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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도리스 키언스 굿윈 지음, 강주헌 옮김 / 커넥팅(Connecting) / 2020년 3월
평점 :
630여 쪽의 분량을 자랑하는 미국의 역사 속 4명의 대통령 이야기로, 혼란스러운 정국에 그들은 어떻게 리더로 자리매김했고, 어떻게 시대를 이끌었는가를 3부로 풀어낸 책이다. 익숙지 않은 이야기여서 쉽지 않은 독서가 되었으나, 시국이 시국인 만큼 보람차고 울림이 강했다. 저자 도리스 컨스 굿윈이 대표로 뽑은 미국 대통령 4명, 즉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그리고 린든 존슨을 주제로 다뤘다. 이들은 각자의 삶에서 주변의 영향을 받아 정계에 뛰어들었고, 역경을 극복하며 시대의 어려움에 때로는 정면으로, 때로는 우회해서라도 맞섰다. 종국에는 목표한 바를 이루었고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다.
처한 상황도, 해결한 방법도, 쌓은 업적도 달랐지만 한 권의 책으로 묶인다는 것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시도 자신의 역량 키우기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링컨은 ‘무언가가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p.31)’ 어떻게서든 책을 빌려 읽었고, 잠깐의 쉬는 시간에도 책을 한두 쪽이라도 읽었다. 농부였던 링컨의 아버지는 아들의 공부가 못마땅해 책을 찢고 채찍질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링컨은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장차 법학 지식이 정치에 도움이 된다는 걸 깨우치자 법 공부에 매진했다. ‘필요에 의한 독학자였던 링컨은 철저히 혼자 공부했다. 낮에는 측량사와 우체국 직원으로 일했고, 밤에는 판례와 사례를 읽고 또 읽었다.(p.42)’ 2년의 짧은 하원의원 생활이 끝난 정치 공백 동안 링컨은 변호사로 쉴 틈 없이 일하면서도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수학적 개념을 몰라 대화가 안 된다면 ‘그 뜻을 파악할 때까지 그 말을 머릿속에서 굴리고 또 굴렸다. …… 마침내 “유클리드 기하학을 거의 완전히 익혔다.”라고 자랑스레 주장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p.197)’ 그뿐 아니라 모두가 잠든 뒤에도 촛불에 의지해 몇 시간 동안 독서하고 공부했다.
시어도어(구분을 위해 이름을 씀)는 천부적 능력으로 얻은 성공이 아닌 ‘야망과 근면과 끈기로 평범한 자질을 특별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개개인의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성공(p.55)’을 믿었다. 천식으로 몸이 약했던 그는 아버지의 보살핌에 힘입어 육체 운동 대신 책과 글쓰기에 집중했다. 링컨과는 다르게 쉽게 책을 구할 수 있었지만, 독서 습관만큼은 그에 뒤지지 않았다. 병약한 어린 시절이 지나면서 그는 체력 키우기에 온 힘을 쏟았다. ‘천천히, 지루할 정도로 천천히 테디(시어도어 애칭)는 체력을 키우며 몸을 바꿔 나갔다.(p.62)’ 하버드 입학을 준비하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은 법이 없었고, 어떤 일을 미루는 습관을 죄악시했다. 한때의 오만함으로 정계의 공백을 겪는 동안 시어도어는 우울증에 빠졌다. 그러나 그 시기에도 무력하게 머무르지 않았다. 체력이 한계에 다다를 것만 같은 격한 활동에 도전했다. ‘목장 일과 카우보이들과 나누는 동료애, 지속적인 글쓰기로 그는 잡생각을 떨쳐냈고, 마침내 밤에도 그럭저럭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p.234)’ 우울증에서 회복되자 시어도어는 ‘불굴의 용기’를 지닌 사람이 되었다.
프랭클린은 링컨이나 시어도어와 다르게 스스로 할 일을 찾거나 하지 않았다. 부모의 적극적인 보살핌을 받으며 외면과 내면이 성장했다. 그는 ‘어렸을 때 남다른 직관적 능력과 대인관계지능, 즉 상대의 의도와 동기를 이해하는 능력으로 부모의 의도와 바람을 읽어냈고, 금격히 변한 가족 분위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다. 이 능력은 그가 그 후로도 꾸준히 개발하고 함양한 재능이었다.(p.95)’ 그렇다 보니 그는 독서보다 경청으로 배운 바가 더 많았다. 또한, 우표수집을 통해 관련된 이야기를 배웠고, 그 단편적 지식을 엮어 자신만의 그림으로 만들었다. 우표에 그려진 형상, 발행된 장소 등을 통해 프랭클린은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백과사전을 뒤적이며 프랭클린은 그 국가와 국민 및 역사까지 공부했다. 백과사전을 읽는 동안 이해되지 않는 단어가 눈에 띄면 웹스터 사전을 머리맡에 가져와 읽었고, 한때 어머니에게 “거의 절반”을 읽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p.97)’ 해군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하버드에 진학한 후에 해군사에 관련된 책을 수집해 읽었다. ‘그렇게 수집한 책이 무려 2,500권에 달했다.(p.118)’ 축적한 해군 지식은 훗날 해군성 차관보가 되었을 때 미국 해군을 세계 최고로 만드는데 크게 일조했다.
