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일과 사람 시리즈>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오은경(노음초등학교 교사)
오늘의 이웃을 이해하고,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일과 사람」 시리즈
4년 전, <짜장면 더 주세요!>로 시작됐던 「일과 사람」 시리즈가 5년 동안 20권이 출간되었다. <짜장면 더 주세요!>를 처음 보았을 때 머리를 쳤다. 책을 보고서야 ‘맞아, 이런 일이 있었지.’했던 것이다. 교사가 되고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수없이 장래희망을 물었고 세상에 다양한 직업이 있음을 알렸고 일하는 사람이 소중한지를 말했지만 그동안 내 말이 얼마나 뜬구름 잡는 소리였을까 싶었다. 바로 이웃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제쳐 두고 흔히 말하는 교사, 판사, 의사, 경찰관과 같이 수십 년 전부터 습관처럼 내뱉는 직업만 떠올리고 있었다. 요리사도 마찬가지다. 탕수육하면 환호를 지르는 아이들에게 신흥반점 요리사 아빠의 맛있는 ‘요리’를 알려주지 않고 텔레비전으로 본 일급 호텔 요리사 ‘셰프’의 먹어보지도 못한 ‘요리’를 알려주었던 것이다.
뒤를 이어 나온 <딩동딩동 편지 왔어요>, <출동 119! 우리가 간다> 등은 우체부와 소방관이라는 우리 생활을 돕는 사람들로 교과서에도 자주 나오는 직업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평상시에 미처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것들까지 다루고 있었다. 편지를 배달해 주고 불을 꺼주는 일만이 아니라 편지를 배달하기까지의 전체 과정과 소방관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 평상시에 훈련받는 과정까지 상세히 보여주고 있었다. 일하는 과정 안에서 여러 사람의 협력 관계까지 보여주고 있는데, ‘돈을 버는 직업’을 넘어서 ‘책임감과 일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또 동료와의 우애와 건강하고 효율적인 일을 위해 꼭 필요한 휴식에 대한 관점도 남달랐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우리 이웃은 어떤 일을 하고 사는지 아는 것은 참 중요하다. 이 경험은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입시’와 ‘취업’을 중심으로 둔 직업 교육을 하고 있어, 지금 아이들의 꿈은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직업군에 멈추어져 있다. 얼마 전, 초등학교 2학년이 직업 조사를 하는 공개 수업에 참관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대게와 오징어잡이로 유명한 바닷가 아이들이 조사한 직업에는 어부도, 그물을 손질하는 사람도, 대게를 파는 사람도 없었다. 전국 어디서나 나오는 교사, 간호사, 의사, 약사, 경찰관만 있었다. 부모님과 이웃이 하는 일의 가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 아이들에게 <영차영차 그물을 올려라>와 <순분 씨네 채소 가게>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어디 이 교실의 아이들만 그러하겠나.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엄마가 ‘공무원’을 하라고 했기에 자기의 꿈을 공무원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이때, 「일과 사람」 시리즈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이야기해 준다. 우리 이웃이 하고 있는 소중한 일과,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우리의 관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그 어느 것도 하찮은 일이 없음을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귀하게 잘 만들어진 책이라도 아이들이 좋아해 주지 않으면 소용없다. 다행히 <짜장면 더 주세요!>의 탕수육을 제대로 맛 본 아이들은 「일과 사람」 시리즈의 새 책이 나올 때마다 쉽게 손을 내민다. 유치원 때부터 신간이 나올 때마다 읽은 한 아이는 책을 읽을 때마다 장래 희망이 달라진다고 한다. 얼마 전 <우주 최고 만화가가 되겠어!>를 읽더니 이번에도 “엄마, 만화가도 재미있겠는걸. 만화가 해볼까?”라고 했단다. 그저 돈을 잘 버는 직업이 아닌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게 하는 것’,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은 뭘까?’를 고민하게 해보는 것이 바로 가장 초보적인 진로 교육이 아닐까?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건강한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의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 내가 교실에서 교과서와 직업 동영상으로는 알려 줄 수 없는 것이었다.
경찰차를 좋아하는 유치원 아이를 둔 아버지에게 <출동! 마을은 내가 지킨다>를 선물한 적이 있다. 대수롭지 않게 책을 읽어주던 아버지는 경찰서와 경찰관의 세밀하고 사실적인 표현에 놀라워했다. 오히려 아이의 아버지가 진짜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라며, 「일과 사람」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다. 나 또한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놀란 적이 있다. 내가 가장 관심 있게 읽은 이야기는 <얘들아, 학교 가자!>의 오영경 선생님 이야기였는데 잠깐 동안 ‘내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였다. 10살짜리 조카도 “우리 선생님도 이렇게 하는데…….” 했다니 작가들의 성실한 취재와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작년에 2학년 아이들에게 이웃과 직업을 가르칠 때 「일과 사람」 시리즈를 내놓고 두 시간 동안 같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농부란다>를 읽은 아이가 그제야 “그럼 우리 할아버지도 농부예요?”라고 한다. <내가 만든 옷 어때?>를 읽은 아이는 “우리 아빠가 하는 일도 나와요.” 하며 옷 수선을 하는 사람을 가리켰다. 발레리나를 꿈꾸던 아이가 <무대는 언제나 두근두근>을 읽으며 “다른 사람하고 같이 춤추는 게 더 멋있는 것 같아요.”라고 한다. 또, <나무야 새야 함께 살자>를 읽은 아이가 “환경 운동가라는 직업도 있어요?” 하고 묻는다. 한 사람이 하는 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더 많은 사람과 더 다양한 일을 생각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과 사람들’이고 ‘일과 삶’이었다.
우리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부터 세상에 대해 고민하며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까지 다룬 「일과 사람」 시리즈. 그야말로 어린이 인문교양 첫 그림책으로 아이들은 물론 부모와 교사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실한 작가의 그림은 직업을 다루는 책에서는 보기 드물게 아주 훌륭하니 그야말로 그림책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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