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빛
마이클 온다치 지음, 아밀 옮김 / 민음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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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기억의빛

#마이클온다치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때는 잘 믿기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그 시기에 내 생활이 망가졌었는지 아니면 활기에 찼는지 분간이 잘 안 간다. 나는 가족의 습관에서 비롯된 규칙과 제한에서 벗어났는데, 나중엔 자유를 너무 빨리 소진한 게 아닌가 싶어 주저할 정도였다. 어쨌든 지금의 나는 당시 일에 대해, 낯선 사람들 품에서 보호받으며 자란 경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이는 우리 부모님, 레이철 누나와 나, 나방, 그리고 나중에 우리와 함께한 다른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었던 신화의 의미를 명확히 밝히는 일과도 같다._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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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에는 이름표가 없는 파편들이 너무나 많다. 조 부모님 침실에서 나는 어머니가 학창 시절 격식을 갖추고 찍은 사진들을 보았지만 그곳에 아버지 사진은 없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고 화이트 페인트를 뒤졌지만 아버지와 관련된 사진은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아는 것은, 아버지 시대의 정치적 지도가 광대하고 국제적이라는 사실이었고, 아버지가 우리 가까 이에 있는지 아니면 머나먼 곳들로 영원히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은 수많은 곳에서 살고 어디에서든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_248p.

제2차 세계 대전 직후인 1945년, 너새니얼과 레이철의 부모는 남매를 후견인이라는 인물에게 맡긴 채 싱가포르로 가버린다. 전쟁 중 이런저런 임무를 수행한 나방(후견인)이 범죄자가 아닐까 의심하던 남매는 그들이 사는 집으로 이런저런 사람들이 왔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함께 어울리면서 낯선 사람들과의 생활은 이들 남매가 아이의 삶에서 어른의 삶으로의 시간을 압축해버린듯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버지와 싱가포르에 간 줄 알았던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낯설기만 한데... 남매들이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삶, 마지막까지 알 수 없었던 아버지의 생존 여부 등... 성인이 되어 어머니의 흔적을 더듬어가는 너새니얼의 여정은 전쟁시대 어쩌면 희생자이고, 영웅이었을 사람이 삶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살았던 시절의 자락들이 아니었을까?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후 성장한 아이가 사실과 기억으로 상상하는 조금은 묵직한 첩보 미스터리 즈음이려나..

역대 부커 수상작 중 최고작에 주는 황금 부커상을 수상한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거장 마이클 온다치의 새 소설. 「기억의 빛」은 아름다운 문장과 겹겹이 쌓여가는 이야기들이 입체적으로 형태를 갖추어가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페이지가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제목의 의미가 점점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느낌! (읽어봐야 알 수 있는데~) 꽤 긴 시간 천천히 읽었던 글이지만 적어두고 싶은 문장들이 많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마지막페이지를 덮으면 다시 맨 앞장으로 돌아가 페이지를 넘기게 될 것이다. 추천, 또 추천..

나는 느릿느릿 움직이는 버스 2층에 앉아 텅 빈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도시의 어느 지역들은 작은 유령처럼 무기력하게 홀로 걷는 아이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전쟁의 유령이 떠돌던 시절이었다. 회색 건물들은 밤에도 불을 밝히지 않았고, 유리가 박살 난 빈 창문들에는 여전히 검은 천이 덮여 있었다. 도시는 아직 아픔에 잠겨 있었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인간들이 규칙 없이 지내도록 놔두었다. 모든 일은 이미 벌어졌다. 그렇지 않은가._52p.

우리는 어떤 종류의 가족이었을까? 돌이켜보면 누나와 나는 날조된 서류들이 덧붙여진 개들만큼이나 익명성 뒤에 숨겨진 존재였던 것 같다. 개들처럼 울타리를 벗어났고, 규칙과 질서가 줄어든 세상에 적응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정확히 무엇이 되었던 걸까? 청소년들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잘 모를 때면 사람들이 으레 예상하듯 억압되지 않고 도리어 불법의 영역으로 넘어가곤 한다. 그리하여 쉽 사리 이 세상에서 보이지 않고 지각되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_142p.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라다 보면 사람들을 하루 단위로, 혹은 아예 더 안전하게 시간 단위로 대하게 된다. 사람들에 대해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얘기 다. 어차피 혼자니까. 그래서 나는 과거에 의존하고 그것을 다시 해석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행동을 기억하는 방식에는 일관성이 없었다. 유년 시절 대부분을 균형을 잡으며 수면에 떠서 보냈기 때문이다. . _232p.

