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벼운 스킨십은 좋아했지만, 포옹 이상의 스킨십을 굉장히 두려워했었다.
개신교인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고, 해서...
...혼전에는 키스 이상의 스킨십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아주 확고했었다.  

그런데.  

직장에서...내가 참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
나이 스물 여덟살에 남자 손 한번 잡았다고, 두근두근 했었다.
그 남자의 마음을 내가 알지는 못했지만..그래서 고민했었지만.
그냥 서로 핸드폰 번호도 모르고, 그냥 회사에서 오가다,
잠깐씩 이야기 몇번 하는게 다였고, 최근에는 더더욱,
사이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고 그렇다고 내가 먼저 고백하는건 두려웠었고.
...참 그런 친구도 아니고 애인은 더더욱 아니고 그런 어중간한 사이에서,
뭔가 진전되는 것도 없고 그 남자 속을 모르겠어서,
마음 접으려고 했었는데.  

..입사 한달 반, 지금은 연말. 1년에 두 번 있다던 회식날 밤.  
회식이 끝나고...같은 방향이라 같이 가다가.
어쩌다보니...그 남자와...밤새 같이 있었다.
...내 몸에 들어간 소주 한 잔과 맥주 한 잔 때문이었던걸까.
아니. 사랑에 눈이 멀어서였던 거 같다.

그 남자가 내 생각보다 더 많이 날 좋아한다는 것도 알았다.  

...만약, 어제 내가 아무렇지 않게 얌전히 기숙사에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다음날 아침에 집에 들어가다가 갈림길에 서서 아주 잠깐 했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것도, 썩 나쁘지는 않은걸.   

아무튼 그렇게, 순서가 좀 바뀌긴 했지만...서로 자기야, 하고 부르는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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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감기에 걸렸고...
...(사실 지금 염증수치가 높고,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이 뻣뻣하다.
류마티스 관절염일 수도 있다고 했었는데 일 때문에, 그리고 아직
월급날 전이라서...병원에 못 가고 있다. 그래서 건강상태 최악이다.)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생리불순이 다시 심해지고 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리를 잘 안한다.;;;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기 힘들었는데...
금요일 아침엔 스킨 바르고 5분, 로션 바르고 5분씩 누워있다가,
결국 회사에 못간다고 전화를 하고 하루 쉬고...
토요일 아침에 감기약을 먹고 겨우 몸을 끌고 출근했더니... 
일 끝날 때까지 약에 취해서 제 정신이 아니었다.  

아직 20대인데...
그리고 내년에도 20대인데...
...화장을 해도 아파보인다는 소리를 듣는다. 흑. ㅜ.ㅜ
실제로 많이 아픈 것도 맞고.

그리고...며칠 전, 딸 같은 나한테 돼먹지 않은 수작을 거는 남자가 있었다.
(나이가 마흔이 넘은 남자가, 아직 20대인 나한테.
나 같은 여자를 만나고 싶었다느니, 밥 먹으러 자기 집에 오라느니,
회사 그만두게 되면 자기 집에 와서 살자느니...아침을 같이 먹자느니...; 

한두번도 아니고 계속 입버릇처럼 그렇게 말하길래,
...무서워서, 이러는 거 부담스럽다고 딱 부러지게 이야기했다.
...그러니 지금까지는, 별 일 없다...
내가 부모님 곁에서 집 밥 먹고 사는 여자였다면, 그 남자 그런 말 못했을 거 같아서..
기숙사에서 사는 게 새삼 서러워졌다.)  

만약...그 사람이 한마디라도 더 하면, 회사에 말할 생각이다.
이미 주변사람들에게도 다 알렸다.

여기서 보낸 네 번째의 토요일이다.
사실...이 만큼도 못 버틸 줄 알았다. 도망가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여기서 몇 번의 토요일을 더 보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매일매일 일할 직장이 있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내가 녹초가 되어서 창고 이 쪽에서 저 쪽으로
짐을 들고 멍하게 걷고 있으면, 그래도 여자라고 남자분들이 오셔서는
자기들도 힘들텐데 내 짐도 들어주고, 무거운 거 들지말라고 해주고...
그러는 건, 참 고마운 일이고...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건 참 다행인 일이다.  

문득 누구나...인생을 살면서 무거운 짐 하나쯤은 다 지고간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남과 비교해가면서 그 사람을 굳이 부러워할 필요도 없는거라고.

 엄마가 죽은 이후...어른이 되는게 두려웠고 세상에 던져지는게 두려웠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어른들이 강해지는 이유에,
아주 조금씩 더 다가가고 있다. 느리게 철드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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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노래가사처럼...
달이 차고, 내 마음도 차다.  

늦은 밤 귀가할 때마다.

