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좋은 어린이 책 <평화의 나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진(아동문학가, 문학세계사 편집장)

 

평화는 어떻게 오는가
유사 이래 인류는 단 하루도 전쟁을 하지 않은 날이 없다고 합니다. 지금도 지구촌 어디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쟁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다른 이에게서 무언가를 빼앗기 위해서지요. 그것이 땅이든, 권력이든, 식량이든….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면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해 일으킨 편이나 침략을 당하는 편이나 모두 피해자가 됩니다.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전쟁은 없습니다. 그리고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입니다. 그중에서도 전쟁이라는 엄청난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연약한 여성들과 어린이들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의 수많은 어린이들이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왜 욕심 많은 어른들 싸움에 아무 죄 없는 어린이들이 희생을 당해야 할까요? 이런 전쟁을 멈추게 할 수는 없는 걸까요?

 

<평화의 나무>는 전쟁에 맞서며 평화를 노래한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피 묻은 무기를 보고 쫒기는 사람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자란 소년은 평화의 염원을 담은 노래를 부릅니다. 자신을 낳아준 대지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평화롭게 살고 싶은 소박한 꿈을 꾸던 소년은 노래를 부르다가 전쟁에 미친 어른들에게 희생당합니다. 그런데 소년이 죽은 자리에서 풀잎이 돋아나고, 그것이 무성한 나무가 되어 소년의 평화의 노래를 이어갑니다. 멈추지 않은 평화의 노래로 결국 마을 사람들은 전쟁을 포기하게 되고 마을에는 평화가 찾아듭니다.

 

이 책은 평화의 노래를 부르다가 희생당한 소년의 이야기와 소년이 죽은 자리에서 돋아난 나무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나무는 동양식 세계관으로 말하면 소년의 환생입니다. 나무에서는 소년이 부르던 평화의 노래가 끊임없이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그 노래의 힘이 전쟁을 멈추게 하는 것입니다.

 

소년이 나무로 환생한다는 판타지 기법을 이용하여 그림책에서는 다루기 힘든 전쟁과 평화,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전쟁으로 상대방을 쓰러뜨려서 오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운 방법으로만 찾아올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전쟁의 폭력성과 광기가 거세다 해도 ‘평화’의 부드러운 힘에는 당하지 못합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아프리카입니다. 아프리카와 인연이 있는 작가인 안느 조나스와 화가인 레지스 르종은 슬픔과 애정을 담아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주제가 강렬한 만큼, 그림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표지에 실린 천진하지만 슬픈 눈으로 웃고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의 얼굴에서, 왜 우리가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이루어야 하는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합니다.

 

“평화가 가는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평화가 바로 그 길이다.(마하트마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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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좋은 어린이 책 <사시사철 우리 살림 우리 문화>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노경실(작가)


세계 곳곳에 ‘한류’의 바람이 강하게 붑니다. ‘우리 스스로’ 한국인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정도입니다. 그러나 막상 외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한 최소한의 ‘앎’이나 ‘이미지’가 무언가? 하고 조사를 하면 이번에도 ‘우리 스스로’ 얼굴이 뜨듯해지고 맙니다. 그 요란한 한류 안에 한국의 문화는 물론 전통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삶의 풍습은 거의 담겨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정작 한류의 주인공인 한국사람, 특히 한국의 우리 아이들은 도대체 우리 문화나 풍습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무얼까요?

 

어릴 때부터 선진국이라 하는 서양의 언어, 그림책, 장난감, 애니메이션, 노래, 그리고 온갖 먹거리와 입고 신을 거리, 게다가 서양의 풍습을 즐기는 것 등등에 푹 젖어 가는 아이들. 마치 오이 피클이나 양파 절임처럼 생각과 정서, 습관이 그런 것들로 푸욱 절여지는 듯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물론 우리와 함께 하는 여러 지역과 나라의 사람들을 위한 ‘한국’의 일상과 계절에 따른 풍속을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자가 필요합니다. 바로 ‘사시사철 우리 살림 우리 문화’라는 책처럼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을 전부 누릴 수 있는 민족은 그렇지 않은 지역의 사람들보다 훨씬 다양하고 섬세하며 자연 친화적인 풍습과 문화를 꽃피웁니다. 이 책에서는 새 옷을 만들면서 맞이하는 설빔이나, 집 안 곳곳을 따뜻하게 만들고 김장을 하면서 겨울 준비를 하는 등등의 우리네 살림살이를 소개합니다.