우리는 간신히 유지되는 이야기들로 우리 삶을 정돈한다.

혼란스러운 곳에서 길을 잃은 듯이, 눈에 보이지 않고 말이 되지 못한 것들 - 레이철 또는 렌도, 나, 즉, 스티치도-을 모두 한데 모아 꿰맨다. 전쟁 때 지뢰가 묻힌 해변에서 자라 났던 갯완두들처럼 불완전하게, 무시당하며, 그럼에도 살아남기 위해._386p.

#소설 #민음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추천 #인글리시페이션트 #war_light #책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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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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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당신의남자를죽여드립니다

#엘코시마노 #김효정 옮김

고개를 들어 타공판에 걸린 밉살스러운 분홍 삽을 노려봤다. 몇 주 전부터 발도 들이지 못한 서재의 어둑한 창을, 진입로를 기어오르는 잡초를, 우편함이 미어터져서 우체부가 현관 계단에 던져놓은 청구서 더미를 노려봤다. 후진기어를 넣고 천천히 뒤로 이동하면서, 백미러를 통해 콧물과 시럽으로 얼룩진 내 아이들의 토실토실한 얼굴을 바라봤다. 스티븐과 테리사에게 아이들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엄마는 돈 벌러 갈 거야."_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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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을 올려준다고요? 얼마나요?"

"권당 7만 5천 달러." 내 입이 무릎까지 벌어졌다. 출판사가 내게 15만 달러를 준단다. 해리스 미클러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범죄의 세부 내용을 속속들이 묘사한 책으로. 지금 수사 중인 데다가 나도 은밀히 연루된 사건으로._207p.

에이전시 담당자와 중요한 약속이 있었던 아침, 베이비시터는 연락이 되지 않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보채기 시작하는데 외출복까지 엉망이 되어벼렸다. 전쟁 같은 상황을 남편에게 잠시 넘기고 한 카페에서 소설의 소재에 대한 살벌한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그날, 자신의 남편을 죽여달라는 살인 의뢰를 받게 된다. 써지지 않는 소설, 늘 허덕이는 육아, 쌓여가는 청구서와 간당간당한 생활비로 숨차는 일상을 겨우 유지해가던 핀레이에게 5만 달러라는 큰돈은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는데... 얼마나 나쁜 놈이길래 와이프가 거액의 돈을 제시하며 청부살인을 의뢰할까? 궁금함에 살짝 알아보기나 하자 했는데, 순간 개입했던 상황에 본의 아니게 킬러로 데뷔하게 된다. 자신의 짐을 챙기러 왔던 보모 베로가 조력자가 되고, 급한 마음에 실제 사건을 적당히 각색해 넘긴 초안으로 거액의 새로운 계약을 하게 되며 작가로서의 입지도 다지게 된다.

핀레이는 경제적으로, 작가로서도 바닥이었던 삶을 킬러라는 이중생활을 시작하며 언제 감옥에 가게 될지 전전긍긍하지만만 해결책을 찾는 와중에 어떤 작은 계기들로 시원시원 해결해나가게 된다.

와, 이게 된다고?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일은 연이어 터지게 되고, 그녀 주변에 등장한 매력적인 바텐더이자 법대생 줄리언과 형사 닉은 핀레이를 마주할 때마다 설레는 마음보다 범죄를 들킬지 모르는 두려움을 안고 있었던 핀레이는 피할 수 없는 두 번째 살인 의뢰로 거대한 세력을 적으로 만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무사히 성공할 수 있을까? 로맨틱, 코미디, 미스터리, 서스펜스, 스릴러소설 이 모든 걸 다 조화롭게 다 담았던 소설. 긴장감 넘치는 사건과 등장인물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어서 마지막 페이지의 반전이 정말 놀라우면서도 다음권으로 빨리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다. 미국에서 핀레이 도너번 시리즈로 3권까지 출간 중이라고 하니 국내에서도 이후 이야기들을 빠르게 읽어보고 싶다. (아!! 어떻게 기다리지!!! 빨리 출간해 주세요~)

나는 테이블 위로 몸을 숙이고 목소리를 낮췄다. 옆자리의 대학생 이 헤드폰을 끼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난번 살인은 지나치게 상투적이었죠. 제 수법이 너무 뻔해지고 있나 봐요. 판에 박혔달까요."_23p.

