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순간의 힘 - 평범한 순간을 결정적 기회로 바꾸는 경험 설계의 기술
칩 히스.댄 히스 지음, 박슬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르트르의 유명한 명언이 있다. “인생은 B(Birth)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

 

인간은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으며 기회비용의 갈등 사이에서 헤매고, 더 나아가 순간을 사는 존재이다. 단순한 것부터 복잡한 것까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분야를 막론하고 인간의 모든 행동은 순간에 결정된다. 고민을 오래 할 수는 있어도 선택을 오래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선택은 다양한 과거를 만드는 방향으로 삶을 나아가게 한다. 세상에는 시간을 나타내는 많은 표현이 있다. 어제-오늘-내일, 과거-현재-미래, --……. 하지만 어떤 표현도 순간을 벗어날 수는 없다. 우리는 방금 막 실천한 순간으로부터 여러 시간 개념을 창출하고 그 속을 살아가는 인간을 구성한다. 그러니 우리는 매 순간을 활용할 자격이 있는 존재인 것이다.

 

이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서평을 너무나도 쓰기 싫기 때문이다. 매번 느끼고 또 느끼는 이 불편한 감정! 그렇지만 다시 또 힘을 내본다. 히스 형제의 순간의 힘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기로 마음먹은 이 순간이 내 인생에 어떤 결정적 순간이 될지 모른다. 막연함은 차치하고라도 일단 글을 쓰고 나면 일말의 보람참이 올라온다. 우리의 기억에 깊이 각인되는 장면은 세 가지 중 하나가 충족될 때 생긴다. 변화의 계기가 되는 전환점과 중간 과정을 알 수 있는 이정표, 그리고 문제가 되는 구덩이이다. 서평을 쓰는 것은 나의 전환점이다. 쓰고 있는 상태는 이정표이고, 쓰기 싫은 마음은 구덩이이다. 전환점은 표시하고, 이정표는 기념하고, 구덩이는 채워야 한다. 이것이 바로 순간 중심적인 사고의 핵심이다.(p.48)

 

그러면 다시 질문이 생긴다. 어떻게 표시하며, 기념하고, 채울 수 있을까. 책에서는 네 가지 핵심 순간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고양’, ‘통찰’, ‘긍지’, ‘교감의 순간이다. 나는 서평을 쓰며 이 네 가지 순간을 경험하는지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자.

 

고양의 순간

 

고양의 순간을 이룩하려면 3가지 재료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감각적 매력을 증폭하는 것, 둘째는 위험보상을 높이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각본을 깨트리는 것이다(각본을 깬다는 것은 특정 경험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린다는 의미다…….) 고양의 순간을 창출하려면 이 3가지 요소가 전부 필요하지는 않아도 최소한 2가지는 포함되어야 한다. - p.77

 

감각적 매력은 겉으로 느껴지는 포인트다. 음식이라면 맛, 향수라면 향기, 옷이라면 디자인이나 맵시를 말한다. 더 맛있거나 더 향기롭거나 더 맵시가 나게 만들면 감각적 매력은 증폭한다. 위험보상을 높인다는 것은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압력이 가해진다는 의미다.(p.78) 즉 컴포트존(안전구역)에서 벗어나 불편을 감수하면서 그에 따른 보상을 높이는 방안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각본을 깨트리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게끔 순간을 조정하는 것이다.

 

서평 작성에서 내가 느끼는 고양의 순간이 있을까. 감각적 매력은 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거나 더 나은 문장이 써지면 증폭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분히 의식적 노력을 해야 한다. 위험보상은 서평을 작성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높아진다. 너무 쓰기 싫은데 쓰는 것 자체가 이미 컴포트존을 벗어난 상태니까. 각본 깨트리기는 지금 같은 경우이다. 절대 못 쓸 것 같아 포기와 체념으로 범벅된 정신에 그래도 해보자, 하며 구덩이를 채우는 순간. 적어도 위험보상과 각본 깨트리기가 나의 행위에 고양을 가져온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부분은 적당히의 침투다. 절정을 창조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나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 그런 상황에서는 언제든 적당히가 스리슬쩍 침투하기 쉽다.(p.80) 서평은 나에게 있어서 의무가 아니므로 매번 귀찮게 여겨진다. 일주일에 최소 1편이라는 계획을 세우긴 했지만, 계획을 세운 자도 나요, 실행하는 자도 나이니 안 써도 되는 합리화가 자꾸 끼어드는 것이다. 또 서평이라는 게 쉬운 일도 아니므로 대충 쓰자는 마음도 생긴다. 그러나 여기서 나만의 괴리감이 머릿속을 휘도는 게 느껴진다. 책을 좀 더 소화하기 위해 독서 후 서평을 쓰는 것이지 단순한 자기만족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면 또 괴로움에 몸부림치는데……. ‘적당히만 물리쳐도 고양의 순간은 금세 찾아오리라는 생각이 든다.

 

통찰의 순간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기 전에는 해결책을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말하는 진실이란 문제점 또는 단점에 대한 진실을 가리킨다. 번개 같은 통찰을 야기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 p.126

 

통찰의 순간은 구덩이를 채울 실마리를 얻는 순간이다. 내가 겪고 있는 불만이나 불편에 대해 통찰이 번뜩이면 그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도 있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이런 순간을 불만의 실체화라고 했다. 우리가 어떤 경험을 통해 불만의 실체화를 경험할 때 문제의 본질을 깨닫게 되고 해결의 수순으로 나아가게 된다.

 

내가 가진 불만의 실체화는 망각이었다. 읽을 때는 아하! 했지만 막상 그 책에 대해 쓰려고 하면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서평을 쓰기에 무리가 있었다. 쥐어 짜내다 보면 정신적으로 지치기만 하니 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가도 사라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는 서평을 쓰기 전에 그 책에 밑줄 그어놓은 부분을 타이핑해 문서로 옮겨 놓는다. 내 스스로 밑줄 모음이라고 부르는데, 축약된 재독을 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기억을 되살리기 부족할 때는 차례를 훑어보면서 회상하거나 밑줄 모음을 제외한 부분을 빠르게 훑는다. 그러면 다시 읽을 때의 감각이 깨어나고 서평에 대한 구덩이를 채울 의지를 되찾는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자기통찰자신의 욕구와 역량에 대한 성숙하고 심오한 이해 능력이라고 부른다. 자기통찰은 바람직한 대인관계에서 삶의 사명감에 이르기까지 긍정적 결과와 상호관련성을 지닌다. 자기통찰과 심리적 안녕감은 불가분의 관계다. - p.135

 

불만의 실체화를 넘어서서 매 순간 통찰을 얻을 수도 있다. 자기 자신을 확장하는 것이다. 자기를 확장한다는 것은 실패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다.(p.136) 실패는 나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을 할 때 발생한다. 즉 의식적으로 컴포트존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내 한계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실패한다면 현재의 내 역량의 정도와 해결 방안을 깨달을 수 있고, 반대로 성공한다면 나의 위치가 더 높아짐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면 고양의 위험보상 높이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통찰과 고양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공상만으로는 통찰을 이뤄내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내가 서평을 잘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해도 쓰지 않는 이상 잘 쓰는지 못 쓰는지 알 수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써야지만 내 역량을 체크할 수 있는 것이다. 통찰이 행동으로 이어지기보다 행동이 통찰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을 명심하라.(p.137)

 

더 말할 것도 없이 서평은 자기 확장의 일환이다. 책 내용을 조금이라도 더 체화하여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실패의 위험이란 독서를 제대로 했는지, 뭔가를 깨달은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결국 이렇게 쓰고 있지 않은가. 일련의 반성 역시 현재 작성으로 인해 가능했다.

