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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풀어낸 수학자 - 짐 사이먼스가 일으킨 퀀트 혁명의 역사
그레고리 주커만 지음, 문직섭 옮김, 이효석 감수 / 로크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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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 교육 과정 따라가기도 벅차 독서 비중을 줄인 요즘이다. 교육장과 집을 왕복하는 전철에서만 책을 읽은 터라 진전이 더뎠다. 최근에는 일주일짜리 간단한 미니 프로젝트였지만, 난생처음 웹 프로그래밍 프로젝트를 진행해 더더욱 시간 내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틈틈이 읽은 덕분에 오늘 시장을 풀어낸 수학자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사실, 3주에 걸쳐 읽은 까닭에 내가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짐 사이먼스뿐 아니라 그가 세운 르네상스 테크놀러지에 관여한 주요 인물들 이야기까지 나열되어 있어 더욱 헷갈리는 것도 있다. 아마 읽기 전 마음 먹었던 대로 내용을 정리하거나 반추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그나마 내가 현재 코딩을 공부하고 있어 일부분 상통하는 맥락이 존재했다. 투자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온갖 대단한 과학자, 수학자, 개발자가 노력하는 모습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게 큰 응원이 되었다. 나는 기껏해야 수백 줄짜리 코드를 만지지만, 그들은 수만 줄짜리 코드를 살핀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그들처럼 프로그램을 잘 살피기 위함이기에 연습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고생을 견딜만 했다.

 

코드의 난도가 전혀 다르겠지만,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그들도 힘들어한다면, 비전공자이면서 이제 막 시작한 내가 어려운 것은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알고 보면 간단하더라도, 밤을 새워 나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닌가. 독서하는 내내 이런 마음가짐을 되새기며 위로를 받았다.

 

나는 투자에 관심이 많기에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는 호기심에 집어 든 책이었지만, 읽으면서 투자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자기계발서로 받아들여 노력하는 고수들의 자세를 배우는데 초점을 맞췄다. 물론, 위에서 언급했듯이 너무 오랜 기간 붙잡고 있어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헷갈린다는 게 문제지만.

 

그래서 밑줄 친 문장을 정리하면서 감상문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읽었다는 기록을 남기는데 만족하고, 차후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다시 보든지, 다른 책을 보든지 해야겠다.

 

돈을 벌면 내가 마치 천재처럼 느껴진다네. 하지만 돈을 잃으면 난 그냥 멍청이야.” - p.116, 짐 사이먼스

 

“() 가장 중요한 본질은 항상옳은 것이 아니라 충분히 자주 옳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p.138, 르네 카르모나

 

여전히 이 모델은 곤경에서 벗어난 주식이 대개의 경우 원래대로 회귀한다는 데 베팅하는 식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트레이드들을 충분히 찾아냈다. - p.287

 

섹스나 살인이 아니라 돈에 대한 열정을 지닌 금융 시장 분석가를 위한 북클럽을 결성한 셈이다. - p.298

 

“ () 안 좋은 해도 있었고 끔찍한 해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발견한 원칙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 p.327, 짐 사이먼스

 

사이먼스는 논리와 합리성, 과학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매일 확률과 씨름하며 트레이딩에 베팅했고 대개의 경우 승리했다. 하지만 사이먼스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사고로 두 번의 비극을 겪었다. 그 사고들은 확률이 아주 낮은 특이한 경우이며 전혀 기대하지 않았으며 거의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이먼스가 무작위성에 무너진 것이었다. - p.359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생존입니다. 우리가 틀렸다면 나중에 언제라도 (투자 포지션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 p.384, 짐 사이먼스

 

우리는 능력이 부족한 교사들을 비난하는 대신 훌륭한 교사를 칭찬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들의 위신을 높여 주고 금전적 혜택을 제공했으며, 그들은 학교 교육 분야에 계속 머물렀습니다.” - p.399, 짐 사이먼스

 

사이먼스는 청중들에게 몇 가지 인생 교훈도 얘기했다. “가능한 똑똑한 사람들과 일하세요. 여러분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면 더 좋습니다. (……) 끈기 있게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아름다움을 추구하세요. (……) 기업을 운영하거나 실험을 실행하거나 수학 정리를 만들 때 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뭔가가 잘 되면 심미적 관점에 가까운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 p.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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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게 생존하기 - 거짓과 기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헛소리 까발리기의 기술
칼 벅스트롬.제빈 웨스트 지음, 박선령 옮김 / 안드로메디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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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통계학 서적을 읽은 이유는 데이터 분석 공부를 하면서 해석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래프란 우리가 정리된 데이터를 쉽게 보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만큼 해석의 오류를 범하기도 쉽고, 잘못된 데이터 해석은 잘못된 결과를 가져온다. 차후 내가 관련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공부하는 동안에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는 눈이 필요했다.

 

이어서 읽은 똑똑하게 생존하기역시 같은 맥락에서 집은 책이다. 데이터 해석 오류는 지금과 같은 데이터 홍수 시대에 만연해 있다. 인위적이든 실수이든 데이터 해석 오류는 헛소리를 생산하는 계기가 된다. 가령, 불과 얼마 전에 불가리스 사건이 벌어졌다. 다행히 코로나는 심각한 사안이라 질병청이 발 빠르게 반박하여 헛소리가 널리 퍼지지 않았다. 이는 작은 해프닝일 뿐이다. 웹서핑을 하다 보면 별의별 헛소리를 목격하며 머리가 띵-해진다. 저자들은 이런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제대로된 정보를 파악하여 대응하는 방식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에도 좋은 책이지만, 나는 혹여나 내가 데이터를 공부면서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실수 쪽에 좀 더 집중했다. 이 부분들은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실생활에서 헛소리를 구분하는 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헛소리의 세계

 

애매모호한 표현이라는 헛소리의 중요한 한 장르는 자기가 한 말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문자적 의미와 함의의 차이를 이용한다. -p.31

 

인터넷에는 양질의 정보가 가득하다. 그만큼 헛소리 또한 사방에 널려 있다. 헛소리의 문제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자극적이며, 수습할 시간도 없이 삽시간에 퍼져나간다는 점이다.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면 근거 없는 주장이나 악의적으로 편집한 글도 곧잘 목격한다. 소셜 미디어가 절정에 달한 지금은 전파의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공유하기 버튼은 우리를 친절한 헛소리 운반책으로 삼는다. 수습하려고 들 때는 이미 늦었다. 모두 진실 여부에는 관심이 없고, 다음 헛소리를 기다리거나 운반한다. 이를 두고 저자들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명문장을 인용한다. “거짓말은 날아가고 진실은 절뚝거리며 그 뒤를 따라간다.”