"나를 도울 사람은 당신뿐이에요." (···) "당신은 그이가 모르는 사람이고요. 어렵지 않을 거예요. 남편이 전혀 예상을 못 할 테니까요. 당신처럼…" (···) "허술해 보이는 사람일 거라고는"_241p.

"어디 갈까요.?" 그가 내 차로 따라오며 물었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 빈 화면 앞에 앉아 키보드만 두드리면 되는 상태였다. 내 미니밴은 깨끗했다. 배터리는 수리를 마쳤다. 내게는 베이비시터가 있고 주머니에는 현금도 두둑했다. “글쎄요” 하지만 이번 챕터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타요. 가면서 생각해요.?_403p.

나 같은 사람들이 모인 웹사이트에서 이런 구인광고를 봤어요.

관심 있으실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밑에 제시된 금액을 확인하고는 내가 처음에 이름을 잘못 읽었나 보다 생각했다._410p.

#인플루엔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어쩌다킬러 #핀레이도너번시리즈 #소설추천 #책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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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셀프 트래블 - 호이안.후에, 2023-2024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3
김정숙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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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삶!

'소유'에만 열을 올리기보다는, 많은 것을 '경험'하며 채워가는 인생!

무엇인가를 갖기 위해 지갑을 여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고 멋진 인생이 되지 않을까요? 저는 앞으로의 시간을 그렇게 사용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여행보다 더 많은 여행을 할 것이며 그 여행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차곡차곡 채워갈 것입니다. 떠나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설레는 일입니다. 용기를 내고, 행동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설렘, 여러분들도 그 설레는 삶에 같이 동참해 보시면 어떨까요?

여행은,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놀이이자 온전한 나를 만날 수 있는, 신바람 나는 통로이기도 하니까요. _Prologue

지난 2년, 여행을 할 수 없는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걸, 유한한 시간을 무엇으로 비우고 채워야 하는지에 대해 선명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은 짧지 않은 단절의 시간을 보냈던 이들이 해외로, 해외로 향하고 있다. <방콕 셀프 트래블> <허니문 100배 즐기기> <코사무이 100배 즐기기> <하루 100$ 호텔 놀이>등의 여행전문서를 집필했으며, 여행 컨설팅 전문 여행사 '트래블피시'에서 4,000팀 이상 컨설팅을 진행하며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여행전문가 김정숙이 제안하는 다낭 여행서.

<셀프 트래블 다낭>은 다낭, 호이안, 후에등을 함께 다루고 있어 여행을 준비하며 조금 큰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는 책이다. 여행이 시작되고 제일 먼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베트남, 그중에서도 다낭은 해변과 박물관 바나힐 썬 월드, 야시장등 쉼을 원하는 여행자를 위한 모든 걸 갖춘 여행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Mission in Da Nang 다낭에서 해봐야 할 모든 것

Enjoy Da Nang 다낭을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

Step to Da nang 쉽고 빠르게 끝내는 여행 준비

알고 보면 재미있는 다낭 상식, 여행을 함께 하는 사람에 따라 여행 일정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팁 등등, 깨알 팁이 한가득인 책이다. 다낭을 여행지로 생각했다면 여행지에서 해보고 싶고, 먹어보고 싶은 음식 등등 여행을 가기 전 한 번쯤 휘리릭 넘겨보며 나만의 여행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여행하기 전 설렘을 높이는 한편 여행을 더 즐길 수 있다. 다가올 겨울, 조카의 중학교 졸업여행으로 생각 중인 여행지 중의 하나!!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넘겨보게 될 것 같다.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도 여행지만 정했다면 셀프 트래블 한 권이면 준비는 끝! 여행 필수품, 입출국, 떠나기 전 둘러볼 필수 사이트나 유용한 앱, 여행지의 식문화 역사, 서바이벌 베트남어, 영어회화 등 이 책 한 권이면 준비 끝!

보기 편한 구성으로 지역 지도를 한눈에 #쉬워요

테마별 일정, 베스트 스폿 총망라 #알차요

SNS보다 정확하고 꼼꼼한 전문가의 꿀팁 #친절해요

#상상출판 #도서협찬 #파리여행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다낭셀프트래블 #다낭여행서 #해외여행서 #셀프트래블다낭 #호이안여행서 #후에여행서 #미썬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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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 소방단
이케이도 준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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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하야부사소방단

#이케이도준

-나는 뭘 하고 있었던 걸까.