 

자기 확장이 보장해주는 것은 성공이 아니다. 그것이 당신에게 주는 것은 배움이다. 자기통찰이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성가신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극복할 수 있는가? - p.152~153

 

긍지의 순간

 

내적 동기를 자극하는 것은 무엇인가? 몇 주 또는 몇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달성 가능한 것 중 기념할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일까?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발굴하여 축하할 만한 성과는 무엇일까? - p.193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인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때,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나 믿고 따르는 사람에게서 인정받는다면 자존감이 팍! 상승하는 긍지의 순간을 겪는다. 자존감이 높아지면 어떤 일을 지속하기가 수월하다. 하지만 지속하는 과정 속에는 동기가 뒤따라야 한다. 한 번의 인정이 평생의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꾸준히 동기를 자극해줘야 하는 부류도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날 선 한 마디에 풀이 죽기도 하고 빈말인 칭찬에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나 같은 부류는 긍정의 순간을 지속적으로 느껴야 하는데, 타인의 인정을 매번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군다나 서평은 나 혼자만의 싸움이다. 물론 다 쓰고 난 다음에야 블로그에 업로드하면 낯선 이의 하트를 받을 수야 있겠지만 그것은 차후의 일이고, 쓰는 동안은 놀고 싶은 욕망과 맞서야 하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이정표를 기념하는 일이다. 내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자축함으로써 내적 동기를 끌어올린다. 서평을 쓰면 나는 독서기록 달력에 파란 동그라미를 그린다. 이번 달의 서평 개수를 기록하는 것이다. 또는 블로그의 서평 게시물을 훑는다. 그러면 참 귀찮아하면서도 열심히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의욕이 생긴다.

 

이것을 이정표 효과라고 한다. 주자가 힘들고 지친 상태에서도 4시간 기록을 초과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마지막 500미터에 전력을 쏟아붓는 것이다. 이정표는 철저하게 자의적 기준으로 결정된다. - p.199

 

이정표 효과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것만 쓰면 내가 계획한 일주일 서평 1편을 이룰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주말이 가버리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쓰게 된다. 성공은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다. 이정표는 우리가 최후의 채찍질을 할 수 있게 강요한다. 왜냐하면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고, 애초에 우리가 그것을 선택한 것도 그럴 만한 값어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정표는 실현 가능하고 노력할 가치가 있는 결정적 순간을 가리킨다.(p.199) 이정표를 따라 내 일을 실현하고 나면 내가 부여한 책임에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도 생긴다. 서평은 노력할 가치가 있는 행동이기에 귀찮음을 물리치고 쓰는 것이다.

 

교감의 순간

 

웃음은 사회적 반응이다. () 우리가 웃는 것은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서다. 우리는 웃음을 터트림으로써 실은 이렇게 말한다. ‘나도 같은 의견이야. 나도 너와 같은 집단이야.’ - p.236

 

독서심리상담 수업을 들을 때였다. 당시 내 옆자리에 앉은 분께서 내가 블로그에 올린 서평을 다 읽으셨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칭찬도 해주시고 질문도 해주셨는데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내 얼굴에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마 이것이 내가 겪은 교감의 순간일 것이다.

 

교감은 감정의 상호작용이다. SNS에 글을 올리는 행위도 늘어나는 하트에서 호의의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도파민 분비가 일으키는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소위 인싸라는 소속감을 갖게 된다. 누군가 날리는 하트는 크게 의미 있지는 않지만 지속할 결심을 주기에는 좋은 윤활유라고 생각한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내가 가는 길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용기를 북돋아 준다.

 

예전에 내가 쓴 서평이 평소보다 많은 하트를 받은 일이 있었다. 그때 자극을 받아 서평을 꽤 열심히 잘 쓰려고 노력했던 게 떠오른다. 곧 시들시들해졌지만 말이다. 지금은 서평을 써도 누군가와 나눌 무엇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교감으로 인한 내적 동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요즘은 그저 자아성찰과 자기확장을 위해서 쓰고 있다. 그러면 왜 공개된 블로그에 작성하는가. 첫째는 용기를 내보는 것이고, 둘째는 교감을 거부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시물을 공개한 것만으로도 교감이 이뤄지는 게 아닐까. 언제든 누구나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간 쓴 모든 서평에 대해 그렇듯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

 

고양, 통찰, 긍지, 교감 순으로 나열했지만 사실 이 네 가지는 유기적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극대화된다. 하소연 같은 글이 되어버렸지만 나는 의미가 상당히 깊다. 다른 서평을 쓸 때 이 글을 떠올리며 전보다는 빠르게 문제점을 해결해나가고 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변하거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순간이면 된다.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라면 쓰고서 경험치를 얻는 쪽이 낫다. 지금 이 순간이 내 태도에 새로운 방향을 심어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트레스의 힘 - 끊임없는 자극이 만드는 극적인 성장
켈리 맥고니걸 지음, 신예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스트레스일 것이다. 슬리퍼를 신고 걸어가다 작은 돌멩이가 발바닥 밑으로 숨어드는 것부터 밑 빠진 독처럼 불어나는 부채까지 스트레스의 범위는 굉장히 넓다. 스카이다이빙처럼 어떤 극한 도전마저도 스트레스 작용이라고 하니, 어쩌면 사는 게 스트레스라는 말은 적절한 삶의 축약 표현이 아닌가 싶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 역시 이런 맥락에서 접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말만큼 쉽지 않다는 것과 스트레스는 해롭다는 인식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당장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지?’ 같은 생각을 먼저 떠올리게 되니까.