양 손이 퉁퉁 부어있고 잘 쥐어지지도 않지만,
손가락 관절이 삐걱거리지만 내일도, 모레도 나는 일하러 나갈 거다.
...3월 한달간 무려 6kg를 내 몸에서 덜어내줬던...
(뭐 지금 3kg는 다시 돌아왔지만, 몇년만에 보는 사람들은, 
다들 이구동성으로 나에게 살 많이 빠졌다느니 노력 많이 했다느니, 한다.) 

그 막돼먹은 직장을 그만두고 부산 집에 내려가
거의 반년간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자며 놀고 먹다가
갑자기 힘든 일을 하려니, 몸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거다.
그냥..나는 아직 진행중에 있으니까, 걱정안해도 되는걸까.

그렇게 게으른 돼지같았던 모습도 내 모습이고,
아침 7시가 되기도 전에 일어나 세수하고 화장하고 일하러 나갔다
밤에 들어오는 모습도 내 모습이다..

...그리고 어쨌거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2주를 넘게 버텼으니까.
여기서 2달을 더 지내고 나면, 나는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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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1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5 0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평일은 아침 7시 반에 기숙사를 나와서,
밤에 10시, 11시에 귀가를 하고... 
토요일에는 그나마 저녁 7,8시에는 들어갈 수 있다.  

물류센터에서, 바코드 찍혀 나오는 물건들을 박스에 담는걸 하는데...
일단 창고다보니 상당히 춥다...;추운 건 일하다보면 별 문제가 아닌데...
...손을 많이 쓰다보니 손이 퉁퉁 부었다.
아침마다 손에 맨소래담 발라줘가면서 일을 한다.
뭐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제는 아침에 코피를 쏟았고...
오후 4시 30분 부터는 빈 종이 박스를 들기도 힘들었는데,
악으로 깡으로 일을 했다.
그리고...퇴근길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다리에 쥐가 나서 길바닥에 자빠졌다. 

앞으로 최소 두달은 더 해야 할 일인데,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이전 직장은 미친 인간들이 사람 피를 말리더니,
지금 직장은 사람들은 괜찮은데, 일이 정말 쩐다..; 
그래도 사람들이라도 괜찮으니 다행이다.

앞으로 두달만 버티자고, 퇴사날을 핸드폰에 디데이로 저장해놨다.  
당분간은 그 날짜 줄어드는 낙으로 살아갈듯 하다.
당장 그만두면 갈 데가 없기 때문에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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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는 4인 1실인데 옷장이 2개다. 
나눠 써야 하는데 기존 입주자들이 옷장을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짐을 바닥에 팽개쳐놓고 써야돼서 안 그래도 짜증만땅이었는데...
자기들이 일찍 출근할때는 내가 자든말든 불켜놓고 난리치면서,
내가 일찍 나가려고 불켜니까 신경질내더라.;;;  

그런데 결정적으로...   

며칠전, 하루종일 고생고생 해서 짐나르며 일하고 나서 파김치가 되어 귀가했는데,
외부에서 자기 친구를 불러와서, 사람을 문 밖에 세워놓고 나한테  
친구 데려와도 되냐고 양해를 구하길래 된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문 밖에 서있는 사람을 그냥 내보낼순 없으니;;;)  

그런데...
...몇 시간을 떠들면서 사람을 잠을 안재우더라.
결국 그 친구란 사람은 여기서 샤워도 하면서 
왜 이렇게 여기 난장판이냐고 흩어져있는 내 짐을 보고 말했다.
(그게 다 이기적인 니 친구가 옷장을 나한테 안 줘서 그렇다고
소리지르고 싶어서 열 뻗치는걸 참았다.)  

그 난리를 치고 나가면서 죄송하다고 하긴 하던데... 
한번만 더 그러면 회사에 말해서 기숙사에서 내쫓을 생각이다.
외부 인원 데려오는거 금지인 거 분명 본인도 알텐데;;  

그래서 그 다음날, 점심시간에 밥먹고 회사 휴게실에 잠깐 누웠다가,
깜박 잠들어서, 일 시작 시간에 못 깼다. 이 가엾은 처녀를 아무도 안 깨워 줘서,
결국 조장아주머니가;;; 날 깨우러 왔다.;;;  

...기숙사가 내 집같기를 바라는건 아니지만... 

여기서 과연 얼마나 더 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좋게 말하면 선하게 생겼고 나쁘게 말하면 만만해 보여서... 

평소 도인이나 차비 달라는 사람들이 많이 붙는데,
어제는 길가는데 갑자기 어떤 애가 누나! 하면서 달라붙으려 들길래,
(어렸을 땐, 그런식으로 달라붙으면서 팔짱끼며 차비달라는 애한테
차비 준적도 있다. 지금같으면 절대 안주지만.)
내가 왜 니 누나냐고 소리 빽 질러가면서 도망갔다.
..점점, 사람이 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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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11-1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단비님.
그리고..인간은 가증스러운 데가 있어서, 이쪽이 약하게 굴면 금방 기어오르곤 하죠.

sweetrain 2010-11-16 13:5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점점, 더 독해지고 있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