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의 모든 것 - 스탠퍼드 교수가 가르쳐 주는
니시노 세이지 지음, 김정환 옮김 / 브론스테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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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수억 년간 진화하면서 필요한 기능은 발달했고 불필요한 기능은 퇴화했다. 그러나 만물 공통점이 있으니, 잠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는 쪽으로 진화해왔다. 잠을 자지 않는 생물은 없으며 다만 그 행태가 다를 뿐이다. 잠을 자본 사람은 알겠지만(설마 평생 안 잔 사람이 있을까), 그 시간 동안 우리의 몸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깊이 잠든 비렘수면 구간에 누군가 위협을 가한다면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단 인간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생물이 그렇다. 그럼에도 잠을 잔다는 것은 그만큼 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전에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으며 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 서평에는 수면 부족으로 인한 온갖 부정적인 증상을 나열했는데, 개인적으로 간과했던 위험이 무시무시했기 때문이다. 경각심은 일깨워줬으나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잠에 대한 이론 중심의 책이어서 수면 방법이 부실하게 느껴졌다.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책이 니시노 세이지의 숙면의 모든 것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잘 자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수면도 파산 신청이 되나요?

 

인간에게는 일정한 시간의 잠이 필요하며, 그보다 짧으면 부족한 분량이 쌓인다. , 수면의 빚이 생긴다.” -p.47, 윌리엄 C. 디멘트 교수

 

수면 파산 신청을 하려면 할 수 있다. 죽으면 된다. . 당연히 이러고 싶은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계속 살기를 원한다면 수면은 파산 신청도, 개인회생도 되지 않는다. 그저 빚으로 남아 쌓이고 쌓일 뿐이다. 수면 부족이 장기간 쌓이게 되면 수면 부채로 일컬어질 정도가 된다. 내가 지난 서평에 나열했던 부정적인 증상들 역시 수면 부채가 가져오는 결과들이었다.

 

재정적으로 부족은 금세 회복할 수 있지만, 부채는 쉽지 않다. 수면 역시 마찬가지다. 하루 이틀의 수면 부족은 하루 이틀 푹 자면 회복한다. 반면, 장기간의 결과로 쌓인 수면 부채는 주말에 온종일 잔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젊고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4주간 수면 시간을 측정한 실험에 따르면, 실험 전 평균 수면 시간 7.5시간이었던 피험자들이 생리적으로 필요해 보이는 평균 수면 시간 8.2시간이 되기까지 무려 3주나 걸렸다고 한다.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약 40분이라는 수면 빚이 있었던 셈이다. 40분을 청산하는데 3주나 걸리니 이보다 더한 수면 부채는 감당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수면 부채를 해결하라면 자는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인으로 살면서 위 피험자들처럼 내리 몇 주간 잘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아니, 저렇게 잔다고 해도 이미 쌓인 수면 부채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평상시에 숙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숙면의 3원칙

 

(시간)이 충분할 것 양질의 수면일 것 개운하게 깨어날 것 p.54

 

일단 기본적으로 수면 시간을 채워야 한다.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데, 이 책에서는 7시간을 추천한다. 매슈 워커의 책에서도 7~9시간 사이를 언급했으니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시간을 자면 되겠다.

 

사실 가장 어려운 게 번과 번이다. 미취업자인 나로선 번은 잘 채우고 있지만, 그 외의 것이 쉽지 않다. 워낙 그 조건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저자는 최초의 비렘수면을 강조한다. 수면의 주기는 대략 90분 간격으로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반복되는데, 우리가 막 잠들었을 때는 비렘수면으로 직행한다. 최초의 비렘수면 구간에서 성장호르몬 분비가 활성화 된다. 성장호르몬은 세포의 증식, 정상적인 대사의 촉진 등을 담당한다. 말하자면 노화 방지(안티에이징)에 매우 중요하다.(p.56)’ 또한 수면의 첫 90분에 깊은 수면이 확실하게 나타나는 정상적인 패턴의 경우, 성장호르몬이 분비될 뿐만 아니라 부교감신경이 원활해져서 자율신경의 균형이 잡히고 뇌의 노폐물 청소와 면역 기능의 활성화도 활발해진다.(p.57)’ 그렇다고 해서 다른 수면 구간을 소홀히 대해서도 안 된다. 갓 잠들었을 때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지, 그것만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니까 말이다.

