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좋은 어린이 책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엄혜숙(아동문학 평론가)

 

자기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는 도시에 살던 호랑이 씨가 숲으로 갔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과정을 담고 있다. 호랑이 씨가 사는 도시에서는 ‘모두가 잘’ ‘바르게만’ 살고 있다. 그런데 호랑이 씨는 ‘바르게만’ 사는 게 싫어지고 ‘삐뚜로’ 살고 싶어진다. 호랑이 씨는 차츰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대로 행동한다. 친구들은 어리둥절하게 되고, 급기야는 호랑이 씨에게 “차라리 숲으로 가서 멋대로 살”라고 말한다. 호랑이 씨는 냉큼 숲으로 가서 마음대로 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간이 흐르자 호랑이 씨는 외로워진다. 친구들, 도시, 집이 그리워진다. 호랑이 씨는 도시로 돌아온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그 사이에 작은 변화가 있었다. 친구들도 호랑이 씨처럼 저마다 원하는 방식으로 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처음 화면에는 정장 차림을 한 동물들이 모두 눈을 감은 채 똑바로 서서 다니고 있다. 몸도 옷도 모두가 점잖고 칙칙한 색깔이다. 호랑이 씨도 정장 차림에 모자까지 쓰고 있지만, 유일하게 눈을 뜨고 있고, 몸에 색깔을 지니고 있다.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뭔가 느끼고 자신의 감각을 잃지 않은 존재라는 걸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호랑이 씨는 먼저 도시에서 자신이 느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다. 거추장스러운 정장을 벗고, 모자를 벗는다. 남들이 하지 않는 여러 가지 행동을 한다. 그러나 그 행동은 친구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급기야 친구들은 호랑이 씨에게 그렇게 ‘멋대로’ 살 수 있는 곳으로 가라고 한다. 자기들과는 다른 호랑이 씨를 배척하는 것이다.

 

호랑이 씨는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곳, 숲으로 간다. 처음에는 즐겁고 행복하다. 그러나 거기에는 친구들이 없다. 아무리 자유를 구가하고, 멋대로 살 수 있는 곳이라 해도 혼자만의 삶은 외롭고 쓸쓸하다. 결국, 호랑이 씨는 도시로 돌아오기로 한다. 그때, 숲과 도시의 경계에서 호랑이 씨를 맞아주는 것은 바로 호랑이 씨에게 “차라리 숲으로 가서 멋대로 살”라고 했던 이들이다. 이들은 여전히 정장 차림이지만, 꽃무늬 셔츠를 손에 들고 호랑이 씨를 맞아준다. 호랑이 씨의 생활 방식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도시로 돌아왔을 때다. 도시의 친구들이 예전의 호랑이 씨처럼 저마다 원하는 방식대로 행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똑바로 서서 걷는 이도 있지만, 호랑이 씨처럼 네 발로 걷는 친구도 있다. 몸에 색깔을 지닌 친구도 있다. 이제 호랑이 씨는 도시에서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 수가 있다. 친구들도 차츰 호랑이 씨처럼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고 숲에도 가고, 도시에서도 지낸다. ‘바르게만’ 살던 도시의 친구들이 ‘삐뚜로’ 사는 삶의 즐거움을 알고, 그렇게 살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자신이 바라는 삶을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준다.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시작할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눈을 감고 사는 삶’이란 바로 행복을 모르는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게다. 저마다 다른 자기 색깔을 지니고, 다른 차림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삶, 그것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것을 이 작품은 잘 보여준다. 면지를 보면, 앞면지에는 똑같은 모양의 칙칙한 벽돌이 나오고, 뒷면지에는 저마다 모양과 색깔이 다른 나무들이 나온다. 모두 ‘자기답게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작가는 면지에서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가 선택한 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