 

헛소리는 거짓말의 일종으로, 상대방을 호도해 진실로 믿게 만들면서 발언자는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언행이다. ‘내가 엄밀히 따졌을 때 사실이 아닌 말을 해서 상대방이 잘못된 결론을 내리도록 의도적으로 유도한다면 그게 바로 호도다(p.28)’ 여기에 함의를 차이를 이용해 책임 소재를 없앤다. ‘함의는 사람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한 뒤 나중에 무죄를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대거 안겨준다(p.30).’

 

도대체 헛소리를 왜 하는 걸까? 기업이나 정치권에서는 대부분 의도가 명확하다. 그들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 역시 마찬가지지만, 그보다 친숙한 이유는 상대에게 눈에 띄는 자신의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가벼운 예로, ‘17 1의 전설이나 군대 무용담’, ‘여행 모험담같은 것들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방에게 원하는 인상을 주고자 할 때는 그 얘기가 꼭 사실일 필요가 없다. 말하는 본인도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당신이 하는 얘기는 흥미롭거나 인상적이거나 매력적이어야 한다(p.33).’ 혹은 자극적이거나.

 

헛소리 세계인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 세계에 일조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헛소리를 파헤치고 까발리는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 헛소리

 

2가지가 서로 연관성이 있으면 그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유발한다고 추론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 p.98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는 자주 헷갈리는 개념이다. 우리의 뇌는 어떤 패턴을 발견하면 곧이곧대로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연관성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상관관계인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상관관계 역시 인과관계가 되려면 거칠 과정이 많다.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내포하지 않는 건 진리다. 전자를 보여주는 데이터에서 후자에 대한 가정으로 경솔하게 도약해서는 안 된다(p.104).’

 

미국의 한 조사에서 대학생들의 맥주 섭취량을 조사했다. 여성과 남성 모두 맥주가 제공되는 병의 크기가 커질수록 마시는 맥주의 양이 늘어났다. 연구원들은 병의 크기가 맥주 섭취량 증가의 원인이라고 발표했고, 이를 근거 삼아 학생들이 술을 적게 마시도록 피처를 금지해야 한다라는 규범적 주장도 등장했다. 그러나 맥주병의 크기와 섭취량은 상관관계였을 뿐, 인과관계가 아니었다. 단순히 맥주를 많이 마시고 싶은 사람이 큰 병에 든 맥주를 주문한 것이었다(p.116).

 

책에서 비판하는 또 다른 예는 나에게 조금 충격적이었다. 모두가 아는 유명한 실험인 마시멜로 이야기이다. 4살 아이에게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15분간 참으면 하나를 더 준다는 만족지연 실험이었다.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만족지연 능력이 있는 아이들이 더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였다. 마시멜로 실험은 어릴 때의 만족지연 능력이 추후 학업 및 직업에서 높은 성취도를 이룬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저자들은 만족지연 능력이 이후 성공을 야기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한 연구팀이 표본을 늘려 마시멜로 연구를 복제하려고 했으나 원본 연구의 결과는 일부만 발견되었고, 만족지연 능력과 학업 성취도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듯한 요인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였다(p.120).’

 

, 잘 사는 집 아이들은 안정감을 많이 느끼고 어른에 대해 높은 신뢰가 있으므로 지시하는 바를 잘 따랐고, 마시멜로 역시 자주 맛보았을 테니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을 터였다. 학업 성취를 알 수 있는 청소년기에는 특히 부모의 부가 큰 역할을 한다. ‘따라서 만족을 늦추는 능력과 학업 성취는 모두 부모가 가진 부의 결과물인 것이다(p.121).’ 유명한 실험이라고 해서 완벽한 것이 아니다. 다른 어떤 실험도 뒤늦게 헛소리로 판명될 수 있다.

 

위 두 가지 예는 해석의 실수에 기인한 것이지 악의는 없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상관관계를 허위로 속여 악용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타일러 비겐이라는 작가는 재밌는 사례로 증기에 의한 살인 사건미스 아메리카의 나이를 비교했다. 두 그래프는 아주 비슷한 흐름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이것은 인위적으로 편집한 결과물이다. 기간을 늘리면 둘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음이 증명된다. 이런 식으로 허위 상관관계를 만들어 우리를 농락할 수도 있다. 무섭지 않은가. 당하지 않으려면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눈과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

 

데이터 시각화 헛소리

 

정확한 데이터를 사용하더라도 디자이너는 그 데이터가 주는 느낌을 조작할 수 있다. - p.233

 

나는 데이터 시각화에도 관심이 많다. 분석한 결과가 보기도 좋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헛소리가 들어올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데이터 시각화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충분히 조작할 수 있었다. 데이터를 속이지 않고서라도 말이다.

 

미학도 중요하지만, 데이터 그래픽은 눈길을 끄는 장식이 아니라 데이터가 중심이 돼야 한다. 이 원칙에 위배되는 그래프를 오리라고 한다(p.236).’ ‘오리는 우리의 시야를 빼앗아 데이터 해석을 대충하게 만든다. 데이터가 정확하더라도 그래프의 길이 차를 크게 만들면 유의미하지 않은 차이도 유의미하게 보일 수 있다. 아니면 의미 없이 디자인을 사용하여 명료성을 제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벤다이어그램을 차용했어도 겹치는 부위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왜 그런지 설명되지 않는다면 속 빈 강정인 시각화다. 보기에 예쁘다고 떡 모양 점토를 먹을 수는 없다.

 

혹은 축의 크기를 이용해 그래픽을 조작할 수 있다. 스티븐 헤이워드라는 사람이 지구 온난화 증거가 없다며 하나의 그래프를 게시했다. 지구의 평균 온도 변화 그래프이다. 이렇게만 본다면 아주 미세한 온도 변화로, 지구 온난화는 음모론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지구의 평균 온도는 주식 차트처럼 변동성이 크지 않다. , Y축의 범위를 좁혀야 정상적인 지구의 평균 온도 변화를 알 수 있다.

