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코너스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마다 한 번은 읽는 책이 몇 권 있는데, 그중 하나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다. 언제 읽는가 하면, 내 자신이 한없이 쓰레기 같고, 사는 게 절망스럽고, 당장이라도 죽어버리고 싶을 때 위로 삼아 읽었다. 읽고 나면 개운하지는 않아도 상태가 많이 완화됐다.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도 아름답거니와 나의 현실은 아무리 벅차도 주인공 ‘요조’의 그것과는 갭이 상당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전과 다른 상태에서 읽게 되었다. 두 가지의 심경 변화가 있었는데, 첫째는 다소 낙관주의자가 되었다는 점이고, 둘째는 문학의 가치를 잊었다는 점이다. 이 요인들이 시너지를 내니 과거와는 다르게 이만큼 시간 아까운 독서가 없었다.


요조는 자신의 생에 대해 깊은 수치심을 가지고 있다. 수치심을 모르는 인간보다 수치심을 아는 인간이 더 낫다. 개선의 여지가 있으니까. 그러나 그는 그런 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자신이 처한 문제 상황을 인지하고도 타계하기 보다 도피를 선택하고, 그 수치심에 취해 스스로의 동정을 합리화했다. 대놓고 드러나진 않았지만, 행동거지를 보면 본인은 불행해도 싼 인간이기 때문에 이 상황과 싸우는 일은 타당하지 못하다는 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심리적으로 어떻고, 화자의 성장 배경이 어떻고, 시대상이 어떻고 한 사항을 분석하며 읽을 때야 충분히 납득하고 이해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었다. 같이 있으면 나도 덩달아 우울해지는 친구를 둔 느낌이랄까. 한순간에 받아들이는 느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최근 문학을 접할 때마다 겪는 놀라움이다.


아무튼, 요조의 그런 행보는 현재 내가 가진 가치와 전혀 궤를 달리해 예전만큼 즐거운 독서는 아니었다. 감상문의 길이가 짧은 것만 봐도 얼마나 임팩트 없이 읽었는지.


이러한 느낌에는 예전과 다른 출판사의 번역본을 읽은 탓도 있을 것이다. 매년 읽은 『인간 실격』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었다. 이번 것은 ‘코너스톤’에서 출간한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이다. 흠, 어차피 올해 또 이 책을 다시 읽을 날이 분명히 있을 테니, 그때는 각각을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지금은 별 감흥 없는 감상으로 끝났지만, 언제 또 감명 깊게 읽을 지 모른다. 작품 자체의 짜임새 와 문장이 워낙 좋으니까. 다음에는 또 다른 독서가 되길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