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 유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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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두꺼운 추리소설,  할런 코벤을 처음 알게된 건 지인의 추천으로 <아들의 방>을 읽으면서 부터였다.  그의 작품을 읽은 몇 몇 지인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들은 조금씩 달랐지만 이 작가의 책이 새로이 출간 될때면 눈여겨 보곤 했다.  이번 책은 온라인 데이팅사이트와 연관된 사건이 등장해서 호감을 갖고 읽어보게 되었다.  최근 읽었던 <6년>까지도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은데 책의 추천사가 조금 과하게 느껴졌던 걸까?  아니면 기대감이 컸던걸까?



그녀가 라디오를 켜자 토크쇼가 흘러나왔다.  진행자들은 항상 세상의 모든 문제들에 대해 쉽고 간단한 답을 내놓았다  그들의 단순함이 캣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마음을 산란하게 만들어줄 무언가가 절실했다.  쉬운 답을 내놓는 이들 대부분은 틀렸다.  세상은 복잡하다.  모든 것에 두루 적용되는 답은 없다. /p73



"어느 길로 들어설지는 각자가 선택할 문제지만, 가끔 압력에 떠밀려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서야 할 때가 있어."  /p178



대대로 경찰관을 지낸 집안의 캣,  그녀는 한때 너무도 사랑했고 결혼까지 약속했던 남자가 18년전 아버지의 죽음과 맞물려 이별을 고하고 사라져 버리고, 18년이 지났지만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친구의 권유로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에서 남자들의 프로필을 보다가 우연히 옛 약혼자인 제프를 발견하지만, 그는 그녀와 다시 만날 생각이 없는것 같다.  그사이 그에겐 자녀도 있었던 걸로 보아 결혼도 했었던것도 같지만 이별의 이유조차 명확히 알지 못하고 그에게 일방적인 헤어짐을 통보 받았던 그녀에겐 다시 만날 수 있을것만 같은 그에게 거절을 당하고...



지금껏 모든 세대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바로 전 세대에게서 치열하게 도망치며 살아왔다.  신기하게도 그들 대부분은 그런 대담한 선택으로 보다 나은 삶을 살게 됐다. /p243


"과거속 사람들을 조심해.  그들이 당신에게 돌아오면 안 돼."  /p272


남들 눈에는 그들의 관계가 특별하게 비쳤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테시가 캣의 어머니로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부담 없이 대화를 즐길 수 있었던 건 피를 나눈 모녀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익숙함이란 경멸을 수반하는 법이니까. /p302



어느날 한 소년이 자신의 어머니가 어떤 남자와 실종 되었다며 캣을 찾아온다.  처음엔 단순히 사랑을 찾아나선 여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사건을 조사할 수록 연계되어있는 무엇인가가 더 있는것 같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고 계속 파고 들지만 주변인들은 그냥 현재를 살라고 한다.  과거를 파헤쳐서 좋을게 없다며,  하지만 지나간 과거도 캣이 받아들여야 할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18년동안의 시간을 그녀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한참의 시간이 흘러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한 범인이 자백한 충격적인 내용과 아버지의 죽음에 관해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이 현실을 감당할 수 있을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건은 18년전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한 내용과 온라인데이팅 사이트에서 사라진 사람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나오지만 초점이 나뉜 느낌이랄까?  페이지가 줄어갈수록 마무리가 어떻게? 어떻게? 라는 생각으로 읽어갔지만 큰 사건을 둘로 나뉘어 진행하다보니 오히려 어느 한 쪽에도 충분하지 못했던 기분이,  어쩌면 조금 산만했던 2월을 보내던 중에 읽었던 책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읽으려고 체크해두었던 그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시간이 조금 흘러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녀는 제프와도, 아버지와도 깔끔한 이별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큰 응어리가 돼 지난18년간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다.  이제는 훌훌 털어버려야 했다.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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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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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본 물건들이 모두 네 봉지나 되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걸어가려니 시드니 땅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JJ와 쇼핑한 물건들을 두 봉지씩 나눠 들고 걸어가는데, 차가 쌩하니 지나갔다.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p22



