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좋은 어린이 책 <똥만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준호(<오마이뉴스> 편집부)


어른이 된 지금의 똥만이, 나는 그를 안다
지금 중 1인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하던 때 일이다. 아파트 단지에 학교가 있어 걸어서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를 아들은 꼭 엄마나 아빠와 같이 가려 했다. 학교가 끝나면 아들을 맞으러 교문 앞에서 기다렸는데 하루는 어떻게 하나 보려고 몸을 숨겼다. 아들은 선생님 따라 줄지어 나오며 두리번거리다가 아무도 안 나왔다고 여겼는지 이내 울기 시작했다. 급히 나가 아들을 안아 줬다. 그제야 울음을 그친 아들은 활짝 웃었다.

 

<똥만이>의 주인공 박동만은 초등학교 입학하던 해에 혼자 학교를 다녀야 했을 뿐만 아니라 청계산에서 안양까지 아빠와 엄마의 집을 역시 혼자 오가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빠가 화투를 치러 외박하는 날이면 청계산 외딴 집에 홀로 남아 두려움에 떨다가 잠들어야 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말이다.

 

여느 1학년과 다른 생활은 또 있다. 엄마와 아빠는 동만이가 보는 앞에서 각각 다른 남자,  여자를 만난다. 동만이에게 이해해 달라면서. 특히 ‘철없는 아빠’는 동만이를 밤중에 혼자 두는 것도 모자라 경찰서에도 혼자 두고 줄행랑을 치는가 하면, 지갑을 두고 왔다고 가져오라 한 사이 오토바이를 몰고 혼자 가 버리기도 한다. 무섭다고, 제발 가지 말라고 하는 그 어린 아들을 두고서... 동만이는 이런 엄마를, 특히 몇 번이고 자신을 내팽개친 아빠를 용서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꼭 쓰고자 했던 이야기다. 오래 미뤄 둔 숙제를 이제야 끝낸 기분이다”라고 말하는 이 책의 저자 박상규 「오마이뉴스」 기자는 뱉는 말이 다 개그일 정도로 웃긴 남자다. 그와 함께 있으면 웃느라 쉴 틈이 없다.

 

특히 그는 성장기의 상처와 아픔을 별일 아닌 듯 코믹하게 말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그는 감추지 않는다. 다 풀어낸다. 거창하게 말해 그에게 이야기는 어린 시절에 맺힌 한을 풀어내는 ‘한풀이’이자 ‘인생의 때’를 밀어내는 일이다. 첫 책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와 이번에 낸 <똥만이>도 그 일환이었으리라.

 

이 책은 똥만이가 다시 아빠에게 돌아가는 장면에서 끝난다. 그 후 똥만이는 어떻게 됐을까? 책에는 안 나왔지만 나는 안다. 똥만이는 외롭고 슬픈 일을 많이 겪었기에 다른 사람을 가엾게 여길 줄 아는 따뜻한 어른으로 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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