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코너스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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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한 번은 읽는 책이 몇 권 있는데, 그중 하나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다. 언제 읽는가 하면, 내 자신이 한없이 쓰레기 같고, 사는 게 절망스럽고, 당장이라도 죽어버리고 싶을 때 위로 삼아 읽었다. 읽고 나면 개운하지는 않아도 상태가 많이 완화됐다.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도 아름답거니와 나의 현실은 아무리 벅차도 주인공 ‘요조’의 그것과는 갭이 상당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전과 다른 상태에서 읽게 되었다. 두 가지의 심경 변화가 있었는데, 첫째는 다소 낙관주의자가 되었다는 점이고, 둘째는 문학의 가치를 잊었다는 점이다. 이 요인들이 시너지를 내니 과거와는 다르게 이만큼 시간 아까운 독서가 없었다.


요조는 자신의 생에 대해 깊은 수치심을 가지고 있다. 수치심을 모르는 인간보다 수치심을 아는 인간이 더 낫다. 개선의 여지가 있으니까. 그러나 그는 그런 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자신이 처한 문제 상황을 인지하고도 타계하기 보다 도피를 선택하고, 그 수치심에 취해 스스로의 동정을 합리화했다. 대놓고 드러나진 않았지만, 행동거지를 보면 본인은 불행해도 싼 인간이기 때문에 이 상황과 싸우는 일은 타당하지 못하다는 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심리적으로 어떻고, 화자의 성장 배경이 어떻고, 시대상이 어떻고 한 사항을 분석하며 읽을 때야 충분히 납득하고 이해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었다. 같이 있으면 나도 덩달아 우울해지는 친구를 둔 느낌이랄까. 한순간에 받아들이는 느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최근 문학을 접할 때마다 겪는 놀라움이다.


아무튼, 요조의 그런 행보는 현재 내가 가진 가치와 전혀 궤를 달리해 예전만큼 즐거운 독서는 아니었다. 감상문의 길이가 짧은 것만 봐도 얼마나 임팩트 없이 읽었는지.


이러한 느낌에는 예전과 다른 출판사의 번역본을 읽은 탓도 있을 것이다. 매년 읽은 『인간 실격』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었다. 이번 것은 ‘코너스톤’에서 출간한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이다. 흠, 어차피 올해 또 이 책을 다시 읽을 날이 분명히 있을 테니, 그때는 각각을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지금은 별 감흥 없는 감상으로 끝났지만, 언제 또 감명 깊게 읽을 지 모른다. 작품 자체의 짜임새 와 문장이 워낙 좋으니까. 다음에는 또 다른 독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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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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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 소설 경시 사상을 가지고 있다. 왜 그런지 설명하자면 기니까 ‘재미없다’는 메인 이유만 남겨두고 넘어가자. 덕분에 책 구매를 좋아해도 한국 소설은 대체로 제외하는 편이다. 그나마 장편 소설은 몇몇 보는 작가가 있지만, 소설집은 더욱 싫어한다. 단편 소설의 매력도 모르겠거니와 한 편 읽고 끊기는 느낌이 되게 별로다. 그런데 장르가 SF, 그것도 판타지가 아닌 문학이다? 거침없이 ‘아웃 오브 안중’이다.


김초엽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나의 불만족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책이라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얼마 전, 유일하게 친한 대학 동기가 연말 선물로 주지 않았다면 절대 볼 일 없었을 책이었다. 선물을 받아와 다른 독서는 미뤄두고 이 책부터 펼쳤다. 선물 받은 책에 대한 최고의 처사는 곧장 읽는 것이라는 내 철학 때문이었다. 물론 간만에 받은 책 선물이라 설레는 마음도 한껏 담겨 있었다.


불행이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 재밌는 책을 지금까지 몰랐다는 점이 불행했고, 그 불행 덕분에 이 재밌는 책을 선물 받아 즐거운 연말을 보냈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SF 판타지가 아닌 SF 문학의 재미도 처음 느꼈다. 내가 아는 SF는 고도로 발달한 기술과 그것을 이용한 격정적인 대립이었다. 참 무지렁이 수준의 지식을 가진 나였음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총 7편의 소설로 구성되었는데, 이중에서 나는 후반부 세 편인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를 가장 몰입해 읽었다. 앞의 네 편은 좀 더 나의 감상을 분석해야 느껴지는 재미라면, 뒤의 세 편은 직관적인 재미라고 할까.