 

X축을 조작해서 우리를 호도할 수도 있다. 간단한 방법으로, 누군가 주식 차트를 보여주면서 작년 3월만 보여줬다고 하자. 그러면 주식은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진입하기 꺼려진다. 그러나 10년 치를 본다면 아마 그런 걱정은 사그라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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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만 정리했다. 물론 이 정도로 헛소리에 대응하기란 불가능하다. 헛소리하기는 쉽지만 반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헛소리하는 사람은 증거나 논리, 사실관계 따위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저지르면 그만이다. 반면, 반박하는 사람은 그에 반하는 증거들을 일일이 수집하고 분석하고 정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헛소리에 대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도 나에게 직접적으로 해가 되는 헛소리는 상대해야 하므로 헛소리 알아채기 연습은 꼭 필요하다. 책의 후반부에 헛소리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질의 절차를 소개한다. 헛소리 같은 것을 발견했을 때 참고하면 좋겠다.

 

아주 간단한 진단 방법으로 저자들은 이 원칙을 제시한다.

 

어떤 주장이 너무 좋거나 나빠서 도저히 사실일 것 같지 않다면 아마 그 생각이 맞을 것이다. - p.391

 

이 원칙을 기본으로 헛소리에 대응하자. 생각 없이 살다간 헛소리에 당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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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츠파 - 창조와 혁신은 어디서 만들어지는가
인발 아리엘리 지음, 김한슬기 옮김 / 안드로메디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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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부터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버지의 사업이 망한 후인 듯하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에게는 큰 사건이었다. 집안에 여유가 없어지고 도망치듯 지방으로 이사했다. 재기불능 상태가 가져온 충격은 나의 성격을 바꿔놓았다. 무난한 인생이 최고의 가치였고 열심히 사나 대충 사나 결과는 매한가지로 느껴졌다. 게다가 이런 논리까지 세웠다. ‘열심히 살아서 실패하면 뼈아프지만, 대충해서 실패하면 그저 그렇다. 그러니 대충 살자.’ 지금까지의 내 삶을 요약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그나마 요새 차츰차츰 바뀌려는 의지가 꿈틀거려 여러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분야를 공부 중이다. 궁극적으로 폴리매스가 되고 싶은데, 그러려면 아무래도 실패가 자연스러워져야 할 것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고 해도 숱한 실패를 겪어야 할진대, 스페셜리스트이자 제너럴리스트려면 실패는 당연한 과정 아니겠는가. 인발 아리엘리의 후츠파는 실패를 대하는 자세를 배우기에 좋은 책이다. ‘후츠파(chutzpah)’란 부정적인 의미로는 무례하고 공격적인 사람 또는 행동을 뜻하지만, 긍정적인 의미에서는 대담하고 용기있는 사람 또는 행동을 의미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실패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유아 시기부터 청년 시기까지의 활동에 걸쳐 보여준다.

 

나는 크게 어린이 시기, 청소년 시기, 청년 시기로 나누어 내 지나온 과거와 비교해 보았다. 비슷한 부분에서는 공감이 되었고, 아닌 부분에서는 나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린이 시기1

 

쓰레기장 놀이터 곳곳에 도사린 위험을 직접 마주하고 피하는 경험은 아이들이 독립심을 기르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 p.38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이스라엘의 유치원 앞마당에는 쓰레기를 모아 놓은 놀이터가 존재한다. 녹슨 의자, 부서진 판자, 벽돌 등이 뒤섞인 이곳에서 아이들은 몇 가지 기본적인 규칙만 인지한 채 자유롭게 논다. 놀이터에서의 질서는 아이들끼리 만들어 간다.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는 서로 협력하고, 의견 충돌이나 곤란한 상황 등의 갈등은 타협과 창의적인 해결책을 떠올린다. 미리 정해진 질서가 없는 이런 상태를 발라간(Balagan)’이라고 한다.

 

발라간을 통해 아이들은 이 세상에 처음부터 정해진 규칙과 질서가 없다는 사실을 배운다(p.45).’ 사회적, 개인적 규제의 뚜렷한 경계가 줄어들고 표현의 자유가 늘어난 아이들은 무질서의 모호함을 자주 대처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모호함의 불안이 줄어든다. ‘모호함에 느끼는 불안이 줄면 예상치 못하게 일어나는 의외의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p.45)’

 

더 나아가 이스라엘 아이들은 유대교 명절인 제33일절에 스스로 모닥불을 피우고 지킨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불장난하면 자다가 오줌싼다고 했는데, 이 나라는 오히려 권장하고 있다. 숲이 있다면 쉽겠지만, 도시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도심 곳곳에서 땔감을 모아 온다. 나무 덤불, 분리수거장, 쓰레기 배출 장소 등등. 그중 목재를 많이 얻는 곳은 공사 현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사장 근처만 가도 위험하니 돌아가라고 하는 판국인데 참 대단한 나라다. 아무튼, 그렇게 얻은 목재는 슈퍼마켓 카트를 빌려 옮긴다(빌려주는 것도 신기하다).

 

여기서 어른들은 지켜보는 역할만 한다. 불을 지필 때 땔감으로 뭐를 써야 하는지 아이들은 스스로 체험하면서 익힌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닥불을 다루면서 부모가 함께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세상을 살아가는 주체는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다.

 

내 어린이 시절은 이와 비슷하다. 우리집 교육 방침이 정해진 울타리 내에서는 마음껏 뛰어놀아도 괜찮다여서 나는 굉장히 자유롭게 자랐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는 방바닥에 폭삭 쏟아놓고 놀았다(다 놀면 말끔히 치웠다.). 비 올 때는 우산도 없이 사방팔방 돌아다녔고, 주택 옥상 배수관에서 나오는 물을 폭포라며 맞기도 했다. 역사를 배운지 얼마 안 되어서는 간석기를 만든다며 일주일 내내 돌을 갈았던 적도 있다. 결국 날카로워지지 않아서 실망했지만. 불장난도 해봤다. 폐가에서 친구들과 장난치다가 큰불을 낼 뻔했다. 소방차와 경찰차까지 출동했고, 그때 놀란 기억에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정신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에는 정말 실패가 뭔지, 걱정이 뭔지도 모를 만큼 자유분방과 혼돈 그 자체였다. 그래도 큰 문제는 (미수에 그친 게 있긴 해도) 일으키지 않았다. 반장, 회장, 우주소년단, 지금은 극혐하는 축구까지 다 손을 뻗치고 다녔으니 내 어린 시절을 요약하는 단어도 발라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린이 시기2

 

실험을 마친 하트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아이들은 혼자 신호등을 건너거나 중심가에 외출하는 등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성장했다고 느꼈으며,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길을 익히거나 어른들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지름길을 찾을 때 특히 큰 자부심을 드러냈다.” - p.88

 

이스라엘의 아이들은 보호자 없이 스스로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대부분 맞벌이라 저녁이나 되어야 부모는 귀가한다. 그래도 부모들은 자녀를 걱정하기는커녕 무계획으로 돌아다니기를 장려한다. 이런 즉흥적인 행동을 리즈롬(leezrom)’이라고 하는데, ‘리즈롬은 단순히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행동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면서 마주하는 예상치 못한 순간을 즐길 힘을 뜻한다(p.89).’

