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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쓰기의 모든 것 - 소통과 글쓰기 11 ㅣ 아로리총서 26
김나정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서평 작성을 멈춘 후, 몇 달이 지나 읽은 책을 다시 기록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도대체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서평쓰기의 모든 것』을 구매했다. 그리고 읽지 않았다. 올해 초에 마음을 다잡고 쓰다 보니 기억이 돌아오면서 그럭저럭 내가 읽은 내용을 기록할 수 있었다.
노선 또한 확실히 정했다. 나는 어떤 책도 평가할 깜냥이 되지 못했다. 분수에 맞게 ‘평’이 아닌 ‘감상문’을 쓰는 게 맞았다. 서평과 다르게 감상문은 특정한 제약이 없다. ‘감상(感想)’이라는 단어에서 나타내듯 내 느낌과 생각이 주되므로 자유분방하게 쓰면 된다. 노선이 정해지니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내 독서 루틴 때문이었다. 나는 오전에 작법서를 조금씩 읽는데, 이전에 꽤 두꺼운 작법서를 읽은 터라 쉬어가는 차원에서 『서평쓰기의 모든 것』을 선택했다. 역시나 ‘서평’과 내가 쓰는 ‘감상문’은 갭이 큰 글쓰기 형식이었다.
※서평이란?
독서 감상문은 ‘나’의 느낌이나 생각이 중심이고, 서평은 ‘남’에게 그 책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 p.13
일단 나는 단 한 번도 남에게 책을 소개하려는 마음으로 글을 쓴 적이 없다. 나를 위한 기록이 전부였다. 상대가 어떤 의견이든 그건 상대방 느낌이고, 내 글은 내 감상일 따름이다. 논리와 맥락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나의 글은 근본적으로 ‘서평’이 될 수 없었다. 반면, 서평의 주요 내용은 ‘책과 관련된 모든 내용에 대해 잘잘못을 평가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책의 정보를 얻도록 하기 위해 쓰는 글(p.14)’이며 ‘책에 대한 사유를 담은 논리적인 글이며, 서평을 통해 책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전달하여 상대를 설득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측면에서 공적인 글이자 관계적인 글(p.15)’을 지향한다. 객관적인 근거와 논리가 중요하다. 그만큼 형식 또한 강하게 제약을 받는다. 서론, 본론, 결론의 맥락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감상문보다 덜 자유롭지만 더 전문적인 글인 셈이다.
※서평의 좋은 점은?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고’, ‘생각을 요약하며’,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지식은 태어나며, 그런 의미에서 서평쓰기 자체가 하나의 지적 생산 과정이 되는 것입니다. - p.20
감상문은 주관성이 강해 대개 체계적이기보다 즉흥적이다. 학습이나 습득보다는 감정의 배출구 역할이 더 크다. 그에 반해 객관적 성격이 강한 서평은 논리적인 만큼 정보를 지식화하는 것에 큰 도움을 준다. 그 외에도 여러 도움을 주는데, 책에서는 7가지를 이야기한다.
첫째, 단편적 정보의 지식화다. 정보는 이 시대에 널리고 널렸다. 궁금한 단어를 검색하면 관련된 정보가 주르륵 넘쳐흐른다. 흔히 지식인들이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정보의 해석이라고들 한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정보를 아무리 많아도 지식으로 소화해야 우리 것이 된다. 그 능력을 키워주는 요소가 서평이다.
둘째, 내용을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에 따르면 학습 이후 20분내에 거의 절반을 잊는다고 한다. 서평은 글을 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책을 다시 펼쳐 봐야 하기에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들어준다.
셋째, 공부 능력 향상이다. 앞서 서평은 객관적 근거에 의한 논리적인 글이라고 했다. 그런 글은 쉽게 써지지 않는다. 깊이 읽고 생각하여 써야 한다. 독서와 서평 능력이 길러지면 자연스럽게 문해력도 성장한다. 문해력은 세상 모든 맥락을 이해하는 근간이기에 공무 머리가 길러지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창의력이 길러진다. 서평에는 논리적인 자기주장이 들어간다. 자기주장은 사전에 존재하는 의견이 아니다. 저자의 생각과 본인의 생각을 연결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서평을 쓰면 쓸수록 생각 정리 방법이 길러지고 중구난방으로 떠도는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된다.
다섯째, 자아정체성을 확립한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면 자신의 성격, 취향, 관심사 등을 발견하게 된다. ‘쓰기는 결국 내 안에 무엇인가를 모으는 행위(p.31)’여서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굳건히 견디는 자아를 만들 수 있다.
여섯째, 살아가는 힘이 된다. 책에 답은 없지만 길은 있다. 하지만 여러 갈래의 길이다. 서평은 각 길에 이정표를 심는 일이다. 이정표가 있다면 우리는 헤매지 않고 걸어갈 수 있다.
일곱째, 새로운 가치관을 더해준다. 첫째부터 여섯째까지는 마지막을 위한 빌드업이다. 우리는 최종적으로 지(知)의 범위를 넓혀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서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데 나는 왜 서평을 안 쓰고 감상문을 쓸까?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경계가 엄격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서평의 ‘평(評)’은 말씀 언(言)에 평평할 평(平)자가 결합한 한자로 ‘말을 고르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내가 해석하기에 ‘고르다’는 ‘누구나 알아들 수 있게’라는 의미로 보인다. 그렇다면 넓은 의미에서 ‘평’은 감상문도 포용할 수 있다. 뭐, 자의적인 해석이다.
※서평쓰기 주의할 점
이 책의 주요 골자는 ‘서평 쓰는 방법’이다. ‘읽기 전’, ‘읽는 중’, ‘읽은 후’로 나누어 서평 실력을 늘리는 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나는 아직 서평 쓸 역량이 안 되니 내 감상문에서 주의할 점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자는 8가지 주의점을 제시한다. 왼쪽은 저자의 주장이고, 오른쪽은 나의 덧붙임이다.
읽고 바로 쓰지 말자 – 최소 반나절 정도 묵히면서 생각 정리 필요.
앵무새가 되지 말자 – 단순 줄거리 요약 피할 것. 자기 생각이 없기 때문.
그냥 ‘재미있었다’라고 쓰지 말자 – 어디가 어떻게 재미있었는지 확실히 언급할 것.
다짜고짜 ‘재미없었다’라고 쓰지 말자 – 근거 없으면 그냥 비난일 뿐.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늘어놓지 말자 – 서평에 해당. 감상문에 해당 ×.
자기 지식을 과시하지 말자 – 세상에는 나보다 전문가가 훨씬 많음.
막무가내로 다짜고짜 쓰지 말자 – 엉망진창인 글이 됨. 뼈대 정도는 생각해둘 것.
뻔한 말로 끝내지 말자 – ‘결심’은 지양할 것. 책에 대한 이야기로 끝내자.
이것만 조심해도 그럭저럭 봐줄 만한 글은 나올 듯하다. 글 점검의 지표로 삼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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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두께도 얇고 저자가 쉽게 설명해주고는 있지만, 글쓰기 초보자가 접근하기에는 다소 벽이 느껴지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글쓰기가 무르익어 더 좋은 서평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다. 나처럼 이제 막 글쓰기에 재미 들린 사람에게 약간 버거울 수 있다.
어쩌다 보니 오늘의 글은 감상문보다 서평의 성향이 더 짙은 듯하다. 내 의견을 개진하는 것에 부담이 줄어들었나? 그래도 나는 감상문을 고집할 것이다. 내 마음대로 쓰는 글이 훨씬 재밌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자기주장은 훗날을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