「감정의 물성」은 어떤 감정을 고스란히 유발하는 상품으로 인해 빚어지는 이야기로, 침착의 향수를 뿌리면 침착해지고, 우울의 자갈을 쥐면 우울에 푹 빠지게 된다. 그 특이한 성질로 인해 사회적으로 크게 유행했지만, 마약 성분이 검출되면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 그 속에서 화자는 한 가지 의문을 갖는다. 긍정적인 감정의 수요는 이해되지만, 도대체 분노, 증오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왜 사는 걸까? 그에 대한 답은 삼류 신파 영화를 봤던 기억에서 도출되었다. 한 여자가 영화를 보고 마냥 울다가, 영화가 끝나자 영화 포스터를 구겨 버리는 장면이 떠오른 것이다.


의미는 맥락 속에서 부여된다. 하지만 때로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 p.215


우리가 표출하는 감정은 정말 순수한 감정일까? 나는 정상적으로 사회화된 인간이라면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웃기다고 해서 무조건 웃으면 안 되고, 화난다고 해서 아무 때나 화내면 안 된다. 즉, 우리의 감정은 이성의 검열을 받은 정제된 감정이다. 물론 사회 질서를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때때로 그것이 개인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충분히 힘듦을 표출할 때임에도 그렇지 않다고 여기며 삶을 이어가다 무너지는 사람들이 해당되지 않을까. 이런 부류에게는 ‘감정의 물성’ 중 부정적인 면이 더 약이 될지 모른다. 뭐 그렇게 생각하며 읽었다는 뜻.


「관내분실」은 빅데이터 교육을 받으면서 잠깐 떠올렸던 상상과 맥락을 함께해 흥미진진했다. 소설 내 도서관은 죽은 이의 정보를 데이터로 바꿔 저장하는 공간이다. 어떻게 보면 디지털 납골당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사자(死者)의 데이터는 이름이나 특징으로 인덱싱되어 마인드라는 형태로 보관된다. 화자는 어머니의 마인드를 찾았으나 ‘관내분실’되어 찾을 수 없었다. 인덱스가 지워져 마인드는 존재하나 불러올 수 없던 것이다. 다행히 개발 중인 기술의 도움이 잘 작동해 어머니의 마인드를 만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러나 저 디지털 미아가 어느 기업의 데이터였다면? 그리고 그것이 가치 있었다면? 화자가 그런 데이터를 다루는 개발자였다면? 후, 상상만으로도 식겁할 부분이다. 소설의 내용과는 별 상관 없지만, 어쨌든 재미가 더해진 부분이었다.


마지막 소설인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가윤’이 존경해 마지 않았던 ‘재경’의 진짜 행적을 알게 되었어도 그녀에게 영웅이란 점은 변하지 않는다는 주제를 가졌다. ‘재경’은 세계인의 관심을 받으며 우주 저편으로 통하는 ‘터널’로 향할 우주인 3인 중 하나였으나, 진입 당일에 이탈하여 바다 속으로 종적을 감췄다. 나머지 2인은 터널 입구에서 캡슐이 폭발해 죽음을 맞이했다. 항공우주국은 ‘재경’의 행적이 들통나면 더 많은 비난을 감수해야 했기에 쉬쉬하며 함께 죽은 것으로 덮어버렸다. ‘가윤’ 역시 그런 행적은 모른 채 ‘재경’을 영웅으로 삼아 우주인을 꿈꿨다.


우주인 훈련을 하면서 그녀는 ‘재경’의 진실을 알게 되었고 비난의 여론에 피로를 느꼈으나, 그럼에도 ‘재경’이 그녀의 영웅임은 변하지 않았다. ‘재경’의 행동엔 ‘재경’만의 진심이 담겨 있을 것이었고, ‘가윤’에게는 ‘가윤’만의 진심이 있으니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존경하는 인물의 개인사 중 일부가 내 존경심을 해할 이유가 되는가. 예를 들면, 나는 F.스콧 피츠제럴드를 존경하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그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 그의 괴팍한 성격을 들이밀며 내 존경심을 왜곡된 시선으로 판단했던 적이 있다. 다른 예로는 스티브 잡스도 있고, 빌 게이츠도 있다. 흠, 나의 영웅을 너에게 대입하지 않으면 상관없는 일 아닌가. 또한 내가 존경하는 부분이 흠이 아니라면 더더욱 상관없는 일 아닌가. 가끔 드는 생각을 끄집어낸 소설이었다.