 

내가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고개 드는 해소법이 있다. 바로 흡연이다. 물론 담배가 스트레스 해소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니코틴이 뇌를 속인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저 회피성으로 의존한다.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지연(止煙)’ 기간을 갖는다. 언제 다시 필지 모르므로 금기시하거나 끊는 게 아닌 잠시 멈춰두는 것이다. 지난달, 위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내 자신을 반성하면서 이 연결고리를 끊고 싶었다. 그러다 책장에서 언젠가 구매해둔 켈리 맥고니걸의 스트레스의 힘을 발견했다. 일단 사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음의 문제

 

이와 동시에 스트레스라는 단어의 포괄적 특성 때문에 생기는 이점도 있다. 인생의 매우 많은 부분을 설명하는 데 스트레스라는 단어가 사용되므로,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우리가 삶을 경험하는 방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 p.19

 

그동안 나는 스트레스란 무조건 해롭고 안 좋다고 생각했다. 즉각 해소하지 못할 때는 그것으로 인해 다시 스트레스를 받았다. 걱정이 가시질 않았다. 장시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기력해지고 구내염이 도졌다. 어쩔 수 없는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곤 버텼지만, 그럴수록 정신적으로 힘들어졌다. 나에게 스트레스란 정말이지 만병의 근원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 사후해석으로 버틸 만했다.’ 큰 병이 생기지 않았고 나는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그럼에도 스트레스에 대한 믿음이 안 바뀌었다.

 

왜 바뀌지 않았을까? 나는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부분만 받아들였다. 단 한 번도 스트레스의 이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긍정적인 부분을 알려준 사람도 없었거니와 자극적인 기사들은 부정적인 부분만을 강조해 내 눈길을 끌었다.

 

스트레스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때란 강도가 매우 높아 생존에 위협이 될 때인 듯하다. 우리가 접하는 대다수의 해로운 영향 정보는 실험쥐 연구에서 제공하는 것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죽기 직전까지 몰아 세워진 쥐에게 비슷한 강도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생긴 징후를 관찰한 결과라는 것이다. 인간도 비슷한 상황을 겪을 수 있기에 의미 있는 연구이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내뱉는 일상적 스트레스의 강도와는 확연히 다르다. , 강도 높은 스트레스가 가져오는 결과를 일상적 스트레스까지 포괄하여 생각하게끔 된 것이다.

 

보다 낮은 강도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떤 대상을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가령, 어떤 일에 대한 실패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면 한없이 강한 스트레스가 촉발되어 세상 모든 곳에서 부정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반대로 실패가 뼈 아프긴 하지만 뭔가를 배웠거나 이점을 발견했다면 스트레스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저자가 말하는 스트레스의 힘은 이런 양면성에 있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볼 수 있을 때 스트레스는 이롭게 다가온다.

 

사고방식 중재

 

코르티솔은 당분과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기능을 하며 신체 및 뇌 에너지 활용 능력을 향상시킨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에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소화나 성장 등의 생리 기능을 억제시킨다. 반면 DHEA는 신경 스테로이드의 일종으로 두뇌 발달을 돕는 호르몬이다. 테스토스테론이 신체 운동을 통해 신체가 더욱 건강해지게 돕듯이, DHEA는 스트레스의 경험을 통해 뇌가 더욱 건강하게 발달하도록 돕는다. 게다가 코르티솔의 영향을 일부분 상쇄시키기도 한다. 예컨대 상처 회복 속도를 높이고 면역 기능을 강화한다. - p.36

 

스트레스 호르몬 중 대표적인 호르몬은 코르티솔‘DHEA’이다. 둘 다 인간에게 중요하므로 호불호의 선택사항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코르티솔 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만성피로, 만성두통,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높은 수치의 DHEA는 불안감, 우울증, 심장질환, 신경퇴화를 비롯해 우리가 흔히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다른 질병들의 발생 비율을 감소시킨다.(p.37)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막상 호르몬 관리라고 하면 주사를 맞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은 놀랍게도 매우 간단하다. ‘사고방식 중재인데,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스트레스는 도움이 된다는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모의 취업 면접 참가자들에게 실험해본 결과, 도움이 된다는 정보를 들은 사람들은 DHEA를 더 많이 분비했다고 한다. DHEA 수치가 올라가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다.(p.37)

 

사고방식 중재는 스스로 할 수도 있다. ‘가치관에 대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굳건히 하면서 그것을 기준으로 스트레스를 대하는 것이다. 가치관을 기억하고 있으면 자신의 의지에 어긋나고 통제력을 벗어난 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전환, 즉 우선사항들을 이행하고 이를 확장시키는 원동력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된다.(p.122) 예를 들면, 나의 현재 가치관은 성장이다. 그 관점으로 일기를 쓰면서 재확인하고 굳혔다. 그러다 보니 조금은 변한 부분이 생겼다. 인간관계에서 내가 싫어하는 유형을 웃으며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감정싸움을 하거나 혼자 씩씩댔을 텐데. 서평을 쓸 때도 비슷하다. 언제나 이만한 스트레스가 없음에도 내가 보고 익힌 것을 아웃풋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다소 재밌어지기까지 한다. 덩달아 성격까지 밝아지는 느낌이다.

 

아마도 몇 가지 스트레스 반응 덕분이라 생각한다. 보통 해소하거나 회피하려고 하면 투쟁-도피 반응이 먼저 발현된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언제까지나 싸우거나 도망치면서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해결이 안 되면 더 큰 스트레스가 되어 다가온다. 이와는 반대로 도전 반응배려-친교 반응’, ‘전환-관철 반응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도전 반응은 자신감을 증가시키고 행동을 유발하며 경험에서 교훈을 얻도록 도와준다. 이에 비해 배려-친교 반응은 용기를 북돋아주고 배려심을 유발하며 사회적 유대관계를 돈독히 해준다.(p.89) 전환이란 스트레스 수용과 스트레스의 근원에 대한 사고방식의 변화가 복합된 것이다.(p.270) ‘관철이란 심지어 역경에 직면했을 때조차 의미를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낙천주의를 유지하는 것이다.(p.271) 정리하면, 가치관을 굳건히 세웠다면 스트레스 상황을 전환해서 해소가 아닌 이용할 수 있게 바라봤고, ‘관철하여 나에게 어떤 긍정적 의미가 있는지 찾았다. 그것을 내재화시키기 위해 도전으로 대하면서 타인을 도와줄 수 있다는 배려-친교의 마음을 가지려고 했다. 한마디로 이기적 이타주의자의 마음가짐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성장형 사고방식

 

자신의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우리가 스트레스와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방법의 일환이다. 과거의 역경을 수용하는 것은 우리가 현재의 어려움에서 성장의 용기를 발견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포용하고 전환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 p.299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성장형 사고방식으로 회귀했다. 주제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이지만, 언제든 극복할 수 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갖지 않고서는 관점을 바꾸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고방식에 가장 가까운 행동은 반성이다. 책의 핵심은 스트레스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인정해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기에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자세 없이는 불가능하다. 천성적으로 낙천적이라면 모르겠으나. 나는 그렇지 않으므로 스트레스 상황을 자주 복기해 내가 무엇을 배워야 할지 찾아야겠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내 속에서 고정형 사고방식이 고개를 들었다. 막막하다는 감정이 항상 앞서 있었고, 일시적 해방감을 위해 담배를 물었다. 생각해보면 무엇을 배울까보다 어떻게 버틸까를 더 고민했던 것 같다. 언제 또 그런 스트레스가 올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사고방식 중재는 누군가의 한마디로도 가능하기에, 저자는 스트레스의 힘을 읽는 것만으로도 독자가 이미 사고방식 중재를 받았다고 말해주었다. 결국 내가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안 믿어서 손해를 봤으니, 지금부터 믿기로 결심했다.