 

리즈롬이 적용된 이스라엘의 교육 프로그램은 가히 혁신적이라고 할 만하다. ‘기본적인 지식만 가르친 후 아이가 스스로 학습하도록 유도(p.98)’한다. 평가 역시 교사는 성공이 아닌 실패를 학습의 지표로 삼는다(p.98)’. 이는 교육의 목적이 지식 수입보다 경험에 무게를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란 발리에 교수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며 여러 분야를 골고루 이해하고 서로 다른 분야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어야 발전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험 위주 학습으로 다수의 실패를 경험하며 대응하는 능력을 습득해야 한다. ‘사회심리학자 하이디 그랜트 할보르손은 실패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창의력까지 함께 제거된다고 이야기했다(p.111).’

 

이래서 내가 학교 수업에 관심이 없었나? 나는 과학 실험이나 책 읽기를 원했으나, 학교에서는 매번 시험을 위한, 성적을 위한 공부를 강요했다. 설득이나 이해는 없었다. 틀리면 혼나고 잘하면 당연하고 아주 잘해야 칭찬을 받았다. 틀려서 혼날 때마다 나는 우울해졌다. 나의 해결책은 노력하고 혼나느니 그냥 안 하고 혼나련다였다. 그리고 공부를 완전히 놔버렸다. 실패 원인을 제거해버린 것이다.

 

아무런 제약이 없어진 지금에서야 나는 공부에 재미를 붙였다. 요새 코딩 공부가 그렇게 즐겁다. 취업해야 하는데 공부라니! 어쩌면 이것도 취업 실패를 피하려는 개수작일지도 모르지만, 코딩 공부로 실패에 대응하는 법을 차차 익히는 중이니 조만간 취업 도전도 막막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 착각일 수도 있고.

 

청소년 시기

 

아이들은 조핌에서 실시하는 청소년 운동에 참여하며 스스로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능력을 더 키워야 하는지 확인한다. - p.145

 

조핌은 보이스카우트나 우주소년단 같은 이스라엘의 청소년 활동 단체다. 지도자인 마드리크와 학습하는 사람인 하니크로 나뉘어 활동한다. 이들은 만남부터 색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담당 책임자가 누구인지, 장소는 어디인지 등을 세세하게 알아야 안심하고 단체에 아이를 보낸다. 조핌은 마드리크와 하니크가 서로 얼굴도, 이름도, 전화번호도 모른 채 안내문 하나로 만남을 정한다. 또 어른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이 있다. 조핌의 역사가 이스라엘이 건국되기 이전에 청소년이 스스로 정립하고 활동한 데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조핌에서 하나의 부족으로 활동하는 마드리크는 고등학생이 주로 맡고, 하니크도 모두 각자의 역할이 주어진다. 그들의 활동 전부가 학생 주도하에 이루어진다.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면서 조핌 멤버들은 리더십과 창의력, 즉흥성, 자발성 등을 기른다. 더블유라이프를 창업한 기업가 나르키스 알론은 조핌 활동을 자랑스러워 하며 조핌이 정말 특별한 이유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p.146)”이라고 했다. , 메타인지를 높여주는 조직 활동인 셈이다.

 

내가 참여한 청소년 단체는 초5 때의 우주소년단이었다. 과학에 관심이 많았기에 선택한 단체였다. 그러나 나와는 맞지 않았다. 글라이더, 고무동력기, 물로켓 등을 만들어 교내 과학 대회나 전국 대회 참여가 단체의 목표였다. 나는 성격이 꼼꼼하고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만드는 기간이 오래 걸렸다. 다른 애들 날개 붙이고 있을 때 나는 아직도 몸통을 붙잡고 있는 식이었다. 담당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그는 도와주지 않았다. 나 같은 애들은 진즉에 버리고 가능성 있는 애들만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나는 곧 흥미가 떨어져서 한 학기만에 관뒀다.

 

이런 비극적인 경험이 있으니 앞으로는 신경 써서 조직에 들어갈 일이다. 리더가 과연 조직원의 역할과 역량을 제대로 판단했는지, 창의력, 즉흥성, 자발성을 해치지 않는지 말이다. 내가 리더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청소년기에 메타인지를 높이면 훨씬 좋겠지만, 성장에는 때가 없으니 성인이어도 팀원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리라.

 

청년 시기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와 반대로 입대 대상자가 어떤 기술을 익혔는지 확인하고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다. - p.182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처럼 군 복무가 의무이다. 차이점은 남녀 구분이 없다. 남자는 32개월, 여자는 24개월 동안 의무복무를 한다. 또 우리나라처럼 만 20세 이상일 때 영장이 날아오는 게 아니라 고등학교 졸업 즉시 입대한다는 점이다. 입대 절차를 거치면 국방부는 개인의 검사 결과에 따라 부대에 배치한다. 이들이 병력 확보에 주목하는 부분은 지원자가 감당할 수 있는 임무와 감당할 수 없는 임무가 무엇인지, 기술을 얼마나 빨리 배울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p.185)’

 

장교를 뽑은 방법도 다르다. 우리나라는 사관학교 졸업생이나 ROTC에서 장교를 뽑는다. 능력이나마 있으면 모르겠지만, 나랑 비슷한 나이인데 무능한 호구 가 소위랍시고 나대는 꼴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반면에, ‘이스라엘에서 장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일반 병사로 입대해 훌륭한 장교가 될 잠재력을 증명해야 한다. 이렇게 능력을 인정받아 훈련 과정을 밟아야만 장교로 진급할 수 있다(p.187).’ 함께 훈련하던 동료가 장교로 복귀하니 수평적 관계에 무거운 분위기도 아니라 문제점이나 불만 등의 토론이 수월하다.