김초엽의 SF 문학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다음에 다른 책이 나온다면 곧장 사 볼 계획이다. 그러나 다른 작가의 SF 문학도 내 마음에 들지는 의문이다. 조만간 서점에 가서 몇 장 훑어봐야 될 것 같다. 다른 소설도 흥미진진해서 퍽퍽한 실용서만 깃드는 내 마음에 문학의 불이 다시 지펴졌으면 좋겠다. 이런 계기를 만들어준 나의 대학 동기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임인년의 출발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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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1-02 2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찐새 님 리뷰 좋아요 세 번 누르고 싶어요.
반갑습니다. 김초엽은 저도 최근 관심 갖게
되었어요. 이 소설집 이후로도 꾸준히 왕성한 창작을 하고 있더군요. 우선 선물 받은 행성어서점부터 읽어야 하는데 다른 책에 밀리고 있어요. 임인년 출발 신나게 힘차게 하셨지요^^
 
GAN 첫걸음 - 파이토치 신경망 입문부터 연예인 얼굴 생성까지
타리크 라시드 지음, 고락윤 옮김 / 한빛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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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 IT 교육 내 팀 프로젝트로 ‘CNN’을 다루면서 신경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물론 하나도 제대로 못 다루는 나지만, 여기저기 호기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 흥미가 꺼지기 전에 궁금했던 GAN에 손을 댔다.


제목 그대로 생성적 적대 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의 기초 개념을 잡기에 좋다. 더불어 내 경우에 무지성으로 그냥 사용했던 활성 함수나 손실 함수에 대한 지식도 배울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레이어층 쌓은 후 무조건 ReLU를 사용했다. 그냥 그러려니 싶었던 것. 그것이 기울기를 유지하기 위함인 줄은 전혀 몰랐다. 또, 이진 분류일 때는 손실 함수를 Binary Cross Entropy를 썼다. 단순히 Binary가 들어가서 이진 분류에 사용한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지만, 내 무지함에 참 부끄러워졌다. Binary Cross Entropy는 정답이 아닌 것에 벌점을 더 부과하여 정확도를 높인다고 한다.


책의 코드를 따라가면서 학습 결과를 보는 것도 재밌었다. MNIST는 그저 그랬지만, CelebA 자료를 사용한 GAN은 흥미진진했다. Epochs에 따라 점점 선명해지는 게 마냥 신기했다. 


처음에는 그냥 도트 같더니 최종적으로 배운 코드에서는 얼추 사람의 형태가 나타났다. 그럼에도 한참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더 학습시키면 결과가 나아질지 모르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내 노트북이 힘들어해서 포기했다. 8 epochs 돌리는 데 5시간 23분이 걸리니 말 다했지. ‘기계 학습’ 때마다 좋은 하드웨어에 대한 갈망이 점점 커진다.


GAN에 대해 찍먹하기에 괜찮았다. 하지만 모르는 용어도 꽤 많아서 저자의 전작인 『신경망 첫걸음』도 한 번 볼 예정이다. 신경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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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사용설명서 - 블록체인과 메타버스가 바꿀 거의 모든 돈의 미래 NFT 사용설명서
맷 포트나우.큐해리슨 테리 지음, 남경보 옮김, 이장우 감수 / 여의도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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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이라고 불리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수집품’에 대해 꽤 자세히 알 수 있는 책이다.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고 팔고 구매하는지, 방향성은 어떠한 지 등등 두 저자가 전문적인 견해를 들려준다.


새로운 개념의 존재이며 거래 방식이지만, 읽다 보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일환일 뿐, 놀랍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쉽게 요약하자면 코드화된 유희왕 카드 콜렉션 같달까?


지구의 모든 사람이 유희왕 카드를 수집하지 않고, 즐기는 것도 아니지만 명맥은 이어지고 있다. 그들 사이에서 희귀한 카드는 매우 비싼 값에 거래가 된다. 나는 관심이 없으니 이해가 안 되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수집의 세계는 소규모라도 유지된다는 점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다르지 않은가,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의 대표 주자인 게임으로 비교해보자. 게임 아이템 중 현금 거래가 되는 경우는 빈번하다. 그것들은 NFT도 아니고, 영구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인간의 열정(방향성이 어찌 되었든)을 대변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거래들에 신뢰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더한 것이 NFT 거래 세계라면 어떨까? 충분히 납득 가능한 영역이다.


