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일 때문에 서울에 갔다. 그리고 잘 지내다가 크리스마스 이브날 저녁,
일을 끝내고 혼자 스타벅스에 앉아있는데 다른 사람들을 보며 밀려오는 고독감과 자살충동.
몇 시간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1339에 전화해 자살상담센터에 연결해달라고 했지만,
통화량이 너무 많아 연결이 되지 않았고, 인터넷에서 알아본 다른 전화로 연결해보니,
받으신 분이 지금 출동나와 있어서 상담이 어렵다고 하시며 거절했다.

 

그래서 고민하다 결국 129에 전화해 겨우 상담사와 연결할 수 있었다. 한참을 상담을 했는데, 자살충동이 멈춰지지 않아서 결국 걸어서 가까운 지구대에 가니 아무도 없었다. 눈사람이 되어가며 기다리는데 뒤에서 경찰관 한분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나는 우울증 환자고 자살충동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순찰차를 타고 좀 큰 경찰서로 갔고, 결국 경찰서에서 늦은 밥을 먹고 약을 먹고 기자분이랑 잠깐 인터뷰를 하고 경찰서 소파에서 잠이 들었고 크리스마스 새벽에 경찰서를 나와서 일이고 뭐고 다 접고 집으로 왔다. 일하는 곳에 아무런 말없이 온 건 아니고 전화를 미리 하고 집에 왔는데, 참 웃긴건 거기서는 마음대로 일정을 캔슬했다가 나오랬다가 하면서 내가 미리 전화하니 왜 그리 싫은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원래 크리스마스 이브로 일이 끝이었는데;;;)

 

그리고 129(보건복지부 콜센터)에서, 부산시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에 연결해줘서, 자살상담센터에서 전화가 왔고, 내일 무료로 상담받으러 간다.

 

평상시에는 너무 잘 지내다 자살충동이 올 때가 있다. 몇 분일 때도 있고 몇 시간일수도 있는데 그 순간이 너무 견디기 힘들다. 그리고 그게 점점 강해진다. 그래서, 어느순간 그 자살충동에 질까봐, 그게 무서워서, 죽고 싶어하는 그 순간에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너무나 살고 싶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렇게 몸부림쳤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세상은 아직 한번쯤은 살아볼만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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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법에 걸리지 않을 인증샷을 찍었는데 모바일이라 못 올리고 이따 올릴 겁니다. 투표소 가니 새벽 6시도 안 됐는데 많은 분들이 계셨고 계속 오고 계셨습니다.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제가 제일 젊은 축이긴 했습니다.  그래도 그 새벽에 줄서계시던 분들 모두 다 존경합니다. 모바일이라 긴글 쓰기 어려우니 자세한 글은 이따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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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약은 약대로 먹고..무통주사와 진통제 주사를 맞고 버티고 있다. 약기운 떨어지기 전에 자야하는데 쉽게 잠들지못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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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rain 2012-10-15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자세히 쓰고 싶지만 모바일이라 길게 쓰기가 힘들다.
 

요즘 정말 실감하는 건, 우울증이 없는 사람은 우울증이 있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이 하는 힘내라는 말, 기분전환을 해보라는 말, 다 맞는 말이고 나 잘되라는 말이지만,
그런 걸로 나아질 정도의 상태라면 그건 병이 아니며, 우울증은 의지가 약해서
걸리는 게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주변의 그런 말들이 더 상처가 된다.

 

그러니 주변 사람이 우울증이 있거나 다른 정신적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본인이 조언해보거나 그 사람을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빨리 정신과에 데리고 가서 의사의 도움을 받게 하는 게 서로를 위해서 훨씬 나은 일이다.

심각한 정신병으로 큰 병원에 입원할 경우 치료 비용이 많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개인 신경정신과에서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경우에 그다지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내 경우 처음 검사비 35,000원 정도, 그 이후로 상담 시간에 따라 조금 금액이 달라지지만,
평균적으로 주당 10,000~15,000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즉 한달에 4~5만원 정도.

물론 지금 나는 법적으로 정신질환자이기 때문에 보험 가입이 안되는 건 맞고,

주기적으로 평일 낮에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직장을 찾는데

조금 제약이 있는 건 맞지만, 그래도 치료를 받고 나서의 삶이 훨씬 더 나아졌다.

 

우울증은 여러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데, 예를 들면 매사에 까칠해지거나,
매사에 부정적이거나, 이유가 없이 여기저기 아프거나, 의욕이 저하되거나..

그 중에 나같은 경우에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비가 오는 날,
경전철이나 지하철 고가역에 서 있으면 세상에 혼자 있는 느낌이 들면서
강력한 자살충동이 온다. 그리고 여기저기 슬프다고 연락하고 징징거리기도 하고.

 

나 같은 경우 강박증이 극심해서, 강박행동을 하기 싫어도 하게 되는데,
(자다가도 일어나서 집 곳곳을 돌아다니며 가스밸브라든가 수도를 확인한다.)
그 때마다 자괴감을 느끼는 것도 우울증 발병에 큰 영향을 줬다.

그래도 처음보다야 나아졌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병원 대기실에서 비뚤어진 액자를 바로잡기도 하고, 의사분의 흰 머리카락 두 가닥이 신경쓰여
상담에 지장을 받을 때마다 종종 나는 왜 이러나 싶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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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병원을 옮겨서...하루에 두번씩,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고 있다.
전에 썼던 것처럼 강박증과 우울증이 둘 다 있는데,
어떻게 지금껏 병원 안오고 버텼는지 신기할 정도로 강박증이 아주 심해서

그 강박증 때문에 우울증까지 온 거라고 새 의사가 그랬다.

새 병원에 가서 검사할 때 불안증세가 심해서, 몸을 덜덜 떨기도 했다.

 

앞으로 최소 1년 이상 꾸준히 치료를 해야하고, 어쩌면 큰 정신병원에 가야할지도 모른단다.

거의 한달째 꼬박꼬박 약을 안 빼놓고 먹다보니 규칙적인 시간대에

식사를 하게 되어서 그건 좋은데 아직 별다른 효과는 모르겠다.

 

2. 엊그제(15일) 는 생일이었다.
생일이어서 가고싶었던 카페에 갔는데 먹고싶은 메뉴가 안 되어서 아쉬웠다.
내년 생일에는 강박증이며 우울증이며 다 나아서, 활기찬 생일을 보냈으면 좋겠다.

 

3. 정신질환자는 난데 아빠가 나때문에 잠이 안온다고 한다.
나는 막상 잘 자는데...아무튼 요즘...그래서, 아빠가 화도 덜내고, 잘해준다.
정신과 다니면... 뭔가 크게 달라질줄 알았다. 주변사람들의 시선이라든가, 뭐...그런거.
그런데...앞으로 보험 못든다는 거 빼고는...나는 그냥 나구나. 크게 달라진게 없어서..
그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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