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씽킹 WEALTHINKING (양장) - 부를 창조하는 생각의 뿌리
켈리 최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품절


읽으려고 산 책은 아니었다. 켈리 최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가끔 부모님께 찾아가면 어머니가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시고 내게 ‘켈리 최가 그러더라’라는 식으로 들은 게 전부였다. 어렴풋이 기억하던 이름을 책 쇼핑하다 발견하니, 어머니 선물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장바구니에 이 책을 담았다. 그런데 실수로 내 책과 함께 주문해버렸다. 읽을 생각이 없었으나 어차피 어머니께 드릴 책, 한 번 읽어 보고 갖다 드리자는 심정으로 펼친 것이 『웰씽킹』 독서 계기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지만, 이내 흥미가 동했고, 이틀만에 완독하는 기염을 토했다. 1부에 하루, 2부에 하루 해서 말이다. 독서 자체가 재밌어서 잠까지 미룬 책은 오랜만이었다. 익숙한 내용이지만 저자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하여 매끄러운 문장으로 풀어냈다고 할까. 한마디로 가볍게 읽으면서 얻어가는 게 많은 책이다.


저자 개인의 경험치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자기계발 분야에서 익히 보고 들은 내용들이 많다. 목표 설정, 습관 개선, 자기 관리 등등.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1000명의 스승을 두었다고 이야기한다. 책, 강연, 기사, 인터뷰, SNS 등 본받고 싶은 자의 행적을 추적하고 따라하면서 그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배웠다고. 그녀는 그들의 방법을 체화할 때까지 따라하고 반복했고, 결국 성공에 이르렀다. 이러한 경험이 녹아 들었으니 어찌 보면 종합자기계발서로 볼 수도 있겠다.


내용적인 면도 좋았지만, 내가 혹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저자가 프랑스에서 사업하다 약 10억을 빚지면서 망했을 때, 센 강을 바라보며 자살을 생각했다. 빚도 빚이고 갖은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하는 순간이었으니 충분히 절망할 만했다. 그러나 그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소중한 존재인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며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냈다. 당신을 위해 살겠노라 다짐하며 그녀는 재기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인데, 저자와 비교하면 아주 보잘 것 없는 이유다. 사업을 말아먹은 것도 아니요, 거대한 빚을 진 것도 아니었으니. 단순히 나 자신을 낮잡아 봐서 생긴 일이었다. 코딩 테스트를 공부하는데 알고리즘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예시 문제도 풀지 못하니 나처럼 쓸모 없고 멍청한 인간이 또 있나 싶었다. IT 교육을 받았던 6개월을 꽁으로 날린 기분이 들었고, 이게 진짜 루저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살 바에야 죽는 게 낫지 않나? 살아있는 게 민폐인데. 그냥 죽고 편해지면 좋겠다……따위의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 했다. 어느 날, 진지하게 자살 이후를 고민해봤다. 나는 세상에 없으니 걱정할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나는 내 정신머리를 붙잡을 이유가 필요했는 지도 몰랐다.


그림 하나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정신이 무너진 어머니의 모습. 물론 상상의 영역이지만, 내게는 매우 현실적인 감각이었다. 나와 어머니는 지음(知音) 같은 사이로, 둘 중 하나가 세상에 없다면 남은 하나는 필시 외로워질 것이 분명했다. 그런 어머니를 생각하니 역시 나에게 자살은 무리였다. 어쩌다 보니 내 최악이 이렇게 상정되었다. 살아있는 한 나의 삶은 최악보다 언제나 나았다. 나는 결론지었다. ‘내 멋대로 살아도 자살보다 낫다’ 라고. 그런 와중에 이 책에서 비슷한 맥락을 접하니 왠지 칭찬받은 기분이었다.


이왕 살기로 결정한 거, 열심히 살아보려고 다시 마음먹었다. 저자가 알려준 모든 방법을 따라하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내 체질과 안 맞다고 여겨 보류하기로 했다. 물론 한 번에 다 따라할 수 없는 것도 있고. 그래서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행동을 추렸다.