 

최초의 비렘수면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수면압 방출이다. 정상적인 패턴, 그러니까 해가 뜨고 지는 패턴에 하루 주기 리듬이 맞춰져 있다면 수면 초기에 수면압이 강하고 새벽녘부터 슬슬 약해져 날이 밝는 시간에는 몸이 깨어날 준비에 들어간다(참고로, 크로노타입에 따라 하루 주기 리듬은 다르다.). 그러나 수면 패턴이 흐트러져 있으면 최초의 비렘수면에서 수면압 방출이 원활하지 않아 일어나도 개운하지 못한 것이다. , 최초의 비렘수면이 보장되어야 후반부 수면 패턴이 안정되기 쉬워진다.

 

숙면의 방법

 

수면 시간만큼은 철저히 사수하고, 깨어 있는 시간 중에서 시간 낭비를 줄여야 한다. - p.129

 

충분히 자고, 잘 자고, 잘 일어나야 하는 것은 알겠다. 아니, 그건 누구나 안다. 문제는 역시 방법이다. 어떻게 해야 3원칙을 지킬 수 있을까. 우리가 잠을 줄이는 이유는 대개 시간과의 싸움 탓이다. 할 일은 더럽게 많은데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엿 같은 세상……이라고 비난해 봤자 안 바뀌니까 최소한 잠만큼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자. ‘나는 수면 부족으로 큰 사고도 일으키고 사회적 물의도 빚고 병을 앓으면서 괴롭게 죽는 게 꿈이야라고 하는 사람은 패스, 아니라면 다른 어떤 시간보다 수면 시간을 먼저 챙겨야 한다. 자는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솔직히 무용지물 같다. 번을 기억하자.

 

수면 시간이 확보되었다면 이제부터 숙면을 준비해야 한다. 일단 햇빛을 보자. 체내 시계는 하루 주기 리듬을 가지고 있지만, 24시간보다 약 12분 더 길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차는 누적되어 점점 더 벌어진다. 이때 망막에서 햇빛을 감지하면 체내 시계는 밀려난 시간을 수정해 바로잡는다.

 

다음은 잠들기 전 인공적인 빛을 피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밤이 되면 멜라토닌을 분비해 체내 시계에 잘 시간임을 알린다. 이 신호를 받은 체내 시계는 수면압을 올려 졸리게 만든다. 그러나 이 호르몬은 빛을 느끼면 분비가 억제된다.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폰, TV, 컴퓨터 모니터, LED 전등의 빛이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는 것이다. 특히 이 빛은 블루라이트라고 불리며 푸른 계열의 단파장으로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망막까지 도달하기 쉽다고 한다. 그러므로 잠들기 전에는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렇다고 마냥 나쁘진 않다. 이를 역이용하면 하루 주기 리듬을 정상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위에서 말한 햇빛에도 블루라이트가 포함되어 있어 체내 시계가 초기화되고 잠이 깨는 것이다. 낮에 햇빛을 받기 어렵다면 강한 블루라이트를 쐬어 체내 리듬을 유지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심부 체온을 내리는 방법이다. 낮에 활동할 때는 심부 체온이 높고, 잘 때는 심부 체온이 낮아진다. 뇌에는 굵은 동맥이 있어 심부 체온과 똑같이 온도가 변한다. , ‘심부 체온과 뇌의 온도가 내려가면 졸음이 온다. 반대로 심부 체온과 뇌의 온도가 높은 상태이면 졸음이 잘 오지 않는다.(p.87)’ 하지만 심부 체온은 잘 낮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격한 운동을 하거나 입욕을 하고 나오면 기분은 개운할지 몰라도 잠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운동은 낮에 하거나 잠들기 2~3시간 전에 끝내는 것이 좋고(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참고), 입욕은 90분 전에 마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족욕 또한 좋은 방법이다. 손발이 따뜻해지면 피부 온도를 높여 열 방출이 잘 되게 해서 심부 체온이 낮아진다.

 

만약 냉증이 있어 양말을 신고 잔다면 주의해야 한다. 안 그래도 열이 잘 방출되지 않는 체질인데 양말을 몇 겹씩 신으면 더욱 열이 방출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이런 사람은 족욕으로 발을 데워서 혈관을 열어 잘 방출되는 상태로 만든 다음 양말을 신지 않고 자는 편이 좋다. 자기 전에 이불 속을 데워놓아도 좋을 것이다.(p.170)’ 나도 밤이 되면 발이 얼음장 같다. 그래서 요 며칠간 자기 전에 발바닥을 주물러 따뜻하게 만들었더니 평소보다 빨리 잠드는 느낌이었다. 기상 후 정신이 맑아지는 시간도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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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침구류, 수면제, 수면장애 등의 다양한 정보가 있다. 나에게 그다지 해당 사항이 없어서 소개하지 않았다. 잠의 메커니즘이나 이론이 더 궁금하면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시간은 없고 잠은 궁금하다 싶으면 이 책으로 대신해도 괜찮겠다.

