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라 걷는 거야
박동기 지음 / 작가와비평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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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우리네 인생은 길을 걷는 것과 참 많이 닮아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멈추기도 하고, 어느 갈림길에서 머뭇거리며 길에게 묻기도 한다. 때론 힘들어 돌아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만나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걷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이동을 넘어, 삶 자체를 비추는 하나의 거울처럼 느껴진다.

 

마음 따라, 걷는 거야이 책은 오랜 직장생활을 마치고 은퇴 후, 트레킹이라는 새로운 매력에 빠져 써 내려간 이야기다. 이 책은 그 여정의 기록이자, 한 사람이 다시 살아 있는 자신을 찾는 과정의 고백처럼 다가온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트레킹을 하며 자신이 마음속으로 오래 품었던 질문들을 다시 꺼낸다. 돌로미티의 새벽빛, 트레치메의 절벽, 사쏘롱고 능선 위에서 바라본 풍경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이 아니라, 그 앞에 선 저자의 감정과 깨달음을 더욱 선명하게 비춰주는 배경이 된다.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여정은 단연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트레킹이었다. 희박한 산소, 거칠어진 숨, 무거운 발걸음 속에서도 그는 결국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지금의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보고 싶은가.” 그는 매일 등산화 끈을 묶으며 이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트레킹을 하지 않는 나조차도 각자의 고도에서 숨을 몰아쉬며 자기만의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로미티, 코카서스 3,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트레킹, 키나발루산,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텐산산맥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서로 다른 풍경이지만, 그 속을 흐르는 리듬은 한결같다.

걷기라는 느린 속도 속에서 저자는 감탄하고 두려워하고 다시 다짐한다.

기록은 여행기가 아니라 마치 그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솔직함을 담고 있어, 책을 읽는 내내 그날의 바람과 공기를 함께 느끼게 된다.

 

이 책의 큰 매력 중 하나는 풍부한 사진과 상세한 정보다. 책 속에는 실제 트레킹 코스, 지도, 소요시간, 거리, 접근 방법, 주변 볼거리까지 정성스레 담겨 있다.

단순히 읽는 책이 아니라, 당장 배낭을 꾸려 떠나도 될 만큼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저자의 말처럼 평생 보지도 못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이 가장 아름다운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저자의 여행이 멋진 은퇴생활이 아니라, 39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다시 초보자로서 길 위에 서려는 용기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나이, 체력, 상황 같은 이유로 미뤄두었던 꿈을 그는 드디어 실행했다.

 

책을 덮고 나니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미루고 있으며,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지금 내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은 어디인가. 그리고 나는 그 길을 향해 한 걸음이라도 내딛고 있는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용기를 얻는다..

 

책장을 덮자 문득 가까운 산이라도 오르고 싶어졌다. 거대한 산이나 먼 나라가 아니어도 좋다.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시작되는 작은 길 위에서라도 내 삶의 속도를 다시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책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당신도 당신만의 길을 걸어보라.”, “인생의 황금기는 남한테 인정받을 때가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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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맛있게, 솥밥 착한 레시피북 1
맛있는 테이블 지음, 박원민 사진, 육정민 / 참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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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밥은 하루를 살아갈 힘을 제공하는 주식으로 어른들이 하는 말이 있죠. ‘우리는 밥심으로 산다.’

그만큼 밥은 우리에게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이자 마음의 위안이며 우리문화의 중심입니다.

밥 한 그릇에는 가족을 생각하는 정성이 담겨 있고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을 때는 서로의 하루를 얘기하는 시간이며 이를 통해 가족의 사랑과 친구, 동료들과의 정, 따뜻함을 주는 일상의 행복일 것입니다.

 

가끔 식당에서 솥밥을 먹을 경우가 있는데, 솥밥 하면 먼저 건강한 맛이 떠오릅니다.

