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회사의 마케터 매뉴얼
민경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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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는 나는 집에서 뒹굴고 있느니 책으로나마 직업 탐방을 시도했다. 그 첫 번째 책은 민경주의 가난한 회사의 마케터 매뉴얼이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이렇다. 아무것도 모른 채 구직 사이트 희망 직종란에 마케팅을 추가했다. 가장 많이 들어봤던 직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나는 마케팅을 내부에서 상품 파는 직종으로 이해했다. 외부에서 팔면 영업이고. 그러나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두루뭉술하기 그지없었다. 도대체 마케터는 뭐 하는 직업이람? 이 질문이 책을 펼치게 만들었다.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게 설명할 수 있겠지만 저는 관계의 조율을 위해 마케터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 p.19

 

사전에서는 제품을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이전하기 위한 기획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니까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중간 과정을 짜는 일이 마케팅인 듯하다. 너무 광범위한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저자 역시 마케팅의 정의는 명쾌하게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분야마다, 사람마다 마케팅의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생각한 마케팅의 정의도 마냥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무튼 그런 모호한 일을 하는 게 마케터이고, 저자는 관계의 조율이 마케터의 역할이라고 한다. 회사와 고객 사이를 가깝게 만드는 것이다. A라는 회사가 있음을 고객에게 알리고, 고객이 A에는 뭐가 있는지 들여다보게 하며, 고객에게 A의 상품을 홍보한다. 그리고 고객의 요구 조건에 A의 상품을 맞춘다.

 

결국 마케터는 쉽게 말해서 고객과 기업을 이어주기 위해 고객에게 끝없이 추파를, 꽤 기술적이고 논리적으로 날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 p.21

 

여기서 더 나아가 상사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자본주의 노예라거나 순종하라는 뜻은 아니고, 좋은 실적을 내기 위해서이다. 내 직급이 높다면 내 결정이 곧 회사의 결정이겠지만, 말단이라면 상상 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상사가 어떤 생각인지 알아야 방향성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 상사의 생각과 마케터의 생각이 따로 놀면 회사생활에 커다란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상사의 마음을 헤아리는 노력은 나의 이미지 메이킹에도 좋다고 한다. 그들에게 질문했을 때,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뭔 소린지 모를 대답을 하고 사라질 수도 있지만, 질문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의욕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기게 된다. 나도 그렇듯 상사 역시 그냥저냥 일하는 직원보다는 의욕 있는 직원과 일하고 싶을 것이다. 다만, 저자는 이직을 고려해야 할 상사도 있음을 경고한다. 질문했을 때 무시하는 태도로 화를 내는 상사.

 

비단 상사에게 질문하는 행위는 좋은 관계 형성에서 그치지 않는다. ‘뒤탈 방지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때 xx(상사)이 이러이러하대서 저러저러했다.’라는 증거가 된다고. 잘 사용하면 강력한 카운터 펀치가 되지만, 남용하면 미운털이 박힌다고 하니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겠다.

 

대충 마케터는 이런 환경 속에서 콘텐츠 제작광고와 홍보를 한다. 전자에는 영상, 카드 뉴스, 정보 글 등 SNS 콘텐츠 제작이 있고 누가 접근했는지 유입 분석 등을 한다. 후자에는 다른 회사와 제휴를 맺거나 기획 기사를 의뢰하거나 고객사에 이메일을 뿌린다. 수월하게 진행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태반이다. 작은 회사의 마케터는 고객의 불만 전화에 시달리기도 하고, 다른 부서와 책임론으로 다투기도 하고, 기껏 열심히 해놓고 대우를 못 받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멘탈 관리 방법도 제시해준다. 마지막 마케터 일의 핵심은 정리에 있다. 콘텐츠와 광고, 홍보의 결과를 정리해두면 연봉 협상 등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힐 수 있고, 다음 작업에도 요긴하게 써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과 실제가 다르듯, 책과 현실은 다르다. 아니, 다를 수밖에 없다. 현실은 나의 경험이고 책은 저자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케팅 직종을 추가해놓고 하나도 모를 때보다 조금은 어떤 일인지 알게 되었기에 나에게 이로운 책이었다. 이제 구직 사이트에 접속에서 희망 직종란의 마케팅을 삭제해야겠다. 나랑 안 맞는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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