 

우리 인생의 3분의 1은 잠이 차지한다. 너무 많이 차지하는 것 같은가? 여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라 밝혀진 사실이 많지 않지만, 이미 밝혀진 영역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를 거슬렀을 때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내일도, 모레도, 죽을 때까지 건강하려면 우선 숙면부터 이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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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 매주 1시간 투자하여 최상의 기억력, 생산성, 수면을 얻는 법
톰 오브라이언 지음, 이시은 옮김 / 브론스테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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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걱정을 달고 산다. 다양한 걱정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건강에 대한 걱정이다. 아직까진 앞자리 숫자가 2지만 얼마 안 있어 3이 될 것이고, 순식간에 4, 5, 6 팍팍 바뀌리라. 돌이켜보면 항상 짧았던 게 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대비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든다.

 

나는 건강 문제를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한다. 하나는 내가 아프다는 자각을 지닌 병세(病勢)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아픈지도 모르는 상태다. 기억과 관련된 질환을 제외한 모든 병은 전자에 속하고, 기억과 관련된 모든 병은 후자에 속한다. 전자는 그나마 낫다. 나로 인해 주변 사람이 힘들어도 내가 그 사실을 알고 미안해하고 고마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밝은 쪽으로 반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후자는 다르다. 내가 기억하지 못한다면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나로 인해 고생을 하더라도 나는 모른다. 모른 채 매 순간 피해를 줄 뿐이다. 상호작용 없는 일방적 보살핌은 박탈감을 생각보다 빨리 가져올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으로 살다 죽고 싶지 않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병은 후자에 속한 뇌 질환이다. 예를 들면 치매 같은 질환. 그래서 뇌 건강에 관한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가까운 교보문고 재고를 수시로 확인했다. 재고가 확인되자마자 나는 즉시 구매했다. 기능의학 전문가인 톰 오브라이언 박사의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는 자가면역을 중심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게 도와준다. 쉽지 않은 내용이라 내가 알아들은 만큼만 적어본다.

 

자가면역이란 면역계가 자신의 뇌와 체내 기관, 조직을 공격하는 상태를 말한다.(p.31) 우리 몸에 테러범(항원)이 들어오면 면역계는 항원을 처리하기 위해 방범대(초기 면역)를 보낸다. 그러나 방범대가 막지 못하면 면역계는 그보다 강한 특공대(항체)를 파병해 초토화시킨다. 이것이 염증 반응이다. 염증은 우리 몸을 정상화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문제는 이렇게 생긴 항체는 임무를 마쳤다고 바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잔당이 남았는지, 혹은 또 쳐들어오는 적이 없는지 감시하기 위해 몇 날 며칠이고 남아 경계근무를 한다. 즉 염증 반응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항원이 더 생기면 염증은 더 강화되고 일련의 통제를 벗어나 멀쩡한 세포를 공격하는 지경에 이를 수가 있다. 이때부터 병은 시작된다.

 

가장 큰 면역계, ()

 

전체 면역계의 70%가 장에 모여있다. 우리 몸이 이렇게 설계된 것은 건강에 가장 큰 위협이 발생하는 곳이 장이기 때문이다. - p.78

 

우리 몸 전체에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는 미생물 군집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뇌의 약 2배에 달하는 무게로, 면역세포와 같이 장벽 표면에 위치해 영향을 끼친다. 마이크로바이옴 구성물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에 따라 건강한 면역 반응을 형성할 수도, 몸을 질병에 취약한 상태로 만들 수도 있다.(p.82) 좋은 박테리아와 나쁜 박테리아가 균형 잡힌 상태로 있지만, 섭취하는 음식물이나 약에 의해 균형이 깨졌을 때 면역세포를 조절해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만약 나쁜 박테리아의 세력이 강해지면 장 누수를 유발하는 염증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소장의 융털이 영양분을 가려가며 흡수하는데, 이때 장벽(腸壁)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크기의 분자만 영양소로 올려보내고 큰 분자들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나쁜 염증은 이 방어벽을 허물어 흡수 가능한 영양소보다 큰 분자가 통과하여 혈류를 따라 돌아다닌다. 이것이 장 누수이다. 면역계는 큰 분자를 제거하기 위해 몸 곳곳에 염증을 일으킨다. 그러면 뇌와 신체 전반에 염증이 증가하여 알츠하이머병, 불안, 기억력 상실, 뇌 안개, 감정 기복 등이 나타날 위험이 높아진다.(p.83)