 

옛사람들이 살아온 생활을 살펴보면 자연에 순응하기도 하지만 자연의 변화에 대해 미리미리 준비하는 지혜, 이웃과 즐거움과 어려움을 모두 함께 나누는 인정, 자연의 작은 것 하나도 삶 속에 활용하는 과학적 정신이 짧지만 동시 같은 문장을 통해 잘 드러납니다. 그런데다가 그림작가가 삽화, 인형 만들기, 촬영 조감독 등 웬만한 영화 한 편 찍는 듯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요. 1인 다역을 하면서요!

 

또, 일종의 ‘숨은그림찾기’의 즐거움을 줍니다. 한 장 한 장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인형과 부속물들. 신기하게도 그것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평면적인 삽화. 이 두 가지 요소와 재료를 펄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자연의 배경. 이 삼박자 안에서 우리는 우리 삶과 문화 속에 소박하게 놓여 있는 작은 그림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갖게 됩니다. 미술감독이자 인형제작자(?)인 화가의 치밀함과 재기발랄함이 고리타분할 수 있는 전통문화를 유쾌하게 살려준 것이지요. 덕분에 사시사철 우리의 삶과 문화가 싱싱하게 보이고 들리며, 만져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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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좋은 어린이 책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권혁준(아동문학평론가, 공주교육대학교 교수)


건방이는 이 시대 초딩들이라면 한번쯤 꿈꾸어보는 로망의 인물이다. 가난한 할머니와 살다가 할머니마저 돌아가시고 고아원으로 들어갈 처지가 된 건방이는 우연한 기회에 무술의 대가 오방도사를 만나 무술수련을 받으면서 자신이 무술에 뛰어난 자질이 있음을 알게 된다. 무술의 절대 강자가 된 초등학생 건방이는 학교의 일짱이 싸움을 걸어오면 어떻게 대처를 할까. 불량 고딩이 초딩을 괴롭힐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야기는 독자의 예상을 배반하면서 유쾌하게 전개된다. 어른인 내가 읽어도 정말로 재미있고, 실실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솜씨가 정말 대단하다.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초등학생 둘이 골목길에서 핫도그를 먹으며 나누는 이야기. “골목길 같은 데서 혼자 걸어가다가 깡패를 만나잖아? 그럴 때 ‘머니맨 도와줘요!’ 이렇게 세 번 외치면 머니맨이 나타난대. 머니맨은 ‘M’자가 박힌 야구 모자를 쓰고 있는데 싸움을 완전 캡짱 잘한대. 10대 1로도 이긴대”


많은 독자가 이미 알아챘듯이, 머니맨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보던 슈퍼맨이나, 원더우먼, 스파이더맨과 닮아있다. 뛰어난 능력으로 악당을 물리치고 약자를 도와주는 영웅들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머니맨은 그런 틀에 박힌 인물들과는 달라서 매력과 개성이 넘친다. 비싼 핸드폰을 뺏길 뻔한 초등학생을 구해준 다음 머니맨이 읊조리는 대사는 저절로 웃음이 나게 한다.