'난다' 에서 출간하고 있는 걸어본다 시리즈를 드문드문, 손이 가는 대로 읽고 있다. 제일 먼저 구입했던 책은 아직도 읽지 않고 책장 속에 있지만,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는 누구의 글인지도 모르고 제목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지난해 <소란>으로 먼저 접했던 박연준 시인과 장석주 시인 부부가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결혼식을 대신할 책으로 엮은 어쩌면 청첩장과도 같은, 한국이 아닌 시드니에서 한 달여간을 살며 그들이 함께 쓴 책이다. 장석주 시인의 책을 추천하는 지인들이 많았지만 지독히도 에세이적 취향인 내가 찾아 읽었던 적은 없던 작가라 그들이 함께 쓴 글이 어떨지 궁금한 마음에 펼쳐 들었다. 



박연준(35)·장석주(60) 두 시인이 함께 낸 책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난다)는 책을 통해 두사람의 결혼 사실을 알리는, 청첩장과도 같은 책이다. 10년 열애 끝에 올 1월 혼인신고를 했지만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던 이들이 9월 초부터 한달 동안 호주 시드니에서 살았던 기록이다./한겨레 | 한겨레 최재봉 선임기자




숨이 막힐 때가 있다. 인생이 단 한 번이라는 생각을 하면,

이번 생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이렇게 살아도 되나?  목뒤가 서늘해질 때가 있다  내가 겪어온 '어제'들이 날아가버린 날들이 아니라 몸에 배이고 스미는 날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난 이후로 줄곧 시간을 써왔구나, 나는 오래되었구나.  인생은 낡았다!  앞으로 더 낡아갈 일밖에 없는 것인가?

​삶은 현재진행형이다.  과거도 미래도 수면 아래 있다.  오직 현재만이 '사실적으로' 작동한다.  잘사는 것에 대해서라면 관심이 없다.  다만 많은 것들을 충분히, 고루 느끼고싶다.  상처는 두렵지 않다.  후회가 두렵다.  오라, 갖가지 경험들, 내가 느낄 감정들, 인생을 좌지우지할 천 가지 얼굴들이여!  나쁜 경험이란 없다.  겪지 말았더라면, 생각했던 일들도 지나고 나면 괜찮았다. 

누군가 내 삶을 세탁해 입어보라고, '처음' 선물한 것 같다.

입어볼까?  오래된 처음처럼, 꼭 맞기를.   /p16~19 박연준




박연준 시인의 글을 시작으로 책은 시작 되고있다.   서로에 대한 고백과도 같은 시로 시작하는 박연준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시드니에서 한 달여간의 생활이 그들의 결혼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남녀간의 사랑에 대해 많은 글들이 출간 되었고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절절한 사랑보다 서로의 믿음에 기반한 삶이 있는것 같다고나 할까?  길고긴 10년의 연애 끝에 결혼을 결심하게 된 그들, 생각보다 많은 나이차에 놀랐지만 아마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긴 시간동안 지내오면서 함께 사는 일까지 결심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시드니의 자연속에서 글을 읽고, 걷고, 자연속에서 많은 생각과 글을 집필 할 수 있었던 건, 그리고 그들이 함께 보낸 공간에서 각자의 생각을 담은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었던 건, 매력적인 생각이었다.




"우리는 책 사이에서만, 책을 읽어야 비로소 사상으로 나아가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야외에서, 특히 길 자체가 사색을 열어주는 고독한 산이나 바닷가에서 생각하고, 걷고, 뛰어오르고, 산을 오르고, 춤추는 것이 우리의 습관이다." 니체는 날마다 걸으며 상상하고 발견하고 경이로 전율하면서 사유를 확장해나간다. 그는 철학사에서 빛나는 누구보다도 걷기에 열광했던 건각으로 기억되어야만 한다 /p171  장석주



