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 시장과 시간이 검증한 투자의 원칙
존 보글 지음, 이은주 옮김 / 비즈니스맵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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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인덱스 펀드에 장기투자할 것을 권하는 내용이다. 액티브 펀드의 단점과 펀드 매니저에 대한 신빙성, TIF(Traditional Index Fund)의 장점을 다루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나도 야수의 심장을 따라해 액티브한 주식 매매를 꿈꿨지만, 성격상 쫄보여서 오래가지 않았다. 급등한 만큼 급락하는 것을 보면 가슴 아프고, 물려서 안 올라갈 때는 숨이 막혔다. 곧 청산하고 인덱스 ETF를 보유하는 쪽으로 옮겼다. 이런 성향 탓에 책의 내용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하고 읽어 넘겼다.

 

책 중간에 ETF에 대해 나왔을 때는 집중했다. 비판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기에 내가 어떤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걱정도 금세 접었다. 인덱스 펀드의 회전율을 쉽게 올리기 위하여 고안된 상품이 ETF지만, 잦은 거래를 하지 않고 TIF처럼 장기 보유 전략으로 간다면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의 말에 힘입어 적립식으로 차분히 쌓아가려는 마음이다.

 

개인이 시장을 크게 이길 수 있는가 하면, 나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적극적으로 기업 공부를 하기에 시간이 없고, 그만한 지식과 정보 소화 능력 없이 잦은 매매를 하는 것도 손해다. 게다가 요새는 코스피가 다시 박스피에 갇혔고 변동성이 워낙 크다. 나 같은 초보 투자자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 같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저비용 인덱스 펀드나 싼 보수의 ETF를 보유해가는 전략이 속도 마음도 편하다.

 

책 전체가 인덱스 펀드를 주창하는 내용이어서 크게 적을 뭔가가 없다. 내가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아마 야수의 심장을 가졌거나 주식으로 한탕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책일 것이다. 반대의 성향이면서 초보 투자자라면 처음 투자에 발을 들일 때 주의할 점을 배울 수 있고, 펀드 상품 선택에 용이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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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의 유전자 - 회사 위에 존재하는 자들의 비밀
제갈현열.강대준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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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직장 생활을 싫어했던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변에서 들은 말 때문이었다. 직장인과 만나면 거의 불만사항을 이야기한다. 임금은 항상 노동착취 수준이고, 부장은 꼰대를 넘어 인간쓰레기고, 회사는 카스트제도에 자신은 불가촉천민이란다. 옆자리 동료는 놀기만 하는데 월급은 따박따박 받아가고, 본인은 개같이 일했더니 개 취급이라고. 이런 불평과 불만을 듣고 있노라면 다니지 않았어도 혐오가 생기는 건 당연한 서순 아니었을까?

 

뒤늦게 현실을 인지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직장 혐오는 궁금증으로 치환됐다. 직장은 정말 혐오의 장인가? 직장의 목적은 먹고사니즘 뿐인가? 그렇다면 회사 고위직은 누가, 어떻게 되는가? 마지막으로 직장 생활은 꿈이 될 수 없는가? 까지.

 

코딩 진로를 읽고 자소서를 고치면서 위의 질문들이 머릿속을 헤집을 때 등장한 책이 C의 유전자였다(이래서 나는 우리의 몸은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찾는다라는 미신을 믿는다.). 제갈현열 작가가 돈 공부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선언한 이 책은, 대다수의 직장인과 취준생에게 직장 생활은 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당신이 ‘C레벨을 목표로 한다면 말이다.

 

‘C레벨무엇인가?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C레벨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종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대표. - p.51

 

우리는 C레벨에 친숙하다.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CEO를 수도 없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C레벨도 엄청 많다. 재무 담당은 CFO, 전략은 CSO, 마케팅은 CMO 등등.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한 분야의 C레벨은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C를 달고 있다고 해서 아무나 C레벨인 것은 아니다. 제왕적 오너가 지정한 C레벨이나 연공서열로 올라간 C레벨은 의사결정권이 없다시피 한다. 허울 좋으라고 C를 붙여 놨지만, 진행사항마다 오너에게 보고하고 결재받아야 하니 C를 달고 있어도 중간 관리자와 다름없는 역할이다.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C레벨은 팀원을 이끌면서 주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최종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 ‘임원 위에는 누군가 존재하지만 C레벨은 이미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이다(p.51).’ 명령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C레벨의 몫이다. 이들의 의견은 곧 회사의 의견이며 이들의 생각이 곧 회사의 방향성인 것이다. 그들이 많은 급여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C레벨이 무엇인지 대충 맛을 봤다. 더 자세한 사항은 C의 유전자에서 확인하도록 하고, 이 책이 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려줬는지 적어 보려고 한다.

 

직장은 정말 혐오의 장인가?

