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제인 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혜미(운유초등학교 교사, 따돌림사회연구모임 회원)

 

어른들은 아주 쉽고 간단하게 학교 폭력이나 따돌림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루하루 느끼는 긴장과 불안, 절망과 좌절에 대해 과연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 어른들은 아주 막연히 생각할 뿐이거나, 언론에서 그려주는 그림만을 따돌림 문제의 전부라고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따돌림 때문에 자살하는 아이들 이야기가 언론 보도를 타면 세상은 시끄러워졌다가 이내 잠잠해지기를 반복할 뿐이다. 이 심각한 문제는 도통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해자들의 내성은 더욱 강해지고 피해자들의 고통은 더욱 깊어지는데, 아무래도 우리 사회는 따돌림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무능에 대한 깨달음이 간절히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따돌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학 작품들이 꾸준히 세상에 고개를 내밀고 있다는 것이다. <제인 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라는 작품 역시 작가 패니 브리트의 청소년기가 궁금해질 정도로 따돌림을 당하는 헬레네의 내면이 놀라우리만치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으며, 소녀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따돌림 문제가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당장에라도 학생들과 함께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이 책은 따돌림 문제 때문에 고립되는 아이들, ‘고립아’의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고립아’란 급우들로부터 적극적 교류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아이들을 말한다.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매우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고립아를 일정한 특성이나 성격으로 규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립아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집단 안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암울한 경험과 자신이 가진 약점들을 극복하고 싶다는 갈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제인 에어>와 새 친구 ‘제랄딘’의 도움으로 위축되었던 헬레네가 용기를 되찾아 갔던 것처럼, 바뀔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립아’들은 언제라도 세상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따돌림을 다룬 작품들은 많이 있었지만 문학적 가치에 교육적 가치까지 겸비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014년 찬란한 가을날, <제인 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라는 작품을 만나게 되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제인 에어>가 헬레네에게 힘이 되어 주었듯이, 이 책 역시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전문가가 선택한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나의 간디 이야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강순재(서평가)

 

인도를 대표하는 인물이라 하면 마하트마 간디가 퍼뜩 떠오른다. 인도를 영국으로부터 독립시킨 인물. 무엇보다 폭력이 아닌 비폭력으로 영국에 맞서 독립을 이룰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아닐까!

 

아이들이 가장 손쉽게 그리는 졸라맨 같은 그림체의 인도 전통 그림. 그림에서부터 벌서 친근함을 느낄 듯하다. 왜 맨날 졸라맨만 그리냐고 잔소리했던 어른들의 생각도 좀 바뀌지 않을까 싶은 일러스트! 졸라맨만 잘 그려도 이렇게 멋진 동화책 일러스트레이터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은 희망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뭐든 스스로 하기를 좋아했고 또 한평생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하고 옷감을 짜서 직접 지어 입으며 검소하게 살았던 간디.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의외다. 왠지 무척 용감하고 씩씩할거 같은 간디는 수줍음 많고 작고 여린 소년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작고 여린 소년이 영국으로부터 인도를 독립시킬 수 있었을까!

 

영국으로 건너가서 공부도 했지만 유색인종으로 차별 받고 또 자신의 나라가 영국에게 지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고 화가 난 간디는 영국에 맞서 싸우기로 한다. 총과 칼을 들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비폭력의 항변으로 영국이 지은 옷을 사지 않고 영국이 약탈하려는 소금이 아닌 바닷가에서 직접 만든 소금을 만들어 먹고 단식을 하고 걷기를 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이끌어 결국 독립에 성공하고 만다. 무시무시한 전쟁을 일으켰다면 사람들이 간디를 따랐을까?