우리는 매일 밤 죽는다  잠은 작은 죽음이다  날마다 잠에 드는 까닭에 날마다 죽는 것이다.  아침에는 새로운 생명을 얻어 부활한다.  우리는 날마다 삶과 죽음을 번갈아 겪으면서 큰 죽음을 맞는다.  잠이 작은 죽음이라면 큰 죽음은 영원한 망각에 드는 일이다.  작은 죽음들은 큰 죽음을 위해 드는 보험이다.  우리는 잠자면서 망각과 죽음에 드는 연습을 한다.  삶이라는 전투를 끝내고 망각과 안식에 들때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하여!  작은 죽음들을 잘 치르는 사람이 큰 죽음도 잘 맞을 것이다. /p194  장석주




공감하며 함께 거니는듯 읽었던 박연준 시인의 글을 지나, 시드니에서의 사진들을 몇 장 지나고 나면 장석주 시인의 글이 이어지는데.... 솔직히 장석주 시인의 글이 어렵다고 해야하나?  문학교수님을 모시고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장석주 시인도 조금은 쉽게 다른 문학서적의 인용을 조금 줄여 주었더라면, 박연준 시인과 밸런스가 맞지 않았을까?  하는 조금은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내가 그의 글을 아직 접하지 않아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문장 속에서 마음을 붙잡는 문장들도 꽤 있었으니 그의 책도 조만간 찾아서 읽어보리라 생각해보게 된다.    그들이 함께 거닐었던 시드니,  함께여서 서로를 보듬으며 지냈던 한 달 여간의 시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가끔은 그곳이 그리우리라 생각되는 시간들.  이 책을 읽고 아직 가보지 못한 그 곳이 조금은 궁금해졌다.  기회가 되어 시드니에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장석주 시인의 글을 다시 곱씹으며 읽어보고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낯선 곳을 여행해보면 안다.

여행은 불편을 동반한 낯선 상황의 연속이라는 것을.

불안과 스트레스를 동반하며

그리 익숙함을 그리워하게도 만든다는 것을.


돌아와보면 안다.

익숙할 때 즈음 그곳을 떠나왔음을,

이곳의 익숙함이 달콤하고 감동스럽게 느껴지지만

잠깐일 뿐이라는 것을,

조만간 권태에 빠져,

불편과 낯선 상황을 향해 달아나고 싶어할 것임을.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서울을 서울 밖에서 바라보듯 거리를 두고,

돌아와서도 헤매야 한다. /p100  박연준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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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살아보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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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엄마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새들을 찾아다닌다.  그런 엄마가 새들보다 더 신기하다.  나는 어째서 엄마가 새를 좋아한다는 것도 몰랐을까.  세상의 모든 엄마는 또 자신이 키운 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세상의 모든 엄마는 또 자신이 키운 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엄마'라는 이름을 벗어놓은, 욕망을 지닌 한 여성으로서의 엄마를 나는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은 익숙했던 상대를 재발견하게 만든다.  내 안에 단단하게 굳어있던 상대에 대한 이미지를 녹여준다.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오다니, 참 잘했다.  /p29



지독히 낯을 가리는 내가 여행지에서는 쉽게 마음을 열게 된다.  우리는 모두 바깥에서는 서로에게 느슨해진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슬쩍 열어버리는 순간, 삶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도 같다.  /p69



해외여행에 눈뜨기 시작했던게 이십대 중반즈음이었다.  영어 울렁증도 컸지만, 그땐 패키지 상품같은것도 없었고 블로그가 활성화 되어있지도 않았던 때라 정보가 부족했달까?  지금은 넘치는 정보로 선택장에가 생길 정도지만 그때 당시만해도 여행지를 결정하고 출발하기까지의 준비시간이 꽤나 길었던걸로 기억한다.  아마도 초보이기도 했고 겁이 많아서 였겠지만.... 그렇게 몇 번의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면서 삼십대가 되었고 친구와 한 달여간의 일정을 잡고 친구의 지인이 계시는 LA에서 한 달간 체류하며 여행하기를 했던 적이있다.  그때의 경험은 그 동안의 여행에 대한 나의 시각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정해진 시간안에 누구보다 많이 보고 체험하고 경험하길 원했기 때문에 여행지의 풍경을 보고 즐기기 보다, 사진에 담고 이동, 이동....을 하는 바쁜 여행을 했다면 딱히 일정을 정하지 않고 여유있게 머물렀던 한 달여간의 여행은 현지인처럼 지내면서 하루 하루를 여유롭게 보냈던것 같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들은 짜여진 일정대로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짧은 기간이라도 여유있게 쉬면서 돌아보았던 여행이었던 것 같다.