책의 저자들은 NFT의 가능성을 메타버스, 디지털 아트뿐만 아니라 비유동성자산이나 부동산까지도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가능성이야 어디든 산재되어 있으니 도래하지 않는다면 모를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NFT의 영역 역시 지금의 코인이 거래 자산으로 자리잡았듯 자신만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리라는 점이다. 주요 시장으로 올라오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매니아의 영역으로 명맥을 꾸준히 유지할 것 같다. 물론 블록체인이 확실한 기술이라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나는 블록체인 기술을 믿으니까.


NFT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해서 굳이 이 책을 찾아 읽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NFT 제작에 관심이 있는 부류만 참고하면 좋은 정도? 책 제목에 충실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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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씽킹 WEALTHINKING (양장) - 부를 창조하는 생각의 뿌리
켈리 최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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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읽으려고 산 책은 아니었다. 켈리 최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가끔 부모님께 찾아가면 어머니가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시고 내게 ‘켈리 최가 그러더라’라는 식으로 들은 게 전부였다. 어렴풋이 기억하던 이름을 책 쇼핑하다 발견하니, 어머니 선물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장바구니에 이 책을 담았다. 그런데 실수로 내 책과 함께 주문해버렸다. 읽을 생각이 없었으나 어차피 어머니께 드릴 책, 한 번 읽어 보고 갖다 드리자는 심정으로 펼친 것이 『웰씽킹』 독서 계기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지만, 이내 흥미가 동했고, 이틀만에 완독하는 기염을 토했다. 1부에 하루, 2부에 하루 해서 말이다. 독서 자체가 재밌어서 잠까지 미룬 책은 오랜만이었다. 익숙한 내용이지만 저자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하여 매끄러운 문장으로 풀어냈다고 할까. 한마디로 가볍게 읽으면서 얻어가는 게 많은 책이다.


저자 개인의 경험치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자기계발 분야에서 익히 보고 들은 내용들이 많다. 목표 설정, 습관 개선, 자기 관리 등등.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1000명의 스승을 두었다고 이야기한다. 책, 강연, 기사, 인터뷰, SNS 등 본받고 싶은 자의 행적을 추적하고 따라하면서 그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배웠다고. 그녀는 그들의 방법을 체화할 때까지 따라하고 반복했고, 결국 성공에 이르렀다. 이러한 경험이 녹아 들었으니 어찌 보면 종합자기계발서로 볼 수도 있겠다.


내용적인 면도 좋았지만, 내가 혹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저자가 프랑스에서 사업하다 약 10억을 빚지면서 망했을 때, 센 강을 바라보며 자살을 생각했다. 빚도 빚이고 갖은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하는 순간이었으니 충분히 절망할 만했다. 그러나 그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소중한 존재인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며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냈다. 당신을 위해 살겠노라 다짐하며 그녀는 재기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인데, 저자와 비교하면 아주 보잘 것 없는 이유다. 사업을 말아먹은 것도 아니요, 거대한 빚을 진 것도 아니었으니. 단순히 나 자신을 낮잡아 봐서 생긴 일이었다. 코딩 테스트를 공부하는데 알고리즘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예시 문제도 풀지 못하니 나처럼 쓸모 없고 멍청한 인간이 또 있나 싶었다. IT 교육을 받았던 6개월을 꽁으로 날린 기분이 들었고, 이게 진짜 루저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살 바에야 죽는 게 낫지 않나? 살아있는 게 민폐인데. 그냥 죽고 편해지면 좋겠다……따위의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 했다. 어느 날, 진지하게 자살 이후를 고민해봤다. 나는 세상에 없으니 걱정할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나는 내 정신머리를 붙잡을 이유가 필요했는 지도 몰랐다.


그림 하나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정신이 무너진 어머니의 모습. 물론 상상의 영역이지만, 내게는 매우 현실적인 감각이었다. 나와 어머니는 지음(知音) 같은 사이로, 둘 중 하나가 세상에 없다면 남은 하나는 필시 외로워질 것이 분명했다. 그런 어머니를 생각하니 역시 나에게 자살은 무리였다. 어쩌다 보니 내 최악이 이렇게 상정되었다. 살아있는 한 나의 삶은 최악보다 언제나 나았다. 나는 결론지었다. ‘내 멋대로 살아도 자살보다 낫다’ 라고. 그런 와중에 이 책에서 비슷한 맥락을 접하니 왠지 칭찬받은 기분이었다.