갓 지은 밥의 뜨거운 김과 고슬고슬한 식감, 그리고 뜸을 들이며 자연스레 배어 나온 고소한 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성입니다.

 

이렇게 솥밥은 맛도 있고 건강식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막상 솥밥을 직접 만들어 먹어보자고 하면 가장 먼저 두려움을 느끼고 어떻게 만들지 걱정부터 앞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이 책은 사계절 제철 재료를 이용해서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70가지 솥밥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일정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정확한 계량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에 필요한 계량 저울, 계량컵, 타이머, 계량스푼 등 계량도구의 정보를 소개하고 있으며 특히 솥밥은 맛을 좌우할 수 있는 솥이 중요한데 무쇠솥, 양은솥, 뚝배기, 도기 솥, 스테인리스 솥 등 다양한 솥의 종류와 특성,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또한 솥밥을 짓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양념 재료, 채소 재료, 육수 재료, 솥밥의 핵심인 쌀과 밥 짓기의 기본까지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다음은 솥밥 짓기의 준비과정이 끝났다면 본격적으로 솥밥 짓기를 해볼 수 있는 레시피를 제공해주고 있는데, 계절별로 준비할 수 있는 제철 재료를 사용해서 봄에는 입맛을 깨우는 솥밥, 한여름 무더위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입맛을 돋우는 솥밥, 가을에는 숭성한 수확의 기쁨을 담은 뜬든하게 채우는 솥밥, 묵지한 겨울의 깊은 맛을 담아 속까지 따뜻해지는 솥밥 70가지 솥밥 레시피를 제공해주고 있다.

책에서는 각 레시피 마다 솥밥의 특징과 사용되는 재료, 양념, 만드는 방법이 상세히 소개하고 있으며 각 솥밥의 컬러사진을 삽입하여 책만 봐도 먹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솥밥은 단순히 밥을 짓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과 정성을 담아낸 전통의 맛이며, 재료 본연의 풍미를 가장 깊고 진하게 살려주는 우리의 지혜가 담긴 음식이라 생각합니다.

솥뚜껑을 여는 순간 퍼지는 구수한 향,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든 자연의 맛, 마지막에 물을 부어 먹을수 있는 누룽지의 맛은 고소함을 넘어 몸과 마음을 동시에 채우는 특별한 한 끼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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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옥에서 브랜딩을 찾다
박현구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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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을 덮은 후에도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것은 북촌의 골목길이었다.

오래된 기와지붕 너머로 비치는 서울의 빌딩 숲, 그 사이에서 브랜드라는 단어가 이렇게 따뜻하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책은 북촌이라는 공간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북촌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으로 바라본다.

오래된 기와집, 좁은 골목길, 낮은 담장, 그리고 그 위로 흘러가는 시간의 결들이 모여 하나의 브랜드 자산이 된다.

저자는 이 북촌의 결을 읽어내며, ‘브랜딩이란 결국 공간에 깃든 시간과 사람의 이야기를 되살리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그는 말한다.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는 지금언젠가의 차이입니다.”

마케팅이 당장의 성과를 추구한다면, 브랜딩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오늘 빵을 파는 것이 마케팅이라면, 내일도 그 빵집을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이 브랜딩이다. 느리지만 확실한 힘, 그것이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요소다.

 

저자는 북촌 한복판에서 600년의 역사성과 현대적 호스피탈리티가 만나는 지점을 뉴 헤리티지(New Heritage)’로 정의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브랜드 세계를 그려냈다.

노스텔지어의 여섯 채 한옥: 블루재, 슬로재, 누크재, 힐로재, 히든재, 더블재는 각각의 개성과 철학을 담고 있다.

청색 기와 아래서 그리는 오래된 미래’, ‘대문 하나만 열면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같은 표현들은 단순한 공간 소개를 넘어, 브랜드가 품은 정체성과 세계관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특히 여섯 채 한옥의 사진들은 한 장 한 장이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 절제된 아름다움 속에 담긴 품격이 인상적이었고, 그 공간을 직접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저자가 강조하는 브랜딩의 본질은 화려한 디자인이나 기발한 마케팅이 아니다. 그는 단호히 말한다.