흥미로운 인도의 전통 그림과 마치 살아 있는 간디와의 대화를 하는 것 같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 또한 폭력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싸워 이길 수 있음을 배울 수 있는 그림책이다.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기계문명에 의존해 살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이 공장에서 만들어져 옷이고 물건이고 넘쳐날 지경에 먹을 것 또한 차고 넘쳐 버려지는 것들이 어마어마하다. 이런 현실을 간디가 본다면 기계문명에 대한 항변을 시작하지 않을까? 너무 많은 것들을 기계에게 빼앗겨 일자리도 잃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기도 힘든 기계문명의 지배 속에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무력의 항변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살아가는 데는 옷 한 벌이면 족하고 밥과 한 가지 반찬이면 족한데 우린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도 만족할 줄을 모르니... 간디의 일생을 담은 책은 여럿 있겠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인도스럽게 간디를 보여 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일듯.

 

 

전문가가 선택한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공주와 고블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신수진(번역가)

 

두려움을 이기는 법에 대하여

세상과 인간은 절대로 단순하지 않아서, 살면 살수록 새로운 종류의 어려움을 맞닥뜨리곤 한다.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이 오는가, 이런 일을 꼭 겪어야만 하는가 싶었던 일들이 많지만,  그 끝에서는 늘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 이것은 나에게 꼭 필요한 통과의례였구나.’


<공주와 고블린>은 두려움과 예측 불가능한 바깥 세상에 맞서 싸우면서 성장하는 고귀한 어린 영혼의 성장기이다. 아무리 어른들이 울타리를 단단히 쳐서 보호하려 해도, 공주는 진흙투성이의 모험과 도전을 통해,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관계를 통해 비로소 성장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탄한 삶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흔하디흔한 동화의 구조가 아니냐고? 맞다. <공주와 고블린>은 무려 1872년에 씌어진 판타지 동화의 원형이고, 이 작품에 영향을 받아 수많은 판타지의 걸작들이 후대에 이어진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같은 작품들을 이보다 먼저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래도록 살아남은 이야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나는 이 책을 오래전에 원서로도 읽었고, 다른 출판사에서 앞서 나왔던 판본도 보았지만,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을 보니 또다시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린이였을 때도, 나이가 아무리 많더라도 삶의 모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동화가 어린이만의 것이 아닌 이유이다. 앞으로 닥쳐 올 또 다른 고난과 두려움을 슬기롭게 이겨 내기 위해 나는 140여 년 전 태어난 <공주와 고블린> 속 주인공들의 지혜와 용기를 계속 간직할 것이다. 

 

 

전문가가 선택한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도서관 할아버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임숙(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장)

 

요즘은 학교마다 도서관이 있다 보니 누구나 도서관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을 거예요. 학교 밖을 나가면 공공 도서관도 제법 가까운 곳에서 자리 잡고 있을 테고요. 그만큼 도서관, 책,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요. 이제 우리는 그 문화를 잘 누리기만 하면 될 듯합니다. 그렇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많은 도서관, 책을 만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누군가에 의해 도서관이 만들어지고 누군가의 열정으로 이렇게 변화할 수 있었어요.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는 보물 창고를 만든 사람, 이인표’ 할아버지는 1922년 서울에서 태어나 1961년 구두를 만드는 회사(에스콰이아)를 설립하였습니다. 이 사업이 성공을 하게 되자 1981년 이인표 재단을 창립하여 1983년 한국사회과학도서관이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도서관 할아버지는 1990년부터 국내 최초로 사립 어린이 전용 도서관인 인표어린이 도서관 사업을 시작하여 5년 간 국내 14곳, 중국 6곳, 사할린과 알마티에에 각각 1곳, 총 22곳에 인표 어린이 도서관을 설립하게 되지요.

 

도서관 할아버지는 국가와 민족, 해외 거주 우리 동포들에게 나누어 주고자 하는 봉사의 마음이 없었다면 그 많은 도서관을 설립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 책은 이러한 도서관 할아버지의 일생을 동화로 구성하여 수채화처럼 잔잔히 써 내려갔어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책장을 넘기면서 우리 마음속에 행복이 쌓여 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무엇보다 저자인 최지혜 선생님은 젊은 시절 인표어린이 도서관을 직접 일구어 온 경험이 있고, 도서관 할아버지를 뵙고 삶 그 자체를 보고 느낀 분이에요. 최지혜 선생님은 그때의 경험을 늘 책으로 펴내고 싶어 했었고, 아이와 어른 모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동화로 완성하고 싶어 했습니다. 이인표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세운 일이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해 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반대해도 나는 어린이 도서관을 위한 문화 사업을 계속할 거야! 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은 희망을 심는 나무니까.” 이인표 도서관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선물하는 것을 평생의 보람으로 여겼고, 그것을 실천한 분이에요.