여행에 목마른 갈증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던 즈음, 한파로 한차례 몸살을 앓고 있던 때에 김남희 작가의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를 읽어보자고 집어들었다.  어쩌면 글로 나마 추위를 잊고 빠져들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그래, 여행이 우리가 품은 질문에 답을 주진 않지만 어딘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등을 떠밀어주긴 하지.  일단 나아가면 결국 답도 찾을 수 있으리라.  아니, 평생 답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의 의미는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던져진 질문과 마주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p74



나는 얼마나 순진했던가.  한국에서 좋은 사람만 만났다는 그의 말을 그대로 믿었으니.  오늘 나는 그의 운명을 쥔 사람인데 내 앞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한국에서 일한 6년 동안 부당한 대접과 차별에 잠을 이루지 못한 무수한 밤이 있었을 것이다.  최저임금 미만의 월급을 받기도 했을 것이며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일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그에게 '좋은 나라' 였을 것이다.  그의 조국에서는 평생 만져보기 힘든 돈을 벌게 해주었으니.  내가 너무 최악의 상황만을 상상하는 건 아닐까.  어쩌면 그는 좋은 '사장님'을 만나 인간답게 대접받으며, 선량한 동료들과 즐겁게 생활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현실은 내가 상상하는 최악의 상황과 최선의 상황,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물렀을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 삶이 그러하듯. /p199



발리, 스리랑카, 치앙마이, 라오스 그녀가 겨울을 피해 머물렀던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들은 아직 내가 방문해보지 못했던 여행지, 하지만 이미 여러번 읽었던 곳들이라 그 곳들의 변화가 낯설지 않았다고 할까?  세계각국에서 모여드는 여행객들 그리고 그러한 여행지를 소개하는 방송들, 그 방송을 보고 몰려드는 여행객들...현지의 순박함을 외지사람들이 변하게 하는건지, 그들이 자본주의에 눈을 뜨게 된 것인지... 특히 라오스의 변화는 읽으면서도 안타까웠다.  모 방송의 프로에 소개 되면서 그들이 다녀간 곳들을 한국관광객들이 섭렵하고 다닌다고 하니, 방송의 힘이 대단한건가?  3,4년전만 해도 라오스는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지금이라면 글쎄... 선뜻 내키진 않는다.


 

"자신의 젊음의 고장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스무 살 적에 사랑했거나 강렬하게 즐겼던 것을 마흔 살에 다시 살아보겠다고 하는 것은 커다란 광기,거의 언제나 벌을 받게 마련인 광기다."  카뮈는 그의 아름다운 산문 <여름>에서 이렇게 썼다.  벌을 받는 것으로 끝나고 마는 광기에 불과할지라도 어쨌든 나는 다시 돌아왔다. 12년 만에, 느릿느릿 흘러가는 일상을 꿈꾸며, 지금보다 젊었던 만큼 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웠던 시절에 머물렀던 곳으로, /p247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는 여행에 관한 글도 좋다.  여행을 떠나 길 위에서 읽는 여행에 관한 글도 좋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막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그때 읽는 여행에 관한 글이다.  내 몸에 마지막 도시의 바람 냄새가 남아 있고, 미처 풀지 못한 짐이 한쪽에 쌓여 있고, 배낭에는 먼 도시의 이름을 단 비행기 짐표가 붙어 있고, 돌아왔다는 것조차 알리지 않아 전화는 울리지 않고, 내가 이곳도 아니고 저곳도 아닌, 떠나온 곳과 돌아온 곳 사이에 서 있는 듯한 그런 순간에 읽는 글들.'