 

P.S 내용은 좋은데 오탈자나 편집 실수가 거슬렸다. 번역가나 편집자, 출판사에 다소 아쉬운 부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 죽어야 고치는 습관, 살아서 바꾸자!
사사키 후미오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SNS로 네이버 블로그만 사용한다. 이웃들의 포스팅을 훑다 보면 좋은 습관을 가지거나 형성 중인 분들이 꽤 많다. 새벽 기상을 기록하시는 분, 감사 일기를 매일 쓰시는 분, 가계부를 공유하시는 분, 규칙적으로 달리시는 분 등등. 그분들의 성실함과 공개적으로 올리는 용기에 랜선 밖에서 감탄하곤 한다. 아마 이미 습관이 되어서 작성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분도 계실 것이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분도 있으리라.

 

그런 게시물들을 보면서 새로운 습관에 대해 자극받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면 더 피로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기존 습관으로 되돌아갔다. 내가 좋아서 들였던 몇몇 습관을 빼면 나는 예전과 달라진 점이 없었다. 그러다 도서관 독서회 4번째 책으로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를 접하게 되었다. 그 후 나는 일단 뭐라도 해보기를 결심했다.

 

실패한 습관

 

블로그 게시물 중 가장 본받고 싶었던 습관은 새벽 기상이었다. 평소에도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긴 했다. 자정쯤 잠들어 오전 7~8시에 깨어났으니까. 나쁜 습관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시간 활용이 아쉬웠다. 일어나자마자 씻고 밥 먹는 행위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또 독서심리상담 수업을 가는 날이면 바빠지는 몸과 마음도 불편했다. 그래서 과감히 기상 시간을 앞당겨 알람을 맞췄다. 슬프게도 그 시간에 일어난 적은 거의 없었고, 설혹 일어났다손 쳐도 다시 잠들기 일쑤였다.

 

아침에 늦잠을 자는 이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자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눈을 뜨지도 못한 상태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 p.148

 

내가 실패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세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첫 번째는 진입장벽이었다. 평소 자정쯤 잠들던 습관은 진입장벽이 낮았고, 바로 설정한 새벽 기상은 진입장벽이 높았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려고 했으니 눈이 떠질 리 만무했다. 두 번째 걸림돌은 내 자신을 과신한 탓이었다. 그동안 자존감이 급상승하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기상 후 계획이 없었다.

 

찰스 두히그에 따르면 습관은 신호-반복행동-보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나의 새벽 기상은 여기에 하나도 해당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다시 새벽 기상

 

실패한 새벽 기상은 이 책을 읽기 전이었다. 자정 취침, 7~8시 기상을 유지하면서도 새벽 기상의 꿈은 계속 간직했다. 그러던 중 만난 한 문장이 마음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

 

몇 번이나 그 습관을 반복하면 어차피 5분 후에는 눈이 번쩍 떠질 테니까.’라는 기분이 들어서 으싸!”하고 일어날 수 있다. - p.123

 

사람은 생각하는 방식만으로도 어떤 일을 하는 태도가 변한다. 나는 진입장벽을 낮췄다. 일단 눈이 떠지면 꾸물거리지 말고 벌떡 일어나는 것을 우선시했다. 그게 시간이 어찌 되었든 말이다. 그렇게 결심한 새벽 기상의 시작은 묘했다. 자기 전 독서를 하면서 뜨거운 물을 마셨는데, 그로 인해 새벽 4, 소변이 마려워 깨어났다. 순간 뇌리에 메시지가 번뜩였다. 이것은 습관의 시작인 신호이자 환경설정이다. 곧 정신 차려지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잠자리가 아닌 의자로 향했다. 그리고 첫 시작의 보상을 줬다. 데일리 리포트의 기록과 새벽 독서. 다소 충동적이었지만 내적으로 굉장히 보람찼다.

 

다시 시작한 새벽 기상 덕분에 취침 시간도 당길 수 있었다. 오후 10~11시 사이에 잠들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 나흘 동안 성공하면서 반복행동에 돌입했다. 작은 성공만으로도 동기가 충만해지는데 확 앞당겨 큰 성공을 거뒀으니 자기효능감이 어마무시하게 상승했다. 자기 과신도 고려해 목표를 잘게 쪼갰다. 희망 기상 시간은 5, 기본 기상 시간은 6시로 알람을 설정했다. 미리 정해두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기 때문에 자책감이나 자기부정감이 생기지 않는다.(p.161) 정리하면, 어쩌다 새벽녘에 눈이 떠지는 것과 알람은 신호이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반복행동’, 그것을 기록하고 내가 하고픈 일을 하는 것은 보상인 것이다. 요즘은 새벽 기상에 어울리는 행동을 찾아 습관화하려고 탐색 중에 있다. 시작하기에 가장 빠른 시간은 지금이다.(p.165)

 

습관 만들기의 중요한 점

 

책의 3장에는 습관 만드는 방법 50단계가 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라 분리하기란 어렵지만, 내가 생각하는 우선순위 세 가지를 정리하려고 한다.

 

(1). STEP 45 자기효능감은 성공할수록 높아진다

 

자기효능감은 간단히 말해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일이다. 자신이 바뀌고, 성장하고, 배우고, 새로운 난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 p.245

 

45단계를 처음 소개하는 이유는 작은 성공의 중요성 때문이다. 어떤 습관 만들기에 성공한다면 다음 습관을 만드는데 수월해진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자기효능감이 상승하는 습관은 데일리 리포트(DR)’이다. 이전 서평에서도 자주 언급했는데, DR은 내 행동을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기록이면서 쉬운 행동이다. 나는 기상 후 1시간을 주기로 내 행동들을 적고 있다. 최대한 가감 없이 적는다. 내가 지양하는 행동을 했어도 적는 것이다. 가령, 유튜브의 유혹에 넘어가 1시간을 유튜브로 보냈다면 유튜브 시청이라고 적으면 된다.

 

DR은 솔직해야 효과가 좋다. 왜냐하면 하루를 마감할 때 일과를 돌아보면서 반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간혹 TV에서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나오면 넋을 놓고 볼 때가 있다. 그것을 기록한 다음, 여백에 반성한 내용을 적는다. 그러면 다음번에는 조심하게 된다. 이렇게 하루를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반성이 끝나면 스스로를 칭찬한다. 끊이지 않고 쓰면서 습관이 되면 이보다 더 어려운 습관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기록을 습관화했으니 다음 습관을 관찰하고 반성하기도 쉬워졌을 테니까.