브랜딩은 나다움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브랜드는 기업의 상징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일관되게 실천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노스텔지어의 브랜딩은 절제된 태도에서 출발한다. 서두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은근하면서도 당당하게 손님에게 다가간다.

공간의 설계, 가구의 선택, 향의 디자인까지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내며, 손님이 머무는 경험을 통해 한국의 시간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단순한 숙박업이 아니라, 한국의 정체성을 경험하게 하는 예술적 행위에 가깝다.

 

결국 좋은 브랜드란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 속에서 의미를 다시 발견하고 그것을 일관된 방식으로 전달하는 일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문득 나의 브랜드는 무엇일까?’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사는 공간, 내가 하는 일, 내가 사용하는 말과 태도까지 이 모든 것이 라는 브랜드를 구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 브랜딩은 더 이상 거창한 단어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모든 순간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관을 지켜가는 작은 실천이다.

도심 한옥에서 브랜딩을 찾다는 북촌의 골목길을 걷는 듯한 책이다.

낡은 벽돌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처럼, 이 책의 문장 하나하나는 독자의 일상 속에도 천천히 변화의 빛을 들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은 내게 한 문장을 남겼다.

브랜드란 결국,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의 결정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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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서 유럽을 만나는 중입니다
어린왕자 지음 / 뚱따에이전시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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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유럽은 누구나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그러나 경제적이거나 시간적인 여건 때문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발길을 옮기지 못하는, 그리움과 동경의 여행지로 남아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 곁에는 여권이나 비자 없이도 유럽의 감성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남해다.

 

남해는 한반도의 남쪽 끝, 남해안의 중심에 자리 잡은 섬으로, 크고 작은 산과 섬, 아름다운 해안선이 어우러진 수려한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는 독일마을의 이국적인 풍경, 한국의 포지타노라 불리는 다랭이마을의 계단식 논밭, 프랑스 지베르니를 닮은 섬이정원, 스위스를 연상시키는 양떼목장 등 다양한 매력이 공존한다.

곳곳에 자리한 유럽풍 카페와 펜션까지 더해져, 남해는 마치 작은 유럽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남해에서 유럽을 만나는 중입니다이 책은 이러한 남해의 특별한 매력을 한 권의 책에 담아낸 작품이다. 저자는 남해군청에서 20여 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어린 시절 먼나라 이웃나라를 통해 처음 유럽의 세계에 매료되었다. 그는 이후 대학에서 유럽학을 전공하고, 어학연수와 배낭여행을 통해 유럽의 다양한 문화를 직접 체험했다. 그렇게 마음속에 품어온 유럽의 이미지를, 남해군 공무원 생활을 하며 이 지역에서 다시금 현실로 되살려낸 것이다.

 

책은 저자의 유년기 추억, 유럽 유학과 여행 경험, 그리고 공직생활을 담담히 풀어내며, 그가 왜 남해를 두 번째 유럽으로 부르게 되었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했던 여러 유럽의 도시와 문화를 남해의 풍경과 교차시킨다.

다랭이마을에서는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의 포지타노를 떠올리고, 섬이정원에서는 프랑스 지베르니의 모네 정원을, 독일마을에서는 독일의 로텐부르크의 거리를 떠오르게 한다. 남해의 해풍에 실린 맥주 향과 붉은 지붕의 건물들은, 여권 없이 떠나는 유럽 여행을 가능하게 만든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단순히 풍경의 닮음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유럽의 문화와 남해의 삶 속에서 삶의 태도의 닮음을 발견한다.

유럽 사람들처럼 느긋하게 걷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방식을 남해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단순한 여행담이 아니라 삶의 철학으로 다가온다.