가장 먼저 ‘세 가지 결단’이다. 저자는 성공하기 위해 세 가지 나쁜 습관을 끊었다. 음주를 끊고, 유희를 끊고, 파티를 끊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 관리가 기본’이며, ‘자기 관리의 기본은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줄여 스스로 발전시키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p.58).’ 나도 결단을 내리긴 했다. 일단 게임을 끊었다. 내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용량을 차지하던 게임을 모두 지웠다. 그리고 유튜브 프리미엄 결제를 해지했다. 광고가 나온다면 아마도 불편해서 덜 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돈을 아끼자는 마음을 합친 결과다. 하나가 부족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시간을 쪼개서 독서와 공부에 힘을 쏟는 중이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성장해 있기를 바라면서.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인생이라고 하더라도, 멈추지 않는다면 5년 후에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될 것(p.61)’이다.


다음은 ‘네 번째 뿌리, 믿음’이다. 총 일곱 가지 뿌리가 있는데 다 건너뛰고 왜 네 번째 뿌리만 이냐 한다면, 내게 가장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는 툭하면 나를 깎아내렸다. 위에서 언급한 자살 고민도 그 결과물 중 하나였다. 아마 과거 10여 년 동안 소설가를 꿈꾸면서도 이루지 못한 이유 중에 극심한 자기비하로 인한 의욕 부진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나를 사랑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나를 사랑하는 일의 핵심은 ‘없음’보다 ‘있음’에 집중하는 것이다(p.166).’ 내게 뭐가 있더라, 생각해 보니 가진 게 매우 많았다. 사지 멀쩡하고, 서울에서 지낼 곳 있고, 공부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가족이 있고, 코딩 공부 가능한 노트북도 있고, 심심함과 호기심을 달래 줄 책도 있고, 물려 있지만 배당 나오는 삼성전자 주식도 있고…… 세기가 벅찰 정도였다. 지금 감상문을 적으면서 봐도 참 행복해야 할 놈이다, 나는.


그리고 ‘얼리버드 습관’이다. 얼리버드의 속뜻은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자기계발을 하는 걸 의미한다(p.226).’ 일어나는 시간이 저녁이든 아침이든 상관없다. 내 하루 루틴을 돌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자기계발을 하라는 것이다. 나는 언제 일어나든 간에 제일 처음 활동은 독서로 시작하고 있다.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책을 읽은 다음 계획한 공부를 한다. 개인적으로 공부 모멘텀 형성이 더 잘 되는 기분이다. 앞으로 자고 일어나면 책부터 떠오르는 습관이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동 방침은 아니지만, 위로가 된 문장도 있었다. ‘열심히 하는 건 하는 거고, 결과는 순리에 맡기겠다(p.255).’ 하루 빨리 취업해야 하지만, 내 역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너무 뚜렷해 취업 지원을 주저하고 있었다. 자소서도 개판이고, 이력서도 개판이라서 도무지 지원할 엄두가 안 났다. 내가 인사담당자여도 나 같은 사람은 안 뽑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위 문장을 읽고 ‘그래, 그냥 질러 보자.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하는 용기 넘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괜찮다 싶은 기업이 있으면 그냥 이력서부터 넣어보는 중이다. 물론 전부 불합격이지만, 지원 전의 불안보다 불합격의 안정감이 편했다. 취업 될 대로 되라, 까짓 거. 나도 어딘가에 쓸모가 있겠지. 그냥 내 공부나 열심히 하련다.


부를 이루고 싶다면 『웰씽킹』에서 제시하는 행동을 모두 소화해야 하겠지만, 현재 내 목표는 부나 성공이 아니다. 또한, 개개인에게는 기질이나 성향, 성격 등이 다양해서 누군가 제시한 방법이 모두에게 통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책의 내용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내 마음가짐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끼친 책이다. 왜 어머니께서 자주 언급했는지 알겠다.


어머니께 드리기 아까웠는데, 마침 어머니는 지인한테서 같은 책을 선물 받았다. 고로 이 책은 이제 내 것이다. 고향집 책장이 아닌 내 책장에 두고 가끔 다시 읽으면서 보물찾기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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