 

최지혜 선생님은 인표 할아버지의 사회에 환원하는 봉사정신을 이어받아 지금은 강화도 어느 조용한 산자락에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을 열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파하는, 실천하는 삶을 펼쳐 가고 있습니다. 우리 친구들도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책을 읽으면서 차분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 보았으면 좋겠어요.

 

 

전문가가 선택한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허수아비>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민령(동화작가, 문학평론가)


중국 최초의 동화집 <허수아비>

중국 아동문학은 여러 모로 한국 아동문학과 닮았다. 그 역사가 채 100년도 되지 않았다는 점, 외부로부터 들여온 번역 작품, 특히 메르헨을 통해 아동문학의 개념을 쌓았다는 점, 그 뒤에는 고유한 아동문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자국의 현실에 주의를 기울였다는 점 등등. 방정환이 번안 동화집 <사랑의 선물>을 펴낸 것이 1921년의 일이고, 잡지 <어린이>를 창간한 것은 1923년의 일이다. 방정환을 빼놓고는 우리 아동문학사를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 중국에서 그러한 위상을 갖고 있는 작가가 바로 예성타오이다. 예성타오의 <허수아비>는 중국 현대문학사에서 최초의 동화집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대 어린이의 삶과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작가 예성타오가 아동문학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을 것이다(예성타오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허수아비>는 1920년대 발표된 중단편 동화를 모아놓은 작품집으로, 여기에는 공통적으로 작가가 생각하는 어린이상이 잘 그려져 있다. 작품 속에서 어린이들은 깨끗하고 순진한 존재들로 그려지며 선하고 꾸밈없이 행동하고 가끔은 너무 순박해서 어수룩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얼핏 ‘동심천사주의’로 보일 수도 있는 이들 작품이 남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현실 비판적인 작품들과 나란히 놓고 볼 때이다. 표제작인 <허수아비>는 비참한 생활로 고통 받는 당시 농민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그 광경을 목격하는 들판의 허수아비가 결국 논바닥에 쓰러져 버린다는 비극적 결말을 내고 있다. 그러나 도무지 출구가 없어 보이는 이 이야기가 무의미하지 않은 까닭은 그러한 현실이 극복되리라는 꿈을 꾸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꿈의 근거는 바로 어린이들이다.

 

어린이를 두고 나라의 미래, 민족의 희망 운운하는 어른들의 바람이 편치 않은 까닭은 그것이 아이들에게 과도한 짐을 지우기 때문이다. 제 할 일을 작고 연약한 존재들에게 미루는 못난 어른들이랄까. 그러나 세상에 어린이들이 없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며 살 수 있을까? 아주 근본적인 의미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미래다. 하물며 (한국과 중국 공히) 1920년대 혼란스럽고 궁핍한 현실과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어찌 어린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러므로 어린이를 선하고 깨끗한 존재로 그리는 일은 근대 아동문학의 고갱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간 다양한 나라의 아동문학 작품이 수없이 많이 번역되었지만 어느 한 나라의 기원이 된 책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소개된 경우는 많지 않았다. 동화란 어린이 독자를 전제하지 않을 수 없고, 어린이들에게 문학사적 의의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서이다. 분명히 <허수아비>는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시리즈의 화룡정점에 해당한다. 이 출판 기획 자체가 중국 아동문학사의 대표작들을 최대한 많이 소개하겠다는 출판사의 강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수아비>를 빼놓고는 중국 아동문학을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동화집이 담고 있는 다양한 작품들은 오늘날 한국의 어린이 독자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또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을 다룬 이야기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와 중국적 특색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덧붙여 각각의 작품에 담긴 상징과 은유, 알레고리 등을 더듬어 보는 것도 좋은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전문가가 선택한 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