도쿄에서의 삶을 떠올리고, 쫓기듯이 원고를 계속 쓰던 나날을 생각했다. 스트레스를 떠안은 채 좁은 하늘과 콘크리트에 둘러싸여서 살아온 나날. 그런 세월을 보낸 뒤에 과연 내게 무엇이 남는 것일까. 그렇게 치솟은 감동은 금세 근본적인 회의감으로 변했고, 그것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하늘의 계시라고 할까, 직감적인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그리 오래 질리지 않았다. 다로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근한 산촌의 기운 속에서 깨달은 것이다. 이 집이야말로 내가 살아야 할 곳 아닐까." 이곳이야말로 지금 내가 필요로 하는 곳이다. 돌아보아야 하는 원점인 것이다._19~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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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따진 나가노에게 다로는 "하야부사는 우리 마을이라고요”라고 조용히 대답했다.

"이제 경찰에 기댈 수 없다는 건 잘 알겠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게요. 더 이상 교단의 손에 사람들의 행복이나 목숨을 빼앗기는 일이 없게끔,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켜야겠죠. 그렇게 해야 한다고요."

-하야부사는 우리 하야부사 분단이 지켜야만 한다.

언젠가 하야부사 소방단에 다로를 권유했을 때 미야하라가 한 말이었다.

다로를 소방단으로 이끌어준 그 말이야말로 하야부사의 주민으로서, 하야부사 소방 단원으로서 지켜야 하는 모습이 아닐까. 적어도 다로는 그런 마음가짐에 감동해서 소방단의 일원이 된 것이다._632p.

소설 취재차 고향 인근의 마을을 방문했다가 드라이브 삼아 방문했던 아버지의 고향 하야부사 지구, 도쿄에서 미스터리 작가로의 삶에 지쳐있던 그는 도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하야부사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도시와 달리 이웃과 살아가는 사람들, 자치회의 가입과 지역의 소방단 가입하게 되는데.... 평화로운 마을에 방화가 연이어 일어나고 살인사건까지 발생하게 되면서 평화로운 시골마을에 소란이 일기 시작한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 위해 타운 솔라의 직원이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며 돌아다니는데, 불이 나 집이 전소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부지를 판매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재해가 아닌 방화라면 어떤 이유로 이런 일들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미스터리 추리작가인 미마 다로는 직업의식의 흐름 때문이었을까? 사건의 흐름을 전체적인 개요로 그리며 추리하게 되고,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결코 조용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감지하게 된다. 현재의 시간과 꽤 오래전 사람들이 살았던 시간이 얽히며, 한때 일본 전역을 들썩이게 했던 특정 종교의 이름까지 등장하며 방화사건이 결코 가벼운 사건이 아님을 알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캐릭터와 범인을 추리해가는 과정이 진심 흥미진진! TV 드라마화 예정인 소설이라 어쩌면 조금 더 생생하게 상상하며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연속 방화사건과 이를 배경으로 은밀하게 진행 중이던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하야부사 소방단과 미마 다로의 활약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도대체 누구야!???' 추리하며며 함께 빠져들 것이다.

『한자와 나오키』, 『변두리 로켓』, 『하늘을 나는 타이어』의 저자 이케이도 준의 전원 추리 소설, <하야부사 소방단>은 2023년 여름 TV 드라마화가 결정된 소설이라고 한다. 페이지터너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답게 700여 페이지에 가까운 소설은 페이지 넘김을 멈추지 못해 날이 밝아오게 될지도 모르니 다음날을 위해 알람! 필수인 소설.

 

 

"단정 짓는 건 아직 이를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우연이 아닐 거야.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으니까. 이건 아마, 연속 방화겠지."

불을 끈 뒤에 풍기는 자극적인 냄새가 다로의 코를 찔렀고, 다시 화재 현장을 돌아본 다로는 말없이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봄처럼 눈부시고 평온한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따스함을 머금은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 하야부사 지구는 아무래도 다로가 믿고 있던 것처럼 느긋하고 평화로운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 평온한 경치 뒤에 숨어 있는 악의를 알게 된 다로는 그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_66p.

척 보기에 느긋한 것 같은 산촌에도 복잡한 인간관계나 사정이 있고, 거기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다양한 알력이 생기는 것은 어차피 도시든 시골이든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_105p.

만약에 그녀가 지금도 교단의 신자라면, 오늘 이야기한 내용은 교단 쪽에 그대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최고의 스파이다.

하지만, 다로는 작가다. 작가는 일반적으로 글을 쓰는 게 일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다. 작가로서 가장 중요한 일을 사람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소설은 '사람'을 쓰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쓰는 작가는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방의 사람 됨됨이를 파악하려는 습성이 있다. 일부러 그러든 아니든 간에, 작가에게는 그런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 눈으로 보아하니, 아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만약에 이 예측이 빗나간 거라면, 작가로서의 다로 실력도 아직 미숙하다는 뜻일 것이다._408p.

