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새해 아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강정규(전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장, 동화작가)

 

죽어서 빛나는 사람의 동화 [새해 아기]를 읽고
‘죽어야 성인 난다’는 말이 있지요.
두 눈 뻔히 뜨고 있을 때 돌을 깎아 뭐라 새기거나 동상을 세우는 등 별짓을 다하다 주검과 함께 사라지는 이가 있는가 하면 살아생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지내다 소리 없이 죽은 뒤에야, 그것도 날이 갈수록 빛을 더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네가 소년소녀 시절 읽었던 ‘큰 바위 얼굴’을 기억하지요. 우선, 그 작품 등장인물 가운데 단 한 사람, 맨 끝에 가서야 등장하는 시인은 웬일인지 이름이 없습니다. 주인공 어니스트를 그처럼 감동시킨 그 시인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쓴 시와는 달리 삶의 실천이 따르지 못했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그 시인은 작가 자신인 나다나엘 호손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글은 곧 사람’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과연 있기나 할까요. 말(글)은 쉽습니다. 하지만 삶이 글(말)을 따르기란 어렵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마주 대했던 사람, 실천이 오히려 글보다 앞섰던 사람 권정생! 그가 일찍이 지상에 남겼지만 오랜 기간 묻혀있던 여러 편의 글이 발견됐습니다. 그 중 네 편의 동화가 잘 어울리는 그림까지 만나 한 권의 책으로 묶였습니다. 최근 ‘단비’ 출판사에서 나온 [새해 아기]가 그것입니다. 참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해 아침, 해님이 떠오릅니다. 둥글둥글 해님이 떠오릅니다. 금수강산 아기들의 가슴마다 그 해님이 하나씩 하나씩 태어납니다.”
표제작이기도 한 [새해 아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눈에 띄는 대화를 뽑아보면,
“발룸발룸 움직이네.”
“어쩌면 이 속에 하느님이 들어 있을 것도 같구나!”
“너는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이 되 거라. 그래서 온 누리 향기를 퍼뜨려라.”
등 웬지 선생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1974년 [여성동아] 1월호에 발표된 이 작품은 “가난하고 슬픈 우리 한국나라에도, 그러나 아기들은 별처럼 자란다.”는 문장으로 마무리 되지요,
한 편만 더 볼까요? 이 작품에 대한 이기영선생([시와 동화] 2015년 가을호에 <낡은 잡지 속에서 다시 만난 권정생>을 쓴 분)의 말을 빌려봅니다.

“<빌매산에 눈이 내리던 날>은 1983년 12월 월간 [기독교 교육]에 발표된 동화다. 이 동화를 발표하기 몇 달 전인 그해 가을, 권정생은 교회 문간방을 떠나 빌뱅이 언덕으로 이사를 했다.[몽실언니] 인세에다 가지고 있던 돈을 모아 집을 지어 이사를 간 것이다. (중략) 그는 모든 것이 좋았다. 뒷산에 핀 꽃들의 아름다움에 취했고 그 마음을 고스란히 <오소리네 집 꽃밭>에 담아내기도 했다. (중략) 눈 오는 겨울 긴긴 밤 심심한 밤, 친구가 되어줄 늑대라도 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작품의 한 대목을 맛볼까요?
“엄마 늑대는 막내둥이 아기 늑대를 토닥거리며 잠재우고 있었습니다. 벌써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은 일찍 어두워지기 마련입니다.
“엄마, 옛날 얘기 해줘요.”
곁에 앉아있는 첫째와 둘째 아기 늑대가 엄마 얼굴을 쳐다보며 졸랐습니다.
(중략)
“그래그래.”
엄마 늑대는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한 십 년쯤 옛날이야. 오늘처럼 눈이 펑펑 쏟아지는 밤이었거든......”
그래요. 이제 우리도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아기 늑대들처럼 엄마 늑대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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