언젠가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여행을 떠날 때 배낭 안에 가장 정성껏 챙겨 넣는 물건이 나에게는 책이다.  책 한 권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외로움이 절반으로 줄었다......중략......생각해보면 여행과 책은 서로 닮아 있다.  질문을 던짐으로써 일상과 그 일상을 둘러싼 세계의 균열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그렇게 가장 온순한 방법으로 자신이 쌓아온 세계를 부수고 더 넓은 세계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p253



김남희 작가의 책이, 아마도 내가 읽는 첫 책이지 싶다.  책을 읽다가 이 작가가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은근 골수 팬들이 많으시네,  읽다보니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 검색하다가 다시 책읽기를 반복,  솔직히 읽기 전엔, 그냥 그런 여행에세이겠지 했는데 그녀가 선택하고 살아온 삶을 중간 날 것 그대로 드러냈을때, 뭉클할 수밖에 없었다.  읽다보니 페이자가 조금밖에 남지 않았고 아쉬운마음을 금할길이 없어졌다.  여행을 하는데 많은 정보가 필요하진 않을것 같다.  현재를 즐기고,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여행이 아닐까?  여행지에서 읽는 그녀의 글은 어떤 느낌일지,  다른 책을 구입해두고 언젠가 떠나게 될 그날 함께 떠났다 돌아와야겠다.



사람의 마음 하나에 의지해 타국에서 가정을 꾸리다니.  모국어를 쓸 수 없는 환경에서 평생을 사는 건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저이렇게 몇 달을 머물러보는 정도로나 만족할 뿐, 누짱이 잠든 포디를 데려가 눕힌다.  누짱과 세 아이들이 나란히 누운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젖어든다.  가족, 내가 만들지 못한 것.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내것이 되지 못하겠지,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선택한 대신 평생 혼자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 가끔은 그 길이 사무치게 서러울 때가 있다.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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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아주 가볍게 - 과체중 인생, 끝내기로 결심했다
제니퍼 그레이엄 지음, 김세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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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에 달리지 못하면 기분이 나쁘다.'

내 경우에는 이것은 진실이다.  괴짜, 별스러운 사람이라 해도 좋다.  그런 말을 듣더라도 기분이 좋아지는 쪽을 택하겠다. /p73~74



달리기를 운동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중고교 시절엔 체력장이 정말 싫었고, 정말 빨리 자나갔으면 싶은, 지옥의 관문같이 느껴지곤 했다.   형제들 중에서도 유달리 덩치가 있었던지라 다이어트는 내 인생의 동반자 였다.  먹는걸 줄여서 빼보기도 했고, 별의별 다이어트를 다 시도해봤는데 결국은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다이어트가 되었지만 지금도 가끔 폭식을 하고 나면 다시 다이어트에 돌입하기도 한다.  다른 운동을 하기 위해선 살을 빼고서야 비로소 시작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사십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운동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계절 스포츠로 잠깐씩 즐기던 스포츠는 있었지만 그나마도 흥미가 떨어져 멀리하게 된지 오래.  제니퍼는 이혼, 과체중, 네 아이의 엄마, 일하며 아이들도 양육해야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달리기도 해야한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하듯, 꾸미지 않고 자신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녀의 직업이 작가이기 때문일까?  자칫 우울해 질뻔한 과체중인 자신이 달리기에 빠져든 과정과 삶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나도 같이 달리고 싶어진다.



움직이는 육체는 계속해서 움직인다.  반대로, 가만히 있는 육체는 계속해서 가만히 있으려 한다.

..... 중략 .....

머릿속에 전구가 켜졌다.  수천 와트로 번적이는 빛이었다.  초반에는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를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반대였다.  잘 달리려면 살을 빼야 한다.  적어도 지금보다 더 멀리, 빨리 달리려면 말이다.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다.  여러분은 잘 알겠지,  내일부터 다이어트다.  그러니까 오늘밤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야지. /p216



문제를 쉽게 만들려면, 어렵게 만들면 된다. /p276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달리기를 전문으로 하는 선수들 같다.  그녀 자신도 이야기 했지만, 과체중인 자신이 도로를 달릴때면 차들이 수시로 와서 태워주겠냐는 물음에 지쳤다고 한다.  아마도 차가 고장나서 구조를 요청하러 가는 걸로 보였을테지?  그녀는 자신도 달리기를 즐기는 '주자'로 보여지길 원했고,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부터 매일같이 체중계에 오르내렸다고 했다.  살을 빼기 위해서였다기보다 그녀의 달리기는 더 잘 먹고 삶을 즐기기 위해 달리는 걸로 느껴졌던건, 달리기를 즐기는 그녀의 자세 때문이었다고 할까?