 

충성해야 하는 건 이 일을 맡으면서 회사와 맺은 계약이다 - p.266

 

일에 대해서 토로하는 불평불만은 들은 적이 거의 없다. 어렵거나 막막하다는 말로 시작해도 곧 익숙해지겠지’, ‘그래도 해야지등으로 유야무야 결론이 난다. 직장이 혐오스러워지는 주된 이유는 사람이다. 나의 어머니도 자주 직장 스트레스를 토로하시는데, 8할은 사람이 문제였다. 내 친구 중 하나는 사장 욕을 그렇게 했었다. 내 동생은 전 일터에서 자기 부서 팀장을 혐오하다 못해 증오하는 지경이었다.

 

약간(?)의 인간혐오증이 있는 나로선 다니지도 않은 직장을 혐오의 장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취업과 맞지 않는다는 섣부른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직장의 누군가는 C레벨로 올라선다. 창업으로 당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회사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올라서는 사람도 있다. 소위 말하는 라인을 타지 않고도 말이다.

 

어느 C레벨은 파벌 싸움에도 끼지 않고 자신의 업무에만 주력했다. 질 낮은 질문으로 이 임원이 저 임원을 깎아내려도 그는 초지일관 업무적 태도를 유지했다. 누군가 그의 평정심 유지 비결이 궁금해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일을 하기로 계약했으니까요. 계약은 지켜야 하니까요. 누가 뭐라고 하든 상황이 어떻든, 나는 일을 해야 합니다.” - p.266

 

물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그게 가능했다면 사내정치라는 말은 등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C레벨은 자기 일을 하기 위해 사내정치에 대응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뒷담화만 안 해도 자신의 신뢰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는 누군가 뒷담화를 시작하면 네 마디만 반복한다. ‘그래요?’, ‘정말요?’, ‘몰랐어요’, ‘그렇군요’(p.269). 뒷담화꾼은 어느새 화가 풀리고 자신은 뒷담화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있다고.

 

과정은 복잡해도 해결 방법은 단순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해결 방법이 있으니 직장이 마냥 혐오의 장은 아니라는 게 내 결론이다. 물론 상사가 철밥통이라 내 일만 하는 것으로 해결이 안 된다면…… 아무래도 C의 유전자를 포용할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게 나을 듯?

 

직장의 목적은 먹고사니즘 뿐인가?

 

오퍼레이터에서 디렉터로 진화하는 것이다. - p.97

 

이 질문에 라고 대답할 사람이 대다수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은 100%이리라. 그동안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직장 = 먹고사니즘 해결방정식은 취업 목적에 기인하는 듯하다. 하는 일에 흥미나 다른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 일단 돈을 벌어야 해서 들어갔기 때문이다. ‘덕업일치는 그저 꿈이고, 현재 하는 일도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느낌이다. 목적이 없어 보인달까. 이런 사람들을 책에서는 수동형 오퍼레이터라고 말한다. 단순히 시키는 대로일한다. 그들에게 C레벨은 방구석 은둔자가 보는 에베레스트다. 오르지 못할 산이라는 말이다.

 

반대로 뒤집을 수는 없을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취업했지만, 이왕 취업한 김에, 일이 익숙해진 김에 그 분야 톱(TOP)이 될 수는 없을는지. 이들도 마찬가지로 오퍼레이터지만, ‘능동형 오퍼레이터. C레벨을 관찰하고 시키는 일은 물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한다. 이 과정에서 의사결정 과정을 배우고 C레벨의 사고방식을 흡수하며 차츰 오퍼레이터의 면모를 벗는다. ‘디렉터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는 사원이 대리가 되는 진급이 아니다. 수행자에서 경영자가 되는 진화. C의 유전자를 갖춘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목적은 먹고사니즘을 포함한 C레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덕업일치의 가능성부터 희박하다. 차라리 내가 해야 하는 일에서 목적을 발전시키는 쪽이 낫다. 직장 생활의 목적을 뒤집을 수만 있다면 먹고사니즘을 초월하여 C레벨을 목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C레벨은 어떻게 되는가?

 

첫째, 스스로 기업에 올바른 길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

둘째, 만족하지 않는 사람.

셋째, 성공적 과업 달성을 위해 다른 이들을 운용할 수 있는 사람.

넷째, 평판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

다섯째, 협상을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사람. - p.161

 

기업이 운영에 있어 최대 리스크는 크게 다섯 가지라고 한다. ‘결정’, ‘자만’, ‘운용’, ‘평판’, ‘협상이다. 잘못된 결정은 손실을, 자만은 정체(停滯), 운용 부실은 실행력 감소를, 악담은 생산력 감소를, 협상력 부재는 빅딜의 실패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보면 인용문과 같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된다. 이러한 능력들이 C의 유전자를 C레벨로 만드는 요소들이다.

 

결정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의사결정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이를 키우는 방법으로 저자는 ‘T’, ‘O’, ‘Q’ 방법을 제시한다. ‘T(Training)’는 미리 하는 학습으로, ‘최종 의사결정이 어떠한 이유로 이루어졌는지 분석해보는 것이다(p.180). ’ ‘O(Opportunity)’의사결정을 직접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잡으라는 것(p.185)’, ‘Q(Quick decision)’는 빠른 결단력이다. ‘C레벨에게는 오랜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내리는 의사결정보다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의사결정이 더 요구된다는 뜻이다(p.191).’

