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2 - 박재범 대본집
박재범 지음 / 비단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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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같은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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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1 - 박재범 대본집
박재범 지음 / 비단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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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덕포라는 깡패의 장부를 봐주며 조금씩 삥땅치던 우리의 주인공 김성룡은 덴마크로 이민하기 위한 더 큰 돈을 삥땅치기 위해 TQ그룹의 경리부 과장 자리에 지원한다. 그는 실력으로 뽑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흑막이 그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성룡이 지원한 경리부 과장 자리는 회사 내부고발자가 의문의 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까닭에 생긴 공석이었고, 검찰에 신물을 느낀 서율TQ그룹 재무이사로 와 수족으로 부리기 위해서 가장 탈 없을 것 같은 성룡을 뽑은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성룡에게도 서율에게도 쉽게 돌아가지 않았다. 성룡은 우연히 의인(義人)이 되고, 서율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했던 행동들은 강자에게 강한 사람으로 비춰졌다. 처음에는 우연으로 의인이 되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행동에 고마워하는 사람이 늘자 진심으로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를 위로하는 사람이 되었다. 성룡이 TQ그룹의 썩은 부위를 하나씩 들추자 서율은 회장에게서 꼬리 자르기에 당하게 되는데, 이때 성룡이 나서 서율을 구하고 둘은 한 팀이 되어 TQ그룹 회장 무너뜨리기에 돌입한다. 그들의 협심에 TQ그룹은 결국 정상화되고 김성룡은 덕포의 부탁으로 나이트클럽 관리자로 돌아간다. 서율은 1년간 회계재무 국선변호사로 활동하다 윤하경(경리부 대리)의 제안으로 TQ그룹의 CFO자리에 정식으로 지원하면서 막을 내린다.

 

2017년 초 방영한 드라마 김과장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였다. 나 역시 열광한 사람 중 하나였다. 정주행은 3번 정도, 재방송은 채널 돌릴 때마다 나오면 봤다. 평소 드라마를 좋아하지도 않고, 보더라도 한 번만 보는 나였기에 채널을 돌리다 이 드라마가 나오면 멈추는 나 자신은 놀라움의 대상이었다. 그런 와중에 서점에서 대본집을 발견했으니 오죽 기뻤을까. 드라마는 잡아먹는 시간이 길어 딜레마였는데 그런 고민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대본집을 사 온 2017년 어느 봄날 저녁. 나는 밤새서 1, 2권을 다 읽었다. 원래 의도는 몇 화만 보고 자야지였으나 일단 시작한 읽기는 갈등의 고조와 해소의 짜릿함으로 인해 멈출 수가 없었다. 또 드라마를 보고 또 봤으니 등장인물들의 목소리, 표정, 몸짓, 모습까지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그려졌다. 분명 영상을 보는 느낌인데 현실은 책을 읽는 모양새가 너무나도 새로웠다. 20편을 몰아보기까지 이틀이면 된다는 사실도 새로웠다. 그야말로 대본집 읽기는 신세계였다!

 

그래도 당시에는 대본집을 처음 봤기에 밤을 지새웠다고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3년이 지난 최근에 독서 의욕을 달래려 다시 편 대본집의 효과는 똑같았다. 드라마 특유의 중요한 장면에서 감질나게 끝내는 게 대본이라고 다르겠는가. 억지로 참거나 화장실을 다녀오는 등 흐름이 끊기지 않는 이상 대본집을 손에서 놓기란 굉장히 힘들었다. 결국 2권을 읽을 때는 전과 다름없이 밤을 지새웠다.

 

내가 생각하는 김과장의 재미 요소는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성룡은 자신의 아버지가 정직하고 깨끗하게 살려고 했기에 어머니를 고생시키며 하늘로 떠나보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본인은 절대 정직이니 의로움이니 등을 지키면서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덴마크로 떠나려는 이유도 세상은 바뀌지 않으니 그나마 부패지수가 가장 적은 나라로 이민하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그것이 우연이었든 불순한 의도였든)이 주변을 더 좋게 만들자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가치 역시 돈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뀌었고.

 

서율은 어떻게든 이겨야 하고 군림해야 하는 강박을 지녔다. 쓰레기 밑에서 정의로운 척 일하느니 차라리 쓰레기가 되어 쓰레기 짓을 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으로 검사를 때려치우고 TQ그룹 재무이사로 간 것이다. 그러나 때려도 때려도 부러지지 않는 김성룡과 호감이 있는 윤하경 대리로 인해 그는 기분 좋게 지는 법을 배우게 된다. 경리부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기계처럼 일하면서 직원 대접도 제대로 못 받고, 높은 양반들의 지출을 회사돈으로 메꾸는 호구짓 담당으로 매너리즘에 빠졌던 그들은 김성룡의 행동에 감화되어 의지와 활력을 되찾는다.

 

반면, 반대편에 선 인물들은 일관적이다. 좋은 쪽으로의 일관성은 누구나 응원하는 바이지만, 나쁜 쪽으로의 일관성은 깊은 빡침을 불러온다. 게다가 그 나쁜 쪽이 약자를 억압한다? 아마도 주먹이 울지 않을까? 그런 사람이 무시했던 유형의 인물에 의해 박살난다. 실로 통쾌한 사이다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요소는 시답잖은 연애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드라마를 비꼬는 밈으로 이런 말들이 있다.

 

의학 드라마 병원에서 사랑하는 내용

법정 스릴러 드라마 법원에서 사랑하는 내용

범죄 수사 드라마 범죄자 잡으면서 사랑하는 내용

스포츠 드라마 운동하면서 사랑하는 내용……

 

메인 주제는 사랑과 거리가 멀지만 커플을 꼭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듯하다. 그에 반해 김과장은 메인 주제인 대기업의 부정부패를 해결하는 약자 대표 김성룡 과장에서 한치도 멀어지지 않고, 연애가 끼어들지도 않는다. 은근슬쩍 광숙이라는 인물이 하경과 성룡을 엮는 시도는 하지만 하경의 단호한 거절로 끝. 눈에 띄는 연애는 주변 인물에게서 살짝씩, 마치 조미료처럼 일어난다. 경리부 막내 상태와 광숙의 만남, 하경과 서율의 호감 정도까지만. 내세운 주제를 지킨 드라마였기에 재미와 인기를 다 얻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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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드라마가 매우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본집은 얼마 안 되는 것 같다. 김과장말고 진짜 제일 사랑하는 드라마는 김은숙 작가의 신사의 품격인데 이건 각색 소설만 있고 대본집이 없다. 아마 이런 아쉬움을 달래느라 김과장을 더 사랑하는 것은 아닐는지. 드라마 대본집도 소설처럼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염원을 가지고 다음에는 스토브리그대본집을 읽을 것이다. 그것도 남궁민 주연인 것은 우연의 일치……겠지? 아무튼, 대본집은 드라마만큼 재밌으면서도 드라마보다 시간 활용에 있어 효율적이다. 앞으로도 쾌락을 누리고 싶을 때 게임이나 유튜브 대신 드라마 대본집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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