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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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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엄마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새들을 찾아다닌다.  그런 엄마가 새들보다 더 신기하다.  나는 어째서 엄마가 새를 좋아한다는 것도 몰랐을까.  세상의 모든 엄마는 또 자신이 키운 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세상의 모든 엄마는 또 자신이 키운 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엄마'라는 이름을 벗어놓은, 욕망을 지닌 한 여성으로서의 엄마를 나는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은 익숙했던 상대를 재발견하게 만든다.  내 안에 단단하게 굳어있던 상대에 대한 이미지를 녹여준다.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오다니, 참 잘했다.  /p29



지독히 낯을 가리는 내가 여행지에서는 쉽게 마음을 열게 된다.  우리는 모두 바깥에서는 서로에게 느슨해진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슬쩍 열어버리는 순간, 삶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도 같다.  /p69



해외여행에 눈뜨기 시작했던게 이십대 중반즈음이었다.  영어 울렁증도 컸지만, 그땐 패키지 상품같은것도 없었고 블로그가 활성화 되어있지도 않았던 때라 정보가 부족했달까?  지금은 넘치는 정보로 선택장에가 생길 정도지만 그때 당시만해도 여행지를 결정하고 출발하기까지의 준비시간이 꽤나 길었던걸로 기억한다.  아마도 초보이기도 했고 겁이 많아서 였겠지만.... 그렇게 몇 번의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면서 삼십대가 되었고 친구와 한 달여간의 일정을 잡고 친구의 지인이 계시는 LA에서 한 달간 체류하며 여행하기를 했던 적이있다.  그때의 경험은 그 동안의 여행에 대한 나의 시각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정해진 시간안에 누구보다 많이 보고 체험하고 경험하길 원했기 때문에 여행지의 풍경을 보고 즐기기 보다, 사진에 담고 이동, 이동....을 하는 바쁜 여행을 했다면 딱히 일정을 정하지 않고 여유있게 머물렀던 한 달여간의 여행은 현지인처럼 지내면서 하루 하루를 여유롭게 보냈던것 같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들은 짜여진 일정대로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짧은 기간이라도 여유있게 쉬면서 돌아보았던 여행이었던 것 같다.


여행에 목마른 갈증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던 즈음, 한파로 한차례 몸살을 앓고 있던 때에 김남희 작가의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를 읽어보자고 집어들었다.  어쩌면 글로 나마 추위를 잊고 빠져들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그래, 여행이 우리가 품은 질문에 답을 주진 않지만 어딘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등을 떠밀어주긴 하지.  일단 나아가면 결국 답도 찾을 수 있으리라.  아니, 평생 답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의 의미는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던져진 질문과 마주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p74



나는 얼마나 순진했던가.  한국에서 좋은 사람만 만났다는 그의 말을 그대로 믿었으니.  오늘 나는 그의 운명을 쥔 사람인데 내 앞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한국에서 일한 6년 동안 부당한 대접과 차별에 잠을 이루지 못한 무수한 밤이 있었을 것이다.  최저임금 미만의 월급을 받기도 했을 것이며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일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그에게 '좋은 나라' 였을 것이다.  그의 조국에서는 평생 만져보기 힘든 돈을 벌게 해주었으니.  내가 너무 최악의 상황만을 상상하는 건 아닐까.  어쩌면 그는 좋은 '사장님'을 만나 인간답게 대접받으며, 선량한 동료들과 즐겁게 생활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현실은 내가 상상하는 최악의 상황과 최선의 상황,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물렀을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 삶이 그러하듯. /p199



발리, 스리랑카, 치앙마이, 라오스 그녀가 겨울을 피해 머물렀던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들은 아직 내가 방문해보지 못했던 여행지, 하지만 이미 여러번 읽었던 곳들이라 그 곳들의 변화가 낯설지 않았다고 할까?  세계각국에서 모여드는 여행객들 그리고 그러한 여행지를 소개하는 방송들, 그 방송을 보고 몰려드는 여행객들...현지의 순박함을 외지사람들이 변하게 하는건지, 그들이 자본주의에 눈을 뜨게 된 것인지... 특히 라오스의 변화는 읽으면서도 안타까웠다.  모 방송의 프로에 소개 되면서 그들이 다녀간 곳들을 한국관광객들이 섭렵하고 다닌다고 하니, 방송의 힘이 대단한건가?  3,4년전만 해도 라오스는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지금이라면 글쎄... 선뜻 내키진 않는다.


 

"자신의 젊음의 고장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스무 살 적에 사랑했거나 강렬하게 즐겼던 것을 마흔 살에 다시 살아보겠다고 하는 것은 커다란 광기,거의 언제나 벌을 받게 마련인 광기다."  카뮈는 그의 아름다운 산문 <여름>에서 이렇게 썼다.  벌을 받는 것으로 끝나고 마는 광기에 불과할지라도 어쨌든 나는 다시 돌아왔다. 12년 만에, 느릿느릿 흘러가는 일상을 꿈꾸며, 지금보다 젊었던 만큼 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웠던 시절에 머물렀던 곳으로, /p247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는 여행에 관한 글도 좋다.  여행을 떠나 길 위에서 읽는 여행에 관한 글도 좋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막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그때 읽는 여행에 관한 글이다.  내 몸에 마지막 도시의 바람 냄새가 남아 있고, 미처 풀지 못한 짐이 한쪽에 쌓여 있고, 배낭에는 먼 도시의 이름을 단 비행기 짐표가 붙어 있고, 돌아왔다는 것조차 알리지 않아 전화는 울리지 않고, 내가 이곳도 아니고 저곳도 아닌, 떠나온 곳과 돌아온 곳 사이에 서 있는 듯한 그런 순간에 읽는 글들.'

언젠가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여행을 떠날 때 배낭 안에 가장 정성껏 챙겨 넣는 물건이 나에게는 책이다.  책 한 권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외로움이 절반으로 줄었다......중략......생각해보면 여행과 책은 서로 닮아 있다.  질문을 던짐으로써 일상과 그 일상을 둘러싼 세계의 균열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그렇게 가장 온순한 방법으로 자신이 쌓아온 세계를 부수고 더 넓은 세계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p253



김남희 작가의 책이, 아마도 내가 읽는 첫 책이지 싶다.  책을 읽다가 이 작가가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은근 골수 팬들이 많으시네,  읽다보니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 검색하다가 다시 책읽기를 반복,  솔직히 읽기 전엔, 그냥 그런 여행에세이겠지 했는데 그녀가 선택하고 살아온 삶을 중간 날 것 그대로 드러냈을때, 뭉클할 수밖에 없었다.  읽다보니 페이자가 조금밖에 남지 않았고 아쉬운마음을 금할길이 없어졌다.  여행을 하는데 많은 정보가 필요하진 않을것 같다.  현재를 즐기고,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여행이 아닐까?  여행지에서 읽는 그녀의 글은 어떤 느낌일지,  다른 책을 구입해두고 언젠가 떠나게 될 그날 함께 떠났다 돌아와야겠다.



사람의 마음 하나에 의지해 타국에서 가정을 꾸리다니.  모국어를 쓸 수 없는 환경에서 평생을 사는 건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저이렇게 몇 달을 머물러보는 정도로나 만족할 뿐, 누짱이 잠든 포디를 데려가 눕힌다.  누짱과 세 아이들이 나란히 누운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젖어든다.  가족, 내가 만들지 못한 것.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내것이 되지 못하겠지,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선택한 대신 평생 혼자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 가끔은 그 길이 사무치게 서러울 때가 있다. /p326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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