 

자만 기업은 성장이 멈추는 것을 두려워한다. 정체는 곧 퇴보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C레벨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시대에 알맞게 변화하기 위해서 말이다. 사실 질문하기란 말이 쉽지, 사고 과정까지 쉽지는 않다.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자칫하면 원인에 매몰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저자는 질문 이어 쓰기를 제시한다. 원인을 찾는 질문을 이어나가면 방법에 관한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메타인지를 높여야 한다. 메타인지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아는 능력이다. , 강점과 약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 변화의 두려움에 대응해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운용 C레벨이 갖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역시 사람이다. 혼자서 하는 일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렇기에 C레벨은 팀을 운용하는 능력’, 전략을 실행해줄 오퍼레이터가 자신을 믿고 따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오퍼레이터가 바로 앞서 말한 능동형 오퍼레이터. C레벨과 팀원의 관계는 무엇이 정답인지 논의하는 관계가 아니라 결정한 것을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관계(p.228)’이기 때문이다. 운용 능력이 없다면 팀원이 따라주지 않을 것이고, 결국에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평판 앞에서 사내 정치를 이야기할 때 했던 내용이다. C레벨은 적절한 선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적절한 선함이 뭘까? 저자는 주도성을 갖고 선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가 해줄래?’할 때만 해주는 게 아니라, 거절 못 해서 해주는 게 아니라, 칼같이 거절하는 게 아니라, 내 능력과 규칙, 기준으로 선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선한 행동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은, 책에서 인용한 기브 앤 테이크를 간단하게 요약해서, 받기만 하는 테이커는 멀리하고, 받은 만큼 돌려주는 매처는 적당히 대하고, 주기만 하는 기버는 적극적으로 대한다. 기버는 훗날 당신의 평판을 로켓 추친체처럼 끌어 올려줄 수 있다.

 

협상 C레벨은 거의 모든 것을 협상하는 존재다. 작게는 자기 팀원과 프로젝트 실행에 협상해야 하고, 크게는 거래 기업과 협상해야 한다. 다른 C레벨과 협업할 때도 협상은 기본 절차다. 협상 능력에는 이성적 협상감성적 협상이 있다고 한다. 전자는 규모와 힘의 논리로 진행하고, 후자는 사람의 성격과 환경에 따라 진행한다. 두 가지 협상 능력은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지,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좋은 협상가는 두 가지 모두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사람이다. 중요한 점은 이 둘 모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협상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p.277).’ 줏대 없는 사람은 협상 테이블에서 발언권을 갖지 못한다.

 

다섯 가지 항목이 C의 유전자가 성장하면서 갖추는 역량이다. ‘일반인이 할 수 있냐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긴 하지만, 세상만사 쉬운 일이 있나. 돈을 많이 받는 사람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힘들고 어려워도 C레벨을 꿈꾼다면 사고와 행동 방식을 C레벨화 시킬 필요가 있다.

 

직장 생활은 꿈이 될 수 없는가?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 의사결정을 수행할 것인가?’ - p.55

 

나의 최종 꿈은 소설가. 16살 처음 꿈꾼 이후로 변하지 않았다.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직장 생활은 글쓰기 위한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는 방법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완전히 전환했다. 전업 소설가가 아닌 이상 소설 쓰기는 취미로 삼아도 괜찮다. 대신 직장 생활이라는 꿈이 생겼다.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여도 경험을 쌓으면서 C레벨로 올라서는 상상을 했다.

 

내가 소설가를 꿈꾼 이유는 내 삶을 내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 모든 행동의 의사결정권이 나에게 있었다. 같은 이유라면 방향을 튼다 한들 목적지는 같지 않은가.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삶 말이다.

 

직장 생활은 모두 같은 줄 알았다. 내게 하는 불평불만이 죄다 비슷했고 다들 한목소리로 탈출을 이야기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수동형 오퍼레이터였다. 시키는 일만 한다는 것은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한다는 의미다.

 

나는 능동형 오퍼레이터가 되고 싶다. 일을 해야 하면서 동시에 하고 싶은 것으로 여기고 싶다. 하기 싫은 일도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싶다. C레벨로서 부를 쌓는다면 자부심은 물론 꿈까지 이루는 일이 될 것이다.

 

뜬구름 잡는 소리일 수도 있다. 겪어보면 다를 확률도 높다. 노오오오오오력으로 안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낭만을 꿈꾸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 당장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낭만적인 꿈을 꾸며 행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직장 생활은 나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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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나큰 감동을 받은 책이라 글이 길어졌다. 책을 통째로 옮기고픈 욕심이 있지만, 그것은 저작권법에 위반되므로 인용에 만족하는 중이다.