린든 존슨은 매우 영리했지만 집중력이 약했다. 그 탓에 폭넓은 독서가가 되지 못했고, 학업 성적이 좋지 않아 항상 열등감에 시달렸다. 대신 그는 활동적이었다. 진학한 대학교에서 정책으로 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주었는데, ‘린든은 열정적으로 일하며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쓰레기를 치우는 게임을 하기도 했다.(p.141)’ 그 덕분에 학교 총장인 세실 에번스의 방이 있는 건물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린든 존슨은 ‘성공하려면 선두권에 있는 사람들과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대상으로 에번스 총장을 노린(?) 것이다. 마침내 대화의 기회를 얻었고, 그는 총장의 심부름꾼 역할을 자처했다. 여기서 그의 영리함이 발휘되었다. 단순한 심부름꾼이 아닌 자신을 총장과 통하는 연결통로로 확장했다. 린든 존슨은 권력이 있는 자리에 앉자, 모든 일에는 해결책이 있다고 굳게 믿으며 해결을 위해 부하직원들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부하직원들은 죽을 맛이었어도 그만두지 않았다. ‘존슨이 남달리 근면했다는 점과 직원들 사이에 중요한 능력을 학습하며 중대한 소명에 참여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는 점(p.162)’이 그 이유였다.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는 상사였던 것이다.
4인의 리더들은 자신의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개선해나갈 방법을 연구했다. 기회를 마냥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가 찾아 나섰다. 당장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언젠가 마주하게 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부지런히 준비했다. 그 결과, 그들에게 작용한 운을 극대화시켰고,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해결책을 내릴 수 있었다. 또 그 과정에서 유연한 사고방식은 반대파와 국민을 설득했다. 그리고 항상 겸손했다. 자신과 적대관계라고 해서 비난하거나 업신여기지 않았다. 물러설 수 없는 선택에서는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때로는 실리적 거래도 하면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끌고 왔다. 솔선수범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에 중점을 두고 해결을 위해 발로 뛰었다. 핵심 인물은 본인이 직접 독대해 설득했고, 진행 과정을 꼼꼼이 확인했다. 그리고 횟수와 장소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국민에 대한 연설을 주저하지 않았다. 연설이 약점이었던 린든 존슨조차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구성해 훌륭한 연설을 남겼다. 어느 한 사람도 상황을 피하지 않았다.
그 결과, 링컨은 남북전쟁에서 승리해 노예해방을 선언했다. 시어도어는 미국 전역에 영향을 끼친 탄광 파업을 해결했다. 프랭클린은 지금도 자주 회자 되는 대공황을 극복했다, 린든 존슨은 인종차별을 물리치고 시민권 정책을 이뤄냈다. 이들의 업적은 역사에 길이 남아 그 시공간과 한참 떨어진 나에게까지 닿았다. 그들의 실패 또한 존재했지만, 그마저도 그들은 인정했기 때문에 더 높은 평가를 받는 듯하다. 패인을 분석하고 점검하여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냈다.
존경해야 할 인물임은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그 이유를 잘 몰랐다. 그냥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하니까 그러려니 했었다. 과거의 나를 반성하게 된다. 4인의 리더들의 행보를 읽으면서 존경의 이유는 물론, 내가 어떤 리더를 따라야 좋을지도 알게 되었다. 혹은 내가 리더의 자리에 오른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에 대한 가늠자 역할도 된 책이다. 비록 미국 역사 속 인물들 이야기였지만, 인간적으로 본받고 싶다.
판데믹이 선언되고 주가가 폭락했다. 각국의 정부는 입국 금지를 조처하며 빠른 진단과 치료에 힘쓴다. 주식과 채권으로 돌아가는 경제가 시작하고부터 전 세계를 하나의 질병이 뒤덮어 경제 마비를 불러일으킨 것은 역사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인 듯하다. 그야말로 전례 없는 혼란이 도래했다. 과연 이 혼란을 타개할 리더가 탄생할까. 마음 한편으로 간절한 바람을 빌어본다.
P.S – 개인적으로 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가장 존경하게 되었다. 그 낙천적인 성격, 꼭 본받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