네 아이의 엄마이고, 이혼을 했지만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이 사람은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구나, 라는걸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기 이전에 아이들의 엄마, 아내, 모든 역할을 다 잘 하려고 노력하기 보다 자신이 잘하는걸 포기 하지않고 꾸준히 하면서 자신을 바로 세울수 있다는 건 살면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지만 못하는 이들이 더 많기에 이 글을 읽으며 살면서 내가 진정 원한건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사실 책표지의 그녀사진을 보곤, 어디가 과체중? 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오랜 세월 달려왔고 앞으로도 '주자'로서의 삶을 즐길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달려볼까? 라는 생각을 잠시했지만 역시나 무리,  올해 어떤 운동이든 한 가지를 배우는게 목표라 진지하게 찾아봐야겠다.  오래 즐기며 할 수 있는 운동을....



어째서 달리기가 뭔가를 이룬 것처럼 보이는 걸까?  신경에 문제가 없다면 두 살짜리도 달릴 수 있다  어른이 되면서 달리는 사람이 적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누구나 달릴 수 있지만, 누구나 달리지는 않는다.  힘드니까, 밖에 나가기는 힘들다.  힘들 때까지 자신을 다그치기는 힘들다.  나도 지금보다 쉬웠으면 한다.  지금보다 말랐으면좋겠다. 좀 더 주자처럼 보이면 좋겠다.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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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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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된다는 것은 혹, 더 이상 의심하지 않게 된다는 뜻은 아닐까.  40년을 살았으니, 이제 나에 대해서도 세상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는 나이.  그래서 더 이상 나에 대해서도 세상에 대해서도 의심하지 않게 되는 나이.  그러니 더, 조심해야 하는 나이. 

나는 그런 어른들이 더 무서웠다.  나를 의심하지 않는 어른.  거짓이나 틀린 말을 하는 어른들보다도, 내가 지금 거짓이나 틀린 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자신에 대한 의심이 조금도 없는 어른들이 백배는 더 무서웠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100% 진실이며,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100% 옳은 것이라는 확신으로 더 이상 나에 대한 의심도, 세상에 대한 의심도 하지 않는 어른들이 나는 참 무섭고 신기했다.  /p12~13



지난해 말에 선물 받아놓고, 2016년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마흔이 되는 해에, 함께 시작하고 싶었던 <나를, 의심한다>  한 번에 읽어 내려가기가 아까워 조금씩 아껴 읽었던 그녀의 책. 그동안의 책들도 그래왔지만... 함께 나이 들어가며 그녀의 글도 조금 더 깊어진 느낌이랄까?  어쩌면 '마흔'이라는 나이를 처음 시작하는 해.  무엇으로부터 너만 그렇지 않다거나, 위안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구나 나이를 먹어가겠지만 나 혼자맞이 했던 연말, 연초는 세상에 나 혼자인 듯한 기분? 을 느끼게 했으니까...  하지만 혼자였던 그 시간 동안 오롯하게 나를 들여다보면서 마흔을 제대로 마주하고 싶었다는 대단치 않은 각오도 있었다.



"이십 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고."  언젠가 친구와 이런 얘길 주고받은 적이 있다.  "그러게, 나는 가끔 내가 기특해.  지금까지 이만큼 잘 버티고 살아남아 준 게.", "그러니까, 왜 돌아가냐.  지긋지긋하다, 청춘." 진심이었다.  친구와 나는 청춘이 그립지도,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슬프긴 한 거다.  그 긴 시간을 지나 지금에 와 있는 우리가, 가끔 슬프긴 한 거다. /p21



나는 가만히 서 있는데도, 빛이 내게서 한 칸 한 칸 멀어져 간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나였는데도, 사람들이 내게서 한 칸 한 칸 멀어져 간다.