 

C의 유전자는 투자로 쌓는 부, 창업으로 쌓는 부에 이어서 직장 생활로 쌓는 부를 주제로 다뤘지만, 나는 자기계발서로 받아들였다. 내가 어떤 기회로 취업에 성공한다면, 아마도 나는 두고두고 이 책을 읽을 듯하다. 내 성격상 아래에 머무는 것은 못 견디니 C레벨로 올라서고 싶어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의사결정권자가 될 것이다.

 

헛된 꿈일지라도 나에게 용기를 줘서 이 책에 매우매우 감사하다. 덕분에 꿈이 늘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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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진로 - IT 진로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
류채윤.맹윤호.박민수 지음 / 호모루덴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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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은 지금까지 내 인생사에 끼어들 틈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스스로 취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여겼다. 중학생 때부터 전역 후까지 작가라는 업만 바라보고 달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의욕에 비해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18년도 초에 급작스러운 글쓰기 번아웃을 겪은 뒤 글쓰기에 흥미를 잃고 마냥 게임에 빠져 살았다. 그러다 19년도부터 취업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막상 취업을 생각하니 나는 이도 저도 아닌 놈팡이였다.

 

전문대에 학점은 바닥을 기었고, 스펙은커녕 자격증도, 흔한 알바 이력 한 줄도 없었다. 게다가 자존감도 바닥이어서 자소서를 쓰려는 순간 오만가지 괴로움이 몰려와 손대기도 싫었다. 외국어는 그나마 영어인데, 이것도 쉬운 문장만 읽는 수준이었다. 노답 인생이 바로 나였다. (쓰다 보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 아아, 굳세어라, 나 자신이여!)

 

마음을 가다듬고 토익과 ITQ로 준비를 시작했다. 토익은 생애 처음으로 결제한 인터넷 강의였다. ITQ는 워낙 쉬우니까 패스. 그러나 중간짜리 토익 점수와 ITQ는 내세우기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이래저래 찾다가 공부한 것이 컴활 1급이었고, 6개월의 사투 끝에 올해 초에 취득했다. 공부하면서 엑셀과 엑세스의 프로시저에 재미를 느껴 영역을 확장해보고 싶었다. 곧장 파이썬 책을 사서 요즘은 매일 파이썬을 공부하고 있다.

 

아무튼, 이런 근황에서 만난 코딩 진로는 내게 참으로 고마운 책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좋은 타이밍으로 세상에 나타났는지.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주어 나의 막연한 코딩 공부에 대한 동경이 현실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4부로 되어 있는 이 책은, 1부에서 맹윤호 개발자가 비전공자에서 개발자가 되는 과정을 말해준다. 2부는 취업 컨설턴트인 류채운 컨설턴트가 취업 준비의 정의와 실질적 방법을 알려준다. 3부는 박민수 인사 담당자가 이야기하는 외국계 기업 취업 방법이다. 마지막 4부는 이들이 앞으로 IT업계 전망이 어떨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문송합니다를 탈출하자

 

꿈을 파악하는 과정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과 함께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하는 모습들을 추려내는 거라면, 적성을 파악하는 과정은 내가 과연 이 직업이 가진 일상의 무게를 견뎌 낼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 p.82, 맹윤호

 

맹윤호 작가는 총 4개의 직업에 도전했다. 하나는 국어국문학과 전공을 살린 교사였으나, 드센 학구열로 인한 교사의 운명과 감정 기복 없이 학생을 응원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교사에 대한 진로를 접었다. 두 번째는 배우였다. 단역 배우 알바를 해보니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가 나왔던 장면은 대부분이 편집되었다고. 그렇게 배우의 꿈을 접었다. 세 번째는 진로는 소설가였다. 국문학과와 소설은 국어 교사만큼이나 밀접한 연관성을 지녔다. 그러나 소설 시장은 아주 대박을 내지 않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직업군에 속했다(내가 굉장히 공감한 부분이다!). 전자책으로 한 편 출간했다 절판한 후에 그는 네 번째 카페 창업의 진로를 탐색했다. 일단 프랜차이즈 카페에 취업했으나 하필 고른 업체가 불만 제로에 나왔던 업체였고, 그만큼 본사의 검열이 깐깐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무례한 손님과 영업시간, 목 좋은 곳의 임대료, 인건비, 원가, 프랜차이즈 비용 등이었다. 자영업은 아직 무리라고 판단해 접었다.

 

그의 최종 선택지는 IT 분야였다. 비전공자로서 프로그래밍을 익히기 위해 컴퓨터 공학 전공 수업을 듣고,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공부했다. 그 결과 기대치 않게 성적을 좋게 받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그 후, 대기업의 협력 업체에 지원해 근무하면서 웹 개발 공부를 하고 해커톤 등의 대회에 참가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최종적으로 그는 개발자로서의 삶을 이룩했다.