 

좋은 습관 하나를 몸에 붙이면 다른 습관도 익히고 싶어진다. 그럴 때마다 자기효능감이 커지기 때문에, 다른 좋은 습관도 더욱 만들기 쉬워진다. 그래서 모든 면에서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 p.247

 

(2) STEP 09 - ‘핵심습관을 먼저 공략한다.

 

핵심습관은 다른 습관에 도미노 같이 좋은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습관을 말한다. - p.120

 

나의 핵심습관은 역시 DR이다. 새벽 기상, 독서, 일기, 식사, 샤워 등 나의 모든 행동은 DR을 벗어날 수 없다. 좀 더 확장하면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습관화하고 싶은 것들을 죄다 기록한다. 예를 들면, 읽은 책을 플래너에 기록하기, 습작한 날을 캘린더에 동그라미 표시하고 분량 기록하기, 독서 하고 서평 쓰기, 그날의 행동과 감정, 생각을 일기에 쓰기가 있다. 지금 쓴 것 중 서평과 습작 빼고는 전부 습관이 되었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간헐적으로 하는 것들은 습관이 되기 어렵다. 그러니 핵심습관은 매일 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3) STEP 49 언젠가 무너질 수도 있다

 

언젠가 무너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무너진 습관을 계속해서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 p.257

 

미끄러지거나 무너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이후의 대처이다. 저자는 그래서 습관이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정성껏 기록해두라고 한다. 기록은 다시 습관 리듬을 찾을 때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그러므로 나는 마지막도 DR을 강조하고 싶지만, 여기서는 사고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융통성을 갖춰야 한다. 만약 습관 만드는 방법이 나랑 맞지 않는다면 경로를 틀면 된다. 어떤 일로 인해 중단했었다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바꿔서 안 된다면 또 바꾸면 된다. 습관을 지속한다는 것은 자신이 만들어낸 습관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일과는 다르다.(p.259) 일관성은 소신으로 두고 습관은 유연하게 만들자. 습관을 만드는 게 목적이니까.

 

습관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썼지만, 결국 핵심은 꾸준히이다. 중요한 것은 목표가 아니라 그 챌린지가 끝난 31일째에도 스쾃을 지속하는 것이다.(p.234) 습관은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행동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의식적으로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무의식적으로 좋은 습관을 행하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일단 뭐라도 해볼 요량이다.

 

P.S - 참신하거나 색다른 내용이 담긴 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작가의 경험과 일상을 바탕에 두고 근거를 제시하며 썼기에 무리 없이 읽혔다. 개인적으로는 용기와 계기를 심어주기도 했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벽한 공부법 - 모든 공부의 최고의 지침서
고영성.신영준 지음 / 로크미디어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생책이 있다. 인생의 전환점을 제공해준 책 말이다. 디테일한 개념은 각자 다르겠지만, 대부분 그 책으로 인해 지나온 나날과 살아가는 나날, 그리고 남은 나날에 대한 시선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치거나 힘들면 인생책을 펼쳐보게 된다. 나에게는 그런 책이 두 권 있다. 문학에서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이고, 비문학에서는 단연 완벽한 공부법(이하 완공)이다. 전자가 꿈에 대한 희망을 심어줬다면, 후자는 그 희망에 대한 믿음과 실천 방법을 알려줬다.

 

완공을 처음 접한 건 올해 2월 초였다. 신박사의 영상을 보고 게임을 접었다. 그 후 독서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잘못된 독서를 했다는 신박사의 말과 6개월(빡겜)간 책을 멀리했던 두려움 때문에 손대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방황하던 중 영상에서 완공을 언급했다. 바로 중고서점에서 구매해 와 읽었다. 일독 후 두려움이 서서히 가셨다. 더딘 속도로 조금씩 독서량을 늘려갔다. 3월부터 게임 시간이 독서 시간으로 바뀌었다. 내가 스스로 구멍 내던 삶은 완공으로 짜깁기를 시작했다.

 

이 책은 공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를 묶은 공부 개론서이다. 체계적인 자신만의 공부법이 없다면 참고서로 탁월하다. 14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내 변화의 계기가 된 챕터 몇 가지만 써보고자 한다. 전부 다루면 좋겠지만, 나에게 가장 많이 도움 된 세 챕터를 골랐다. 지극히 주관적인 선택으로, 이 부분부터 공략하면 나머지를 익히는데 수월하리라 믿는다세 챕터는 <믿음>, <메타인지>, <환경>이다.

 

믿음: 자신(自身)을 자신(自信)으로

 

완공을 만나기 전, 나는 세상 모든 것에 비관적이었고, 모두를 불신했으며, 내게 재능이 없음을 한탄했다. 마음은 해야지하면서도 몸은 해봤자 뭐 되겠냐하며 노는 쪽을 택했다. 중학교 3학년부터 소설가를 꿈꿨지만, 언제나 조금 쓰고 지쳐 포기했다. 잦은 포기는 무기력으로 학습되었다. 대학 1학년, 동화 창작 과제를 했으나 돌아온 것은 이건 글이 아니다라는 교수의 혹평이었다. 그 한마디에 우울증까지 겪었다. 어머니와의 대화로 간신히 회복한 후, 펑크난 학점을 메우기 위해 1년을 더2년제를 3다녔다.

 

재수강 기간에 만난 시학 교수가 내 시를 응원해주었다. 나는 잠시 시로 마음을 돌렸다. 그러나 입대를 하면서 그 교수와 연락이 끊겼다. 제대 후 2년간 도전해봤지만 터무니없는 실력으로는 결과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도 나름 심혈을 기울였던 터라 자체 번아웃(burnout)으로 또다시 포기를 선언했다. 18년도 상반기는 집안 사정으로 바빴고, 후반기는 게임으로 보냈다. 여기까지가 부끄러운 나의 과거다.

 

정리하면, 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었고, 고정형 사고방식에 자기효능감도 바닥이었다. 이런 믿음을 어떻게 전복시켰을까. 먼저 미래에 대한 기대는 유튜브 채널 <뼈아대><완공 특강>으로 고쳤다. 교수의 한마디는 나를 절망시켰지만, 고작가의 한마디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18시간 동안 게임 하는 거 쉽지 않다.” 나 역시 하루 평균 16시간 동안 게임 했다. 기대는 강점을 먹고 자란다.(p.25)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은 나의 강점이었다. 이 시간을 독서에 투자한다면 뭐가 달라도 달라질 것이었다. 기대할 만한 미래가 생겼다.

 

사고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내 사고방식이었던 고정형 사고방식은 지능, 성격, 재능 등은 타고나는 요소라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반대로 성장형 사고방식은 노력만 한다면 모든 요소가 변한다고 믿는다. 전자는 실패, 비판, 고난, 시련 등을 한계로 받아들이는 반면, 후자는 성장의 자양분으로 여긴다. 모든 면에서 고정형 사고방식과 성장형 사고방식은 대척점에 있다. 고정형에서 성장형으로 넘어가는 것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산이었다. 동시에 가장 희망차기도 했다. 왜냐하면, 바뀌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성장형 사고방식의 가능성을 암시하기 때문이었다.