 

책 속 문장들은 마치 한 편의 풍경화 같다. 사진 한 장 없어도 남해의 바다, 돌담길, 흰 벽의 유럽풍 마을이 눈앞에 그려진다. 저자의 세심한 관찰력과 따뜻한 감성이 만들어낸 문장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적신다. 또한, 각 장마다 엮여 있는 유럽의 도시와 문화 이야기는 단순한 여행 정보가 아니라, 저자의 인생 경험과 감정이 녹아 있어 더욱 공감이 간다.

무엇보다 이 책은 떠남보다 머묾의 가치를 일깨운다. 젊은 시절에는 멀리 떠나야 진짜 여행이라고 믿었지만, 진짜 여행은 지금 이곳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을. 남해의 석양, 바람, 골목의 풍경 속에서 그는 다시 유럽을, 그리고 자신을 만난다.

 

책을 덮으며 마음 한켠에 잔잔한 여운이 남는다. ‘남해에서 유럽을 만나는 중입니다는 결국 일상 속에서 낯선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마음의 문을 열면 언제든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깨달음. 언젠가 남해의 독일마을 언덕에 앉아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이 책의 문장을 다시 떠올리고 싶다. 여행이란 결국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시선이자,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 책이 조용히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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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 - 달콤쫄깃 시골 라이프 쌩리얼 생존기
원진주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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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우리는 사람 많은 도심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가다 보면,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직장과 집을 오가며 수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상 속에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직장 내 스트레스와 가족의 걱정거리,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안과 피로가 쌓이면 결국 우리는 푸른 자연을 찾아 떠난다.

자연 속에서만큼은 비로소 숨을 고르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혹은 주말마다 시골에서의 삶을 꿈꾼다. 나 또한 오랜 직장생활을 거치며, 생명이 숨 쉬는 푸른 자연 속에서 살아보는 것이 오랫동안 품어온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바로 이 책은 방송작가로 15년 넘게 살며 늘 바쁘게, 해야 하는 일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저자가 갑작스러운 남편의 힘겨운 직장생활을 지켜보다 52(닷새는 도시, 이틀은 촌)이라는 삶의 전환을 위해 서울을 떠나 당진의 작은 시골집으로 귀촌을 결정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도시의 삶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서도 시골의 여유를 품은 이 선택은, 도시와 자연의 공존을 실험하는 삶의 한 형태로서 의미가 깊다.

 

책 속에는 이들의 소소하지만 생생한 시골살이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 청보리를 심을 때의 설렘, 태풍에 쓰러진 청보리를 손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며 느낀 흙의 냄새와 손끝의 감촉, 우연히 마주친 어릴 적 추억의 인물 기영이 삼촌’, 비 오는 날 핑크뮬리를 지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던 순간까지 모든 장면이 시골의 시간 속에 스며 있다.

저자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느낀 살아 있음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이야기의 중반부에서는 시골집을 스테이(감성숙소)’로 운영하며 겪은 경험이 소개된다. 손님을 맞이하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기록하며, 숙소를 정돈하는 일상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저자에게 삶을 천천히 기록하는 일이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시골의 낭만만을 보여주지 않는 데 있다. 저자는 벌레, 거미줄, 흙먼지, 장마, 마을의 규칙처럼 불편하고 낯선 현실을 숨기지 않는다.

몸빼바지를 입고 일을 하며,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불편함 속에서 오히려 진짜 삶의 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땅이 쉬어가듯, 사람도 쉬어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깊은 진리를 깨닫는다.

 

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를 덮으며 마음속에 따뜻한 온기가 남았다. 그것은 도망의 온기가 아니라 복귀의 온기였다.

흙과 바람, 계절과 사람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가는 저자의 모습은 도시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 멈춤의 용기를 건넨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그 흙냄새와 느린 바람은 마음 한켠에 오래 남는다. 어쩌면 그 냄새가, 우리가 잊고 살아온 삶의 본래 속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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