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마음 창비청소년시선 36
이병일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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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더 구매할 생각은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시집 사는 돈이 아까워졌고,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재미도 없거니와 도대체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 건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시 읽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올해 정해진 기간 동안 새로운 교육을 들으면서부터는 독서 자체를 미뤘다. 그러다 보니 문학에 갈증이 생기는 순간이 더러 생겼다. 문학을 좋아해서 문창과를 진학했었으니 약간은 본능적인 갈구라고 여겼다. 그런 와중에 대학생 때 나를 시의 세계로 이끌었던 교수가 연락해왔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간단한 안부와 함께 본인 새 시집이 나왔다며 카톡을 남긴 것이었다. 때마침 심신이 지쳐서 구매해 읽어 보기로 결심했다.


청소년 시집인 『처음 가는 마음』은 한창 학창시절을 보내며 성장 중인 청소년을 화자로 삼아 그의 일상과 내면을 시로 풀어냈다. 평범한 언어와 평범한 상황이 대다수이며 메타포를 어렵게 해석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읽을 수 있는 시가 많다고 느꼈는데, ‘내가 알던 시가 이런 거였나?’ 싶은 의구심이 자꾸 샘솟았다. 하긴, 마지막으로 읽었던 시집 대부분은 현대시로 난해하기 그지 없는 종류였으니 이런 느낌을 받는 게 타당했다.


안타깝게도 시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지는 못했다. 여전히 시 읽는 재미가 전혀 없었고,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냐는 생각이 읽는 내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마음이 삭막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청소년이 힘들든지 말든지, 고민을 하든지 말든지 내 코가 석자인데 뭘 느끼고 자빠졌겠는가.


나중에 다시 읽는다면 좀 다를 것이다. 독서의 재미란 읽을 때마다 다르다는 점도 있으니까. 아무튼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까지 시집을 다시 읽는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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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소셜 애니멀>
저자 : 데이비드 브룩스
발췌 :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많은 지식을 유산으로 물려받는다. 우리가 물려받는 정보는 오랜 세월에 걸친 진화의 깊은 흐름에서 나오는데, 우리는 이것을 유전자라고 부른다. 수천 년 전에 등장한 정보를 우리는 종교라고 부른다. 수백 년에 걸쳐 전승되는 정보를 문화라고 부른다. 수십 년 전부터 전해진 정보를 가족이라고 부른다. 몇 년, 몇 달, 며칠 혹은 몇 시간 전의 정보를 우리는 교육이나 충고라고 부른다.(p.61)

사족: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친다. 큰 파도가 밀려올 때 서퍼가 되느냐 익사자가 되느냐는 본인이 할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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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켜는 사람 나희덕

 

심장의 노래를 들어보실래요?

이 가방에는 두근거리는 심장들이 들어 있어요

 

건기의 심장과 우기의 심장

아침의 심장과 저녁의 심장

 

두근거리는 것들은 다 노래가 되지요 

오늘도 강가에 앉아

심장을 퍼즐처럼 맞추고 있답니다

동맥과 동맥을 연결하면

피가 돌듯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지요

 

나는 심장을 켜는 사람

 

심장을 다해 부른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통증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지만

 

심장이 펄떡일 때마다 달아나는 음들,

웅크린 조약돌들의 깨어남,

몸을 휘돌아나가는 피와 강물,

걸음을 멈추는 구두들,

짤랑거리며 떨어지는 동전들,

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지나가는 자전거 바퀴,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와 기적소리,

 

다리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얼굴은 점점 희미해지고

 

허공에는 어스름이 검은 소금처럼 녹아내리고

 

이제 심장들을 담아 돌아가야겠어요

오늘의 심장이 다 마르기 전에

 

나희덕, 『파일명 서정시』수록, 창비시선 426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인 나희덕 시인의 시집 파일명 서정시로 다시 시를 읽어보기로 했다. 심장을 켜는 사람이라는 시를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부모는 모든 자녀의 스승이다.'

 

요즘 평생학습관에서 독서심리상담 수업을 듣는데, 나를 제외한 모두가 부모의 짐을 지고 계신다. 그분들께 매 수업시간마다 부모가 된다는 현실이 어떠한 일인지 배운다. 나는 책에서 배운 이상적인 내용을 알고 있을 뿐인데, 그분들이 여기에 현실감을 더해주신다. 덕분에 공부와 마음가짐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매 순간 되새긴다.

 

현재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은 모두 내게 스승이다. 물론 나의 부모님은 그 이상이시고. 사람들에게 주입이 아닌 '가르치는' 분들 역시 스승이다. 신영준 박사님, 고영성 작가님, 웅이사님이 바로 그런 분들이시다. 내가 배우는 태도를 잃는 교만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이 세상 사람들은 전부 '심장을 켜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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