 

장과 뇌는 양방향성이라 한쪽이 안 좋으면 다른 쪽도 안 좋아진다. 뇌에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으로 1개의 메시지가 내려갈 때마다, 장에서 뇌로는 9개의 메시지가 올라온다.(p.84)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뇌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장내 미생물군 수치를 감소시키고, 감소된 마이크로바이옴의 영향은 뇌로 전달되어 우울증과 같은 증상을 앓게 된다. 반대로 나쁜 음식물을 섭취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불균형을 초래한 영향이 뇌에도 끼치는 것이다. 즉 뇌로는 좋은 생각을 하고 장에는 좋은 음식을 보내야 한다는, 다소 뻔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

 

장 누수가 뇌에 영향을 끼칠 때 섭취한 음식물이 분자 모방을 일으키면 사태는 더 악화된다. 분자 모방이란 장벽을 통과한 항원이 A-A-B-C-D 분자구조를 가졌다면 항체는 이를 없애면서 비슷한 구조의 멀쩡한 세포도 공격하게 만든다. 이러한 분자 모방이 뇌에서 일어난다면 뇌 질환의 비중이 높아짐은 자명한 결과인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우리 몸의 또 다른 면역계인 교세포가 혈액뇌장벽에서 걸러내지만, 장 누수와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혈액뇌장벽이 손상되면 뇌 누수가 발생한다.

 

*뇌 누수, 혈액뇌장벽 손상

 

혈액뇌장벽이라는 이 방어벽의 주된 역할은 큰 분자들이 혈액을 통해 뇌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뇌의 거름망은 소장의 거름망에 비해 훨씬 미세하다. 그런데 장 내벽이 찢어지면 창자가 새어나올 수 있듯, 뇌의 거름망이 찢어지면 뇌가 새어나올 수 있다. 학자들은 이렇게 찢어진 상태를 혈액뇌장벽 손상(Breach of the Blood-Brain Barrier)이라 하고, 나는 ‘B4’라고 부른다. - p.55

 

뇌가 새어나온다니 표현이 무섭긴 한데, 아무튼 그만큼 타격이 크다는 이야기다. 뇌 누수는 혈류를 타고 온 큰 분자 때문에 일어날 수도 있지만 다른 요인으로도 발생한다. 머리에 외상을 입는 경우 뇌 거름망이 조금씩 찢어진다. 과격한 운동으로도 뇌 거름망에 손상이 간다고 한다. 적당량의 운동은 뇌기능에 도움이 되고 혈액뇌장벽을 강화하며 혈류에 있을지 모를 종양 세포가 뇌 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다. 결국 균형의 문제이다.(p.55)

 

일단 혈액뇌장벽이 손상되면 당연한 얘기지만, 항체로 인한 염증도 발생하기 쉬워진다. 구멍 난 방어막은 막기는 어려워도 뚫기는 쉬우니까 말이다. 일반적으로 혈액뇌장벽은 4시간 이내에 빠르게 치료된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상처가 그렇듯 외상이 반복되면 B4가 유지되면서 거대 분자가 침투하게 되고 뇌의 면역계인 교세포가 반응하여 문제가 되는 것들을 공격한다. 생성된 항체는 거대 분자를 비롯해 손상된 세포와 분자 모방으로 인해 비슷한 세포까지 제거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독소가 침입한다면 새로 생성되는 뇌세포보다 죽는 뇌세포가 더 많아지고, 결과는 젊은 나이에 기억력이 안 좋아지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단 B4를 겪게 되면 뇌 안의 모든 조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당신이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독소에 노출되었으며 그 독소가 어디에 축적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유전적 특성을 물려받았는지가 당신의 약한 고리를 결정한다. 결국 그것이 당신이 걸리기 쉬운 가장 취약한 질병이 된다. - p.57

 

건강을 위한 시도

 

건강을 지키거나 증진시키기 위해서 저자는 건강 피라미드라는 사면체 구조를 제시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구조, 마음가짐, 생화학, 전자기장의 영역을 올바르게 쌓으면 나이가 들어서도 충분히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구조는 신체의 균형을 말한다. 올바른 자세와 적당한 운동으로 불균형 초래를 방지하는 것이다. 마음가짐은 말 그대로 긍정적 사고이다. 저자는 마음 챙김의 좋은 방법으로 명상을 추천한다. 생화학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의 균형을 이야기하고, 전자기장은 전자기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를 말한다.