 

다방면에 걸친 풍부한 지식과 자료, 유연한 사고, 순발력 등 여러 자질을 고루 갖추지 않고는 임기응변이 불가능하다. - p.236

 

또 다른 희한한 문화가 있다. 입대하여 받는 물건을 개인의 취향에 맞게 개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성 있게 꾸미는 것뿐 아니라 편의에 맞게 헬멧, 조끼, 무기를 개조한다고 한다. 이를 쉬프주르(shiftzur)’라고 하는데, 최고의 쉬프주르는 선망을 사고 동료 병사는 물론 지휘관까지도 따라서 장비를 손본다. 이런 열린 사고방식은 문제 해결 능력 키우기에 도움을 준다. 이스라엘 공군 문화 중 두그리(dugri)’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현상을 이야기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두그리를 갖춘 사람은 부정적인 부분까지 솔직하고 명료하게 이야기한다(p.232).’ 감정을 미뤄두고 개선점 찾기에 집중한다. 실수와 개선점을 분명히 인지한다면 다음에 비슷한 문제가 발생해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청년기에 군대에서 습득한 능력과 인맥은 사회에 나가서도 선순환으로 작용한다. 전우회를 통해 자신의 기업에 맞는 인재상을 찾을 수도 있고, 어떤 기술을 가졌다면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을 소개받을 수도 있다. 또 이들은 언제 어디서 인연이 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타인과 만남을 어색해하지 않는다. 가게에 줄을 서다가도 대화를 걸어 토론을 하고, 회사에 가는 동안 지인을 여럿 만나기 때문에 일찍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인구 대비 스타트업이 가장 많은 나라라던데 과연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고방식 유연해, 실패에 대응할 줄 알아, 인맥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국가도 스타트업이 성행할 수 있도록 법적 체제도 조성이 되어 있다고 한다. 역시 유대인이야,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린이 시기부터 청년 시기까지 모든 과정이 실패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이를 관통하는 한줄기 맥락은 메타인지’,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능력이다. 우리의 지식과 무지를 객관화하여 판단할 수 있을 때 실패는 경험이 되고 성장의 발판이 된다. 단순히 실패를 많이 거듭한다고 성장하지 않는다. 감정과 원인을 분리하지 못한 실패는 역으로 학습된 무기력을 가져올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메타인지를 높여 긍정적인 후츠파를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메타인지를 높이면 실패는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사실 나는 일상이 실패의 연속이다. 취업을 해야 하는데 백수 경력만 늘어가니 말이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폴리매스이고 하루하루 나에게 부족한 역량을 깨달으면서 실패에 대응하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에 대한 기록 혹은 기억이 다재다능한 사람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실패한 감상문을 마무리하련다. 자연스럽게 실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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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의 유전자 - 회사 위에 존재하는 자들의 비밀
제갈현열.강대준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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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직장 생활을 싫어했던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변에서 들은 말 때문이었다. 직장인과 만나면 거의 불만사항을 이야기한다. 임금은 항상 노동착취 수준이고, 부장은 꼰대를 넘어 인간쓰레기고, 회사는 카스트제도에 자신은 불가촉천민이란다. 옆자리 동료는 놀기만 하는데 월급은 따박따박 받아가고, 본인은 개같이 일했더니 개 취급이라고. 이런 불평과 불만을 듣고 있노라면 다니지 않았어도 혐오가 생기는 건 당연한 서순 아니었을까?

 

뒤늦게 현실을 인지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직장 혐오는 궁금증으로 치환됐다. 직장은 정말 혐오의 장인가? 직장의 목적은 먹고사니즘 뿐인가? 그렇다면 회사 고위직은 누가, 어떻게 되는가? 마지막으로 직장 생활은 꿈이 될 수 없는가? 까지.

 

코딩 진로를 읽고 자소서를 고치면서 위의 질문들이 머릿속을 헤집을 때 등장한 책이 C의 유전자였다(이래서 나는 우리의 몸은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찾는다라는 미신을 믿는다.). 제갈현열 작가가 돈 공부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선언한 이 책은, 대다수의 직장인과 취준생에게 직장 생활은 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당신이 ‘C레벨을 목표로 한다면 말이다.

 

‘C레벨무엇인가?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C레벨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종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대표. - p.51

 

우리는 C레벨에 친숙하다.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CEO를 수도 없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C레벨도 엄청 많다. 재무 담당은 CFO, 전략은 CSO, 마케팅은 CMO 등등.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한 분야의 C레벨은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C를 달고 있다고 해서 아무나 C레벨인 것은 아니다. 제왕적 오너가 지정한 C레벨이나 연공서열로 올라간 C레벨은 의사결정권이 없다시피 한다. 허울 좋으라고 C를 붙여 놨지만, 진행사항마다 오너에게 보고하고 결재받아야 하니 C를 달고 있어도 중간 관리자와 다름없는 역할이다.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C레벨은 팀원을 이끌면서 주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최종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 ‘임원 위에는 누군가 존재하지만 C레벨은 이미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이다(p.51).’ 명령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C레벨의 몫이다. 이들의 의견은 곧 회사의 의견이며 이들의 생각이 곧 회사의 방향성인 것이다. 그들이 많은 급여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C레벨이 무엇인지 대충 맛을 봤다. 더 자세한 사항은 C의 유전자에서 확인하도록 하고, 이 책이 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려줬는지 적어 보려고 한다.

 

직장은 정말 혐오의 장인가?

 

충성해야 하는 건 이 일을 맡으면서 회사와 맺은 계약이다 - p.266

 

일에 대해서 토로하는 불평불만은 들은 적이 거의 없다. 어렵거나 막막하다는 말로 시작해도 곧 익숙해지겠지’, ‘그래도 해야지등으로 유야무야 결론이 난다. 직장이 혐오스러워지는 주된 이유는 사람이다. 나의 어머니도 자주 직장 스트레스를 토로하시는데, 8할은 사람이 문제였다. 내 친구 중 하나는 사장 욕을 그렇게 했었다. 내 동생은 전 일터에서 자기 부서 팀장을 혐오하다 못해 증오하는 지경이었다.

 

약간(?)의 인간혐오증이 있는 나로선 다니지도 않은 직장을 혐오의 장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취업과 맞지 않는다는 섣부른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직장의 누군가는 C레벨로 올라선다. 창업으로 당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회사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올라서는 사람도 있다. 소위 말하는 라인을 타지 않고도 말이다.