#천선필 옮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원작소설 #드라마원작소설 #소미미디어 #소미랑 #소미랑2기 #소설추천 #페이지터너 #날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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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니쿠코짱!
니시 가나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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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항구의니쿠코짱!

#니시가나코

 

"살아 있는 한 폐를 끼친다고 주눅 들면 안 돼." 내 팔에 링거 튜브가 연결되었다. 내가 지금 이걸로 살아 있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묘했다. 삿산이 말하는 '살아 있다'와 내가 지금 '살아 있는' 것이 같다고 생각하니까 이상하게도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았다.

"살아 있는 한 쪽팔리는 결 두려워할 것 읎어. 애답지 않다는 소리는 안 할 기야. 애 답다느니 뭐니는 어른이 만든 환상이니까. 모두 각자 알아서 있으면 되는 기야. 다만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어른이고 뭐고 읎다. 그러니 니가 아무리 노력해서 좋은'어른이 되려 해도 괴롭고 쪽팔리는 일을 반드시, 틀림없이 겪게 될 기야. 그건 피할 수 읎지. 그러니까. 그때를 위해 비축해 두라. 어릴 때 잔뜩 쪽팔리고 페를 끼치고 혼나고 일일이 상처받으면서 그렇게 또 살아가는 기야." _260p.

엄마인 니쿠코를 따라 여러 지역을 전전하며 살아온 기쿠코, 엄마가 나쁜 남자들만 만나다 보니 번번이 실연당해서였는데, 유서를 남기고 떠난 남자를 쫓아 8살이었던 기쿠코를 데리고 도착한 북쪽 지방의 작은 항구마을에 정착해 살게 된다. 동글동글 작고 뚱뚱하지만 기운 넘치는 엄마 니쿠코, 귀엽고 날씬한 초등학생 기쿠코의 이야기는 기쿠코가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어른들의 삶과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문득 어른의 삶,에 대해 자주 생각하던 즈음 읽게 된 책이어서 그랬는지 엄마를 조금 부끄럽게 여기는 기쿠코보다 미혼모로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는 니쿠코의 삶이 눈에 들어왔던 글이기도 했다.

그래도 모두 살아간다. 어른의 삶이라고 뭐가 다를까? 하지만 그럼에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금 나의 삶을 한 번쯤 돌아보게 된다. 부러 용기 내어 살아가야만 어른인 걸까? 조금은 엉망이어도, 남들과 많이 달라도 의연하게 내 페이스대로 살아가는 니쿠코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용기가 아닐까? 모든 순간의 나를 사랑하며 한번뿐인 삶을 충실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니쿠코처럼. 애니메이션 영화의 원작이라고 하니 그 영상이 더욱 궁금해지는 <항구의 니쿠코짱!> 원작 소설을 읽었으니 이제 영화를 봐야겠다. 영화를 보기 전, 원작 소설도 너무나 강력 추천하고 싶은 소설로 청소년기의 자녀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소설로 제대로 된 어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걸까? 길을 잃은 것 같은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니쿠코는 정말로 바보인가? 하는 생각이, 그럴 때면 든다.

나쁜 남자를 찾아내는 자석이 최근은 쉬는 중인가 보다. 벌써 1년 가까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게다가 이쪽에 온 후로 남자를 집에 데리고 오는 일이 사라졌다. 곧 사춘기인 나를 뒤늦게나마 배려하는지도 모르겠다.

니쿠코는 점점 살이 불었다. 나는 니쿠코의 몸에서 지방 대신에 '여자' 같은 부분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사실 '여자' 같은 부분이 뭔지는 모른다._21p.

니쿠코는 인간관계를 시작하는 것도 서툴다. 상대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대해야 분위기가 이상하게 꼬이지 않는지, 그런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첫인사도 제대로 안 하고서 성큼성큼 남의 영역에 발을 들이민다. 나로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분위기를 읽는다거나 지금 상황을 확인한다거 나, 니쿠코의 머리에는 그런게 없다.

누구 앞에 설 때도 언제나 전력으로 '니쿠코'다. 그러니 성가신 인간 취급을 당하고, 업신여김을 당하고, 속아 넘어간다._43p.

#소미미디어 #소미랑 #소미랑2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 #소설추천 #애니메이션원작 #원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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