이왕 살기로 결정한 거, 열심히 살아보려고 다시 마음먹었다. 저자가 알려준 모든 방법을 따라하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내 체질과 안 맞다고 여겨 보류하기로 했다. 물론 한 번에 다 따라할 수 없는 것도 있고. 그래서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행동을 추렸다.


가장 먼저 ‘세 가지 결단’이다. 저자는 성공하기 위해 세 가지 나쁜 습관을 끊었다. 음주를 끊고, 유희를 끊고, 파티를 끊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 관리가 기본’이며, ‘자기 관리의 기본은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줄여 스스로 발전시키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p.58).’ 나도 결단을 내리긴 했다. 일단 게임을 끊었다. 내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용량을 차지하던 게임을 모두 지웠다. 그리고 유튜브 프리미엄 결제를 해지했다. 광고가 나온다면 아마도 불편해서 덜 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돈을 아끼자는 마음을 합친 결과다. 하나가 부족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시간을 쪼개서 독서와 공부에 힘을 쏟는 중이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성장해 있기를 바라면서.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인생이라고 하더라도, 멈추지 않는다면 5년 후에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될 것(p.61)’이다.


다음은 ‘네 번째 뿌리, 믿음’이다. 총 일곱 가지 뿌리가 있는데 다 건너뛰고 왜 네 번째 뿌리만 이냐 한다면, 내게 가장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는 툭하면 나를 깎아내렸다. 위에서 언급한 자살 고민도 그 결과물 중 하나였다. 아마 과거 10여 년 동안 소설가를 꿈꾸면서도 이루지 못한 이유 중에 극심한 자기비하로 인한 의욕 부진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나를 사랑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나를 사랑하는 일의 핵심은 ‘없음’보다 ‘있음’에 집중하는 것이다(p.166).’ 내게 뭐가 있더라, 생각해 보니 가진 게 매우 많았다. 사지 멀쩡하고, 서울에서 지낼 곳 있고, 공부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가족이 있고, 코딩 공부 가능한 노트북도 있고, 심심함과 호기심을 달래 줄 책도 있고, 물려 있지만 배당 나오는 삼성전자 주식도 있고…… 세기가 벅찰 정도였다. 지금 감상문을 적으면서 봐도 참 행복해야 할 놈이다, 나는.


그리고 ‘얼리버드 습관’이다. 얼리버드의 속뜻은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자기계발을 하는 걸 의미한다(p.226).’ 일어나는 시간이 저녁이든 아침이든 상관없다. 내 하루 루틴을 돌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자기계발을 하라는 것이다. 나는 언제 일어나든 간에 제일 처음 활동은 독서로 시작하고 있다.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책을 읽은 다음 계획한 공부를 한다. 개인적으로 공부 모멘텀 형성이 더 잘 되는 기분이다. 앞으로 자고 일어나면 책부터 떠오르는 습관이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동 방침은 아니지만, 위로가 된 문장도 있었다. ‘열심히 하는 건 하는 거고, 결과는 순리에 맡기겠다(p.255).’ 하루 빨리 취업해야 하지만, 내 역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너무 뚜렷해 취업 지원을 주저하고 있었다. 자소서도 개판이고, 이력서도 개판이라서 도무지 지원할 엄두가 안 났다. 내가 인사담당자여도 나 같은 사람은 안 뽑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위 문장을 읽고 ‘그래, 그냥 질러 보자.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하는 용기 넘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괜찮다 싶은 기업이 있으면 그냥 이력서부터 넣어보는 중이다. 물론 전부 불합격이지만, 지원 전의 불안보다 불합격의 안정감이 편했다. 취업 될 대로 되라, 까짓 거. 나도 어딘가에 쓸모가 있겠지. 그냥 내 공부나 열심히 하련다.


부를 이루고 싶다면 『웰씽킹』에서 제시하는 행동을 모두 소화해야 하겠지만, 현재 내 목표는 부나 성공이 아니다. 또한, 개개인에게는 기질이나 성향, 성격 등이 다양해서 누군가 제시한 방법이 모두에게 통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책의 내용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내 마음가짐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끼친 책이다. 왜 어머니께서 자주 언급했는지 알겠다.


어머니께 드리기 아까웠는데, 마침 어머니는 지인한테서 같은 책을 선물 받았다. 고로 이 책은 이제 내 것이다. 고향집 책장이 아닌 내 책장에 두고 가끔 다시 읽으면서 보물찾기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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