 

책에서 제시한 성장형 사고방식 형성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뇌의 가소성을 믿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패에 대한 개념을 바꾸는 것이다. 뇌는 부지런히 쓰면 쓸수록 신경 간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내며 성장한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p.32) 나는 과학적 근거는 잘 믿는 편이라 , 이런 게 있었어?’하며 쉽게 믿었다. 실패에 대한 개념은 사실 힘들었다. 자기방어기제(회피, 포기, 합리화)가 쉴 새 없이 발현했다. 아마 장시간 고정형 사고방식이었던 사람들은 이 부분을 가장 힘들어하지 않을까. 나처럼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일단 인정했다. 그 후 그럴 수도 있지”, “할 수 있다”, “개선해보자등으로 자신을 다독였다. 항상 성장두 음절을 되뇌었다. 아직 완전한 성장형 사고방식은 아니지만, 많이 완화돼서 실패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짧아졌다. 요즘은 성장대신 졸꾸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자기효능감은 의도하지 않았는데 상승했다. 성장형 사고방식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500여 쪽의 완공을 읽고, 목숨 걸었던 게임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하찮았던 내 자신이 쓸모 있다고 느껴졌다. ‘나도 가능하잖아?’ 성장하겠다는 다짐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어 나를 그 방향으로 이끌었다.

 

메타인지: 모르는 것을 모름을 알다

 

메타는 about(~에 대하여)의 그리스어 표현으로 메타인지는 자신의 인지 과정에 관한 인지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 아는 능력인 셈이다. - p.57

 

이 책에서 하이라이트이자 충격적인 챕터는 단연 <메타인지>이다. 메타인지가 낮으면 공부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들다. 나의 메타인지는 인생의 바닥에 닿은 것도 모자라 구멍 뚫는 중이었다. 여기서 안다는 어떠한 개념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영역과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영역이고, ‘모른다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어설피 아는, 이른바 까지 포함하는 영역이다. 나는 모른다안다로 과신했고,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고 있었다.

 

나의 낮은 메타인지가 벌인 일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아는 척을 정말 열심히 했다. 예를 들면, 책의 저자 소개를 읽고 마치 그에 대해서 다 아는 듯이 말하기, 책의 내용 그대로 인용하면서 내 생각인 양 말하기, 상대방 의견 묵살하기 등등. 내가 모르는 부분은 철저히 배제하며 말꼬리를 잡으려 애썼다. 당연히 모르기 때문에 논리에서 개박살났고 그 사람과는 연을 끊었다. <목표> 챕터에 증명목표라는 것이 나온다. 보여주기식 목표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고정형 사고방식과 낮은 메타인지가 콜라보하면 발생한다. 증명목표는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애쓰게 되고, 포장지가 떨어졌을 때 조급함과 불안함을 느낀다. 점점 자기파괴적 스트레스에 갇혀 현상을 회피하려고만 한다.

 

둘째, 현상 회피에 집중하니 공부와 독서의 개념이 이상해졌다. 나는 수학과 영어의 기초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했다. 중고딩 때, 영어는 진즉 포기했다. 모르는 단어를 익히기보다 뉴스에서 비판하는 영어 사교육에 매몰되어 더러운 세상! 어차피 나는 해도 안 된다, 때려치자!’ 생각하며 쳐다도 안 봤다. 수학은 자존심만 남아 각 학년에 맞는 문제집을 선택했다. 있어 보이려고 수학의 정석도 샀다. 그러나 중딩 때는 집합만, 고딩 때는 지수와 로그만 펼치다 그만뒀다. 독서도 마찬가지였다. 소설가가 꿈인 고정형 사고방식 소년은 창작론이나 작문법 따윈 필요 없다며 소설, 그것도 판타지장르만 깨작깨작 봤다. 대학생 때도 읽는 게 아니라 보기만 했다. ‘그래도 나는 책을 읽잖아?’하는 안도감에 도취된 까닭이다.

 

마지막 셋째, 시간의 경중이 뒤집혔다. 시험 기간, 3, 과제, 연애, 그리고 게임. 앞의 4가지와 뒤 1가지 중 어떤 게 중요할까. 학창 시절, 시험 기간은 나에게 있어 자유 시간이었다. 시험공부 대신 게임공부를 했다. 당시 <서든 어택>이라는 게임이 유행이었는데, 어떻게 하면 라이플 점사를 잘할지, 클랜전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 공부를 매우 열심히 했다(어휴, 나새끼……). 3 때는 수능 100일 전까지 RPG 게임에 몰두했다. 과제는 마음에 드는 강의만 골라서 하고, 나머지는 게임에. 1년 연애 중 데이트 시간보다 게임 시간이 더 길었을 것이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최근의 게임 중독까지. 아무튼, 일련의 사건들이 전부 낮은 메타인지 덕분이었다.

 

알았음에도 방치하는 것도 낮은 메타인지가 하는 일이다. 나는 메타인지를 높이고 싶었고, 이 녀석이 더 많은 구멍을 내기 전에 막아야 했다. 내 마음가짐이나 의지력은 믿지 않았다. 고정형 사고방식에 고마운 점이 딱 하나 있다면 이 부분이다. 무엇이든 의지력으로 해결하려 한 덕분에 더는 내 의지를 믿지 않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높일 수 있을지 고심하던 차에, <믿음><메타인지>와 함께 티키타카를 한 스트라이커는 <환경> 챕터였다.

 

환경: 강제성과 의지의 선순환

 

결심보다 강력한 것은 바로 환경이다. - p.323, 신박사의 통찰

 

나는 게임보다 독서가 하고 싶었고, 글을 쓰고 싶었고, 궁극적으로 메타인지를 높이고 싶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데일리 리포트(이하 DR)’였다. 일단 내가 어떻게 시간을 활용하는지 알아야 했다. 앞서 말했듯 나는 내 의지를 불신했다. 쓰자는 마음으론 안 쓸 게 분명했다. 그래서 핸드폰 알람을 기상 시간부터 취침 전까지 1시간마다 울리도록 맞췄다. 몇 시간 안 쓰더라도 머릿속에 ‘DR을 써야 해가 맴돌게끔 설정했다.

 

그리고 초강수를 둬서 게임의 아이템을 싹 정리했다. 내가 빠져있던 게임은 RPG 장르였기 때문에 장비가 없으면 실질적 플레이가 어려웠다. 모든 아이템을 팔고 생긴 돈으로 <체인지 그라운드> 추천도서를 구매했다. DR 기록을 위해 의식적으로 독서 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고 읽은 책을 기록했다. 기록 수가 하나씩 늘어가니 더 늘리기 위해 책을 읽었다.