 

어느 C레벨은 파벌 싸움에도 끼지 않고 자신의 업무에만 주력했다. 질 낮은 질문으로 이 임원이 저 임원을 깎아내려도 그는 초지일관 업무적 태도를 유지했다. 누군가 그의 평정심 유지 비결이 궁금해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일을 하기로 계약했으니까요. 계약은 지켜야 하니까요. 누가 뭐라고 하든 상황이 어떻든, 나는 일을 해야 합니다.” - p.266

 

물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그게 가능했다면 사내정치라는 말은 등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C레벨은 자기 일을 하기 위해 사내정치에 대응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뒷담화만 안 해도 자신의 신뢰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는 누군가 뒷담화를 시작하면 네 마디만 반복한다. ‘그래요?’, ‘정말요?’, ‘몰랐어요’, ‘그렇군요’(p.269). 뒷담화꾼은 어느새 화가 풀리고 자신은 뒷담화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있다고.

 

과정은 복잡해도 해결 방법은 단순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해결 방법이 있으니 직장이 마냥 혐오의 장은 아니라는 게 내 결론이다. 물론 상사가 철밥통이라 내 일만 하는 것으로 해결이 안 된다면…… 아무래도 C의 유전자를 포용할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게 나을 듯?

 

직장의 목적은 먹고사니즘 뿐인가?

 

오퍼레이터에서 디렉터로 진화하는 것이다. - p.97

 

이 질문에 라고 대답할 사람이 대다수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은 100%이리라. 그동안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직장 = 먹고사니즘 해결방정식은 취업 목적에 기인하는 듯하다. 하는 일에 흥미나 다른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 일단 돈을 벌어야 해서 들어갔기 때문이다. ‘덕업일치는 그저 꿈이고, 현재 하는 일도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느낌이다. 목적이 없어 보인달까. 이런 사람들을 책에서는 수동형 오퍼레이터라고 말한다. 단순히 시키는 대로일한다. 그들에게 C레벨은 방구석 은둔자가 보는 에베레스트다. 오르지 못할 산이라는 말이다.

 

반대로 뒤집을 수는 없을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취업했지만, 이왕 취업한 김에, 일이 익숙해진 김에 그 분야 톱(TOP)이 될 수는 없을는지. 이들도 마찬가지로 오퍼레이터지만, ‘능동형 오퍼레이터. C레벨을 관찰하고 시키는 일은 물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한다. 이 과정에서 의사결정 과정을 배우고 C레벨의 사고방식을 흡수하며 차츰 오퍼레이터의 면모를 벗는다. ‘디렉터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는 사원이 대리가 되는 진급이 아니다. 수행자에서 경영자가 되는 진화. C의 유전자를 갖춘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목적은 먹고사니즘을 포함한 C레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덕업일치의 가능성부터 희박하다. 차라리 내가 해야 하는 일에서 목적을 발전시키는 쪽이 낫다. 직장 생활의 목적을 뒤집을 수만 있다면 먹고사니즘을 초월하여 C레벨을 목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C레벨은 어떻게 되는가?

 

첫째, 스스로 기업에 올바른 길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

둘째, 만족하지 않는 사람.

셋째, 성공적 과업 달성을 위해 다른 이들을 운용할 수 있는 사람.

넷째, 평판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

다섯째, 협상을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사람. - p.161

 

기업이 운영에 있어 최대 리스크는 크게 다섯 가지라고 한다. ‘결정’, ‘자만’, ‘운용’, ‘평판’, ‘협상이다. 잘못된 결정은 손실을, 자만은 정체(停滯), 운용 부실은 실행력 감소를, 악담은 생산력 감소를, 협상력 부재는 빅딜의 실패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보면 인용문과 같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된다. 이러한 능력들이 C의 유전자를 C레벨로 만드는 요소들이다.

 

결정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의사결정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이를 키우는 방법으로 저자는 ‘T’, ‘O’, ‘Q’ 방법을 제시한다. ‘T(Training)’는 미리 하는 학습으로, ‘최종 의사결정이 어떠한 이유로 이루어졌는지 분석해보는 것이다(p.180). ’ ‘O(Opportunity)’의사결정을 직접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잡으라는 것(p.185)’, ‘Q(Quick decision)’는 빠른 결단력이다. ‘C레벨에게는 오랜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내리는 의사결정보다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의사결정이 더 요구된다는 뜻이다(p.191).’

 

자만 기업은 성장이 멈추는 것을 두려워한다. 정체는 곧 퇴보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C레벨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시대에 알맞게 변화하기 위해서 말이다. 사실 질문하기란 말이 쉽지, 사고 과정까지 쉽지는 않다.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자칫하면 원인에 매몰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저자는 질문 이어 쓰기를 제시한다. 원인을 찾는 질문을 이어나가면 방법에 관한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메타인지를 높여야 한다. 메타인지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아는 능력이다. , 강점과 약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 변화의 두려움에 대응해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운용 C레벨이 갖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역시 사람이다. 혼자서 하는 일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렇기에 C레벨은 팀을 운용하는 능력’, 전략을 실행해줄 오퍼레이터가 자신을 믿고 따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오퍼레이터가 바로 앞서 말한 능동형 오퍼레이터. C레벨과 팀원의 관계는 무엇이 정답인지 논의하는 관계가 아니라 결정한 것을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관계(p.228)’이기 때문이다. 운용 능력이 없다면 팀원이 따라주지 않을 것이고, 결국에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평판 앞에서 사내 정치를 이야기할 때 했던 내용이다. C레벨은 적절한 선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적절한 선함이 뭘까? 저자는 주도성을 갖고 선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가 해줄래?’할 때만 해주는 게 아니라, 거절 못 해서 해주는 게 아니라, 칼같이 거절하는 게 아니라, 내 능력과 규칙, 기준으로 선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선한 행동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은, 책에서 인용한 기브 앤 테이크를 간단하게 요약해서, 받기만 하는 테이커는 멀리하고, 받은 만큼 돌려주는 매처는 적당히 대하고, 주기만 하는 기버는 적극적으로 대한다. 기버는 훗날 당신의 평판을 로켓 추친체처럼 끌어 올려줄 수 있다.

 

협상 C레벨은 거의 모든 것을 협상하는 존재다. 작게는 자기 팀원과 프로젝트 실행에 협상해야 하고, 크게는 거래 기업과 협상해야 한다. 다른 C레벨과 협업할 때도 협상은 기본 절차다. 협상 능력에는 이성적 협상감성적 협상이 있다고 한다. 전자는 규모와 힘의 논리로 진행하고, 후자는 사람의 성격과 환경에 따라 진행한다. 두 가지 협상 능력은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지,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좋은 협상가는 두 가지 모두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사람이다. 중요한 점은 이 둘 모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협상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p.277).’ 줏대 없는 사람은 협상 테이블에서 발언권을 갖지 못한다.