 

나는 IT 이전에 그 흔한 엑셀도 어려워하는 컴맹이다. 비전공자 그 이상이며 전형적인 문송합니다루트를 탄 사람이다. 이제 막 문송을 탈출해 코딩을 배워보려는 내게 맹 작가의 행보는 희망 그 자체였다. 그저 대단할 뿐이었다. 그러나 내가 곧 좌절을 느낀 것은 과정에서의 차이 때문이었다. 그는 문과 루트를 탔어도 계산적이고 자기 관리가 되는 사람이었다. 교사를 꿈꿀 때 비용, 시간, 경쟁률을 따져보았고, 카페 창업 때는 위에 언급한 요소를 계산했다. 반면에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러므로 마냥 희망을 갖기에는 무리였다.

 

아무래도 코딩을 익혀 직업으로 갖고 싶다면, 공부 이전에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할 듯했다. 맹 작가처럼 자기 관리와 계획, 시간과 비용에 대한 계산, 나 자신에 대한 탐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점이 뒷받침되어야 내가 코딩을 익히는 진정한 이유가 나타나고, 방향이 잡힐 것이다. 방향이 확실하면 공부에는 속도가 붙기 마련이니 직업을 가지는 속도도 빨라지리라. 좌절부터 해결하고 희망을 갖는 게 순서다.

 

취업 준비의 지도

 

가지고 있는 의미가 크다면 그만큼 노력하고 싶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고, 그것이 행동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 p.201, 류채운

 

1부에서 의지와 희망을 얻었다면, 2부와 3부에서는 실질적인 도움과 용기를 받았다. 특히, 요즘 자기소개서를 쓰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던 차에 딱 맞춤형 해결 부분이 바로 여기였다. 이력서야 뭐, ……, 한숨만 나올 뿐이다. 내 생각에 인사 담당자가 내 이력서를 보면 자기소개서 넘기기도 전에 탈락시킬 것으로 보인다. 거의 백지라고 봐도 무방하다. 류채운 컨설턴트는 이력서는 나의 첫 모습, 자기소개서는 나의 첫마디 말과 같다고 했다. 그러니까 나의 첫 모습(이력서)은 엉망진창에 폐인의 행색을 하고 있었으며, 나의 첫마디 말(자소서)은 개소리를 월월 짖는 중이었다. 이력서는 당장 수정할래야 할 수 없으니, 나는 그냥 자소서에 신경 쓰기로 했다. 글쓰기야 원래 내 전공이었고, 가다듬으면 볼 만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아니나 다를까. 내 자소서는 하지 말라는 대로 쓰여 있었다. 구구절절 관심 없는 내 사연 적어 놓고, 막연하게 의지를 드러내고, 어떤 경험은 구체적인 내용 없이 ‘OO에 참가했음만 나타냈다. 작성 당시에도 내가 보기 부끄러워서 손 놓고 있던 글이었다. 자신이 보기에도 민망한 글은 남이 보기에 눈살이 찌푸려지기 마련이다. 지금은 책의 조언을 참고하면서 기본 자소서를 수정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엉망진창인데, 지난 자소서처럼 내가 보기에 시공이 일그러지는 정도는 아니다.

 

항상 아무런 경력 사항도, 경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나의 과거를 돌아보니 마냥 하릴없이 살아온 것도 아니었다. 지금도 꾸준히 독서하고 서평 쓰고 있으니 백수 놀음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존감 낮고 자신감이 없어서 나 자신을 하찮게만 여겼다. 그 탓에 내 과거를 비하하고 있었을 따름이다. 이런 점을 깨닫자 자신감 뿜뿜이 한창인 요즘이다.

 

제목이 코딩 진로인 만큼 IT 계열 회사 취업에 중점을 둔 이력서와 자소서 작성법이지만, IT 관련 용어만 빼면 모든 취업 준비에 통용된다. 핵심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보여야 한다이니까. 취업이 되는 그 순간까지 자주 들여다보면서 내 자소서를 완성시킬 계획이다.

 

코딩은 기본이 된다

 

맹윤호 개발자는 IT 기술이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이 말을 들으니 고딩 때가 떠오른다. 당시 떠오르던 능력은 엑셀과 html작성이었다.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자격증 공부를 권유하며 지원을 약속했지만, 수포자이자 영포자였던 나는 계산하는 엑셀과 영문인 html작성을 극도로 혐오했다. 그렇게 간과한 지 십여 년이 지나자 나는 그 기본 중의 기본이 된 컴활을 공부하고 자격증을 땄다.

 