 

자신 스스로 데드라인을 만들고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기한 내에 성공하면 자신에게 보상을 주거나 실패하면 벌금을 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친구끼리 약속을 해도 좋고 주변에 공표해도 좋다. 만약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하고 그것을 지킬 수 있다면 공부뿐만 아니라 무엇을 해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p.313

 

4월부터는 서평도 쓰기 시작하면서 일주일에 최소 서평 한 편이라는 자체 데드라인을 두었다. 책상 앞에 결심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매일 봤다. 내 오랜 꿈을 위한 소설 쓰기는 습작 시작할 때 하루 A4 1쪽 쓰기로 설정했다. 만약 1쪽 쓸 시간이 없었다면 유연하게 조정해 5줄을 최소로 잡았다. 어떻게든 안 쓰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쓰는 쪽을 선택했다. 쓴 날은 달력에 표시했다. 작은 성공을 위한 환경설정이었다. 집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져 도서관으로 습작 장소를 옮겼다. 동시에 내가 서평과 소설을 쓴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렸다. 지금 서평에 개인사를 밝히는 이유도 환경설정의 일부이다.

 

그렇게 해서 25, 314, 412, 513, 44권을 읽었고, 서평은 4, 5월 합해서 12, 단편소설은 2편을 썼다. 아직 멀었지만, 작은 목표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환경설정을 통해 나는 강제하는 환경이 의지를 만들고, 의지가 다시 환경을 설정하는 선순환을 느꼈다. 요즘은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위한 환경을 조성 중이다.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보는 SNS 앱과 웹툰 앱을 삭제했고, 유튜브는 책 읽기 어려운 상황에서만 보는 것으로 한정했다. 글 쓸 때는 노트북을 비행기모드로 바꾼다. 이제 스마트폰도 멀리 두는 습관도 형성해야겠다.

 

쓰고 보니 내용이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 공부가 단순히 지식 학습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공부를 지속적인 성장이라고 정의하면, 나는 완벽한 공부법을 익히는 중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며칠 전, 완공이 짜깁기 책이라는 소리를 듣고 재독했다. 다시 읽어보니 짜깁기가 맞았다. 다만 그 대상은 책 내용이 아니라 구멍 숭숭 난 내 넝마주이 인생이었다. 이 책은 내 구멍투성이 믿음, 메타인지, 목표, 동기 등등 모든 부분에 걸맞은 지식을 짜서 기워줬다. 아마 완공으로부터 도움받지 못했다면 두 가지 부류가 아닐까 섣부른 일반화를 해본다. 하나는 구멍 없는 완벽한 삶을 사는 사람, 다른 하나는 자신의 삶에 구멍이 난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 전자라면 축복이고, 후자라면……그저 응원한다.

 

언제까지나 내 삶은 완벽한 공부법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이제야 살아있음이 즐겁다. 직업을 갖기 전에 새로운 몸가짐 마음가짐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새로운 분야의 공부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줄어들었다. 현재 독서심리상담에 도전했다. 만약 공부에 의문이 든다면 나는 다시 이 책을 펼쳐보리라 감히 예단한다. 나의 업을 찾을 때까지 목숨 걸고 독서해야겠다는 각오를 새로 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릿 GRIT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에는 기본 전제가 있다. 사는 건 어렵다. 원래 그렇다.
 
방금 언급한 전제가 워낙 공공연해서 금방 잊는다. 또 인간은 합리화를 잘해서 곧잘 다른 탓으로 돌린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진득하게 붙잡고 있는 경우가 드물어진다. 나의 경우, 한창 시를 습작할 때, 공모전 몇 번 시도해보고 ‘난 재능이 없어’ 자책하며 그만두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 중고등학생 때는 소설 습작이 5장을 넘지 못했다. 얼마 쓰고는 지쳐서 그만두었다. 열정은 가졌으나 끈기는 전혀 없었다. 그나마 있는 열정도 전기 주전자 같았다. 잠깐 끓었다가 식어버리는. 그러니까 나는 ‘그릿(Grit)’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마도 이런 과거가 나에게 이 책을 읽게 했다고 생각한다.
 
※그릿이란?
 
분야에 상관없이 대단히 성공한 사람들은 굳건한 결의를 보였고 이는 두 가지 특성으로 나타났다. 첫째, 그들은 대단히 회복력이 강하고 근면했다. 둘째,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결단력이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갈 방향도 알고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점은 열정과 결합된 끈기였다. 한마디로 그들에게는 그릿grit이 있었다. - p.29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은 마치 재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들을 대중이 접할 때는 이미 전문가가 된 후여서 그렇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 실력을 갈고닦아 탁월함을 갖춘다. 넘어져도 일어나고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며 계속해서 정진한다.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진짜 천재일 수도 있다. 아직 재능이란 존재는 확실히 규명된 게 아니니까. 하지만 저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노력이 없다면 크게 의미 있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그녀의 계산법은 이렇다. [성취 = 재능×노력²] 즉, 질과 양으로 성공을 판단한다면 끝없는 연습을 통해 재능을 타고난 사람과 동일한 기술 수준에 이른 노력형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p.81)
 
※그릿은 성장한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성공한 사람만 그릿을 가진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해보자. 사람은 누구나 관심 분야가 다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게임 내에서 계속 죽거나 패해도 다시 한다. 여행 매니아는 A지역에 실망했다고 B지역을 안 가지 않는다. 나는 민음사판 『롤리타』를 3만원에 샀는데(문학동네로 저작권이 넘어간 줄 몰랐다) 그렇다고 책구매가 재미없지 않다. 오히려 이런 실수가 나의 책구매 개념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분야가 다를 뿐이지 누구에게나 그릿은 존재한다.
 
그릿은 누구에게나 존재함은 물론 더욱 성장한다. 저자가 친절히 제시한 그릿 척도로 나의 그릿을 측정했다. 일독한 3월 8일에는 3.7점, 50%에 조금 못 미쳤다. 약 2개월 후 다시 측정한 점수는 3.9점으로 60%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내 경험과 더불어 저자의 주장처럼 지금 당장 그릿이 없든 낮든 간에 노력하면 점수는 변화한다. 여기에는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관심, 연습, 목적, 희망이 그것이다.
 
※희망
 
희망은 나머지 세 요소 모두에 필요하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희망이 없다면 그릿은 의미가 많이 퇴색된다. 우리가 과정을 견뎌내는 이유는 지금보다 더 나아지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고방식이 어떠냐가 중요하다. 『마인드셋』의 저자 캐럴 드웩에 따르면 어떤 인생의 관점을 택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능, 인격, 재능 등 인간의 자질이 이미 정해져 있어 변하지 않는다는 ‘고정형 사고방식’과 지금 내가 가진 능력은 성장을 위한 초석에 불과하며 노력과 전략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는 ‘성장형 사고방식’이 두 가지 관점이다.
 