 

다섯 가지 항목이 C의 유전자가 성장하면서 갖추는 역량이다. ‘일반인이 할 수 있냐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긴 하지만, 세상만사 쉬운 일이 있나. 돈을 많이 받는 사람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힘들고 어려워도 C레벨을 꿈꾼다면 사고와 행동 방식을 C레벨화 시킬 필요가 있다.

 

직장 생활은 꿈이 될 수 없는가?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 의사결정을 수행할 것인가?’ - p.55

 

나의 최종 꿈은 소설가. 16살 처음 꿈꾼 이후로 변하지 않았다.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직장 생활은 글쓰기 위한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는 방법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완전히 전환했다. 전업 소설가가 아닌 이상 소설 쓰기는 취미로 삼아도 괜찮다. 대신 직장 생활이라는 꿈이 생겼다.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여도 경험을 쌓으면서 C레벨로 올라서는 상상을 했다.

 

내가 소설가를 꿈꾼 이유는 내 삶을 내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 모든 행동의 의사결정권이 나에게 있었다. 같은 이유라면 방향을 튼다 한들 목적지는 같지 않은가.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삶 말이다.

 

직장 생활은 모두 같은 줄 알았다. 내게 하는 불평불만이 죄다 비슷했고 다들 한목소리로 탈출을 이야기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수동형 오퍼레이터였다. 시키는 일만 한다는 것은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한다는 의미다.

 

나는 능동형 오퍼레이터가 되고 싶다. 일을 해야 하면서 동시에 하고 싶은 것으로 여기고 싶다. 하기 싫은 일도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싶다. C레벨로서 부를 쌓는다면 자부심은 물론 꿈까지 이루는 일이 될 것이다.

 

뜬구름 잡는 소리일 수도 있다. 겪어보면 다를 확률도 높다. 노오오오오오력으로 안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낭만을 꿈꾸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 당장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낭만적인 꿈을 꾸며 행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직장 생활은 나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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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나큰 감동을 받은 책이라 글이 길어졌다. 책을 통째로 옮기고픈 욕심이 있지만, 그것은 저작권법에 위반되므로 인용에 만족하는 중이다.

 

C의 유전자는 투자로 쌓는 부, 창업으로 쌓는 부에 이어서 직장 생활로 쌓는 부를 주제로 다뤘지만, 나는 자기계발서로 받아들였다. 내가 어떤 기회로 취업에 성공한다면, 아마도 나는 두고두고 이 책을 읽을 듯하다. 내 성격상 아래에 머무는 것은 못 견디니 C레벨로 올라서고 싶어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의사결정권자가 될 것이다.

 

헛된 꿈일지라도 나에게 용기를 줘서 이 책에 매우매우 감사하다. 덕분에 꿈이 늘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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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진로 - IT 진로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
류채윤.맹윤호.박민수 지음 / 호모루덴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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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은 지금까지 내 인생사에 끼어들 틈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스스로 취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여겼다. 중학생 때부터 전역 후까지 작가라는 업만 바라보고 달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의욕에 비해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18년도 초에 급작스러운 글쓰기 번아웃을 겪은 뒤 글쓰기에 흥미를 잃고 마냥 게임에 빠져 살았다. 그러다 19년도부터 취업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막상 취업을 생각하니 나는 이도 저도 아닌 놈팡이였다.

 

전문대에 학점은 바닥을 기었고, 스펙은커녕 자격증도, 흔한 알바 이력 한 줄도 없었다. 게다가 자존감도 바닥이어서 자소서를 쓰려는 순간 오만가지 괴로움이 몰려와 손대기도 싫었다. 외국어는 그나마 영어인데, 이것도 쉬운 문장만 읽는 수준이었다. 노답 인생이 바로 나였다. (쓰다 보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 아아, 굳세어라, 나 자신이여!)

 

마음을 가다듬고 토익과 ITQ로 준비를 시작했다. 토익은 생애 처음으로 결제한 인터넷 강의였다. ITQ는 워낙 쉬우니까 패스. 그러나 중간짜리 토익 점수와 ITQ는 내세우기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이래저래 찾다가 공부한 것이 컴활 1급이었고, 6개월의 사투 끝에 올해 초에 취득했다. 공부하면서 엑셀과 엑세스의 프로시저에 재미를 느껴 영역을 확장해보고 싶었다. 곧장 파이썬 책을 사서 요즘은 매일 파이썬을 공부하고 있다.

 

아무튼, 이런 근황에서 만난 코딩 진로는 내게 참으로 고마운 책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좋은 타이밍으로 세상에 나타났는지.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주어 나의 막연한 코딩 공부에 대한 동경이 현실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4부로 되어 있는 이 책은, 1부에서 맹윤호 개발자가 비전공자에서 개발자가 되는 과정을 말해준다. 2부는 취업 컨설턴트인 류채운 컨설턴트가 취업 준비의 정의와 실질적 방법을 알려준다. 3부는 박민수 인사 담당자가 이야기하는 외국계 기업 취업 방법이다. 마지막 4부는 이들이 앞으로 IT업계 전망이 어떨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문송합니다를 탈출하자

 

꿈을 파악하는 과정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과 함께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하는 모습들을 추려내는 거라면, 적성을 파악하는 과정은 내가 과연 이 직업이 가진 일상의 무게를 견뎌 낼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 p.82, 맹윤호

 

맹윤호 작가는 총 4개의 직업에 도전했다. 하나는 국어국문학과 전공을 살린 교사였으나, 드센 학구열로 인한 교사의 운명과 감정 기복 없이 학생을 응원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교사에 대한 진로를 접었다. 두 번째는 배우였다. 단역 배우 알바를 해보니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가 나왔던 장면은 대부분이 편집되었다고. 그렇게 배우의 꿈을 접었다. 세 번째는 진로는 소설가였다. 국문학과와 소설은 국어 교사만큼이나 밀접한 연관성을 지녔다. 그러나 소설 시장은 아주 대박을 내지 않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직업군에 속했다(내가 굉장히 공감한 부분이다!). 전자책으로 한 편 출간했다 절판한 후에 그는 네 번째 카페 창업의 진로를 탐색했다. 일단 프랜차이즈 카페에 취업했으나 하필 고른 업체가 불만 제로에 나왔던 업체였고, 그만큼 본사의 검열이 깐깐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무례한 손님과 영업시간, 목 좋은 곳의 임대료, 인건비, 원가, 프랜차이즈 비용 등이었다. 자영업은 아직 무리라고 판단해 접었다.