이 과정을 어떤 서순이라고 생각하면, 현재 떠오르는 코딩 기술은 얼마 후 필수이자 기본이 되어있을 것이다. 일반 사무원 지원 자격 요건에 파이썬 이용 가능자등이 적혀 있지 않을까? 우대 요건이 아닌 기본 요건에 말이다. 내가 컴활과 파이썬을 공부하는 것도 그런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뭐 의지만큼 익힐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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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취준생이라면 IT 전공이든 아니든 누구나 읽어두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서평의 제목도 어그로 같지만 취준생 바이블이라고 적어 봤다. 현재 내가 지원하고 싶은 기업은 IT 분야가 아닌 일반 사무직이지만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IT에 관심이 없다면 2부와 3부만 읽어도 괜찮을 듯하다. 늦은 나이에 처음 도전하는 취업인데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P.S. - 양심에 찔려 고백하자면, 3부는 대충 읽었다. 외국계 기업은 생각도 안 했거니와 영어 알러지가 돋아서 눈이 글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도 이력서와 자소서 쓸 때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꼭 나중에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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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걸 조로 열린책들 세계문학 74
존스턴 매컬리 지음, 김훈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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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이런저런 영웅에 대해 자랑하면 엄마는 조로같은 거냐고 하셨다. 엄마 세대에게는 조로가 최고의 영웅 캐릭터였다고. 나는 초능력자나 공상과학 영역의 인물들을 좋아했으니, 가끔 TV 프로그램에서 클립으로 보여준 조로는 영 별로였다. 그냥 사람이 눈만 가리는 가면을 썼는데 왜 못 알아보는 건지 의문이었다. 액션 또한 칼싸움밖에 없어서 빔 쏘고 총 쏘고 대포 쏘는 현대 영웅에 비하면 초라해 보였다. 그 후로 이 영웅은 내 머릿속에서 싹 잊혀졌다.

 

다시 이런 기억이 떠오른 것은 최근 중고서점에서 구매해 읽었기 때문이다. 한 번 서점에 들어가면 빈손으로 나올 수 없어서 어떻게든 책을 고르는데, 익숙하지만 내용은 전혀 모르는 쾌걸 조로가 눈에 들어왔다. 뒷면 소개글에는 친숙한 영웅들인 슈퍼맨, 베트맨, 스파이더맨 등 이중 정체성 영웅의 원형이라고 쓰여 있었다. 내 어릴적 우상의 원형이라니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비록 현대 영웅물보다 재미는 떨어질지언정 원형이라는 이유만으로 읽을 가치가 충분했다.

 

돈 디에고 베가는 서부 지역에서 세력이 강한 베가가문의 아들이다. 이 청년은 잘생긴 외모와 든든한 뒷배경을 가졌지만, 항상 무기력하고 지친 행색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가세가 무서워 앞에서는 아첨을 떨고 뒤에서는 비아냥댄다. 군인 곤잘레스 페드로 상사와 라몬 대위는 대놓고 무시하는 수준이다.

 

무기력한 청년 디에고는 몰락한 폴리도 가문의 딸 롤리타와 결혼하고 싶어하는데 이유가 단순하다. 나이가 되었으니 결혼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귀족으로서 아무하고나 결혼할 수는 없고, 가문의 평판은 맞춰야 하기에 가장 적당한 집안이 폴리도 가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접근을 가주인 돈 카를로스 폴리도와 그의 부인은 재기의 기회로 생각하고 환영 하지만, 롤리타 폴리도는 전혀 아니다. 인생의 한 번뿐인 청혼을 열정과 사랑의 노래 없이 허락하는 것은 처녀의 특권을 내다 버리는 짓이었다. 롤리타는 수치심을 느끼며 디에고를 거절한다. 하지만 디에고는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 자신의 부유함을 보여주면 마음이 돌아설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반면, ‘카피스트라노의 재앙이라 불리는 조로는 디에고와 다르게 온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고 다닌다. 억울하게 매 맞은 이들을 대신해 복수하고, 부당한 권력 행위를 징벌한다. 그리고 유유히 사라진다. 치안 담장이자 현상금에 눈이 먼 페드로 상사는 발에 불이 나도록 조로를 추적한다. 역시 진급이 걸려 있는 라몬 대위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조로 추적에 더욱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각각 수치를 당했기 때문이다. 술집에서 허풍 떨던 페드로 상사는 부하들 앞에서 조로에게 장난감 취급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그리고 매번 추격에 실패한다. 라몬 대위는 롤리타에게 반해 두 번 고백하지만 거절당한다. 첫 번째 거절에서는 조로에게 부상당하고, 두 번째 거절에서는 강제로 키스하려다 등장한 조로에 의해 엉덩이를 걷어차이며 쫓겨난다. 이로 인해 라몬 대위는 조로에 대한 복수에 이를 갈고 폴리도 가문까지 엮는다.

 

롤리타는 다른 의미로 마음에 불이 붙었다. 돈 디에고 베가가 떠난 후 그가 더 열정적이기를 바라며 조는 사이, 인기척에 눈을 떠보니 옆에 조로가 있었다. 그는 그녀가 바라마지않던 열정적인 언어로 사랑을 고백한다. 범죄자로 쫓기는 사내지만, 그의 행동에는 비겁함이 없고 당당하며 사랑에 적극적이다. 게다가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 라몬 대위로부터 구해주기까지 했다. 라몬 대위와 지사의 합작으로 폴리도 일가가 일반 범죄자 감방에 수감되는 고초를 겪으나, 그마저도 조로가 구해낸다.