 

전부 주의를 기울여야겠지만 한 번에 하자니 부담감이 컸다. 부담이 크면 금방 포기하게 되므로 저자의 말을 빌려, ‘꾸준히 안타만 쳐도 경기에서 이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하나씩 고쳐나가기로 했다. 토대가 되는 구조는 잠자는 자세부터 시도하는 중이다. 나는 심하진 않지만 거북목 증상이 있다. 나름 곧게 편 자세인데도 주변에서 자세 수정을 도와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목뼈는 원래 활처럼 구부러져 있는데, 거북목이나 일자목처럼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면 신경이 드나드는 통로가 좁아져 각종 몸의 메시지 전달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고치는 방법으로 수면 자세를 신경 쓰고 있다. 반듯한 자세로 누워 잠들려고 하며 목의 원래 굴곡을 위해 수건을 두툼히 말아 목에 댄다. 미치게 불편하지만, 책에서는 매일 밤 10분씩 시도해보라고 하기에 참고 매일 시도 중이다. 언젠가는 잠들 수 있겠지.

 

가장 예민하게 반응했던 부분은 생화학이었다. 이 책을 읽음과 동시에 밀과 유제품 섭취를 중단하고 설탕은 거의 안 먹는다. 밀과 유제품에는 우리 몸이 분해할 수 없는 단백질이 있다. 밀에는 글루텐, 유제품에는 카세인이다. 이 둘은 분자 모방을 일으킬 가능성도 지녔다. 자주 먹는 음식 종류도 아니고 과민반응이 나타난 적도 없지만, 안 먹으면 내 몸이 어떻게 되나 궁금한 마음에 안 먹는 것을 시도 중이다. 현재 일주일쯤 지났다. 밀과 유제품에는 쾌감 수용체에 들러붙는 요소가 있어 중독성이 있다. 그렇기에 갑작스레 중단하면 다른 중독 물질과 마찬가지로 금단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데, 내가 그런 상태를 겪었다. 며칠 동안(사실 지금까지도) 우울함과 예민함을 사방에 흩뿌렸다. 성격 탓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밀을 안 먹으면서 더 심해졌으니까……. 대충 한 달 정도 지나면 성격인지 아닌지 나올 테니 나의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밀과 유제품, 설탕 섭취를 멀리하면서 동시에 녹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몸의 내분비계 교란물질 독소를 해독하는 주요 방법은 메틸화라고 한다. 메틸화가 많이 일어날수록 더 많은 독소가 해독이 되는데, 메틸화에 가장 좋은 물질 중 하나가 녹차이다. 저자는 하루 세 잔을 목표로 하라고 말해서 나도 세 잔을 목표로 마시고 있다.

 

전자기장은 참 난감하다. 전자파와 질병은 인과관계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상관관계에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지금 세상에 안 쓸 수도 없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잠잘 때만큼은 내 몸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는 정도. 이 부분은 아직 마음을 못 정했다. 마음가짐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자주 우울해하고 걱정도 많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낙천적이라 금방 또 훌훌 털고 내 할 일 한다. 굳이 내 마음 챙김을 꼽자면 잠들기 전에 쓰는 일기가 감정 분리에 큰 도움을 준다. 의식의 흐름대로 감정이나 사건을 쭉 풀어 놓으면 그것들이 다시 떠오르거나 하지 않는다. 명상도 좋다고 하니 나중에 공부해볼 요량이다.

 

그 외에도 자가면역질환을 발생시키는 요소는 차고 넘친다. 이미 우리는 미세먼지라는 극악무도한 존재와 매일 인사하고 있다. 주유소나 공사장을 지나며 맡는 기름 냄새는 벤젠이다.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할 때 주는 플라스틱 제품은 비스페놀 A(BPA)이고, 혹여나 누군가 담배를 핀다면 연기에는 카드뮴이 담겨 있다. 오염된 바다에서 잡은 생선은 수은을 한가득 함유 중이다. 이쯤 되면 그냥 사는 게 지옥인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건강보다 큰 자산은 없다는 말이 있으니 한 번쯤 자신의 건강상태를 돌아보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식재료와 주의사항, 그리고 글루텐 프리 레시피까지 언급하고 있으니 참고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니, 이런 말 쓰기 전에 나도 틈틈이 다시 읽어야겠다. 그것이 내가 걱정하는 나의 뇌 건강을 지키는 길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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