 

 “초딩은 500원, 중딩은 600원, 고딩은 700원인데, 고딩 세 놈이니까 2100원, 7시가 지났으니까 야간 할증료 100원씩 추가해서 합이 2400원이야.” 머니맨은 날쌔고 무공이 뛰어나지만 체구가 작은 초등학생이다. 깡패를 물리쳐주고 요금을 받는 머니맨은 아무 대가 없이 약자를 보호해주던 지난 시대의 영웅과는 다르다. 곤경에 처한 시민을 구해주고 합리적인 대가를 받는 영웅이 지금 우리 시대에는 더 공감을 이끌어낼지 모르겠다.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명랑 무협동화이다. 성인 무협소설에서 보던 스토리 구조, 절대 무공의 사부와 비술을 전수 받으려고 경쟁하는 제자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작품이 이런 관습적인 이야기 공식을 채용했다고 해서 뻔한 서사로 전개될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전통적인 무협소설의 주인공들은 속세에서 떠난 절대 순수의 공간에서 무술을 수련하고 정신을 연마할 수 있었지만 현대의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오방도사와 건방이는 자본주의의 삶의 방식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스승 오방도사는 고기반찬만 밝히며 배가 부르면 행복해지고, 제자 건방이는 곤경에 처한 아이들을 구해주는 알바로 돈을 저축하는 현실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렇지만 이런 모습이 이들의 진면목은 아니다.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천진난만하던 오방도사가 사실은 정신적 경지가 드높은 무술인임이 드러나며, 건방이도 순수하기 이를 데 없는 초딩임을 알게 된다. 현대 자본주의 세계의 삶의 방식과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모순이 빚어내는 아이러니컬한 상황도 이 작품을 읽는 즐거움의 하나이다.

 

어린이문학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당신들은 스토리텔링의 즐거움, 벗어남의 즐거움, 공식의 즐거움과 그것을 배반하는 즐거움, 말놀이의 즐거움 등을 마음껏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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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좋은 어린이 책 <검은 벽에 숨겨진 비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배성호(서울 수송초 교사, 역사교육연구소 연구원)
 

한여름 더위도 날리고 문학성도 놓치지 않는

 ‘상쾌한 유령 이야기’
한 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릴 책들과 마주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책에 빠져 들면서 새로운 세상으로 유쾌하고 상쾌한 여행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책은 바로 유령과 마주한 소녀 앨리의 이야기 ‘앨리와 고스트 헌터’ 시리즈다.

 

유령이라는 이야기에 언뜻 공포물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공포보다는 초자연과 영적인 세계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주인공 앨리가 유령과 만나면서 겪게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면서도 매력적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시리즈 네 권의 첫 권인 <검은 벽에 숨겨진 비밀>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신선하다. 에글런타인의 글씨체라는 단서 하나를 바탕으로 벽을 검게 만들 만큼 빼곡히 쓰여지는 글 속의 미스터리를 풀어가기 때문이다. 탐정처럼 비밀을 캐 나가는 앨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전체 이야기 속에 에밀리 공주와 오스릭 백작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다룬 또 하나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엇갈리는 점도 놓칠 수 없는 재미이다. 앨리는, 에글런타인이 이미 죽었음에도 에밀리 공주 이야기를 계속 써 나가는 까닭을 차츰 알아나가게 되고, 어딘가 자신의 성격과 흡사한 에글런타인을 이해하게 되면서 남들과 마찰을 일으켰던 자신의 성격도 되돌아보게 된다. 나아가 동생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도 흐뭇하다.

 

첫 권 <검은 벽에 숨겨진 비밀>과 함께 출간된 시리즈 2권 <계곡에서 누군가>도 내친 김에  이어서 읽어 볼만하다. 이 책에서도 현장 체험학습에서 유령과 마주하며 일어난 일들이 박진감 넘치게 전개된다. 더욱 흥미를 돋우는 점은 주인공 앨리의 풋풋한 짝사랑 이야기가 유령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유령을 뒤쫓는 앨리의 마음 한편에서 가슴 뛰는 이성 친구에 대한 절실함을 쫓는 앨리의 상큼한 매력을 만날 수 있다.