 

조로가 롤리타를 구해내기 전, 그는 용기와 담대함으로 자신의 세력을 형성한다. 이번에는 자신을 쫓던 신사들의 마음에 열정을 지핀 것이다. 불의를 참지 않는 진정한 신사 정신을. 그들은 조로를 도와 폴리도 가문 구출에 일조한다. 최후의 장면에서 조로와 롤리타가 술집에 갇혀 차라리 함께 죽기를 바랄 때도 신사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이용해 지사와 군인들을 저지한다. 이들의 열정에 반한 디에고의 아버지, 돈 알레한드로 베가도 공식적으로 합류해 조로 지지를 선언한다. 덕분에 조로와 롤리타는 죽음 앞에서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고 목숨까지 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조로가 마스크를 벗으면서 일대의 모든 이들에게 환호성을 불러일으킨다. 열정적이고 당당하며 칼 솜씨가 뛰어난 카피스트라노의 재앙이 바로 무기력하고 소심하며 항상 지쳐있던 돈 디에고 베가였던 것이다! 디에고는 열다섯 살 때, 자신과 친하던 인디언과 수도사가 핍박 당하는 것을 보고 조로가 되기로 결심했고, 모두를 속이기 위해 디에고일 때는 무기력한 모습을 꾸며냈다. 진실이 밝혀지자 아들의 의욕 없음을 걱정하던 돈 알레한드로 베가도, 외모와 가세만큼 열정적이기를 바랐던 롤리타도, 그를 무시했던 곤잘레스 페드로 상사도, 조로를 따르던 신사들도 모두 기뻐해 마지않았다.

 

지금은 클리셰로 치부되는 내용이다. 물론 여전히 인기는 있지만, 흥미롭지는 않다고나 할까. 디에고와 조로가 동일 인물인 점이 마지막에 가서야 드러났어도 읽는 사람은 처음부터, 아니 읽기 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당시에는 엄청난 반전이었으리라 생각하면 원형을 읽는 것에는 시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원형의 변주가 널리 퍼지고 퍼져서 클리셰가 되면 분명 읽은 적이 없음에도 이미 읽었던 느낌이다. 내가 가장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웅 캐릭터에 영감을 준 아버지 격의 서사는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쾌걸 조로가 쓰이지 않았다면 베트맨도 슈퍼맨도 스파이더맨도 없었을지 모른다. 있었어도 이중 정체성이 가져다주는 스릴 없이 당당하게 돌아다니는, 더욱 진부한 내용으로 전개되었을지도. 아니면 등장 시기가 매우 늦어졌을까. If의 세계는 뭐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 넘어가고. 아무튼 쾌걸 조로가 등장했기에 나의 추억이 풍성해졌다는 점은 명확한 사실이다. 바로 이 점이 진부해도 좋게 평가되는 원형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영웅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봐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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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일기 - 코로나19로 봉쇄된 도시의 기록
팡팡 지음, 조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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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의 메인 이슈도 코로나다. 백신이 개발되면서 좀 나아지려나 기대했지만, 변종이 등장해 다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변종에도 효과적인 백신이 있어도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처방받으려면 한참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외부에서는 마스크를 최대한 벗지 말아야 한다. 현재는 예방이 곧 백신인 셈이다.

 

이런 핫이슈를 몸소 경험하고 있으니 우한일기를 마주했을 때 아니 구매하고, 아니 읽을 수 없었다. 코로나의 발원지가 어디냐, 바로 우한 아니었던가. 뭐 발원의 근거는 논란이 있다고 쳐도, 초기 확산이 두드러졌던 곳이 우한이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리원량 의사가 코로나의 위험성을 설파했으나 중국 정부는 헛소문을 퍼트린다며 처벌했다. 중공식 입막음 때문에 환자 선별이 늦어졌고 전염성이 매우 강한 COVID-19는 우한을 집어삼켰다. 의료체계가 붕괴 수준에 이르러서야 중국 정부는 극약처방으로 우한을 봉쇄했다. 팡팡은 봉쇄3일 차부터 해제 명령이 나온 날까지의 60여 일 동안 우한 상황과 개인적인 경험 및 의견을 중국 SNS에 일기 형식으로 올렸다. 우한일기는 그 내용을 모아놓은 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수많은 인민들의 생활상뿐만 아니라 중국 각 지역 공무원들의 평균 수준, 그리고 우리 사회의 고질병까지 들춰냈다. 이 병은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악랄하고 끈질긴 병이다. 게다가 언제쯤 치료가 가능한지도 알 수 없다. 고치려 노력하는 사람도, 치료받으려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 p.48

 

호시절에는 누가 진짜고 가짜인지 알 수 없다. 전부 평균 이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구분이 가능해지는 시점은 위기 상황이 당도했을 때다. 진짜 유능한 사람들은 위기 대응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투자의 격언 중 하나인 버핏의 말은 투자를 벗어나 모든 상황에 어울린다. “물이 빠져야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는지 안다.”

