈을 내고, 그것이 최초의 앎인 듯, 아이들과 세계가 동시에 새롭게 태어납니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이야기와 함께 시간이 흘러듭니다. 엄동수의 시간은 수평으로, 원으로, 수직으로 흐르지요. 달과 가장 가까운 동네 맨 꼭대기에 엄동수의 집이 있고, 임서진의 아파트가 있고, 운동장이 있고, 교실이 있습니다. 학원을 마치고 돌아가면 어두운 방 불을 혼자 켜야 하는 엄동수의 삶이 있고, 부모님이 이혼한 아이들의 삶이 있고, 부자 나라가 되었다고 떠드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 편만 드는 선생님이 있고, 뜨거운 심장마저 단단한 돌로 만들려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현재는 언제나 없어져 버리고, 미래엔 결코 닿을 수 없는, 가로선으로 꽉 잠긴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동그랗게 열어 활짝 펼쳐 놓은 이야기동시 「갖바치 엄동수와 달팽이 왕국」 1, 2는 떠나고―만나고―탐색하고―극복하고―얻고―성장하고―돌아오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웅 서사시를 닮았습니다. 달팽이 왕국에서 엄동수가 갖바치가 된 사연이나, 돌아온 엄동수가 신발 대신 발을 살 순 없을까 고민하는 까닭은 너무나도 재미있고 감동적이기 때문에,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꾹 참고 남겨 두어야겠어요.

 

스물두 편의 동시가 두 편의 이야기동시 「갖바치 엄동수와 달팽이 왕국」을 중심에 두고 서로 넘나들며 시인이 못다 한 이야기를 만들며 스스로 길을 냅니다. 그 길목의 모퉁이마다 시인의 마음이 놓여 있어요. 아이들의 생각에 꼭 맞는, 또 가장 멀리, 가장 높이까지 뛸 수 있는 신발/발을 만들어 주려는 마음입니다. 나쁜 꿈에 쫒겨 다니는 아이들에게 세상 멀리까지 나가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와글와글 꿈꾸라고 건네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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