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엄마라고 불러도 될까요?>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시형(그린북 에이전시 대표, 독일어 번역가)
제가 하는 일은 ‘출판 에이전시’예요. 외국책을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반대로 우리나라 작가가 쓴 책을 외국 출판사에 소개하는 일을 한답니다. 옛날로 치면 나라 사이의 문물을 소개하는 조선 통신사나 중국 사신과 하던 일과 비슷한 셈이에요. 저는 여러 나라 책을 많이 접했는데, ≪엄마라고 불러도 될까요?≫는 그중에서도 흔하지 않게 상을 아주 많이 탄 작품이에요.
하지만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상을 많이 탔기 때문이 아니에요. 무엇보다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었기 때문이지요.
처음에 ≪엄마라고 불러도 될까요?≫ 제목을 보고는 ‘앗, 새엄마가 나오는 책인가?’하고 짐작했어요. ― 어떤 영화나 동화, 만화를 읽기 전에 미리 상상하는 것도 참 재미있지요? ― 내용은 제 생각하고 조금 달랐어요. 새엄마가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엄마 없이 자란 남매가 먼 곳에서 온 ‘새러 아줌마’가 새엄마가 되어주길 바라는 내용이었어요.
주인공인 애나는 외딴 마을에서 아빠와 남동생과 살아요. 언제나 노래를 불러주던 엄마는 남동생을 낳고 다음 날 돌아가셨지요. 애나는 처음엔 남동생 칼렙을 예쁘다고 생각할 수 없었어요. 엄마의 장례식이 끝난 다음 날 아빠는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애나는 벽난로 앞에 앉아 때였어요. 칼렙이 조그마한 손으로 애나의 뺨을 어루만져줬어요. 엄마 잃은 슬픔에 빠져 있던 애나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나 봐요. 애나는 그때부터 어린 동생을 소중히 여기고 좋은 누나 노릇을 하지요. 저는 애나와 칼렙 또래의 두 딸을 둔 엄마라서 남매가 의지하고 자라는 모습이 참 대견스러웠답니다.
그래서 새러 아줌마가 아빠와 선을 보러 왔을 때 새러 아줌마가 좋은 사람이기를 무척 소망했어요. 책을 읽을수록 새러 아줌마가 애나와 칼렙의 좋은 엄마가 되어줄 거라는 믿음이 생겨요.
이 책은 한 장면, 한 장면 버릴 것이 없어요. 문단마다 조용히 유추해보면 더 많은 내용을 상상할 수 있는 책이랍니다. 매번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지요. 나중에 이 책을 읽은 어린이가 저처럼 어른이 되어서 읽는다면 또 감회가 새로울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와 함께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고마운 일인지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또, 엄마가 된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아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인지도 한번 생각해보고요.
눈이 자주 내리는 12월입니다.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어요. 긴 겨울의 저녁에는 이불 속에서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동화 한 편을 읽는 게 최고예요. 어린이가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겨울방학이 되길 바라며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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