 

우리는 실시간으로 우한 의료체계가 속절없이 붕괴하는 소식을 접했다. 병원으로 밀려드는 군중을 공무원들은 제어하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전염병 소식을 숨겼고 민중을 속였다. 사람들은 정부가 전염병으로 속이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예전에 사스로 크게 데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신속하게 전문가의 의견을 발표했다. ‘사람 간에는 전염되지 않는다. 막을 수 있고 통제 가능하다.(p.59)’ 작가를 비롯한 우한 사람들은 안심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서 중공식 통수를 예상하지 못했다. 의견의 주인공 전문가는 발표 후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의견을 정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세심하게 돌아봐서 이렇게 감염된 것이다, 대충 봤다면 감염되지 않았다라는 뻔뻔한 말을 했다.

 

그들의 무능함 여파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코로나 확진으로 부모가 격리되는 바람에 집안에 홀로 있다 아사한 아이가 있었고, 기저질환이 있던 중증 환자 사망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보호자가 코로나로 사망해 졸지에 고아가 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미처 정비하지 못한 채 봉쇄된 의료 최전선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희생정신을 발휘해 간신히 버텨냈다. 그 과정에서 리원량 등 몇몇 의료진이 세상을 등졌다. 건강한 시민들은 건강을 망치지 않도록 집안에 박혀 있어야만 했다.

 

전염병을 막는 과정도 일상생활과 같아서 수많은 어리석은 사람들이 어리석은 일을 저지른다. 하지만 어리석지 않은 사람이 더 많고, 모든 일이 다 어리석은 것도 아니다. - p.86~87

 

정부와 공무원이 속인 대가로 우한 시민들은 꼼짝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금세 살기 위해 행동했다. 기간을 두고 한 가구당 한 사람씩 나와 생필품과 식료품을 구매했다. 주변에 직접 나서기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문 앞까지 배달했다. 나중에는 젊고 건강한 청년을 중심으로 장보기 그룹이 생겨 시민들의 주문에 맞춰 대신 장을 봐주었다. 27일 차 일기에서 작가는 우한 사람들의 삶이 화창한 날씨처럼 활기차다고 썼다. 인간의 적응력과 생활력이란 참으로 대단함을 느꼈다.

 

물론 쓰레기 같은 부류의 개인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적잖이 그랬듯 우한 역시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 진실을 거짓으로 호도하는 사람, 권위를 내세워 개소리하는 사람 등. ‘그들 대부분이 전염병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염병 통제는 더디고, 어쩔 수 없이 계속 집안에 머물러야 하는 우리가 오히려 그런 사람들의 행동 때문에 대가를 치른다(p.241)’

 

하긴 악당 같은 게 어디 바이러스뿐일까.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고 인민들이 죽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 기증한다는 명목으로 물품을 모은 후 인터넷에 내다파는 사람들, 일부러 엘리베이터에서 침을 튀기고 이웃집 대문 손잡이에 침을 묻히는 사람들, 병원에서 구입한 긴급 의료용품을 훔치는 사람들까지. 물론 사방으로 소문을 지어내고 모함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상식적으로 사람이 존재하는 한 바이러스는 영원히 존재한다. 그렇다, 사회생활도 이와 같아서 사람이 있는 곳에는 바이러스 같은 사람(덜떨어진 사람)도 늘 함께 있다. - p.139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비슷하다고 느꼈다. 불과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몰상식한 인간들 때문에 집단감염이 또 발생했었다. 지금도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아 언론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몇십 명 이상이 모이는 장소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질병인 바이러스는 시간이 걸려도 치료제나 백신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회적 민폐 바이러스는 약도 없다. 성숙한 시민의식만이 답이 될 수 있다. ‘그래, 우리의 머리는 선생님의 가르침에 달린 게 아니고, 신문에 달린 것도 아니고, 회의 문건에 달린 건 더더욱 아니다. 머리는 우리의 어깨 위에 달려 있다. 우리의 머리는 독립적으로 사고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p.23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5&aid=0001412034


서평을 쓰기 전에 이런 기사를 봤다. 요약하자면 중국 정부가 코로나로 인한 노인 사망자 수를 숨겼다는 의혹이 재차 불거졌다는 내용이다. 재차라고 하니 이전에도 한번 있었던 모양새다. 봉쇄 해제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여전히 우한은 진행 중인 듯하다. 우리야 중국이 중국했다로 치부할 수 있어도, 이미 정부의 배신을 겪은 우한 시민 역시 그러할까? 워낙 정부의 입김이 강한 나라이니 사건의 온상이 제대로 드러날지 미지수다. 의혹을 제기한 기자와 언론사가 무사할는지……. 아마도 이 책에서 배울 교훈은 우리나라 정부가 중국의 저런 모습을 학습하지 않도록 국민으로서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리라. 그나마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여서 다행이다.

 

다시 한번 느낀 점을 강조하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기에 어디서나 깨어 있는 부류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다. 끝으로 작가가 일기에 실은 고등학생의 글을 나도 내 서평에도 실으면서 마무리한다.

 

오히려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대부분의 문제는 사회의 어두운 면에 관심을 기울일 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밝은 빛에 과하게 취해 있을 때 나타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빛은 우리의 시력을 망가뜨리죠.”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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