함께했던 시간이 끝나면, 겹쳐졌던 삶 또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간다.  어쩌면 그래서 E는 원치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와 자신의 삶이 겹쳐지는 것.  그렇게 벌써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우리의 나이도 삼십대 중반을 넘어섰다. /p119



그녀의 글을 읽으며 때론 아프고, 때론 과거의 기억속으로 잠시 빠져들기도 했다. 나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지... 그래, 그때보단 지금이 더 나은거야... 앞으로의 나도 더 나아질거야.... 라는 등등의 생각들.  가끔 멈춰선 페이지 앞에서 나도 모르게 머뭇거리게 되고 다시 읽고 옮겨 적기도 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나만 혼자 아껴 읽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게 했다.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그녀일텐데... 나도 이런 비슷한 상황을 겪었었는데.... 그녀의 글로 표현 된 문장들은 마음이 머물러 아련하게 남는다.



나, 그 시절엔 행복했나?  하지만 역시 기억은 조작되고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어서, 그 시절이라고 힘든 일이 없었고 고민거리가 없었을 리 없다. 다만 그것은 이미 지나쳐 왔을 뿐.  지금의 힘듦이나 고민 또한 언젠가는 또 지나갈 것처럼.  언젠가는 지나가기 마련이니까.  영원할 것만 같았던 많은 것들이 결국은, 언젠가는, 지나가는 것을 봐 왔다.  내 맘처럼 완전한 해결은 아닐지 몰라도 결국은, 언젠가는. /p161



나이를 먹는다, 시간이 흐른다, 추억이 쌓인다.  헤어짐이, 어려워진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조금씩은 더, 능숙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딱 하나, 도리어 미숙해지는 것도 있었다.  헤어짐. 조금 더 어렸을 땐, 조금 더 헤어짐이 쉬웠던 것도 같다.  또 새것 사면 되는데 뭐. 또 새로운 사람 만나면 되는데 뭐.  그리고 나이를 먹었다.  시간이 흘렀다.  추억이 깊은 물건들이, 추억이 깊은 사람들이 쌓여 갔다.  시간의 누적은 그 어떤 새것으로도 이길 수가 없다. '이제는 결혼식은 안 가도, 문상은 꼭 가게 돼.'  언젠가 친구들과 나눴던 이야기. /p226~227



어린 시절 동경해왔던 모습은 지금의 내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에 자꾸만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 것 같다.  늘어가는건 나만의 고집이고, 사람은 점점 떠나가는 것만 같고, 누군가를 만나려고 노력하기엔 내가 너무 게으르다.  좋은일 보단 걱정하고 대비해야 하는 일이 늘어가는 나이, 건강도 노후도 더욱더 신경 써야 하는 나이.  하지만 내면의 나는 아직도 이십 대 초반의 철부지 그대로인 것만 같아 앞으로 5년 후의 내 모습조차 상상이 되지 않으니, 지금 당장에 충실하며 살자고 다짐해도 이내 시무룩해지고 만다.  

하지만, 시간은 흐를 테고 나도 나이 들어가는 만큼 알게 모르게 성숙하고 있을 거라 믿고 싶다.  2016년, 마흔을 시작한 나는 아직 미숙하고 어리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작은 응원을 받은 것 같아 화이팅! 할 수 있을 듯하다.



누군가 말했다.  인간은 서로의 불행을 털어놓으며 정을 쌓아 가는 동물이라고.  자신의 삶에 눈곱만큼의 불만도 없는, 정말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 나는 지금껏 만나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모두 힘들다.  각자 다른 이유, 다른 크기의 불행을 우리는 모두 갖고 있다. 그리고 털어놓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의 불행을.  그리고 또 듣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들의 불행을.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 너도 힘들구나, 우리 같이 힘내자.  서로를 위로하며, 걱정하며, 독려하며, 함께 울다가 웃다가,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된다.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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