만약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내가 공모전 몇 번의 떨어짐으로 시를 포기한 것처럼 자신에게 필요한 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단정할 것이다. 당연히 끈기 있게 도전할 리 만무하다. 반대로 성장형 사고방식은 실패에서 배울 점을 찾고 더 나아지는 방법을 연구한다. 필요하다면 조력자를 찾아가 조언을 구해서라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 두 관점은 완전한 이분법이 아니다. 대부분 내면에 성장형 사고방식과 고정형 사고방식이 나란히 존재한다. 언행불일치를 범하기 쉽다. 이럴 때는 고정형 사고방식의 실수를 순순히 인정하고 앞으로 조심하면 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잘 다독일 수 있으리라.
 
휴스가 연락을 해온 이유 중 하나는 그릿 척도의 한 문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실패해도 낙담하지 않는다’는 문항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것 말이 안 돼요. 실패했는데 낙담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나는 낙담이 되던데요. ‘나는 실패해도 오랫동안 낙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258
 
※관심
 
실험해보라! 시도해보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분명 많이 배우게 될 것이다! - p.161
 
우리는 보통 관심이 생겨야 어떤 일을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해라, 열정을 좇아라, 라는 말이 방증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나온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없는데요.” 그럴 수 있다. 관심이나 흥미가 안 생기는데 어떻게 좋아할 수 있고, 열정을 가질 수 있을까. 그래서 저자는 반대로 해보길 제시한다. 어떤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흥미나 열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 일이 본인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것 같다. 직접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적재산이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이 사람에 따라 쉽지 않다. 고정형 사고방식에 소심했던 나의 직접경험은 극심한 가뭄의 땅과 같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은 있다. 부끄러운 실력이지만 글쓰기에 내 나름의 열정을 쏟고 있다. 이외에도 역사, 영어, 뇌과학, 자기계발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다. 요즘은 나처럼 직접경험이 바닥이어도 관심을 찾는 방법이 많다. 그중에서도 내 취향은 독서이다. 책의 장르와 양이 워낙 많아 질리지 않으면서 깊이 사고할 기회를 준다. 직접경험이 어려울 때 간접경험을 많이 쌓아두면 좋다. 그중에서 자신의 관심을 끄는 무언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연습
 
“시도하고 다시 시도해도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시도하라.”는 그린베레의 신조도 새겨들어야 한다. - p.104
 
잘못된 연습과 노력은 독약이 될 수 있다. 내 경험으로도 그렇다. 나는 영어 듣기가 전혀 안 된다. 고등학생 때도 영어 듣기 때문에 영어를 포기했다. 계속 들으면 들린다는 친구와 교사의 말에 등하교 버스와 시간이 날 때마다 듣기 파일을 들었다. 그러나 들리기는커녕 영어가 싫어져 때려치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연한 결과다. 단어를 모르니 들어도 모를 수밖에.
 
올바른 연습 방법은 ‘의식적인 연습’이다. 의식적인 연습이란 반성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를 통해 지금의 연습이 목표와 방향이 같은지, 얼마나 제대로 했는지, 잘못한 부분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등을 ‘의식’하며 진행하는 것이다. 이 개념을 만든 안데르스 에릭슨의 『1만 시간의 재발견』을 보면 3F가 나온다. 연습 시간 동안 집중(Focus)하고 피드백(Feedback)을 한 뒤, 그 피드백에 맞게 수정(Fix it)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반복하며 오랜 시간 연습했을 때에야 비로소 해당 분야의 전문가적인 면모가 드러나게 된다.
 
※목적
 
자신의 일을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행운아들은 “내 일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준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 직업과 전반적 삶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은 듯 보인다. - p.204
 
그릿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목적이 세상과 밀접하다고 여긴다.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열정의 지속성을 이끌어낸다. 자신의 행동에서 보람을 얻기 때문이다. 어느 기금 모금 부서의 직원들은 기부금 조성에 열정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장학금 수혜자가 직원들의 수고 덕분에 학업을 마치고 유학도 갔다 왔다는 사연을 듣자 직원들이 조성하는 기금 규모가 세배 늘었다. 수혜 학생에게 직접 사연을 들었을 때는 그런 학생들을 위해 더 많은 기부금을 받아야겠다며 고무되었다(『오리지널스』 8장 참조).
 
‘이기적 이타주의자’는 그릿의 성장을 돕는 최고의 목적이다. 남을 위해서 내 이득을 취하는 사람을 그렇게 부른다. 소위 ‘배워서 남 준다’ 전형이다. 나도 서평을 쓸 때 누군가에게는 도움 되겠지, 라는 생각을 가진다. 그러면 하기 싫다가도 어찌어찌 계속 쓰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일이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다른 사람 역시 나를 도와준다. 이런 마음가짐은 꾸준함을 지속시킨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자
 
“내가 보이게 투지를 기르는 어려운 방법과 쉬운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어려운 방법은 혼자 투지를 기르는 거죠. 쉬운 방법은 인간의 기본 욕구인 동조 욕구를 활용하는 거고요. 투지가 강한 사람들 곁에 있으면 본인도 더 투지 넘치게 행동하게 되거든요.” 그(댄 챔블리스)는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 p.323
 
그릿은 다른 말로 하면 ‘졸꾸 정신’이다. 졸꾸는 ‘졸려도 꾸준히’의 줄임말로 내가 존경하는 신영준 박사가 만든 단어이다(어원은 ‘졸라 꾸준히’였지만 대중성을 위해 순화했다고 한다). 나는 졸꾸 정신을 되새기면서 동기부여를 한다. 하지만 인생의 전제조건처럼 쉽지 않다. 이런 마음을 물리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문화 합류이다. 그러니까 졸꾸하는 사람들 무리에 노출되는 것이다. 나는 올해 2월부터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해 지금은 습관이 되었다. 매일 독서 한다. 물론 간혹 읽기 귀찮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빡독 경험이나 독서 후 서평 쓰는 블로거분들을 떠올린다. 독서모임 씽큐베이션 2기 모집도 죽은 의욕을 되살린다. 분야는 달라도 세상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간다고 생각하면 지쳐도 힘이 나지 않을까.
 
그릿은 나침반이다. 나침반은 만들고 방향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제대로 맞춰지면 길고 구불구불한 길에서 원하는 곳으로 끝까지 길을 안내해준다.(p.92)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해서는 그릿뿐 아니라 인격, 지식, 실력 등도 키워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나로서 온전해야 방향을 꿈꿀 수 있다. 그러려면 우선 그릿부터 키워나가야 한다.
 
내 딸이 내게 “엄마, 나는 절대로 모차르트가 될 수 없으니까 오늘 피아노 연습을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대답해줄 것이다. “너는 모차르트가 되려고 피아노를 연습하는 게 아니란다.” - p.3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