 

그의 최종 선택지는 IT 분야였다. 비전공자로서 프로그래밍을 익히기 위해 컴퓨터 공학 전공 수업을 듣고,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공부했다. 그 결과 기대치 않게 성적을 좋게 받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그 후, 대기업의 협력 업체에 지원해 근무하면서 웹 개발 공부를 하고 해커톤 등의 대회에 참가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최종적으로 그는 개발자로서의 삶을 이룩했다.

 

나는 IT 이전에 그 흔한 엑셀도 어려워하는 컴맹이다. 비전공자 그 이상이며 전형적인 문송합니다루트를 탄 사람이다. 이제 막 문송을 탈출해 코딩을 배워보려는 내게 맹 작가의 행보는 희망 그 자체였다. 그저 대단할 뿐이었다. 그러나 내가 곧 좌절을 느낀 것은 과정에서의 차이 때문이었다. 그는 문과 루트를 탔어도 계산적이고 자기 관리가 되는 사람이었다. 교사를 꿈꿀 때 비용, 시간, 경쟁률을 따져보았고, 카페 창업 때는 위에 언급한 요소를 계산했다. 반면에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러므로 마냥 희망을 갖기에는 무리였다.

 

아무래도 코딩을 익혀 직업으로 갖고 싶다면, 공부 이전에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할 듯했다. 맹 작가처럼 자기 관리와 계획, 시간과 비용에 대한 계산, 나 자신에 대한 탐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점이 뒷받침되어야 내가 코딩을 익히는 진정한 이유가 나타나고, 방향이 잡힐 것이다. 방향이 확실하면 공부에는 속도가 붙기 마련이니 직업을 가지는 속도도 빨라지리라. 좌절부터 해결하고 희망을 갖는 게 순서다.

 

취업 준비의 지도

 

가지고 있는 의미가 크다면 그만큼 노력하고 싶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고, 그것이 행동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 p.201, 류채운

 

1부에서 의지와 희망을 얻었다면, 2부와 3부에서는 실질적인 도움과 용기를 받았다. 특히, 요즘 자기소개서를 쓰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던 차에 딱 맞춤형 해결 부분이 바로 여기였다. 이력서야 뭐, ……, 한숨만 나올 뿐이다. 내 생각에 인사 담당자가 내 이력서를 보면 자기소개서 넘기기도 전에 탈락시킬 것으로 보인다. 거의 백지라고 봐도 무방하다. 류채운 컨설턴트는 이력서는 나의 첫 모습, 자기소개서는 나의 첫마디 말과 같다고 했다. 그러니까 나의 첫 모습(이력서)은 엉망진창에 폐인의 행색을 하고 있었으며, 나의 첫마디 말(자소서)은 개소리를 월월 짖는 중이었다. 이력서는 당장 수정할래야 할 수 없으니, 나는 그냥 자소서에 신경 쓰기로 했다. 글쓰기야 원래 내 전공이었고, 가다듬으면 볼 만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아니나 다를까. 내 자소서는 하지 말라는 대로 쓰여 있었다. 구구절절 관심 없는 내 사연 적어 놓고, 막연하게 의지를 드러내고, 어떤 경험은 구체적인 내용 없이 ‘OO에 참가했음만 나타냈다. 작성 당시에도 내가 보기 부끄러워서 손 놓고 있던 글이었다. 자신이 보기에도 민망한 글은 남이 보기에 눈살이 찌푸려지기 마련이다. 지금은 책의 조언을 참고하면서 기본 자소서를 수정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엉망진창인데, 지난 자소서처럼 내가 보기에 시공이 일그러지는 정도는 아니다.

 

항상 아무런 경력 사항도, 경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나의 과거를 돌아보니 마냥 하릴없이 살아온 것도 아니었다. 지금도 꾸준히 독서하고 서평 쓰고 있으니 백수 놀음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존감 낮고 자신감이 없어서 나 자신을 하찮게만 여겼다. 그 탓에 내 과거를 비하하고 있었을 따름이다. 이런 점을 깨닫자 자신감 뿜뿜이 한창인 요즘이다.

 

제목이 코딩 진로인 만큼 IT 계열 회사 취업에 중점을 둔 이력서와 자소서 작성법이지만, IT 관련 용어만 빼면 모든 취업 준비에 통용된다. 핵심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보여야 한다이니까. 취업이 되는 그 순간까지 자주 들여다보면서 내 자소서를 완성시킬 계획이다.

 

코딩은 기본이 된다

 

맹윤호 개발자는 IT 기술이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이 말을 들으니 고딩 때가 떠오른다. 당시 떠오르던 능력은 엑셀과 html작성이었다.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자격증 공부를 권유하며 지원을 약속했지만, 수포자이자 영포자였던 나는 계산하는 엑셀과 영문인 html작성을 극도로 혐오했다. 그렇게 간과한 지 십여 년이 지나자 나는 그 기본 중의 기본이 된 컴활을 공부하고 자격증을 땄다.

 

이 과정을 어떤 서순이라고 생각하면, 현재 떠오르는 코딩 기술은 얼마 후 필수이자 기본이 되어있을 것이다. 일반 사무원 지원 자격 요건에 파이썬 이용 가능자등이 적혀 있지 않을까? 우대 요건이 아닌 기본 요건에 말이다. 내가 컴활과 파이썬을 공부하는 것도 그런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뭐 의지만큼 익힐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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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취준생이라면 IT 전공이든 아니든 누구나 읽어두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서평의 제목도 어그로 같지만 취준생 바이블이라고 적어 봤다. 현재 내가 지원하고 싶은 기업은 IT 분야가 아닌 일반 사무직이지만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IT에 관심이 없다면 2부와 3부만 읽어도 괜찮을 듯하다. 늦은 나이에 처음 도전하는 취업인데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P.S. - 양심에 찔려 고백하자면, 3부는 대충 읽었다. 외국계 기업은 생각도 안 했거니와 영어 알러지가 돋아서 눈이 글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도 이력서와 자소서 쓸 때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꼭 나중에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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