 

이 시리즈의 매력은, 오싹한 유령 이야기이지만 책의 어린 주인공들이 유령의 실체를 알아나가도록 비교적 치밀하게 이야기를 구성한 점이고, 또 하나는 주인공 앨리가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앨리 또래의 독자들이 짜임새 있는 내용 덕분에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보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책의 주인공들을 함부로 어린아이 취급하지 않는 저자의 세련되고 유머 넘치는 서술 태도는 어른 독자마저 유쾌하다. 유난히도 더운 올 여름, 이 시리즈를 읽으며 무더위를 날려 보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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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좋은 어린이 책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엄혜숙(아동문학 평론가)

 

자기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는 도시에 살던 호랑이 씨가 숲으로 갔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과정을 담고 있다. 호랑이 씨가 사는 도시에서는 ‘모두가 잘’ ‘바르게만’ 살고 있다. 그런데 호랑이 씨는 ‘바르게만’ 사는 게 싫어지고 ‘삐뚜로’ 살고 싶어진다. 호랑이 씨는 차츰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대로 행동한다. 친구들은 어리둥절하게 되고, 급기야는 호랑이 씨에게 “차라리 숲으로 가서 멋대로 살”라고 말한다. 호랑이 씨는 냉큼 숲으로 가서 마음대로 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간이 흐르자 호랑이 씨는 외로워진다. 친구들, 도시, 집이 그리워진다. 호랑이 씨는 도시로 돌아온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그 사이에 작은 변화가 있었다. 친구들도 호랑이 씨처럼 저마다 원하는 방식으로 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처음 화면에는 정장 차림을 한 동물들이 모두 눈을 감은 채 똑바로 서서 다니고 있다. 몸도 옷도 모두가 점잖고 칙칙한 색깔이다. 호랑이 씨도 정장 차림에 모자까지 쓰고 있지만, 유일하게 눈을 뜨고 있고, 몸에 색깔을 지니고 있다.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뭔가 느끼고 자신의 감각을 잃지 않은 존재라는 걸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호랑이 씨는 먼저 도시에서 자신이 느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다. 거추장스러운 정장을 벗고, 모자를 벗는다. 남들이 하지 않는 여러 가지 행동을 한다. 그러나 그 행동은 친구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급기야 친구들은 호랑이 씨에게 그렇게 ‘멋대로’ 살 수 있는 곳으로 가라고 한다. 자기들과는 다른 호랑이 씨를 배척하는 것이다.

 

호랑이 씨는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곳, 숲으로 간다. 처음에는 즐겁고 행복하다. 그러나 거기에는 친구들이 없다. 아무리 자유를 구가하고, 멋대로 살 수 있는 곳이라 해도 혼자만의 삶은 외롭고 쓸쓸하다. 결국, 호랑이 씨는 도시로 돌아오기로 한다. 그때, 숲과 도시의 경계에서 호랑이 씨를 맞아주는 것은 바로 호랑이 씨에게 “차라리 숲으로 가서 멋대로 살”라고 했던 이들이다. 이들은 여전히 정장 차림이지만, 꽃무늬 셔츠를 손에 들고 호랑이 씨를 맞아준다. 호랑이 씨의 생활 방식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도시로 돌아왔을 때다. 도시의 친구들이 예전의 호랑이 씨처럼 저마다 원하는 방식대로 행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똑바로 서서 걷는 이도 있지만, 호랑이 씨처럼 네 발로 걷는 친구도 있다. 몸에 색깔을 지닌 친구도 있다. 이제 호랑이 씨는 도시에서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 수가 있다. 친구들도 차츰 호랑이 씨처럼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고 숲에도 가고, 도시에서도 지낸다. ‘바르게만’ 살던 도시의 친구들이 ‘삐뚜로’ 사는 삶의 즐거움을 알고, 그렇게 살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자신이 바라는 삶을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준다.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시작할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눈을 감고 사는 삶’이란 바로 행복을 모르는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게다. 저마다 다른 자기 색깔을 지니고, 다른 차림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삶, 그것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것을 이 작품은 잘 보여준다. 면지를 보면, 앞면지에는 똑같은 모양의 칙칙한 벽돌이 나오고, 뒷면지에는 저마다 모양과 색깔이 다른 나무들이 나온다. 모두 ‘자기답게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작가는 면지에서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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